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9일 오늘의 책
한권 | 유노북스 | 2020.01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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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만족하고 때때로 후회하는 지극히 사적이고 보편적인 소비 생활자들의 기록 ‘다른 사람의 장바구니에는 어떤 물건이 담겨 있을까?’ 아주 사적인 영역이라 쉬이 들여다볼 수 없었던 누군가의 장바구니를 이 책에서 기꺼이 공개한다. 지극히 사적이고 보편적인 소비 생활자인, 이 책의 저자들은 ‘결국, 오늘도 나의 지갑을 열고야 말았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열 예정입니다’라고 되뇐다. ‘나를 위해 쓸 때는 뿌듯하게, 남을 위해 쓸 때는 화끈하게’라고 ...
“이런 걸 사는 사람도 있어?”라는 제목과 온갖 물건들을 늘어놓은 표지. 그것만으로도 이 책에 관심을 가지기는 충분했는데, 목차를 보면 더 흥미롭다. 여러 명의 저자들이 그 동안 자신이 소비한 물건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레드벨벳의 아이린이 신었다고 해서 유명해진 지압 슬리퍼, 요가복계의 샤넬이라고 불리는 브랜드의 요가복, 제습기, 속옷 세트, 재봉틀과 등산화, 할인을 해도 7만 원인 핸드폰 케이스…. 목차만 봐도 이 사람은 이런 걸 왜 샀을까, 이 물건은 좋을까, 참 별 게 다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재미있다. 이 책에는 누군가가 충동구매한 물건들에 대해서, 할부로 구입한 비싼 물건들에 대해서, 허세 때문에 구입하고, 가성비를 따지며 구매하고, 유명해서 구매하고 고민 끝에 구매한 물건들에 대한 온갖 이야깃거리가 있다. 읽다 보면 ‘어, 이건 나도 하나 사고 싶어지는데?’싶기도 하고, 제목처럼 ‘이런 걸 사는 사람도 있구나’싶기도 하다.
내가 구매하고 소비하는 것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 책을 자주 사는 사람이 반드시 책을 좋아하거나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책을 자주 사는 사람은 책 표지나 책에 대한 정보라도 많이 살펴보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고양이 간식을 자주 사는 사람은 고양이와 같이 살고 있거나, 고양이와 같이 살지 않더라도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일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소비를 하는가도 내가 누구인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갖고 싶은 물건에는 지출을 과감히 감수하는 사람도 있고, 꼭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도 아주 오랫동안 망설이는 사람도 있다. 물론 소비 자체를 별로 즐기지 않는 사람도 있다. 나로 말하자면 모든 소비를 즐거워하는 데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도 덥석 사들이는 사람으로, 이 책을 즐겁게 읽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의 ‘대체로 만족하고 때때로 후회하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지 않을 도리가 있을까. 적어도 나에게는 사는 것이야말로 사는 즐거움이다. 나처럼 사는 재미로 사는, 소비하는 행위를 즐거워하지만 때때로 큰 후회와 자괴감에 사로잡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에서 발췌한 문장을 바친다.
생각해 보면 화장지나 종량제 봉투를 살 때, 구매하는 데까지 몇 초가 걸렸든 그 물건에 충동구매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어쩌면 충동구매는 삶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소비의 한 형태가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누구든지 충동구매를 좀 했더라도 너무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펜벗 10기 미류'님은?
어제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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