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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살아 있다는 건, 굉장한 일이구나”
어두운 심연 속에 잠겨 올려다보는 맑고 투명한 빛
『달팽이 식당』, 『츠바키 문구점』 등 소소한 일상과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취를 섬세한 손길로 어루만져온 소설가 오가와 이토의 신작 『토와의 정원』이 출간되었다.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눈먼 소녀 토와는, 집에 홀로 남아 주어진 삶을 견뎌낸다. 노래하는 새들과 향기로 말을 걸어오는 초목들, 정원에 내리쬐는 햇살, 그리고 무지개처럼 생겨나는 일곱 빛깔의 소소한 기쁨. 토와가 어두운 심연 속으로 가라앉을 때면, ‘토와의 정원’이 푸르른 빛을 비추어준다. “살아 있다는 건, 굉장한 일이구나.” 아주 작은 토와에게도 한 발, 한 발 나아가야 할 앞으로의 삶이 있다.
평범한 일상을 잃어가는 지금이야말로 오가와 이토가 전하는, 소소하고도 보잘것없는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아로새길 순간이다. 『토와의 정원』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나면, 당신 가까이에 향기로운 꽃내음과 따사로운 공기가 흐를 것이다.
출판사 리뷰
“온 지구가 평화롭고 온화한, 아름다운 정원이 될 수 있기를” 『달팽이 식당』, 『츠바키 문구점』 저자 오가와 이토의 소망을 담은 치유의 이야기 예사로운 일상을 잃어가는 요즘이다. 지난해 봄, 저자 오가와 이토 역시 베를린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돌아와 한동안 집에 머무르는 나날을 보냈다. 이제껏 느껴본 적 없는 답답함과 불안 증세를 겪던 그때, 그녀 마음의 버팀목이 되어준 존재는 ‘이야기’였다. 내면에 자리한 이야기의 씨앗에 애정을 쏟음으로써 싹이 나고, 잎이 자라고, 꽃이 피고, 이윽고 열매를 맺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코앞에 숨죽이고 있는 공포로부터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열매를 맺은 이야기가 바로 『토와의 정원』이다. 『토와의 정원』은 글을 써 내려가는 저자 본인에게 있어 어렴풋한 희망이 되어준, 치유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녀는 아무리 큰 어려움에 부닥치더라도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다 보면 상처는 언젠가 치유되고, 회복된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주인공 토와 역시 차분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생명력을 가꾸어내며 스스로 아물어간다. 어두운 심연 속에 잠겨서도 투명한 빛과 작디작은 기쁨을 찾아내어 마음을 데우곤 하는 토와는, 가늘게 반짝이는 삶과 보잘것없이 소소한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우리에게 아로새겨준다. 온 지구가 평화롭고 온화한, 아름다운 정원이 되길 바라는 저자의 소망이 이 한 권에 오롯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_「옮긴이의 말」 중에서
나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 태어났을 때 아주 희미하게는 볼 수 있었는지 몰라도 이 눈으로 제대로 된 빛을 느껴본 기억은 없다. 철이 들 무렵 내 눈은 그저 막연한 색의 덩어리와 ‘밝음’, ‘어두움’밖에 식별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조차도 점점 경계선이 모호해졌고, 이윽고 어둠의 저편으로 가라앉아갔다. --- p.7
‘두근두근’도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두근두근은 내 안쪽 가슴에 늘 자리하고 있는 바람이었다. 엄마가 옆에 오면 두근두근하고, 밤에 잠이 들기 전 책을 읽어줄 때도 두근두근했다. 무척 좋아하는 오므라이스를 먹을 때도 두근두근했다. --- p.17
그때까지 나는 말 그대로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엄마와 함께였다. 눈 속에 지은 굴에서 한겨울을 나는 엄마 곰과 아기 곰처럼 나와 엄마는 자그마한 집에서 오랫동안 밖으로 나가는 일 없이 둘이서만 생활하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당연한 일로 여겼었다. 집 안에 엄마만 있어준다면, 나는 그것으로 족했다. --- p.20
나는 엄마가 구워준 팬케이크에 메이플 시럽과 버터를 듬뿍 올린다. 그런 다음 팬케이크에 메이플 시럽이 스며드는 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인다. 팬케이크의 테두리 곡선과 표면의 눌은 자국을 손가락으로 따라가며, 메이플 시럽이 흠뻑 스며든 팬케이크의 정중앙을 손가락 끝으로 눌러 그 감촉을 확인한다. 그러고 나서야 마침내 입으로 가져간다. --- p.25
나는 자유자재로 하늘을 날거나, 높이 뛰어오르거나, 폴짝폴짝 뛰어다니거나, 때로는 넘어지기까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었다. 현실 세계에서는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발바닥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지만 꿈속에서는 조금도 그럴 필요가 없었다. 꿈속의 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자유로웠다. --- p.27
나에게 계절의 단락을 알려주는 것은 언제나 겨울이었다. 겨울에는 토와의 정원에서 향기가 나지 않게 되며 모든 나무들이 입을 다문 듯 고요해진다. 겨울은 정적의 계절이다. 구로우타도리 합창단도 공연을 쉬고, 과묵한 시간이 흘러간다. --- p.94
나는 향기의 강약을 아로새기며 계절을 쫓았다. 향기가 절정일 때를 지나면 여름이 오고, 토와의 정원에서는 향기가 아닌 매미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더우면 곤충들에게도 영향이 있는 모양인지 아주 잠시 동안은 조용해진다는 것도 알았다. 한바탕 더위가 가시면 또다시 향기가 잠에서 깨어나고, 그때부터는 겨울이 될 때까지 향기의 향연이 이어진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나무가 향기를 전부 흩뿌리고 나면 또다시 겨울이 찾아온다. --- p.95
아직 바람이 서늘한 가운데, 이제 곧 봄이 올 거예요, 하고 몰래 귀띔해주는 건 고개를 떨구듯 노란 꽃을 피우는 납매다. 꿀을 묽게 탄 듯한 그윽한 향기가 겨울의 끝을 알린다. 그리고, 서향. 서향은 밤이 되면 한층 더 존재감을 드러내며 새콤달콤하고 발랄한 향기를 흩뿌려 봄이 왔음을 부인할 수 없게 한다. 이윽고 목련과의 향기 공연(共演)이 시작된다. --- p.201
목련이 한순간에 꽃잎을 떨어뜨리면 바나나를 닮은 산뜻하고도 달콤한 향기가 흘러온다. 함소화의 등장이다. 함소화에서 태산목으로 바통을 넘겨받으면 계절은 여름을 향해 단숨에 속도를 낸다. 나는 공기 중에 나릿나릿 떠도는 부드러운 날개옷을 낚아채듯이 어느 향기 하나를 겨냥해 숨을 들이마신다. 공기 중에는 언제나 수많은 향기가 한들한들 춤추는 듯 뒤엉켜 있다. --- p.201
때로는 인생의 말년을 맞이한 매미를 손바닥으로 감싸며 생명의 덧없음을 헤아린다. 머지않아 숨이 끊길 매미일지라도 손바닥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며 발버둥 치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다. 손을 하늘로 향하여 풀어주면 매미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홱 하고 날아오른다. --- p.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