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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벨벳

시리즈 : 간바라 메구미 시리즈 [3]

온다 리쿠 저 | 박정임 역 | 너머 |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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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5449293 / 404쪽 120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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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동서양 문화의 교차점에서 맞이하는 간바라 메구미의 세 번째 미스터리여행. ‘블랙 벨벳’이라는 정체 모를 존재에 담긴 세계의 비밀과 그 연결고리를 연다! 바이러스 헌터, 간바라 메구미는 지인 다다 나오키의 부탁으로 실종된 한 생물학자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T공화국으로 떠난다. 그 전에 안타레스라고 하는 알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도 소문으로만 떠돌던 꿈의 진통제 ‘D.F’ 거래를 미끼로 T공화국으로 초대받는다. 그렇게 T공화국으로 떠난 간바라 메구미가 처음 맞닥뜨린 사건은 찾아달라고 부탁을 받은 생물학자 아키코 스턴버그가 도심 한복판에서 살해당하는 현장이었다. 급히 이 사실을 다다 나오키에게 알리려 했지만 그가 의문의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에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을 초대했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안타레스와 D.F의 존재 여부, 그리고 온몸이 검은 이끼로 뒤덮인 채 발견된 사체 이야기는 간바라 메구미를 혼란에 빠뜨리게 한다. 특히 연구 때문에 올 수 없어 간바라 메구미에게 아내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던 남편 조엘 스턴버그의 출현은 더더욱 퍼즐이 모아지기는커녕 더 흩어질 뿐이었다. 그런 가운데 안타레스의 요구대로 간바라 메구미 일행은 T공화국을 여행하게 되지만, 기대했던 안타레스와의 만남은 이어지지 않은 채 오히려 마약 거래범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일들을 접한다. 해결의 실마리는 아키코 스턴버그의 남편이 조엘 스턴버그가 아닌 나오즈미 스턴버그인 것으로 알게 되는 것을 시작으로 하나씩 퍼즐을 이어나간다. 또한, 다다 나오키와 나오즈미 스턴버그와 아키코 스턴버그가 관계가 있고 이들이 모종의 연극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는다. 더불어 안테레스와 D.F, 온몸이 이끼로 덮인 사체 이야기도 실체가 없거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또 메구미가 소속된 다국적기업 위저드사와 T공화국과의 사이에 무엇이 있다고 판단하게 된다. 그리고 이 작품의 끄트머리에 등장하는 ‘블랙 벨벳’―의식을 되찾은 다다 나오키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어떤 사실의 존재를 알리려고 하는 복선이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간바라 메구미의 퍼즐이 마침내 하나로 모이게 된다. 간바라 메구미 시리즈 세 번째인 이 작품에서는 《메이즈》에서 안락의자 탐정이었던 미쓰루가 재등장하고, 《클레오파트라의 꿈》에서 추억 속 기억으로 나온 고교 시절 연인 다치바나 히로후미의 등장에 따른 간바라 메구미의 미묘한 옛 감정이 나타나는 등 시리즈물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미쓰루나 다치바나의 등장이 생각지도 않은 또 하나의 반전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블랙 벨벳》은 〈간바라 메구미 시리즈〉의 완성을 더 해주고 있으며, 이것이 시리즈의 끝이 아니라 이야기가 더 나올 수도 있다는 여지를 안겨주고 있기도 하다. 흩어진 퍼즐을 이어줄 연결고리의 중심 《블랙 벨벳》을 비롯한 〈간바라 메구미 시리즈〉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중심은 세계의 비밀과 음모, 미스터리한 일들에 얽힌 어떤 사실의 존재를 밝히는 과정에 있다. 작품의 결과만을 놓고 보면 허무함이 없는 것은 아니나 사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어느 것 하나 확실하지 않은 불확실성의 세계를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불확실한 세계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의 중심은 그 어느 것보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제대로 보고, 제대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진실에 있지 않은가라는 것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세계의 불확실성을 조금이나마 걷을 수 있는 출발선이지 않을까 한다.

저자 소개

1964년 일본 미야기현에서 태어났다. 와세다대학교 교육학부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소설을 집필, 1992년 일본판타지노벨대상 최종 후보에 오른 『여섯 번째 사요코』로 문단에 데뷔했다. 2005년 『밤의 피크닉』으로 제26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과 제2회 서점대상을 수상했고, 이듬해인 2006년 『유지니아』로 제59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2007년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로 제20회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일본의 대표 작가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2016년에는 무려 12년에 걸친 구상과 11년의 취재, 7년의 집필 끝에 완성한 대작 『꿀벌과 천둥』을 출간, 일본 출판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무대로 인간의 재능과 운명, 음악의 세계를 가장 아름답게 그렸다고 평가받은 이 작품은 2017년 제156회 나오키상과 제14회 서점대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역사적인 첫 동시 수상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또한 『밤의 피크닉』 이후 12년 만에 또 한 번 서점대상을 수상함으로써, 일본 문학사상 최초로 서점대상 1위에 두 번 오른 작가가 되었다. 올해로 데뷔 25주년을 맞는 온다 리쿠는 지금껏 판타지, 호러, 미스터리, SF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60여 편이 훌쩍 넘는 작품들을 발표했고, ‘노스탤지어의 마술사’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한국과 일본 독자들에게 폭넓게 사랑받고 있다. 

역자 소개

경희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일본 지바 대학에서 일본근대 문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출판기획과 번역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다니구치 지로의 『고독한 미식가』 『산책』, 구스미 마사유키 원작, 츠치야마 시게루의 『방랑의 미식가』 『돌아온 방랑의 미식가』 『황야의 미식가』를 비롯한 마스다 미리의 ‘수짱 시리즈’, 요코야마 히데오의 『클라이머즈 하이』, 기타모리 고의 『꽃 아래 봄에 죽기를』, 온다 리쿠의 『로미오와 로미오는 영원히』, 그리고 『미야자와 겐지 전집1·2·3』 등이 있다. 

책 속에서

호텔 방으로 돌아온 메구미는 노트북을 인터넷에 연결하고 사이트 몇 곳을 검색해본다. 업무상 가끔 들여다보는 사이트다.
부자연스러운 병사, 미지의 바이러스로 의심되는 병사에 관한 정보가 모여 있다. 공적인 사이트도 있고 개인이 운영하는 곳도 있다. 신기하게도 세계 곳곳에서 정보를 모으고 있는 국제기관보다 개인이 꾸준하게 정보를 모으고 있는 사이트가 1차 정보에 빠르기도 하고 정확할 때도 있다. 조직이 커지고 관료적인 색채가 강해지면 대량의 정보를 수렴할 수 있지만 놓치는 정보도 많아지는 듯하다. 정보는 여러 사람의 입을 거치다 보면 입맛에 맞게 더욱 그럴듯하게 가공되기 때문에, 정리되지 않는 애매한 정보는 자연적으로 버려지게 된다.
미쓰루의 이야기가 마음에 걸렸다.
T공화국의 어느 지역에서 발생한 환자 이야기.
온몸이 검은 이끼 같은 것으로 뒤덮인 채 사망한다……. 상당히 충격이고 눈에 띄는 특이한 죽음의 형태다. 만약 그런 사망자가 나왔다면 소문이 날 만한데.
메구미는 빠른 속도로 화면을 스크롤 해간다.
처음에는 최근 반년으로 좁혀봤지만, 그럴 만한 것이 나오지 않아서 결국에는 오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찾아보았다. 하지만 비슷한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온몸이 검어지는 병. 그런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는 흑사병이 유명하지만 그것은 패혈증이 함께 온 탓으로, 온몸에 울혈鬱血이 생긴 것처럼 짙은 보라색으로 변하는 증상을 ‘흑사’라고 불렀던 듯하다. 신체의 면역기능이 극단적으로 떨어지면 곰팡이가 생기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검은 이끼라니, 대체 뭘까.
갑자기 아키코 스턴버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일자 단발머리. 정면으로 이쪽을 응시하는 시선.
사진을 보고 머릿속에 새겨두었던 이미지다.
처음에 봤던 사진의 진지한 얼굴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메구미의 머릿속에서 아키코 박사는 육체를 갖고 입체적으로 일어섰으며, 미소를 지으며 가벼운 동작으로 춤을 추고 있다.
잠깐, 당신이 지금 왜 나오는 거야.
메구미는 아키코의 환영에 항의했다.
아키코는 후훗 하고 웃는다.
재미있는 걸 발견했어. 아주 아주 재미있는걸.
그게 뭔데? 당신은 어렸을 때부터 공부만 했을 거고, 더구나 당신의 명석한 두뇌에는 일본이 너무 답답했겠지. 그래서 이국적인 이 거리에서 이국적이고 젊은 제비라도 만난 거야?
제비? 아아 옛날에 우리 집 처마 끝에도 자주 왔었어.
아키코는 허리 뒤로 양손을 깍지 낀 채 눈을 크게 뜨고 이쪽을 본다.
메구미는 냉정하게 손을 흔든다.
어이 어이, 농담은 그만하지. 내숭 떨 나이는 아니잖아. 설마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말로 모르는 건 아니겠지?
아키코는 상대하지 않고 작은 원을 그리듯 걷고 있다.
제비가 그리는 선은 독특하지? 난 어렸을 때 검객의 쓰바메가에시燕返し(제비가 재빠르게 몸을 뒤집으며 나는 모습처럼, 어떤 방향으로 휘두른 칼끝을 재빠르게 반전시켜 베는 검술)라는 검술이 어떤 것인지 몇 시간이나 생각했었어. 정말로 칼을 뒤집듯이 제비는 갑자기 휙 하고 몸을 뒤집어. 그러면 마치 칼끝처럼 제비의 배가 반짝하고 빛나.
아아아, 진짜 제비 얘기인 거야? 맙소사.
메구미는 기가 막힌다는 듯 고개를 흔든다.
아키코는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잇는다.
내가 사는 집 근처에는 대대로 먹을 만드는 직공이 살고 있었어. 난 누군가가 전통적인 기술로 무언가를 열심히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는 걸 아주 좋아해. 일본 직공의 기술 중에는 ‘뒤집기’라는 말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 난 ‘뒤집기’라는 것은 모든 기술에서 무언가 같은 의미나 같은 섭리를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거기에는 뭔가 세계의 비밀이 있어.
아키코는 메구미를 보더니 차갑게 웃었다.
돈 많은 중년 여자에게 용돈이나 조르는 제비 따위 흥미 없어. 하늘을 나는 그 아이들의 아름다움과 신비함에 비하면 해변 카페에 서식하는 제비들의 세 번째 다리에는 아무런 비밀도 전통도 없거든. 세상에는 훨씬 더 재미있는 것이 있어.
그게 뭔데?
메구미는 미심쩍은 목소리로 묻는다.
아키코는 흥 하고 콧방귀를 끼고는 등을 홱 돌렸다.
안 가르쳐줘~~~.
아이 짜증 나. 재수 없어. 왜 내 주변에는 늘 이렇게 성격 나쁜 여자만 있는 걸까.
메구미는 진심으로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 48~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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