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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지나가다

조해진 저 | 민음사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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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7420542 / 232쪽 133 x 196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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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사람과 멀어지는, 상처로 생생한 도시 소설은 과거에 발목을 잡혀 미래를 꿈꿀 수 없는 남녀의 엇갈림과 마주침을 다루고 있다. 그들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얼핏 타인이 짐작할 수 없는 개인적 사정처럼 보이지만, 들여다볼수록 개인으로서 휘말릴 수밖에 없는, 한 사람의 생을 위협하는 구조의 압력이 드러난다. 작가는 거리를 두고 그들이 사는 거대한 공간을 탐색하는 동시에 가까이 마음을 붙여 한 명 한 명의 내뱉지 못한 절규와 울음을 듣는다. 아버지가 진 빚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된 ‘수호’, 안전한 직장과 결혼을 위해 약혼자를 저버리는 일을 선택했던 ‘민’. 그리고 그들이 만나고 떠나보내는 보람 연립의 ‘은희 할머니’와 옥상 놀이공원의 ‘연주’까지. 모두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시스템의 굴레를 뒤집어쓴 이들이다. 작가는 숨 가쁘게 돌아가는 도시를 바라보면서도 높은 건물과 빈틈없이 들어선 주택들 사이, 소외되고 고여 버린 슬픔들을 건져 낸다. 그러다가 마주친 사람들에게, 우리에게 생긴 상처의 모양이 전부 다르지만 실은 비슷하게 다쳤을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레 눈짓을 보낸다. ■그럼에도 계속될 계절, 사람과 만나는 순간 조해진은 여름이 깊어지는 시간, 고립된 이들과 버려진 공간에 대해 쓴다. 소설에서 그려지는 마음의 빈곤, 관계의 고독은 우리가 사는 도시를 닮았다. 각기 다른 사정으로 더 이상 타인에게 기대거나, 누군가를 책임지거나, 서로에게 힘이 되는 관계를 맺지 않으려고 결심한 이들은 여름을 통과하는 동안 우연하고 짧게 마주친다. 주인공 민과 수호는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타인이지만 종종 지친 몸과 마음을 두러 폐업한 가구점에 들르곤 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철저하게 혼자이며 다른 누구도 들어올 수 없다고 믿었던 공간에서 그들은 서로를 발견한다. 단절된 도시에서 이들이 겹치기까지는 어렵고 더뎌서, 만남은 꼭 한여름의 무지개 같다. 내내 뜨겁고 힘든 계절, 지나가는 소나기가 더위를 식혀 주길 바라는 계절. 비가 내린 뒤에는 아주 적은 확률로 무지개가 보일 것이다. 덥고 지치는 시간은 길고 무지개가 뜨는 순간을 반짝 짧을 테지만 우리가 더 오래 기억하는 것은 무지개의 시간이다. 민과 수호의 마주침, 『여름을 지나가다』를 읽는 우리의 마주침 역시 무지개의 시간이 될 것이다. ■추천의 말 이 소설을 읽고 나는 내 어깨 위에 온전치 못한 천사가 기우뚱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 권여선(소설가) 조해진은 소외된 사람에 대한 윤리적 감각의 진지함을 시종일관 유지해서 결국 사람의 진심과 만나게 해 준다. ―2019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 혼자서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 같은 어떤 ‘격조’ 같은 것이, ‘서술의 정석’ 같은 것이 이 작가에게는 있다. ―김화영(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와 동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대산창작기금을 받았다. 신동엽문학상, 문학동네젊은작가상, 무영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장편소설 《한없이 멋진 꿈에》 《로기완을 만났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여름을 지나가다》 등이 있다.

머리말

출간된 지 5년여 만에 개정판을 준비하면서 원고를 검토하고 수정하는 동안, 그사이에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에 대해 생각해 보곤 했습니다.

변하지 않은 것 중 하나는, 이 소설을 처음 구상할 무렵 제가 도시에 살면서 느꼈던 거주지의 불안함이 지금도 이 세상 곳곳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집은 존재를 증명하는 공간인 동시에 계급의 척도랄지 가장 안전한 투자처가 되기도 한다는 것, 그래서 거대한 불평등의 고리로서 작동할 때가 많다는 건 그대로일 테지요.

(……)

‘여름’은 기댈 곳이 없는 청춘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가장 에너지가 넘치지만 열매는 아직 얻을 수 없는 저마다의 여름을 지나가는 청춘들에게 이 소설을 안부 인사처럼 전하고 싶었던 작은 바람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밀도로 진심입니다.

책 속에서

수호는 천천히 문을 밀었다. 문이 열린 순간, 초여름의 저녁 대기를 가로지르는 작고 둥근 비눗방울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투명하게 빛나는 비눗방울 속엔 그 크기와 모양에 맞는 세상이 하나씩 들어가 있었는데, 수호에게 그곳은 허공에 세워진 도시처럼 아주 멀어 보였다.
-31쪽

그 배우는 1년 전, 가까웠던 한 사람을 그가 소속된 공동체로부터 추방한 적이 있다. 관계는 깨졌고 두 사람은 많은 것을 잃게 됐다. 극 속에서 배우는 헤어진 연인을 향한 미련이나 그리움도 마음의 사치가 되는 상황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제 종우에게 어떤 감정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배우는 알 수 없었다. 미련과 그리움이 완벽하게 소거된 순수한 죄책감이면 될까. 그 죄책감이란 감정은 어느 정도의 분량으로, 얼마나 자주 느껴야 진심이 되는 것일까.
-47쪽

다만, 종우가 그 선택을 하기까지의 긴 망설임이 민의 것인 듯 친숙하여 신기했을 뿐이다. 그즈음 그도 터득하고 있었을 것이다. 한 발만 잘못 디디면 계획에도 없던 다른 종류의 삶으로 빨려 들어가는 허약한 지점들이 우리의 인생에는 생각보다 많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어쩌면 민보다 더 절박하게, 더 구체적으로. 그럼 이곳은 흐릿한 곳일까, 명료한 곳일까.
-51쪽

너 돈 좀 있니? 철컹철컹, 말해 봐, 철컹철컹, 넌 뭣 때문에 학교도 휴학하고 일하러 다니는 거야? 철컹철컹, 대학교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사람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건 아니? 철컹철컹, 철컹철컹, 전차 소리가 잦아든 뒤에야 수호는 그녀의 목과 어깨 사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돈이 좋아요. 돈이 왜 좋아? 그녀가 고개를 들어 자못 진지한 얼굴로 다시 물었고 수호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화가 났다. 돈 싫어요?
-83쪽

목차

6월 7
7월 63
8월 128
여름의 끝 181

작품 해설 209
서로에게 번지는_김요섭(문학평론가)
개정판 작가의 말 224
초판 작가의 말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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