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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5743712 / 399쪽 130 x 193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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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기억이란 세월을 따라 그 농도가 묽어질 뿐이지, 뿌리마저 뽑히는 것이 아니었다 6?25 전쟁 때 끌려간 아들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한(恨), 민족을 배반하고 욕망의 늪에 빠진 인간의 상(像), 분단 후, 아내의 초상화를 그리며 세상을 떠도는 남자…… 억눌린 역사는 개인의 내면에서 여전히 살아 숨쉰다 대한민국의 시대와 역사를 가로지르는 대하소설『태백산맥』『아리랑』『한강』의 작가 조정래. 우리나라의 근현대 비극을 예리하게 그린 그의 대하소설의 태동을 느낄 수 있는 청년시절 대표 소설집 중 마지막 작품이『상실의 풍경』『어... 기억이란 세월을 따라 그 농도가 묽어질 뿐이지, 뿌리마저 뽑히는 것이 아니었다 6?25 전쟁 때 끌려간 아들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한(恨), 민족을 배반하고 욕망의 늪에 빠진 인간의 상(像), 분단 후, 아내의 초상화를 그리며 세상을 떠도는 남자…… 억눌린 역사는 개인의 내면에서 여전히 살아 숨쉰다 대한민국의 시대와 역사를 가로지르는 대하소설『태백산맥』『아리랑』『한강』의 작가 조정래. 우리나라의 근현대 비극을 예리하게 그린 그의 대하소설의 태동을 느낄 수 있는 청년시절 대표 소설집 중 마지막 작품이『상실의 풍경』『어떤 솔거의 죽음』『외면하는 벽』『유형의 땅』에 이어 출간된다. 새로이 출간되는『그림자 접목』은 1982년부터 1985년까지 조정래 작가가 문예지에 발표한 단편소설 7편을 모은 작품집으로, 의 8번째 책으로 출간될 당시 문학평론가 류보선이 “이 소설들을 통해 우리는 우선 『태백산맥』이나 『아리랑』의 작가로만 알려진 조정래가 사실은 단편소설이나 중편소설의 영역에 있어서도 결코 만만치 않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세월은 무심한 바람결이었다. 마루 끝 기둥의 등잔이 전기로 바뀌었고, 행여 행여 하며 보낸 나날이 쌓여 29년이 흘러가버린 것이다.
“이 길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생각하고 올라온 거 아닙니꺼. 어디 꼭 우리 칠성이라꼬 믿었겠씹니꺼. 아니라도 조니께 한번 보고 싶은 늙은이 노망 아닌교.”
노인은 깊은 한숨과 함께 말을 맺었다. 노인은 웃고 있었는데 그 얼굴은 허전하고 적막한 바람으로 가득했다. 그 표정에서 준구는,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한 번만 내 아들 칠성이라고 해달라는 것 같은 간절한 소망을 읽고 있었다.
―「그림자 접목」 중에서
“내 자식이 진 죄 다 아는디, 근디 부몬들 워쩔 것이요. 다 커뿌러 말 안 듣는디 부몬들 워쩔 것이요. 부모가 무신 죄가 있겄소, 살려주씨요.” 새터댁은 매일 경찰서로 쫓아가 온몸의 피를 태워가며 몸부림쳤다. 유일하게 아는 얼굴인 강춘복을 보기만 하면 바짓가랑이를 잡고 땅에 무릎을 꿇어 애원했다. “어이웨 춘복이, 자네는 동일이허고 동무였잖은가. 동일이 그놈 나쁜 거 내 다 알어. 그놈헌테 즈그 아부지가 을매나 말린지 아는가? 그놈 귀가 벽창호였단 말이시. 힘 잠 써주소, 힘 잠 써주소.” “아짐씨가 이래 싼다고 일이 풀리는 것이 아니어라. 그라고 동일이는 인자 우리 심장에 총구녕 겨눈 원수가 되야분 것 아니요.” 이 말에 대꾸할 말이 없어 새터댁은 춘복의 바짓가랑이를 놓으며 땅바닥에 엎드려 오열했다.
―「박토의 혼」 중에서
“이 사람아, 미국은 그런 나라가 아냐.”
가까운 호떡집에 자리 잡고 앉아 그의 염려를 들은 황상필은 대뜸 이렇게 말하며 그의 어깨까지 툭 쳤다. 황상필은 미국을 아주 잘 안다는 투였고, 말도 어느새 편안하게 놓고 있었다.
“물론 나도 첨엔 그런 의심을 안 한 게 아니었지. 우리가 누군데. 헌데 지금 형편으론 똥 묻은 개다 뭐다 가릴 형편이 아니거든. 좌익세력은 날로 번창하지, 미국은 자기네 세력을 구축해야 되겠는데 인물들은 모자라지, 정작 몸이 단 건 우리가 아니라 군정 쪽이라구.”
황상필은 호떡을 우물거리며 아주 여유만만하게 이야기했다. 황의 그런 태도는 허세 같기도 했고 아닌 것 같기도 했고, 종잡기가 어려웠다. 어쨌든 황의 그런 태도를 대하자 일단 안심은 되었고, 한편으로 그 조치에 그처럼 감지덕지했던 것이 창피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시간의 그늘」 중에서
아내 소엽의 얼굴이 떠올랐다. “만약에, 만약에 엄마를 못 찾게 되면 어떻게 되겠어요.”
아내는 더 견딜 수 없다는 듯이 말을 하고 말았다.
“그래도 찾을 때까지는 찾아봐야 되잖겠어.”
현우는 이렇게 말을 해놓고는 자신의 맥 빠지는 말에 그만 짜증이 일어났다.
“두려워요.”
아내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나도 당신과 똑같은 생각을 했어. 그렇지만 이번 방법은 아버님이 지난 20년 동안 하셨던 방법보다 더 효과적일지도 모르거든.”
“어쩜…… 엄마는 이 남쪽 땅에 없는지도 몰라요.”
아내는 흐느끼듯이 말했다. 그 말이 야릇한 슬픔으로 현우의 가슴을 찡 울려왔다. 그리고 뇌리에는 그림으로 본 장모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길」 중에서
목차
그림자 접목
회색의 땅
박토의 혼
흔들리는 고향
메아리 메아리
시간의 그늘
길
작가연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