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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무얼 부르지

박솔뫼 저 | 민음사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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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7420559 / 256쪽 133 x 196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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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오래 쌓인 것들의 모양 『그럼 무얼 부르지』를 읽는 일은 박솔뫼가 오래 지속해 온 작업의 기원을 더듬어 보는 것과 같다. 그의 작품을 착실히 따라 읽어 온 독자들이라면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끊길 듯 계속되는 문장 리듬, 머뭇거리고 관찰하며 삶을 여행하듯 거니는 인물들, 명확히 규정할 수는 없지만 서로를 오래 생각하고 응원하는 관계들, 광주와 부산 또는 오키나와 등 개성이 뚜렷하지만 배경으로만 존재하는 도시들. 박솔뫼의 작품들은 “연작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나 서로 “연결되면서도 어긋나 있는 관계”(손정수 문학평론가, 작품 해설)를 맺고 있다는 해석이 보여 주듯, 위 요소들은 그의 여러 작품 안에서 꾸준히 존재하며 변주되고 확장되어 왔다. 이 책의 수록작 「해만」과 「해만의 지도」에 등장하는 도시 ‘해만’은 이후 출간된 소설집 『겨울의 눈빛』에서 다시 등장한다. 노래방에 함께 감금되며 만난 인물들이 만들어 가는 관계(「그때 내가 뭐라고 했냐면」)나 샌프란시스코 여행 중 한 모임에서 시작된 관계(「그럼 무얼 부르지」)처럼 우연히 시작되어 오래 지속되는 관계는 이후 무의식을 통해 만나는 사이(『머리부터 천천히』)나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관계(『인터내셔널의 밤』)로 변화하며 유지되고 있다. 작가가 오래 쌓아 온 것들이 작품마다 어떻게 모습을 달리하는지 지켜보고, 그 기원을 짐작해 보는 일이 이 책으로부터 가능할 것이다. ■새로운 곳을 여행하기 박솔뫼의 소설은 언뜻 잔잔하지만 늘 새롭고 돌발적인 곳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여행하듯 세계를 거니는 인물들 덕분이다. 무위의 상태로 보이는 인물들에게도 욕망이 있다. 다만 그 욕망은 뚜렷한 목표, 즉 ‘점’을 겨누지 않는다. 그들의 욕망은 목표를 성취하며 끝나는 것이 아닌, 계속 앞으로 나아가며 주위를 둘러보는 ‘선’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인물들은 자신의 욕망과 관련 없는 것들까지 두루 둘러보며 끝없이 걷는다. 그로부터 소설의 전개가 거듭 새로워진다. 수록작 「해만」에서 ‘나’는 신문에서 존속살해범이 ‘해만’이라는 마을에 숨어들었다는 기사를 보고 그곳을 찾지만 ‘해만’에 도착한 뒤 살해범의 흔적을 좇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여러 여행객들을 관찰하고 숙소 주변을 거닐 뿐이다. 「그럼 무얼 부르지」에서 ‘나’는 샌프란시스코 여행 중 우연히 참여한 한 읽기 모임에서 영어 텍스트로 자신의 고향 광주와 5?18에 대해 읽게 된다. 그로부터 3년 후, 그리고 다시 1년 후, ‘나’는 모임에서 알게 된 친구 ‘해나’와 다시 만나 희미하지만 지속되는 관계를 나누며 광주를 중심으로 퍼져 나가는 대화를 나눈다. 점이 아닌 선의 모양을 한 욕망에는 끝이 없다. 계속 이어져 박솔뫼의 소설이 된다. 여행하듯 삶을 거니는 인물들로부터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피어난다. ■추천의 말 세계의 실패 뒤, 너무 늦게 도착한 어떤 세대의 고독과 우울을, 그리고 그들만의 친밀과 사랑을 박솔뫼의 소설은 우리에게 조용히 들려준다. ―정홍수(문학평론가)│제2회 김승옥문학상 심사평에서 그 속에서 독자는 전혀 새로운 눈으로 이 세계를 바라보게 되는바, 그 시선이 구체적인 사회적 모순과의 긴장을 잃지 않게 만드는 것도 이 작가의 독특한 능력으로 평가된다. ―김형중(문학평론가)│제5회 김현문학패 선정의 말에서 자기 나름의 존재 방식을 유지하되 그렇다고 현실과의 긴장을 무시하지 않는 어떤 상태, 박솔뫼 소설은 그런 희소하고 희박한, 그렇기 때문에 보존되어야 할 어떤 삶과 가치를 일깨운다. ―손정수(문학평론가)│작품 해설에서

저자 소개

1985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났다. 2009년 《자음과 모음》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장편소설 『을』, 『백 행을 쓰고 싶다』와 소설집 『그럼 무얼 부르지』가 있다. 김승옥문학상, 문지문학상을 수상했다. 


 


 


 

책 속에서

무언가를 잘하게 되는 데 필요한 건 열심히가 아니라고 그게 남들이 보기엔 열심히로 보여도 당사자에겐 아니라니까 열심히가 아냐 무작정이 아니란 말이야 좀 더 구체적으로 지목할 수 있는 항목이 당사자와 함께 달려 나가는 거에 가깝다니까. 뭐 양보해서 열심히가 중요하다고 쳐도 정말로 열심히의 세계가 있겠어? 있다 해도 그게 튼튼해?
―「안 해」, 53쪽

여전히 나는 가볍고 바람이 통과하고 흔들거리고 텅 비어 있고, 질문들은 빈 공간을 빠져나가 돌아오지 않는다. 돌아가고 싶은 사람도 돌아가고 싶어지는 때도 없다. 언제나 그랬지만 다시 어딘가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게 어떻지는 않았다. 사라지는 것을 계속 지켜볼 수 있을 뿐이었다.
해만에서 우리는 문을 열고 인사를 하고 그러다 말이 없고 흔들흔들거리고 떠나고 돌아가고 그리고 생각한다, 그처럼 해만에서 내가 보았던 것은 천천히 모든 것이 멀어지고 사라지는 것이었다. 사라지고 나면 무엇이 남나요? 사라진 곳에 대고 묻는다. 결국 텅 비어 버린 자신이 강렬해질 뿐이지.
―「해만」, 93~94쪽

해나는 가방에서 스테이플러가 박힌 프린트물을 꺼내 사람들에게 건넸다. May, 18th에 관한 자료라고 했다. 아 5․18이 May, eighteenth구나 당연한 것을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그래? 거기는 내 고향인데 말했다. 해나는 정말이야? 감탄하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왜 놀라워하는 거지 감탄하는 거지 어째서 눈을 크게 뜨는 거지 생각하다 웃으며 그래 나는 거기서 태어났어 덧붙였다. 그러고 보니 내가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던 그때는 5월이었다. 장소는 버클리 인근 카페로 예상치도 못한 곳이었다. 내가 태어난 곳에서 30여 년 전에 있었던 일을 듣게 되는 장소로는 말이다.
―「그럼 무얼 부르지」, 128~129쪽

목차

차가운 혀 7
안 해 35
해만 65
그때 내가 뭐라고 했냐면 95
그럼 무얼 부르지 125
해만의 지도 153
안나의 테이블 183

작품 해설│손정수(문학평론가) 208
발이 달린 소설을 생각하며 좋다고 느끼는 사람의 이야기
개정판 작가의 말 249
초판 작가의 말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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