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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예찬

2020년 3월 24일 오늘의 책

환대예찬

왕은철 | 현대문학 | 2020.01

분류 : 시/에세이/기행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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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고전, 환대의 서사들 필자는 익히 잘 알고 있는 동화 『어린왕자』 『몽실언니』부터 시대의 고전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까지, 석가모니의 이야기 『수대나태자경』부터 구약의 『창세기』와 『판관기』까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작품부터 최근 한국 문학을 이끌어가는 신예 최은영의 단편 「씬짜오, 씬짜오」까지, ‘트래지컬리 힙’의 리드보컬인 고드 다우니의 음반이자 그래픽 소설인 『비밀의 길』부터 흥행 영화 「타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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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삶을 희망하는 이에게

 

지난해 읽었던 돌봄과 자비 등과 관련된 책을 읽다 보니 그 모든 것의 귀결은 결국 ‘나, 자신’을 위해서였다. 환대 역시 결국은 나를 위한 것이라는 띠지의 문구는 책을 펼쳐 읽기도 전에 내 머릿속을 깨웠다.

 

책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전에 전체적인 필자의 문체와 분위기를 이야기해보자면, 저자인 왕은철은 영문학 학자이자 교수다 보니 이전에 철학자나 심리학자들에 의해 쓰인 산문집과 비교했을 때 언어와 관련된 의견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누군가의 주장 혹은 시선을 대할 때 옳고 그름이라는 단적인 판단을 멀리하다 보니 저자가 언급하는 번역문과 원문과의 차이를 설명하는 부분을 ‘새로 알게 된 앎’의 영역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종교적인 측면에서의 환대는 성서에서 불교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다만 이 부분은 성서(성경)를 혼자 묵상하거나 누군가에게 교수를 받았던 사람들 모두에게 마땅찮게 여겨질 수 있는 부분이 꽤 많았다. 신앙을 떠나서 그 시대의 분위기나 사회체제를 고려한다고는 해도, 현대인이자 여성으로서 못마땅했던 부분들에 대해 저자는 이야기한다. 성서에서의 ‘환대’가 그만큼 의무에 가까우리만치 중요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불교에서 환대는 무조건적인 나눔이자 배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보다 더 와 닿았던 부분은 다음 부분이었다.

 

인간이 가진 놀라운 능력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자기 것처럼 느낄 줄 아는 능력, 즉 공감 능력이다. (69쪽)

 

성서에서 무조건적인 환대가 반드시 환영받는 환대가 아닌 것처럼 공감이라는 것도 완벽하게 타인의 아픔을 공감할 수는 없다는 점을 깊게 사고해봐야 한다. 모든 것을 포용하려는 자세보다는 오히려 자신과 똑같은 아픔을 겪은 사람의 단 한 마디에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 나와 똑같은 경험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경중을 논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인데 하물며 그런 아픔을 겪지 않은 이의 이해와 포용, 혹은 공감은 결국 시간이 흐르거나 상황이 달라졌을 때 의심과 회의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나환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환우들의 상황을 바로 공감이라는 주제로 엮어낸 것은 기독교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가 하면 영화로도 잘 알려진 존 보인 작가의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속 환대는 어떠한가. 이 장의 첫 줄은 다음과 같다.

 

환대는 교육과 학습을 통해 습득될 수 있는 것일까. (385쪽)

 

지금껏 언급했던 자비와 공감 및 돌봄과 관련한 책들에서는 후천적 교육과 학습으로 인해 그런 능력 혹은 마음가짐이 습득될 수 있다고 말한다. 왕교수는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안타깝게도 그는 환대는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데, 그것이 이성적 판단이 아닌 감성에서 비롯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속 어린아이가 부모의 가르침과는 달리 줄무늬를 입은 철조망 안에 갇혀 있는 아이와 교감을 나누고 ‘환대’에 가까운 사건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 역시 이성의 힘이 아닌 철조망이 없는 순수한 아이의 마음 덕분인 것이다.

 

다양한 매체 속에서 등장하는 환대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타자를 대하고 또 그 결과들이 어떻게 나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예시로 든 작품이나 성서를 미처 알거나 읽지 않았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쓴 산문이기에 이웃과 함께 하는 삶, 혹은 나 자신을 위해 더불어 사는 삶을 희망하는 이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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