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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저 | 권남희 역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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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 츠바키 문구점의 가슴 뭉클한 기적 섬세한 시선으로 사람들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치유하는 힐링 소설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오가와 이토의 신작 장편소설-MD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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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9135172 / 400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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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아름다운 손편지로 누군가의 간절한 마음을 대신 전해주는
츠바키 문구점의 가슴 뭉클한 기적
문구를 파는 평범한 가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대대로 편지를 대필해온 츠바키 문구점을 중심으로 가마쿠라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자신만의 내밀한 상처를 안고서 대필을 의뢰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의 다채로운 사연, 그리고 그들에게 귀 기울이고 그들의 진심이 고스란히 담기도록 편지를 쓰는 자세부터 필체와 어투, 필기도구의 종류, 편지지와 편지 봉투의 지종, 우표 모양, 밀봉 방식까지 세세하게 신경 쓰는 포포의 대필 과정이 가슴 뭉클하게 그려진다.

출판사 리뷰

아름다운 손편지로 누군가의 간절한 마음을 대신 전해주는 츠바키 문구점의 가슴 뭉클한 기적 섬세한 시선으로 사람들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치유하는 힐링 소설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오가와 이토의 신작 장편소설 『츠바키 문구점』이 예담에서 출간됐다. 문구를 파는 평범한 가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대대로 편지를 대필해온 츠바키 문구점을 중심으로 가마쿠라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선사한다. ‘츠바키 문구점’은 에도 시대부터 여성 서사(書士)들이 대필을 가업으로 잇고 있는 아메미야 집안이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가마쿠라에 터를 잡고... 아름다운 손편지로 누군가의 간절한 마음을 대신 전해주는 츠바키 문구점의 가슴 뭉클한 기적 섬세한 시선으로 사람들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치유하는 힐링 소설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오가와 이토의 신작 장편소설 『츠바키 문구점』이 예담에서 출간됐다. 문구를 파는 평범한 가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대대로 편지를 대필해온 츠바키 문구점을 중심으로 가마쿠라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선사한다. ‘츠바키 문구점’은 에도 시대부터 여성 서사(書士)들이 대필을 가업으로 잇고 있는 아메미야 집안이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가마쿠라에 터를 잡고 운영해온 소박한 문구점이다. 연필은 HB부터 10B까지 갖춰도 샤프펜슬은 절대 취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집하면서, 대필의 종류는 주소 쓰기부터 메뉴판까지 글씨를 쓰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다. 주된 일은 대필 간판을 내걸지 않았어도 입소문으로 간간이 들어오는 편지 대필이다. 외국을 방랑하던 이십 대 후반의 일명 포포(아메미야 하토코)가 그곳에서 할머니를 뒤이어 십일 대 대필가로 재개업한다. 『츠바키 문구점』에는 자신만의 내밀한 상처를 안고서 대필을 의뢰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의 다채로운 사연, 그리고 그들에게 귀 기울이고 그들의 진심이 고스란히 담기도록 편지를 쓰는 자세부터 필체와 어투, 필기도구의 종류, 편지지와 편지 봉투의 지종, 우표 모양, 밀봉 방식까지 세세하게 신경 쓰는 포포의 대필 과정이 가슴 뭉클하게 그려진다. 우편물이라고는 각종 고지서와 광고물뿐 정성 어린 손편지가 사라진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손편지를 소재로 선택한 『츠바키 문구점』은 간절한 마음이 담긴 편지 한 통으로 어떻게 기적 같은 순간이 만들어지는지, 편리한 이메일과 메신저와 SNS 시대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일깨운다.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포포가 편지에 진심을 담는 방법 어린 시절부터 엄한 할머니 밑에서 대필가가 되기 위한 혹독한 수련 과정을 밟다가, 포포는 다른 사람인 척 편지를 대신 써주는 것은 ‘사기’라고 반항한다. 그때 포포의 할머니는 ‘대필’을 ‘제과점의 과자’에 비유한다. “자기가 직접 만든 것이 아니어도, 제과점에서 열심히 골라 산 과자에도 마음은 담겨 있어. 대필도 마찬가지야. 자기 마음을 술술 잘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은 문제없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을 위해 대필을 하는 거야. 그편이 더 마음이 잘 전해지기 때문에. 네가 하는 말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이 좁아져. 옛날부터 떡은 떡집에서, 라고 하지 않니. 편지를 대필해주길 바라는 사람이 있는 한, 우리는 대필업을 계속해나간다, 단지 그것뿐이야.” (54쪽) 마음을 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사람들은 도무지 전해지지 않는 진심 때문에 서로 오해가 쌓이고 상처를 받는다.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츠바키 문구점으로 포포를 찾아온다. 포포는 그들에게 의자를 내어주고 맛있는 차를 대접하며 온 마음으로 귀 기울일 준비를 한다. 편지를 대필하기 위해서는 의뢰인이 털어놓는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 시작이다. 그리고 의뢰인의 마음에 주파수를 맞춘 후 편지를 받을 상대방의 기분까지 고려하여 진심을 가장 잘 배달할 수 있는 편지의 적정 온도를 조절한다. 의뢰인의 성별과 성격, 의뢰받은 내용에 따라 포포는 한 통의 편지를 보내기 위해 필요한, 혹은 필요하다고 미처 생각지 못한 모든 요소에 세심하게 온몸의 감각을 곤두세운다. 가령 조문 편지를 의뢰받았을 때는 ‘슬픈 나머지 벼루에 눈물이 떨어져 옅어졌다’는 의미에서 옅은 먹색을 선택하고, 지나간 첫사랑에게 보내는 안부 편지를 의뢰받았을 때는 선한 의뢰인의 투명한 마음이 전해지도록 유리펜을 골라 든다. 돈은 절대 빌려줄 수 없다는 거절 편지를 의뢰받았을 때는 편지의 기세를 위해 약간의 술기운을 빌려 초안 없이 굵은 만년필로 단번에 써내려가고 무서운 금강역사상이 그려진 우표로 거절의 의지를 확고히 한다. 포포는 “그 사람의 마음과 몸이 되어” 자신이 쓰는 편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포포가 편지에 진심을 담아 감동을 만들어내는 비결이다. 포포가 쓴 편지들의 원본은 ‘포포의 편지’로 묶어서 실어놓았다. 편지의 복잡한 규칙과 형식에 연연하다 보면 어깨에 힘이 들어간 딱딱한 편지가 되어서 어색하다. 요는 사람을 대할 때와 같아서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예의를 갖추어 대하면, 결과적으로 이렇게 된다는 것뿐. 편지에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없다. (116-117쪽) 특별한 편지로 만드는 위로의 시간, 츠바키 문구점에서만 팝니다! 『츠바키 문구점』에서 포포는 할머니를 줄곧 ‘선대(先代)’라고 지칭한다. 할머니를 생각하면 괴로운 기억만 떠올라 할머니의 사망 소식에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포포는 선대와 함께했던 공간을 지키기 위해 선대가 강요했던 대로 대필가로서 살아보기로 마음먹는다. 아내의 새로운 사랑을 위해 이혼을 결심한 남자가 결혼 십오 년째에 맞은 이혼을 지인들에게 알리는 편지, 수술을 앞둔 남자가 자신은 잘 지내고 있으니 당신도 행복하라고 첫사랑에게 안부를 전하는 편지, 사별한 남편의 편지를 아직도 기다리는 노부인에게 천국의 남편이 보내는 것처럼 보내는 편지, 오랜 우정이 거짓말로 이어져왔음을 알고 친구에게 먼저 절교를 선언하는 편지 등을 의뢰받아 대필하는 동안, 포포는 뜻밖에도 그녀의 편지가 의뢰인에게도 자신에게도 커다란 위안이 되어준다는 것을 깨닫는다. 편지를 대필하는 동안 어린 시절에는 가혹하게만 느껴졌던 선대의 가르침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포포에게 선대와의 기억을 새롭게 바라보고 선대의 진심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할머니’와의 기억을 재구성하고 사랑을 회복하는 과정은 새로운 인연을 맺는 토대가 되어준다. 츠바키 문구점에서 파는 것은 단지 문방구나 대필용 글씨와 문장뿐만이 아니다. 의뢰인의 몸과 마음이 되어 정성껏 쓰는 포포의 편지가 기적처럼 만들어내는 위로의 시간도 함께 파는 셈이다. 포포의 ‘츠바키 문구점’을 제외하고 『츠바키 문구점』에 나오는 가마쿠라의 사찰이나 카페, 맛집, 역 등 모든 명소와 풍경은 다 실재하는 곳이다. 포포와 그녀의 이웃들이 움직이는 동선을 더 실감 나게 상상할 수 있도록 가마쿠라 안내도도 함께 실려 있다. 번역가는 이 소설을 옮기는 동안 가마쿠라 구석구석이 너무나 생생하고 아름답게 묘사되어 도저히 참지 못하고 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저자 소개

오가와 이토는 1973년 일본 야마가타시 출생. 세이센 여대에서 일본 고대문학을 전공했으며, 1999년 『리틀 모어』에 <밀장(密葬)과 카레>를 발표하면서 소설가로 데뷔했다. 2004년에는 남편 미즈타니 기미오가 소속되어 있는 밴드 Fairlife에 참여하여, 하루아라시(春嵐, 아지랑이)라는 예명의 작사가로 지금도 활동하고 있다. 2007년 고단샤에서 시 그림책을 냈으며, 2008년에 첫 소설 『달팽이 식당』을 포푸라샤에서 출간했다.『달팽이 식당』은 제1회 포푸라샤 소설 대상에 응모해서 최종심에도 오르지 못했지만, 이후 스테디셀러가 되어 2010년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다. 2009년 2월에 출간된 두 번째 장편 『초초난난』은 이러한 데뷔작의 성공을 염두에 두는 한편 성숙한 글쓰기를 시도하려는 저자의 야심작이다. 저자의 공식 홈페이지 ‘이토 통신’을 찾아가보면 독서 일기와 자신만의 요리법 ‘밥과 간식’, 식당 순례기 등 오밀조밀한 사연들이 소개되어 있다. 2007년부터 연재한 이 소소한 이야기들 중에서 일기와 레시피는 『펭귄과 살다』『펭귄의 부엌』『펭귄과 하늘 위를 걷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식당 순례기는 『지구 식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는 에세이집으로 엮어져 나왔다. ‘이토’(실)라는 자신의 필명처럼 말을 한 가닥 가느다란 실처럼 뽑아 한 편의 이야기로 묶어내는 저자 특유의 글쓰기가 잘 드러난다. 남편(펭귄)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만드는 전갱이 초절임, 친구가 보내준 유채밥, 기운 없는 사람에게는 몸도 마음도 따뜻해지는 야채 포타주 등 맛있고 사랑스러운 요리 이야기를 담았다. 2009년 11월에는 포푸라샤에서 세 번째 장편소설 『패밀리 트리』를, 2010년 12월에는 슈에이샤에서 네 번째 장편소설 『쓰루카메 조산원』을, 2011년 10월에는 신초샤에서 첫 단편집 『따끈따끈할 때 드세요』를 출간했다. “소중한 손님을 위해서라면 채소 가게 여섯 군데를 가는 것쯤은 일도 아니야”라는 저자의 말처럼 톡톡 튀면서도 따뜻하고 유머가 넘치는 문체 때문에 독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 짓게 된다.

역자 소개

일본 문학 팬이라면 믿고 보는 번역가이자 이름 자체가 추천 기능을 하는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 스물다섯 살이었던 1990년 대리번역으로 번역을 시작해서 1991년 호시 신이치의 《신들의 장난》을 번역하여 출판사에 소개해, 처음으로 자기 이름의 번역서가 세상에 나왔다. 그 후로는 일거리가 들어오지 않아 백수에 가까운 생활을 하다, 직접 기획하여 번역한 무라카미 류의 소설 《고흐가 왜 귀를 잘랐는지 아는가》 《오디션》 등이 좋은 반응을 얻고, 《러브레터》가 베스트셀러가 되며 번역가로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현재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마스다 미리, 오가와 이토, 무레 요코의 소설과 에세이를 비롯해 수많은 일본 현대 작가의 작품을 우리 말로 옮긴 28년 차 번역가. 2014년, 번역 생활 이야기와 번역 팁이 넘쳐나는 《번역에 살고 죽고》를 발표하여 지금까지 번역가 지망생들에게 애독서가 되고 있다. 그밖에 《애도하는 사람》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시드니》 《반딧불이》 《카모메 식당》 《배를 엮다》 《누구》 《츠바키 문구점》 《영원한 외출》 등 삼백 권에 가까운 역서가 있다.

책 속에서

아메미야가는 에도시대부터 내려온 전통 있는 대필가 집안이다. 옛날에는 서사(書士)라고 했던 직업으로 지체 높은 사람이나 영주님의 대필을 생업으로 해온 것 같다. 당연하지만 달필이 첫 번째 조건으로, 예전에는 가마쿠라 막부에도 세 명의 우수한 서사가 존재했다. 에도시대에는 영주님의 성에서 일하는 여자 서사가 탄생했다고 한다. 그 성에서 일했던 서사 중 한 사람이 아메미야가의 선조다. 그 후 아메미야가는 가업으로 여성이 대대로 대필을 이어왔다. 십 대째가 선대이고, 그 뒤를 이어받아 어쩌다 보니 내가 십일 대째가 됐다. 참고로 선대란 혈연관계로 보면 내 할머니다. 하지만 할머니라고 제대로 부른 적은 한 번도 없다.
―12~13쪽

선대는 자신의 도구에 절대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 붓으로 겨드랑이를 간질이며 놀다가 들킨 날에는 바로 창고에 가두었다. 때로는 밥을 주지 않은 적도 있다. 하지만 가까이 가면 안 된다고 주의를 들으면 들을수록 가까이 가고 싶고, 만지고 싶은 마음이 마구 솟구쳤다. 그중에서 내 마음을 노예로 삼은 것이 먹이었다. 그 검은 덩어리를 입에 넣으면 어떤 맛이 날까. 아마 초콜릿보다도, 사탕보다도 더 근사한 맛이 날 게 분명해. 나는 확신에 차서 그렇게 생각했다. 선대가 먹을 갈 때 흘러나오는 그 은은한,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비밀스러운 향이 미치도록 좋았다.
―21쪽

글씨가 마음대로 써지지 않았다. 생각한 대로 글씨가 매끄럽게 써질 때도 있고, 백 장을 써도 이백 장을 써도 도저히 감이 오지 않을 때가 있다. 요컨대 글씨를 쓰는 행위는 생리 현상과 같다. 자신의 의지로 아무리 예쁘게 쓰려고 해도, 흐트러질 때는 어떻게 해도 흐트러진다. 몸부림치고 뒹굴며 아무리 칠전팔기를 해도 써지지 않을 때는 쓸 수 없다. 그것이 글씨라는 괴물이다. 그때, 문득 귓가에 선대의 목소리가 들렸다. 글씨는 몸으로 쓰는 거야. 확실히 나는 머리만으로 쓰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147~148쪽

“내가 말이지, 포포한테 한 가지 좋은 것 가르쳐줄게.” 바바라 부인이 말했다. “뭐예요, 좋은 게?” “내가 줄곧 외워온 행복해지는 주문.” 바바라 부인이 후후후 웃었다. “가르쳐주세요.” “있지, 마음속으로 반짝반짝, 이라고 하는 거야. 눈을 감고 반짝반짝, 반짝반짝, 그것만 하면 돼. 그러면 말이지, 마음의 어둠 속에 점점 별이 늘어나서 예쁜 별하늘이 펼쳐져.” “반짝반짝, 이라고 하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응, 간단하지? 어디서나 할 수 있고. 이걸 하면 말이지, 괴로운 일도 슬픈 일도 전부 예쁜 별하늘로 사라져. 지금 바로 해봐.” 바바라 부인이 그렇게 말해주어서 나는 그녀에게 팔을 맡긴 채 눈을 감고 천천히 걸었다. 반짝반짝, 반짝반짝, 반짝반짝, 반짝반짝.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던 마음속 어둠에 별이 늘어나서 마지막에는 눈이 부실 정도였다.
―156~157쪽

그때, 내 속에서 꼬물꼬물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혹시 화장실에 가고 싶은 건가,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무언가가 움직이는 곳은 내 뱃속이 아니라 마음속이었다. 마치 작은 씨에서 보드라운 싹이 터서 기지개를 켜듯이 희미하게 내 마음의 벽을 밀어 올렸다. 미미한 징조는 이윽고 또렷한 태동으로 바뀌었다. 나오지 못해서 줄곧 괴로워하던 그것이 지금 이곳에 와서 갑자기 출구를 찾았다. 쓰고 싶다. 꺼내주어야 해. 지금 당장 여기서. 갑자기 산통을 느끼는 기분이었다. 쇼타로 씨의 아버지 글씨가 내 손가락 끝에서 쏟아질 듯 몸부림쳤다. 그것은 그야말로 진통 같았다. 이 징조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일 초라도 빨리 펜을 잡고 싶었다. 황급히 배낭을 열었다. 그런데 하필 필기도구를 갖고 오지 않았다. 꼭 이럴 때 이 무슨 어리석은 짓인가. 이것은 대필가로서 실격이다. 그러나 반성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지금은 어쨌든 쓰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201~202쪽

목차

여름 가을 겨울 봄 옮긴이의 글_ 포포를 만나러 가마쿠라로 가는 길 포포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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