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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오 영감 (큰글자)

원제 : Le Pere Goriot (1835년)
시리즈 : 큰글자 세계문학컬렉션(살림) [27]

오느레 드 발자크 저 | 진형준 역 | 살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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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2241153 / 268쪽 197 x 2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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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사실주의의 시조, 인간 내면의 순수와 탐욕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고리오 영감』 오노레 드 발자크는 사실주의의 시조로 평가받는다. 오노레 드 발자크는 자신이 집필한 90여 편의 장편과 단편을 서로 연결시켜 『인간희극』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작품 세계로 만들었는데, 인간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상과 사건사고를 자신의 작품을 통해 보여주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실현시킨 것이다. 그래서 발자크는 19세기 프랑스 사회와 인간 군상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다양한 성격과 특징을 가진 수많은 등장인물을 창조하고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일상을 상세하게 그림으로써 사실적인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애썼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대표작 중 하나인 『고리오 영감』에서 ‘이 내용은 허구도, 소설도 아니다. 모든 것이 사실이다’라고 자신 있게 선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는 어떤 ‘사실’들이 담겨 있을까? 가난한 귀족 집안 출신의 청년 법학도 라스티냐크는 오로지 성공하기 위해 부푼 꿈과 야망을 안고 파리로 상경한다. 그는 보케르 부인의 허름한 하숙집에 묵으면서 파리의 사교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의 옆방에는 욕심 많은 두 딸에게 무한한 애정을 바쳤지만 정작 자신은 딸들의 무관심 속에 홀로 남겨진 고리오 영감이 살고 있다. 라스티냐크는 고리오 영감과 두 딸의 관계를 자신의 출세를 이루는 수단으로 이용하려고 하지만 고리오 영감의 순수한 부성애를 목격하게 된다. 그래서 라스티냐크는 돈과 명예를 모두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외면하고, 모든 재산을 딸들에게 바친 채 낡은 하숙방에서 병들어 죽어가는 고리오 영감을 보살핀다. 결국 노인은 라스티냐크 앞에서 세상을 떠나고 그동안 상류사회의 부조리를 두 눈으로 목격한 라스티냐크는 그의 죽음으로 인해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 성공과 출세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그는 파리의 야경을 바라보며 “자, 우리 간의 대결이다!”라고 외치며 타락한 세상에 맞서 다시 한 번 성공의 의지를 다진다. 그는 고리오 영감을 통해 깨달은 순수함을 포기하는 대신 출세를 위해 세상과 타협하는 법을 얻은 것이다. 발자크가 『고리오 영감』을 집필했던 때는 프랑스 사회가 1830년 7월 혁명을 통해 왕정복고 시대의 시대적 빗장을 풀고 정치·문화·사상적으로 많은 전환점을 가지고 온 시대였다. 이를 바탕으로 초기 자본주의가 사회에 뿌리를 내리면서 사람들은 돈과 권력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고 사회적 출세를 최상의 목표로 삼는 등 탐욕과 속물적 근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숭고와 희생의 상징이자 ‘부성애의 그리스도’인 고리오 영감과 상류 사회로의 진출을 꿈꾸지만 자그마한 순수함을 지녔던 청년 라스티냐크의 모습은 당시 격변하던 프랑스 사회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는 타락한 세상에서 진정으로 타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타락에 어느 정도 몸을 담가야 하고, 자신의 속물적인 모습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고리오 영감』은 우리의 불편한 속내를, 있는 그대로 비춰주는 탁월한 거울인 셈이다.

저자 소개

 1799년 프랑스 투르 지방에서 태어난 오노레 드 발자크 Honore de Balzac 는 프랑스가 배출한 가장 위대한 소설가 중 한 사람으로, 정통적인 고전 소설 양식을 확립하는데 이바지한 근대 사실주의의 대가로 손꼽힌다. 1815년부터 아버지의 바램 대로 법학공부를 시작하였고, 이후 공증인 사무실에서 서기를 했으나 1819년 공증인의 길을 포기, 아버지의 뜻에 등을 돌리고 비극『크롬웰』과 소설『팔튀른』『스테니』를 쓰며, 그가 원했던 대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렇다 한 성공은 올리지 못하고 연인 베르니의 도움으로 시작한 출판업 역시, 실패로 막대한 빚을 지게 된다. 그는 이 빚을 갚기 위해 불철주야 작품을 써냈으며 이 시기 사교계와 문학계에 출입하면서 신문 · 잡지에 많은 콩트와 소설을 발표한다. 왕성한 창조력과 정열로 끊임없이 작품에 전력투구한 결과 20년간 90편의 장편과 중편, 30편의 단편, 5편의 희곡 등 실로 엄청난 양의 작품을 남기게 되었는데, 이 방대한 작품들은 전체성과 유기성을 부여하려는 의도 하에 다시 『인간 희극 Le Comedie humaine』이라는 총괄적인 칭호로 태어난다.

따라서 발자크의 작품 세계는 『인간 희...1799년 프랑스 투르 지방에서 태어난 오노레 드 발자크 Honore de Balzac 는 프랑스가 배출한 가장 위대한 소설가 중 한 사람으로, 정통적인 고전 소설 양식을 확립하는데 이바지한 근대 사실주의의 대가로 손꼽힌다. 1815년부터 아버지의 바램 대로 법학공부를 시작하였고, 이후 공증인 사무실에서 서기를 했으나 1819년 공증인의 길을 포기, 아버지의 뜻에 등을 돌리고 비극『크롬웰』과 소설『팔튀른』『스테니』를 쓰며, 그가 원했던 대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렇다 한 성공은 올리지 못하고 연인 베르니의 도움으로 시작한 출판업 역시, 실패로 막대한 빚을 지게 된다. 그는 이 빚을 갚기 위해 불철주야 작품을 써냈으며 이 시기 사교계와 문학계에 출입하면서 신문 · 잡지에 많은 콩트와 소설을 발표한다. 왕성한 창조력과 정열로 끊임없이 작품에 전력투구한 결과 20년간 90편의 장편과 중편, 30편의 단편, 5편의 희곡 등 실로 엄청난 양의 작품을 남기게 되었는데, 이 방대한 작품들은 전체성과 유기성을 부여하려는 의도 하에 다시 『인간 희극 Le Comedie humaine』이라는 총괄적인 칭호로 태어난다.

따라서 발자크의 작품 세계는 『인간 희극』이라는 대작으로 대변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소설들이 당시 프랑스 사회전체를 이해하는 수단이 되게 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으며, 한 소설의 등장 인물을 다른 소설에서 재등장시키는 기법을 통해 통일된 하나의 소우주를 형성하였고, 이로서 작품 속의 세계는 그 깊이와 폭에서 더욱 현실감을 얻게 되었다. 발자크는 '호적부 보다 더 완전히 당대인의 생활을 기록할 것'이라는 작품 철학으로 연애와 풍류로 점철 되어 있던 당대 프랑스 소설에 충격을 주었으며, 낭만적인 색채가 짙은 작품도 있으나 전체적인 작품의 기조는 정밀한 관찰, 완전한 기록에 초점을 둔 사실적이며 자연적인 것이었다. 염세주의자, 회의주의자, 비도덕성, 거친 문체 등으로 그 당시의 대중들에게 환영을 받았으며, 전문가들에게는 냉대와 멸시를 받았다. 하지만 도스토예프스키, 와일드, 딜타이, 빅토르 위고와 같은 문인들에게는 찬사를 받았다.

낭만주의와 리얼리즘, 거기에 신비주의적 사상을 담은 작품을 써내기도 하는 등 정력적인 작품 활동을 펼친 발자크는 1832년부터 사귀어온 한스카 부인과 1850년 3월에 결혼식을 올렸으나 그 해 8월 18일 병세 악화로 사망한다.

저서로는『루이 랑베르』『시골 의사』『외제니 그랑데』『철학적 연구』『고리오 영감』 『사라진느』 『사촌 베트』『세자르 비로토』『골짜기의 백합』『인간 희극』등이 있다. 


 

역자 소개

지은이 진형준은 30년이 넘게 대학에서 불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불문학자다. 그러나 그는 불문 학 내의 특정한 장르나 문학사조를 전공한 것이 아니다. 대신 ‘상상력’을 전공했다. 아니, ‘상상력을 중심으로 한 인간학’을 전공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자신이 선택한 상상력을 공부하면서 그는 인간의 영혼이 알록달록하다는 것, 인간의 삶과 사회는 결코 일정한 결정론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 이질적인 것들 간에도 맥이 통하고 있다는 것을 배웠고, 더 나아가 보이는 현상 너머를 파악하는 법을 배웠다. 달리 말하면 다원주의 정신과 유기적 사유를 배웠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상상력 공부를 해나가다보니 그는 좁은 안목에서 벗어나 툭 터진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고, 그 결과 전공과는 꽤 멀리 떨어져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일들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기도 했고, 미술대학과 경영대학원에서, 또 여러 기업체의 간부들을 대상으로 ‘상상력과 창의성’을 강의하기도 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의 원장을 맡으며 그간 공부해온 상상력의 이론과 방법을 조직의 운영에 접목시켜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도 얻었다. 상상력의 가장 큰 특징이 넘나드는데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외국문학을 전공한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뼈저린 자기성찰과 반성을 피할 수 없었다. 상상력을 공부하면 할수록 서구 문화는 지구상의 여러 알록달록한 문화들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이 더욱 뚜렷하게 이해됐던 것이다. 그때부터 그는 동양의 고전들을 더 의도적으로 접하게 되었다. 틈틈이 동양의 고전신화인 산해경을 읽고 한문을 배우고 한시를 공부했다. 
그렇게 만난 동양의 고전들을 접하면서 그는 다시금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됐다. 프로이트가 무의식을 발견하고 융이 심층 심리학을 심화시켜가는 과정은 그 자체가 동양의 음양론에 가까이 가는 과정이라는 것, 또 보들레르를 중심으로 한 프랑스의 상징주의가 동양의 선(禪)사상과 맞닿아 있다는 것, 서구에서 가장 낯설고 가장 첨단에 속하는 ‘상상력의 인간학’이 동양의 주역 정신과 무척 가깝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서구에서 가장 새로운 것이 우리에게는 가장 친숙한 것이자 가장 오래된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는 이런 공부를 통해 얻은 통찰로 이 책에서 우리의 지식사회를 정조준하여 비판한다. 우리 지식사회의 주류는 여전히 서구적 인식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그조차도 서구에서는 낡은 것으로 간주되는 지식과 사상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시효 만료된 지식과 사상을 오퍼상처럼 들여와 오랜 기간 동안 마치 보검인 양 휘두르는 관행이 여전히 만연한 가운데, 그는 서구의 인식론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고자 논어를 읽었고,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 행복한 결합이 되도록 꿈꾸기 위해 공자님을 만났다. 이 책은 그 행복한 만남의 결과이자 우리 지식사회의 서구중심주의에 대한 반성이다. 
공자님과의 행복한 만남을 통해 그가 얻은 통찰을 이 책에 쏟아낸 저자는 앞으로 우리 조선의 유학자들을 만날 기대에 한껏 마음이 부풀어 있다. 

책 속에서

P. 11 당신은 아마 한가롭게 푹신한 의자에 엉덩이를 파묻고 이 책을 펼쳐 든 채, ‘이 책 재미있겠는걸’이라고 중얼거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고리오 영감의 불행한 이야기를 다 읽은 다음 당신은 곧장 맛있는 저녁을 먹을 것이다. 그러고는 자신의 그런 무심함을 작가 탓으로 돌릴 것이다. ‘참, 과장도 심하군’이라고 생각하거나 ‘너무 시적으로 썼어’라고 중얼거리면서 말이다.
하지만 꼭 알아두시라! 이 드라마는 허구도 아니고 소설도 아니다. 모든 것이 사실이다. 너무도 사실적이라서 읽는 이는 이 드라마에서 자기 집, 또는 자기 마음속에서 벌어질 만한 일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P. 76~78 부인이 죽자 고리오의 마음속에는 아내를 향한 사랑 대신 부성애라는 감정이 무럭무럭 자라나 모든 것을 압도하게 되었다. 아내에게 쏟던 애정을 그는 두 딸들에게 옮겨 쏟아부었다. 그가 부자인 것을 다들 알았기에 자기 딸들을 아내로 주겠다며 접근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지만 그는 그냥 홀아비로 살겠다고 했다.
그는 당연히 두 딸에게 분에 넘치는 교육을 시켰다. 연 수입 6만 프랑 이상의 부자이면서도 자신을 위해서는 단 1,000프랑도 쓰지 않는 그가 딸들 교육을 위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딸들은 승마도 했고 마차도 가졌으며 마치 부유한 늙은 영주의 정부라도 되는 듯이 풍족한 생활을 했다. 아무리 돈이 많이 드는 일이라도 딸들이 하고 싶다면 아버지는 스스로 서둘러서 원하는 것을 들어주었다. 그는 딸들이 자기에게 잘못하는 짓까지도 사랑할 정도였다.
딸들이 출가할 나이가 되자 그녀들은 각자 취향대로 남편을 선택할 수 있었다. 딸들이 각자 아버지 재산의 반씩 지참금으로 가져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나스타지는 미모 덕분에 레스토 백작의 구혼을 받을 수 있었다. 그녀는 귀족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었기에 그를 배우자로 택했다. 반면에 델핀은 돈을 좋아했다. 그녀는 독일 출신으로 신성로마제국의 남작이 된 은행가 누싱겐 씨와 결혼했다.
고리오는 그 뒤로도 제면업에 계속 종사했다. 딸들과 사위들은 그가 이 사업을 계속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체면이 손상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일을 그만두라는 딸과 사위들의 성화에 못 이겨 그는 상점을 팔고 은퇴했다. 은퇴한 후에도 그의 수입은 연간 8,000에서 1만 프랑은 되었다. 두 딸은 은퇴한 아버지를 집에 모시기를 꺼려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남들이 보는 앞에서 아버지가 자기들 집에 드나드는 것까지 노골적으로 싫어했다. 완전히 홀로 된 영감은 결국 보케 하숙집에 투숙해서 숙식을 해결하게 된 것이다. 


P. 111~112 “아니, 이보다 더 나은 데 살면 뭐하려고? 당신에겐 설명하기 어려워. 요컨대 이거야. 내 인생은 내 두 딸에게 있다, 이거란 말이오. 딸들만 따뜻하면 나는 춥지 않아요. 딸들이 웃으면 나는 하나도 지루한 게 없어. 내게 슬픔이 있다면 그건 오로지 딸들이 슬플 때뿐이라오. 자식이 행복해질수록 더 행복해지는 것, 이런 건 설명 못 해요. 학생도 나중에 알게 될 거요.
아마, 이건 이해할 거야. 나는 아버지가 되고서야 진정으로 하느님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오. 저렇게 사랑스러운 딸들을 이 세상에 보내신 하느님을 어찌 믿지 않을 수 있겠소? 다만 나는 하느님이 세상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내 딸들을 사랑해요.
이봐요. 내 사랑스런 딸을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라면 나는 그 사람 신발도 닦아주고 그 사람 심부름도 다 해줄 수 있소. 그 아이 하녀를 통해 그 마르세라는 사람이 못된 개 같은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소. 그놈 목을 비틀어버리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니까. 그렇게 예쁜 내 딸을 사랑하지 않다니!”
외젠의 눈에 고리오 영감이 숭고해 보였다. 고리오 영감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를 빛나게 한 것은 타오르는 부성애 바로 그것이었다. 이 순간 영감의 목소리에는 위대한 배우가 보여주는 몸짓 같은 것이 있었다. 


P. 185~186 “오, 가엾은 아버지, 도대체 어떻게 하신 거예요?”
“네가 이 친구 집을 마련하고 마치 결혼 앞둔 신부처럼 이것저것 사들이는 걸 보면서 ‘우리 딸 형편이 어렵겠다’고 생각했단다. 소송 대리인 말로는 네 남편에게 제기한 소송을 통해 그자가 재산을 내놓기까지는 반년 넘게 걸릴 거라더라. 나는 생각했단다. ‘좋아, 내 평생 연금 공채를 팔면 되지!’ 그래서 매년 1,350프랑씩 받을 수 있는 연금 공채를 팔았어. 그걸 1,200프랑짜리 연금 공채로 바꾸고 나머지 돈으로 물건 값들을 지불한 거야. 나는 그 정도로도 충분히 지낼 수 있어. 나는 저 하숙집 꼭대기 방에 살면서 1년에 150프랑만 내면 돼. 또 하루에 2프랑이면 왕자처럼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어. 난 낭비도 안 하고, 옷도 거의 필요 없어. 그러니 1,200프랑이면 오히려 돈이 남아. 자, 너희도 행복하지?”
누싱겐이 아버지의 무릎으로 뛰어오르더니 뺨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사랑하는 아버지, 진짜 우리 아버지! 하늘 아래 아버지 같으신 분은 둘도 없으실 거예요.” 


P. 255~256 6시에 고리오 영감의 시신은 묻혔다. 무덤 주위에는 딸들이 보낸 사람들이 서 있다가 노인의 영혼을 위한 짤막한 기도가 끝나자마자 사라졌다. 매장 일꾼이 일을 끝내자 외젠에게 와서 팁을 달라고 했다. 주머니를 뒤져보니 텅 비어 있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크리스토프에게 1프랑을 꾸어야 했다. 돈을 꾼 것 자체는 별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라스티냐크의 마음속에 무서운 슬픔이 밀려왔다.
해는 지고 축축한 땅거미가 내려앉았다. 그는 무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리오 영감과 함께 청춘의 마지막 눈물을 묻어버렸다. 순수한 마음, 거룩한 감정에서 우러나온 눈물이었으며, 그 땅에서 다시 샘솟아 하늘까지 가 닿을 그런 눈물이었다. 그는 팔짱을 끼고 구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라스티냐크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크리스토프는 그를 그 자리에 남겨둔 채 하숙으로 돌아갔다.
혼자 남은 라스티냐크는 높은 언덕 쪽으로 몇 걸음 걸어 올라갔다. 센강 양쪽 기슭을 따라 등불이 켜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는 등불을 따라 구불구불 누워 있는 파리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가 뚫고 들어가고자 했던 그곳, 방돔 광장 기둥과 앵발리드 둥근 지붕 사이, 그 멋진 사교계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웅웅거리는 벌집과도 같은 그곳에서 꿀을 빨아내기라도 할 것 같은 시선으로 그곳 파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장중하게 말했다.
“자, 이제 파리와 나, 우리 간의 대결이다!”
라스티냐크는 저녁을 먹으러 누싱겐 부인 집으로 향했다. 그 사회에 대한 그의 첫 번째 도전의 발걸음이었다. 

목차

제1장 서민 하숙집
제2장 사교계에 입성하다
제3장 불사조
제4장 아버지의 죽음

『고리오 영감』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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