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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미스터 디킨스 한국 작가 9인의 찰스 디킨스 테마 소설집

김경욱 외 저 | 이음 | 201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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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3166576 / 292쪽 145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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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두 도시 이야기』에서 『크리스마스 캐럴』, 『올리버 트위스트』까지 디킨스의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어 완성한 아홉 편의 소설!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 문학을 이끌어가는 아홉 명의 한국 작가들이 디킨스의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쓴 신작 단편들을 모았다. 『헬로, 미스터 디킨스』의 첫 번째 테마는 '두 도시'이다. 디킨스가 『두 도시 이야기』에서 파리와 런던을 배경으로 프랑스대혁명을 그려냈듯, 우리 작가들에게도 '두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단편을 써달라고 청탁했다. 작가들은 어떤 도시를 골랐을까. 그 도시들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김중혁은 부산과 서울, 하성란은 1980년과 현재의 광주, 백가흠은 광주와 아테네, 배명훈은 지구 도시를 재현해 만든 우주를 유영하는 두 개의 도시, 박솔뫼는 현실의 도시와 꿈속의 도시를 등장시킨다. 각각의 도시들은 우리 삶의 풍경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내부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공간이기도 하다. 두 번째 테마는 디킨스로, 『크리스마스 캐럴』을 기상천외하게 재탄생시킨 세 편의 소설(김경욱, 윤성희, 최제훈)과 『올리버 트위스트』를 암송하는 불길한 분위기의 고아 소년이 등장하는 소설(박성원)이 수록되어 있다. 디킨스는 당대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았지만 오늘날의 우리 독자들에게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인물이다. 그런 디킨스의 작품 소재들을 가지고 한국 작가들이 어떻게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새롭게 창조해냈는지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헬로, 미스터 디킨스』는 때로는 디킨스를 능가하는 유머 감각으로, 때로는 절제된 스타일로, 때로는 냉정한 현실 인식과 상상력의 뒤엉킴으로 디킨스의 인장에 새로운 인장들을 덧붙이며 소설의 영역을 더 멀리 밀고 나아간다. 두 도시는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하성란의 「두 여자 이야기」에는 1980년의 광주와 현재의 광주가 등장한다. D시에 새로운 브랜드를 덧입히는 프로젝트를 맡은 세 남녀가 이 도시를 찾아온다. 이들은 D시의 신축 버스터미널에 D-city라는 이름을 붙이려는 D시 측의 계획에 당황한다. 그리고 여자는 버스터미널 준공식 행사에서 자신을 아주 친밀한 척 대하는 생면부지의 남자를 만난다. 또한 처음 보는 D시의 시장이 어제 자신과 대화를 나누었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을 꼭 닮은 여자가 이 도시 어딘가에 존재하는 건 아닐까. 김중혁의 「픽포켓」에는 비밀을 품고 있는 듯한 창문들이 가득한 대도시 부산과 서울이 등장한다. 두 명의 고등학생이 자신들이 좋아하던 아이돌 여가수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를 찾으러 부산에 간다. 여가수와 고등학생들, 그리고 그녀를 납치하는 데 가담했을지도 모를 사람들이 각기 다른 시간에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부산 바닷가 뒤쪽 골목길을 지나간다. 이 사연 많은 듯한 골목에서 이들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 만나게 될까. 아련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김중혁표 스릴러 소설. 배명훈은 「타이베이 디스크」에서 두 도시를 우주로까지 확대시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도시를 창조해낸다. 1200년 동안 냉동 상태로 있다가 깨어난 남자는 궤도연합군 사령부 분쟁중재국에서 나온 여자에게 선뜻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들을 전해 듣는다. 전쟁으로 지구가 파괴되었고 과거의 지구 도시들을 재현해놓은 '디스크'들이 태양을 공전하고 있으며 그 디스크들은 인격체처럼 취급된다는 것. 그런데 서울을 재현한 디스크가 타이베이를 재현한 디스크를 공격했다는 것. 서울 디스크는 도대체 무슨 이유로 타이베이 디스크를 공격한 것일까. 백가흠의 「수도원 오르는 길―더 송The Song 4」에 등장하는 두 도시는 아테네와 광주이다. 광적인 기독교 신자인 이왕주는 기도하던 중 우상들을 무너뜨리라는 신의 목소리를 듣고 신전들이 많은 그리스 아테네로 찾아온다. 그는 아테네 신타그마 광장에서 시위 군중에 휩쓸려 다니다가 그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던 1980년 광주를 떠올리게 된다. 불안이 깊어질수록 그는 점점 더 이상한 행동을 하고 다른 신도들과 갈등도 심해진다. 급기야는 말뚝을 박겠다며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세워진 메테오라 수도원에 오르기 시작한다. 박솔뫼의 「밥 짓는 이야기」에는 꿈속의 도시와 현실의 도시가 등장한다. 남자가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여자는 침대에서 기다리며 남자에게 몇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첫 이야기는 어젯밤 꿈속에서 여자가 머물렀던 지구이자 우주인 도시의 이야기. 그다음에는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여자가 상상해낸 것 같기도 한 꿈같은 도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올리버 트위스트』의 고아 소년이 섬뜩한 모습으로 당신 앞에 나타난다면? 박성원의 「소년」은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부부가 입양 체험을 신청하여 한 고아 소년이 나흘 동안 부부의 집에 머무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몸에서 비린내가 나고, 가방 안에 단추나 문고리 같은 \"쓸모없는 쓰레기들\"을 가지고 다니며, 몇 권의 책을 암송할 정도로 되풀이해 읽는 소년은 어딘지 모르게 불길한 기운을 풍긴다. 남편은 무심하게 소년을 대하지만, 아내는 소년이 악마의 자식 같다며 불안해한다. 김경욱, 윤성희, 최제훈이 새롭게 『크리스마스 캐럴』을 쓴다면? 영문학사에서 유령을 잘 다루는 작가가 디킨스라면 한국에서 유령 이야기를 잘 쓰는 작가는 단연 윤성희다. 이번 단편 「날씨 이야기」에도 유령을 마주하는 여자가 등장한다. \"슬리퍼만 신는 남자\"와 연애를 하다가 남자가 갑자기 사라져버리자 여자는 점점 말수가 적어지고 스스로를 돌보지 않게 된다. 디킨스의 스크루지가 재산을 도둑맞을까봐 수많은 자물쇠들로 문을 굳게 잠가놓았다면 여자는 자기 자신을 홀로 유폐시키기 위해 \"훔쳐갈 것도 없는\" 낡은 아파트 문을 여러 개의 자물쇠로 잠가둔다. 그리고 스크루지가 유령이 쇠사슬을 끌고 다니는 소리를 들었던 것처럼, 「날씨 이야기」의 여자는 윗집 여자가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 하루 종일 마늘을 빻는다고 상상한다. 최제훈의 「유령들」은 디킨스가 직접 『크리스마스 캐럴』 속편을 쓴 것처럼 원작의 등장인물과 배경을 그대로 살려내 능청스럽게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다가 기상천외한 반전을 선사한다. 크리스마스 정령들을 만난 후 개과천선하여 달라진 삶을 살아가던 스크루지는 어느덧 다시 예전의 구두쇠로 되돌아와 있다. 그리고 이번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전처럼 무력하게 당하지 않으려고 유령 잡는 일을 하는 사람을 고용한다. 그의 이름은 빌 머레이. 스크루지가 과거의 모습을 되찾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유령 사냥꾼 빌 머레이는 어떻게 스크루지를 괴롭히는 유령들을 없애줄 것인가? 김경욱의 「크리스마스 캐럴」에서는 스크루지가 아니라 한국 현대사에서 아주 중요한 인물인 K가 언제 집행될지 모를 사형 집행을 감옥에서 하루하루 두려움 속에 기다리다가, 크리스마스이브 밤 세 정령을 만나게 된다. 세 정령은 그를 어린 시절, 1980년 5월 밤의 광주 도청, 그리고 그가 묻힌 묘비 앞으로 데리고 간다. 이 경험을 통해 그가 어떻게 변화했을지에 대한 답으로 작가는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에 나오는 문장을 그대로 인용한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에 관해 말할 때면 살아 있는 사람들 중에서 크리스마스를 가장 잘 보낼 줄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 이 책은 디킨스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주한 영국문화원의 지원을 받아 만들었다.

저자 소개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7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퀴르발 남작의 성』 『위험한 비유』와 장편소설 『일곱 개의 고양이 눈』 『나비잠』 『천사의 사슬』이 있다.
1973년 경기도 수원 출생으로 청주대 철학과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였다.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레고로 만든 집'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에 '서른세 개의 단추가 달린 코트'가 실렸다. 2001년 '계단'이 연이어 <현장 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 2001>에 실렸으며,'모자'는 <2001년 현대문학상 수상 작품집>에, '그림자들'은 <2001년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에 수록되었다. 올해의 예술상을 수상했으며, '하다 만 말'로 제14회 이수문학상을, '유턴지점에 보물지도를 묻다'로 제50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으로 <레고로 만든 집>, <거기, 당신?>, <감기> 등이 있다.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풀」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섬세한 문장으로 독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현재 창작활동을 하면서 남편과 함께 출판기획 일도 병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소설집 『루빈의 술잔』 『옆집 여자』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 『웨하스』, 장편소설 『식사의 즐거움』 『삿뽀로 여인숙』 『내 영화의 주인공』 『A』 등이 있다. 2010년에는 첫 산문집 『왈왈』을 펴냈고 2013년 『아직 설레는 일은 많다』를 펴냈다. 


단편 미학을 다듬어온 성과를 인정받아 동인문학상(1999), 한국일보문학상(2000), 이수문학상(2004), 오영수문학상(2008), 현대문학상(2009) 등을 받았다.

1971년 광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중편 「아웃사이더」로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으면 등단했다. 소설집 『위험한 독서』, 『장국영이 죽었다고?』,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 『베티를 만나러 가다』, 『바그다드 카페에는 커피가 없다』와 장편소설 『천년의 왕국』, 『황금사과』, 『모리슨 호텔』, 『아크로폴리스』 등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계명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2000년 <문학과사회>에 중편소설 「펭귄뉴스」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펭귄뉴스』 『악기들의 도서관』, 장편소설 『좀비들』『미스터 모노레일』이 있다. 2008년 단편 「엇박자 D」로 김유정문학상을, 2010년 「1F/B1」로 제1회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했다. 2011년 첫 산문집 『뭐라도 되겠지』를 펴냈다. 어린 시절 산만한 아이로 자랐으며 지금도 산만하고, 좋아하는 것만 먹는 편식주의자다. 대학 시절의 별명은 F4(F학점을 한 해에 네 번까지 기록했던 놀라운 성적)였으며 (근로)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에스프레소를 연료로 움직이는 생명체이며, 귀신을 믿지 않아서 밤에 잘 싸돌아다니는데, 그 때문인지 낮 동안은 햇볕 알레르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소리와 냄새에 매우 예민하지만 기억력이 형편없어서 성격은 매우 좋은 편이다. 
1969년 대구에서 태어나 동국대 대학원 문예창작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 「문학과사회」 가을호에 단편소설 '유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3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이상(異常) 이상(李箱) 이상(理想)>, <나를 훔쳐라>, <이상한 가역 반응>, <우리는 달려간다> 등이 있다. <얼룩>으로 제55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1974년 전라북도 익산에서 태어났고,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광어」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대표작으로 『귀뚜라미가 온다』 『조대리의 트렁크』 『힌트는 도련님』 등이 있다. 특히 세 번째 소설집인 『힌트는 도련님』에서는 ‘소설쓰기’에 대한 성찰과 탐문을 담아내면서 작가의식의 새로운 전회를 보여주었다. 현재 장편소설을 연이어 출간하면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1978년에 태어남.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 후, 동 대학원 재학 중. 「스마트 D」로 2005년 과학기술 창작문예 단편부문을 수상했다. 2006년 거울 중단편선 《혈중환상농도 13%》에 「냉동인간과의 인터뷰」를, 거울 중단편선 《변신》에 「연애편지」와 「다이어트」를, 과학소설 전문무크 《Happy SF》 2호에 「스윙 바이」를, 과학기술 창작문예 3호에 「모」를 수록했다. 《에스콰이어》 2007년 1월호 "The Newest: 2007년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중문화 예술의 첨병 14인"에 선정되었다. 


2010년 「안녕, 인공존재!」로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을 수상하고, 연작소설 《타워》(2009), 소설집 《안녕, 인공존재!》(2010), 장편소설 《신의 궤도》(2011),《은닉》(2012) 을 출간했다. 

1985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났다. 2009년 《자음과 모음》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장편소설 『을』, 『백 행을 쓰고 싶다』와 소설집 『그럼 무얼 부르지』가 있다. 김승옥문학상, 문지문학상을 수상했다. 


 


 


 

책 속에서

사실 그 지명을 입에 올리자마자 최는 ‘부채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 일이 있었을 때 그들은 고작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하지만 희생자 중에는 그들보다 서너 살 많은 학생도 끼어 있었다. 김은 ‘따돌림’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호남선이 이 도시를 살짝 비켜 개통되는 바람에 이 도시는 한동안 우리나라의 경제 중심권에서 떨어져 있어야 했다. “넌?” 최와 김이 동시에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담벼락에 널려 있던 요가 떠올랐다. 커다란 요 곳곳이 크고 작은 오줌 얼룩투성이였다.

(하성란, 「두 여자 이야기」, 9~10쪽)

 

밤에 대도시에 갈 때면, 어둠 속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집마다 비밀을 간직하고 있으리라는 엄숙한 생각이 든다. 그뿐인가. 집 안의 방마다 비밀이 있으며, 그 방에 살고 있는 수천 수백 명의 가슴 속에서 고동치는 심장은 가장 가까운 사람조차도 상상하지 못할 비밀을 품고 있다. 창문 하나에 비밀 하나씩이 숨어 있다. 어쩌면 기민지가 저 수많은 창문 중 하나에 있을지 모른다고, 장우영은 생각했다. 그렇다면 기민지를 찾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김중혁, 「픽포켓」, 56쪽)

 

“승객은 여덟이에요, 이 우주선. 그러니까 이 디스크 하나하나가 승객이라는 거죠.”
“그 말은, 도시 하나하나가 그냥 배경이나 공간이 아니라 인격체라는……?”
“그렇죠. 그 안에 들어 있는 사람들은 부속물로 취급돼요. 일종의 혈액 같은. 디스크의 생존에 꼭 필요한 소형 생태계로서만 존중받는 거죠. 물론 소모품으로 다루는 일은 없지만, 주도적 인격체로 간주되지는 않아요. 중요한 건 어디까지나 디스크거든요.” (배명훈, 「타이베이 디스크」, 87쪽)

 

바로 머리 위에 수도원이 있었다. 계단이 끝나고 절벽에 완만한 경사의 오르막이 계속되었다. 그는 씩씩하게 발걸음을 떼었다. 난간이 없어서 미끄러지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수백 미터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이 뻔했다.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그는 조심조심 발에 힘을 주었다. 계단을 오를 때와는 달리 보지 않으려 해도 절벽 밑 어마어마한 풍광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그는 자기가 왜 수도원에 오르려 했는지를 잊고 있었다. 그럴 겨를이 없었고, 그것은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백가흠, 「수도원 오르는 길―더 송The Song 4」, 165~166쪽)

 

남자는 씻은 쌀과 적당한 물을 밥솥에 넣고 취사 버튼을 누르고 나는 여전히 이불을 덮은 채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뭐가 더 있을까 생각하고 있다. 네가 밥을 한다면 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줄게. 식탁에 앉아 밥을 입에 넣을 때까지 계속 계속 이야기를 쉬지 않을게. 나는 그런 마음으로 어젯밤 꿈 이야기를 했다. 어젯밤 꿈에 우주는 유니버스는 지구 같았고 그보다는 대도시 같았다. 그것에 대한 가치 평가는 밥을 짓지 않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하면 된다.

(박솔뫼, 「밥 짓는 이야기」, 177~178쪽)

 

소년의 몸은 어딘가 부족해 보였다. 사지가 멀쩡히 달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년이 흐느적거리며 웃을 때마다 중요한 신체 부위가 빠진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소년의 몸에선 비린내가 풍겼다. 정확히 소년의 몸 어디서 냄새가 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소년이 움직일 때마다 비린내가 풍긴다는 사실이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집 안에서. 아내는 소년의 몸에서 풍기는 냄새를 참지 못하고 멀찍이 떨어져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박성원, 「소년」, 194쪽)

 

나는 화로 뚜껑을 열어보았다. 텅 비어 있을 줄 알았는데 나무 장작이 가득 들어 있었다. 나는 화로에 두 손바닥을 올려놓았다. 손바닥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언니도 손바닥을 펼쳐 난로를 쬐는 시늉을 했다. 나는 언니 손을 잡았다. 손은 차가웠다. 언니, 위층에는 아무도 살지 않아. 나는 속으로 그렇게 말했다. 어쩌면 언니 말대로 화로 귀신들이 정말로 있어서 가끔 언니에게 장난을 치는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보았다. “언니, 여기에 불은 지르지 마.” 나는 말했다. “내가 미쳤니!” 언니가 말했다. (윤성희, 「날씨 이야기」, 232쪽)

 

스크루지 영감은 내 동작 하나하나를 호기심 반 의구심 반의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그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에 유령을 포획하는 과정을 간단히 설명해주었다.
“말리 씨의 유령이 나타나면 절 의식하지 말고 작년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세요.”
“전혀 자연스럽지 않았소.”
“아무튼 유령의 주의를 끌도록 하세요. 그럼 제가 기회를 엿보다가 뒤에서 이 채찍으로 포박할 겁니다.” (최제훈, 「유령들」, 249~250쪽)

 

“감방은 어둡다. 감방 바깥은 더 어둡다. 감옥의 밤이다. 사형수의 밤이다. 오른쪽으로 돌면 운동장, 왼쪽으로 돌면 교수대가 기다리는 밤이다. 날은 언제 밝아올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크리스마스이브의 밤, 날이 밝으면 크리스마스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시계가 없어도, 시계가 걸린 꿈이 없어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김경욱, 「크리스마스 캐럴」, 291쪽)

 

목차

두 여자 이야기……하성란
픽포켓……김중혁
타이베이 디스크……배명훈
수도원 오르는 길―더 송The Song 4……백가흠
밥 짓는 이야기……박솔뫼
소년……박성원
날씨 이야기……윤성희
유령들……최제훈
크리스마스 캐럴……김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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