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30일 오늘의 책
이철수 | 삼인 | 2010.12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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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언젠가 오게 될 아름다운 세상을 그립니다 판화가 이철수가 제천 외곽에서 농사를 지으며, ‘이철수의 집(www.mokpan.com)’을 통해 나뭇잎 편지(엽서)를 보낸 지 9년이 되었다. 매일매일 그의 엽서를? 받아 보는 사람도 점점 늘어 이제 6만 명에 이른다. 나뭇잎 편지는 2004년에 처음 책으로 묶어 냈고(《밥 한 그릇의 행복 물 한 그릇의 기쁨》), 《오늘도 그립습니다》는 여섯 번째로 엮어 내는 나뭇잎 편지 모음집이다. ...
봄인 듯하더니 어느새 여름이고 가을이더니 이제는 겨울입니다. 그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흘러가는 시간이 참 우습구나 생각하는 찰나, 정신없이 흘러오기만 한 건 ‘나’이지 시간이 아니구나, 퍼뜩 깨닫습니다. 또 한 해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삶에 여백이 있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빼곡하게 채워진 일상에도 틈이 있다면 그 속에서 숨이라도 잠시 돌리고 싶다, 생각합니다. 뒤늦게 돌아보거나 성급하게 앞을 내다보는 일 없이 바로 ‘지금’을 느끼고 생각하는 일. 흘러온 시간만큼 생명이 할 일을 게을리 하지 않고 차곡차곡 걸어와 ‘지금’에 당도한, 이 ‘겨울’의 자연이 그러하듯이.
“눈 나라가 되었습니다. 눈 쌓여 아름다운 세상이 되었다는 소식보다는. 눈 내려 불편했다는 소식이 더 많이 들렸습니다. 생활이라는 말에는 편리의 비중이 더 크겠지요? 그러니까 잃어버린 편리가 제일 크게 느껴지는 걸 테고요? 그것도 이해가 됩니다.
눈가래로는 감당이 안 되는 큰 눈이 내렸습니다. 외출계획은 모두 미루었습니다. 일 없는 날이 되어버렸지요. 두어차례 눈밭을 치우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소용없는 일이었거든요.
늘 그렇듯 자연은 오시는 눈을 말없이 다 맞고 있습니다. 산 짐승들은, 깊은 눈밭에서, 먹이를 찾아 나서기도 할 겁니다. 아름다운 눈의 나라에서 우리 여러 날 불편하게 지내겠네요?” (24쪽)
삶의 여유, 일상의 틈을 바라는 마음으로 ‘나뭇잎 편지’를 읽어봅니다. 한 해 동안의 편지들을 모아둔 <오늘도 그립습니다>에서, 매순간이 사색으로 깃들어 있는 평범한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합니다. 간결하고 단아한 그림에 투박한 손글씨의 필체가 더해진 나뭇잎 편지를 보고 있자니, 보이는 그대로 눈에 담긴 여백이 마음으로 스미는 듯합니다.

나뭇잎 편지. 이토록 걸맞은 이름이 있을까요? ‘나뭇잎’에 글이 적히고 생각이 담겨 ‘편지’가 아니라, 나뭇잎 그대로가 글이고 생각이며 편지인 겁니다. 겨우내 “바람에 지지않고 흔들리며 견디는” 마른 풀이, “아름다운 것들은 끝끝내 아름답다. 살이 다하면 뼈로 견딘다. 겨우내 그렇게!”라는 편지가 된 것처럼.
어디 그뿐인가요? 나뭇잎 편지를 읽어내는 작가의 시선은 자연과 생명에 반하는 인간의 어리석음 또한 놓치지 않습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 ‘천안함 침몰 사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자살’ 등. 그의 말처럼 “죽음이 너무 많고, 죽음이 너무 흔한 사회” (147쪽)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은.

ⓒ 이철수 www.mokpan.com
“마음 끝이 곧 벼랑 끝인”데 “마음을 가르치는 데는 많지 않”은 이곳에서 우리는, “미래를 말하지만 가능성은 없는, 겉만 화사한 거리를 떠나야 합니다. 말은 화려하고 삶은 누추한 사람들 곁을 떠나야 합니다. 그 마음의 폐허를 떠나야 합니다. 소박하고 단순한 삶과 조용히 깊어지는 내면의 조화 말고 다른 길이 있나요? 욕심 하나씩 내려놓기. 조금 더 나누기. 더 많이 행동하고 저항하기.”
떠나야 할 마음의 폐허가 내 안에도 있습니다. 말은 화려하고 삶은 누추한 사람들 사이에 내가 있습니다. “남보다 더 세련되고 더 고급스럽고 더 값비싼 휴식을 누리겠다는 욕망” (101쪽)도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진정한 의미의 쉼이 없었던 거겠죠. 쉬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내 마음부터 챙길 일입니다. “소박하고 단순한 삶과 조용히 깊어지는 내면의 조화”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연민의 눈으로 나와 세상을 바라보자 하고, 평범한 일상이 드높은 정신으로 가는 피할 수 없는 길이라 말하는 그”의 말에 귀 기울이는 까닭입니다.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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