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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문학상 수상 작품집 2012 (요요 외)

김중혁 외 저 | 문학의숲 | 2012년 10월

수상도서 당선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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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3838176 / 313쪽 152 x 2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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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제13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김중혁의 . 독특한 발상과 소재, 시간과 사랑에 대한 아름답고 정교한 서사. 소설가는 시간 속의 고독한 여행자를 자처하는 영원한 이야기꾼임을 보여 준다. 제13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는 차선재라는 남자의 고독한 인생에 관한 소설이다. 그가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갈 즈음 부모는 이혼했다. 부부 싸움 때마다 “선재 때문에” “선재가 없었으면”이라는 말을 부모는 입버릇처럼 내뱉었다. 선재는 “나는 관계를 부수는 사람이다. 고리를 끊는 사람이다.”라는 말을 늘 되뇌게 된다. 부모로부터 부정당한 그는... 제13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김중혁의 . 독특한 발상과 소재, 시간과 사랑에 대한 아름답고 정교한 서사. 소설가는 시간 속의 고독한 여행자를 자처하는 영원한 이야기꾼임을 보여 준다. 제13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는 차선재라는 남자의 고독한 인생에 관한 소설이다. 그가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갈 즈음 부모는 이혼했다. 부부 싸움 때마다 “선재 때문에” “선재가 없었으면”이라는 말을 부모는 입버릇처럼 내뱉었다. 선재는 “나는 관계를 부수는 사람이다. 고리를 끊는 사람이다.”라는 말을 늘 되뇌게 된다. 부모로부터 부정당한 그는 자신만의 세계로 숨어들어 간다. 바로 시계의 세계. 조그마한 시계를 분해하고 조립하면서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고 완결한 듯한 기분”을 느낀다. 그런데, 그가 홀로 만들어 놓은 그 “단단한 세상” 속에 장수영이라는 여자가 들어온다. 대학 교정에서 우연히 만난 장수영과 교제하며 차선재는 “한겨울 차가운 바깥에 있다가 따뜻한 집으로 들어왔을 때”의 기분을 느낀다. 언제든 그 관계가 끊어질지 모른다는 불안도 잊을 만큼 수영과의 관계에 몰두한다. 세상과 거리를 둔 채 언제나 시계의 세상 속에 홀로 안전하게 놓여 있던 선재는 수영의 손을 잡고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장수영은 뜻 모를 편지 한 장을 남기고 사라진다. 선재는 다시 시계의 세상 속에 버려진다. 장수영이 떠난 뒤 시계제작자가 된 그는 “시간은 그저 흘러갈 뿐이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진실”을 보여 주는 ‘시간은 흐른다’라는 제목의 시계를 만들어 유명 인사가 된다. 언젠가 한 번 장수영과 만날 기회가 있었던 30대의 차선재는 그녀에게 ‘Station’이라는 이름의 시계를 만들어 주고자 했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시계도 완성하지 못하고 그녀가 있는 베를린행 비행기에 오르지도 못한다. 차선재와 장수영이 마침내 재회한 것은 55세가 된 차선재의 전시회장에서이다. 30여 년 만에 만난 장수영을 바라보며 차선재가 느낀 것은 모든 시간은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라는 사실, “장수영을 위한 ‘Station’은 더 이상 만들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녀와 자신의 시간은 이미 지나간 시간이며, 그것은 멈출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시간들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오래전 장수영의 편지에 그런 내용이 있었다. ‘네가 만들어 준 시계를 들여다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 시침과 분침이 겹쳤다가 떨어지는 순간, 그건 멀어지는 걸까, 아니면 다시 가까워지고 있는 중인 걸까. 난 생각했어. 나쁘지 않아. 그래, 나쁘지 않아.’ 차선재는 그 문장을 자주 생각했다. 그리고 ‘나쁘지 않아’라고 혼자 중얼거리곤 했다. 그래, 나쁘지 않지. 차선재는 서랍에다 ‘Station’을 넣어 두었다. 지난 시간을 다시 태어나게 할 마음은 없었다. 돌아갈 수 없었다. 책상을 정리하고 스케치북을 펼쳤다. 만년필로 원을 그렸다. 원 속에 새로운 시간이 흐르게 하고 싶었다. 다이얼과 문자판을 그려 넣는 중에 제목이 떠올랐다. 오랜 시간 제목을 생각하지 않고 번호만 붙인 작품만 만들었는데, 갑자기 제목이 떠올랐다.(38쪽) 차선재는 ‘요요’라는 이름의 시계를 새로 만들기로 결심한다. ‘요요’라는 제목을 떠올리며 그는 “그래, 나쁘지 않아. 나쁘지 않아.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 시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아”라고 다시 한 번 말해 본다. 심사위원들은 수상작 에 대해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의 시간을 향한 안타까운 그리움과 그 속에서 움트는 존재의 자기 성찰을 섬세하게 주시한 이 작품은 무엇보다도 소설 장르가 시간의 예술인 동시에 인간에 대한 탐구라는 점을 근원적으로 상기시킨다. 소설가는 시간 속의 고독한 여행자를 자처하는 영원한 이야기꾼임을 작가는 조용히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소통의 열망 속에서 자신에게 주어지는 근원적인 삶의 고독을 수락하고 내화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언젠가 다시 돌아오는 ‘요요’의 시간이라는 상징 속에서 깊은 감정의 여운을 드리운다.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자기 세계의 침잠 욕구와 관계 맺기의 어려움을 이처럼 섬세하고 미묘하게 형상화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라고 평했다. 문학평론가 조연정은 작가론에서 “김중혁의 소설을 따라 읽어 온 우리에게는 이처럼 상실의 흔적이 짙게 드리워진 소설을 만났던 기억이 별로 없다. 즐거운 장난감인 ‘요요’를 제목으로 내세운 이 소설은 그간의 김중혁 소설을 흥미롭게 읽어 온 독자들을 보기 좋게 배반한다. 이 소설은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을 말하는 소설이고, 그 상실감과 동거하는 삶에 대해 말하는 소설이다.”라고 썼다. 한 권으로 읽는 한국문학 대표 작가와 작품들. 오늘의 삶을 위로하는 따뜻한 서정과 이야기의 마력.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젊고 새로워지는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이효석문학상은 한국 단편문학의 수작으로 꼽히는 의 작가 이효석의 문학 성과를 기리자는 취지 아래, 매해 탁월한 작품을 발표한 작가들을 시상하여 한국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하고자 제정되었다. 등단 15년 이내의 작가를 대상으로, 전년도 6월 1일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문예지·잡지·정기간행물·부정기간행물 등에 발표된 단편소설을 심사하여 수상작을 결정한다. 엄격한 심사와 공정한 문학상 운영을 위해 심사와 시상 과정 전체도 공개하고 있다. 올해 13회를 맞은 이효석문학상은 2012년 7월 20일 예심에서 모두 8편의 수상 후보 작품을 선정하였다. 8월 24일 진행된 본심에서는 8편의 작품 중에서 심사위원 7인[오정희(소설가), 장경렬(문학평론가·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성석제(소설가), 신수정(문학평론가·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김형중(문학평론가·조선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손정수(문학평론가·계명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백지연(문학평론가)]이 각자 추천한 작품들을 수합하여 신중한 논의와 토론을 벌였다. 후보작들 중 세 편의 작품으로 논의가 집중되었고 엄정한 투표 과정을 통하여 최종적으로 김중혁의 를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심사위원들은 “이효석 문학상 수상 후보작으로 선정한 8편의 작품은 현재 한국 소설의 흐름과 쟁점을 잘 보여 주는 개성적인 소설들이다. 장편소설의 기획과 연재가 주도하는 현재의 소설 현장의 흐름을 상기할 때 젊은 작가들이 다양하고 개성적인 경향의 단편소설들을 꾸준히 창작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등단 15년 이하의 젊은 작가들이 보여 주는 실험과 모색은 각자의 창작 영역에서 다양한 소재와 기법의 탐구로 나타나고 있다. 소설 쓰기의 자의식을 드러내는 집요한 언어 실험에서부터 환상적인 장치가 동원된 파국의 상상력, 그리고 고단한 현실과 길항하는 존재의 자기 탐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펼쳐지는 한국 소설의 생생한 현장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에는 한국 단편문학의 오늘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수록했다. 이번 작품집에는 올해의 수상작 외에 수상작가 자선작 과 본심에 올랐던 추천 우수작 7편(김성중 , 김태용 , 박형서 , 조해진 , 조현 , 최진영 , 황정은 )을 비롯해, 기수상작가인 이기호의 이 실려 있어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젊은 작가들의 최근 작품을 한꺼번에 만나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수록하고 있는 작품들은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과 밀도 높은 서정, 탁월한 이야기의 힘을 보여 준다. 작가들의 실험 정신과 상상력이 빛나고 있는 작품들이며, 한국 문학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드러내 보이는 작품들이다. 이효석문

저자 소개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200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2010년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百의 그림자》, 《파씨의 입문》, 《야만적인 앨리스씨》, 공저로 《이효석 문학상 수상 작품집 2007 》, 《2008년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소설 2009》, 《제35회 이상문학상 작품집(2011)》, 《제1회 웹진 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 《제2회 웹진 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 《이효석 문학상 수상 작품집 2012 》, 《제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2012)》,《제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2013)》,《일곱 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 《서울, 밤의 산책자들》,《알파의 시간》이 있다.
1972년 강원 원주에서 태어났다. 1999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에 단편소설 「버니」가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짧은소설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김 박사는 누구인가?』, 장편소설 『사과는 잘해요』 『차남들의 세계사』가 있다. 이효석문학상, 김승옥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계명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2000년 <문학과사회>에 중편소설 「펭귄뉴스」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펭귄뉴스』 『악기들의 도서관』, 장편소설 『좀비들』『미스터 모노레일』이 있다. 2008년 단편 「엇박자 D」로 김유정문학상을, 2010년 「1F/B1」로 제1회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했다. 2011년 첫 산문집 『뭐라도 되겠지』를 펴냈다. 어린 시절 산만한 아이로 자랐으며 지금도 산만하고, 좋아하는 것만 먹는 편식주의자다. 대학 시절의 별명은 F4(F학점을 한 해에 네 번까지 기록했던 놀라운 성적)였으며 (근로)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에스프레소를 연료로 움직이는 생명체이며, 귀신을 믿지 않아서 밤에 잘 싸돌아다니는데, 그 때문인지 낮 동안은 햇볕 알레르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소리와 냄새에 매우 예민하지만 기억력이 형편없어서 성격은 매우 좋은 편이다.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명지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8년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개그맨』 『국경시장』, 중편소설 『이슬라』가 있다. 2010년·2011년·2012년 젊은작가상, 2018년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나 숭실대학교 문예창작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5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단편소설 「오른쪽에서 세 번째 집」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소설집 『풀밭 위의 돼지』 『포주 이야기』와 장편소설 『숨김없이 남김없이』『벌거숭이들』이 있다. 장편소설 『숨김없이 남김없이』, 시집 『뿔바지』를 펴냈다. 현재 사운드텍스트 그룹 A.Typist에서 활동 중이며, 2008년 한국일보문학상, 2012년 문지문학상을 수상했다. 2014년 현재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재직 중이다.


 

1972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200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토끼를 기르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 『자정의 픽션』 『핸드메이드 픽션』 『끄라비』, 장편소설 『새벽의 나나』가 있으며, <대산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했다.

1981년 눈이 많이 내리던 날 태어났다. 유년기에 이사를 자주 다녀서 어딜 가도 내 집, 내 고향 같다. 소설가가 되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소설은 쓰고 싶었다. 덕성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이후 낮엔 학원에서 중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고 밤엔 글을 쓰다가 2006년 <실천문학> 신인상 단편소설 부문을 통해 등단했다. 등단 2년 후부터는 낮엔 글 쓰고 밤엔 푹 잤다. 다음 생엔 적은 돈으로도 우주여행이 가능한 시대 혹은 행성에 태어나고 싶다. 은근히 열정적으로, 다음 생의 우주를 치밀하게 준비 중이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으로 제15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끝까지 이럴래》(공저), 《낚시하는 소녀》(공저), 《끝나지 않는 노래》, 《포맷하시겠습니까》(공저), 《이효석 문학상 수상 작품집 2012》(공저), 《팽이》,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와 동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대산창작기금을 받았다. 신동엽문학상, 문학동네젊은작가상, 무영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장편소설 《한없이 멋진 꿈에》 《로기완을 만났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여름을 지나가다》 등이 있다.
1969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났다. 200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종이냅킨에 대한 우아한 철학〉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소설집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가 있다.

책 속에서

공방의 달력에는 베를린행 비행기 표가 붙어 있었고, 작업대 위에는 구십 퍼센트쯤 만들어진 ‘Station’이 잘 보관돼 있었다. 템포 바퀴를 조립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계는 아직 생명을 얻기 전이었다. 시침도 분침도 초침도 조립하지 않은 상태, ‘Station’의 내부는 아직 생명을 창조하기 이전의 시간인 셈이다. 차선재는 ‘Station’을 마저 만들까 생각하다가 그러지 않기로 했다. ‘Station’에 시간을 불어넣는 순간 모든 게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질 것 같았다. 붙잡지 못한 순간, 가 닿지 못한 순간,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자꾸만 상기하게 될 것 같았다. 베를린행 비행기 표를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Station’에 시간을 불어넣는 순간, 그날의 선택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아버지를 부탁하고 베를린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더라면, 그래서 장수영을 만났더라면…… 차선재는 만약을 생각해 보았다. 그랬더라면 뭔가 달라졌을까. 차선재는 고개를 저었다. 베를린행 비행기를 타는 쪽을 선택했더라면, 아마 아버지의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선택이 달라진다면 결과도 달라진다. 결과를 되짚어 선택을 선택할 수는 없다. 차선재는 유리관째로 ‘Station’을 서랍에 넣었다.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채로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게 했다. _김중혁, <요요> 33-34쪽

 

여자는 책상에 머리를 처박고는 숨을 몰아쉬었다. 손을 뻗어, 어릴 적 슬픈 일이 있을 때마다 어머니가 해 주던 대로 제 뒤통수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가슴이 울렁거리며 아파 왔다. 집어치우고 싶었다. 다 집어치우고는 햇빛 쏟아지는 진짜 세계로 걸어 나가고 싶었다. 그건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황금 같은 시간을 쏟아부으며 해 온 일이었다. 숫자와 기호들을 책상에서 치워 버리는 순간, 여자는 자기 자신에 대한 모든 걸 부정해야만 한다. 그런 짓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의기소침할 것 없다고, 중얼거렸다. 다른 생각이 들까 봐 겁나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잠을 자는 시간, 먼지를 청소하는 시간, 빵을 사러 나갈 시간도 줄였다. 뒤를 보살펴 줄 누군가가 필요했지만, 그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쓸 시간 따위는 없었다. _박형서, <Q.E.D.> 135-136쪽

 

메이, 메이의 고향엔 메이처럼 생긴 사람들만 살아? 대부분. 그곳은 아주 멀다고 했지? 그럼, 수천 마일은 떨어져 있는걸. 거기, 가고 싶어? 가끔, 가끔은 그래. 그럼 나랑 가. 날 거기로 데리고 가 줘. 그래, 언젠가는 너를 여행 가방에 담아서 그 도시로 데리고 갈게. 말한 후, 메이는 나를 내려다보며 웃는다. 콧잔등에 주름이 잡히면서 왼쪽 볼에 살짝 보조개가 파이던 갈색 머리칼과 갈색 눈동자의 메이. 메이처럼 생기고, 메이만큼 손길이 따뜻한 사람들이 사는 도시를 나는 밤마다 상상하곤 했다. 아름다웠다. 매번, 예외 없이, 상상 속의 이 도시는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했고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은 한 스푼의 적의도 없는 순박한 미소로 내게 인사해 주었다. 싸우고 미치고 구걸하고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들은 단 한 명도 살지 않는 곳이었다. _조해진, <밤의 한가운데서> 168-169쪽

목차

목차
수상작
요요-김중혁
수상작가 자선작
바질-김중혁
추천 우수작
에바와 아그네스-김성중
알게 될 거야-김태용
Q.E.D.-박형서
밤의 한가운데서-조해진
우리의 약속이 불속에서 이루어지기를 기도했?다-조현
엘리-최진영
上行-황정은
기수상작가 자선작
이정(而丁)-이기호
수상소감
심사평
작가론-조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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