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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51349 / 208쪽 / 291g / 128 x 188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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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출판사 리뷰
어머니는 인형처럼 한없이 가볍고 유약하며 영원히 해독 불가한 존재였다. 세계문학의 거장 카다레가 최초로 고백하는 ‘나의 어머니’ ● 한 시대를 대표하는 대작가가 마침내 털어놓는 어머니에 대한, 어머니를 향한 차갑고도 뜨거운 최초의 고백 매년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손꼽히는 알바니아의 대작가 이스마일 카다레가 어머니를 중심으로 쓴 자전적 이야기. 이스마일은 카다레 가문으로 갓 시집온 어머니의 새신붓적 모습부터, 할머니와 어머니 사이의 고부 갈등, 자신과 어머니 사이의 여러 갈등 상황을 특유의 위트와 냉소로 재구성해나간다. 2015년 출간된 작가의 최신작으로, 어느덧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나이에 이른 작가가 프랑스로 망명하기 전 고향 알바니아에서의 자신의 청년기와 함께 어머니의 일생을 되돌아본다. 프랑스 망명 후 3년이 되던 어느 날, 이스마일은 어머니의 임종이 임박했다는 연락을 받고 즉시 고향 알바니아로 향한다. 간호가 편한 고모 집으로 어머니를 안아 옮겼다는 사촌은 어머니가 종이로 만든 인형처럼 가벼웠다고 했다. 하기야 어머니는 걸을 때 발소리조차 나지 않을 만큼 가벼운 사람이었다. 걸음뿐 아니라 옷도, 목소리도, 한숨까지도. 열일곱의 나이에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묵묵히 고부 갈등을 겪어내고, 언젠가 아들에게서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를 안고 살아가며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던 일 없던 그가, 어느 날 스스로 시어머니 자리에 올라 아들의 혼처를 구해오며 아들과 갈등은 더욱 심화된다.
가볍다…… 하기야 우리집 낡은 나무 계단도 보통 때는 삐걱삐걱하면서도 어머니가 걸을 때는 끽 소리도 안 냈다. 어머니는 걸음뿐 아니라 모든 게 가벼웠으니까. 옷도, 목소리도, 한숨까지도. (9쪽)
나는 커갈수록 할머니의 고통이 더 이해되었다. 지진이 일어났다 한들, 중간에서 오락가락하는 아버지보다 더 할머니를 뒤흔들어놓지는 못했으리라. (…) 당시 새로 읽은 책들에 비추어 보면, 우리집에서 벌어진 일은 상궤에서 벗어나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는 세태의 급변을 알리는 그런 종류의 사건이었다. (38쪽)
나는 창 너머 한 남자에게 시선이 멎고 그로부터 칠십여 년이 흐른 뒤 그 남자와 한 무덤에 들고 싶었던 사연을 퍽 시시하나마 러브스토리라 부를 수 있을까 하고 나도 모르는 사이 나 자신에게 묻고 있었다. (42쪽)
사람 모두가 그 해악을 논하며, 거만은 신이 내린 재앙이다, 허영은 무능력자들이 앓는 병이다 등등의 말들을 갖다붙여도 우리는 개의치 않았다. 바르딜 B.와 나는 우리 의견이 그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걸 숨기려 하지 않았다. (74쪽)
나는 바보가 아니야…… 그가 차라리 맹렬하고 단호한 투로 말했더라면 그나마 나았으련만, 그의 목소리는 겨우 들릴까 말까 했고, 나직했고, 죄스러운 것처럼 들리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듯 그가 눈물을 터뜨렸다. 내가 익히 아는 그 눈물, 만화영화 주인공처럼 우아한 눈물, 도무지 참고 봐줄 수 없던 진짜 인형의 눈물. (79쪽)
커갈수록 나는 바로 그 지점에, 그 세상 물정 모르는 걱정 속에, (…) 줄여 말하면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려는 그 아이 같은 아집 속에, 어쩌면 사람들이 말하는 나의 글쓰는 재능의 근원이 있는 거라 생각하는 게 좋았다. (80쪽)
때로는 그의 인생을 힘겹게 만든 모든 것이 나의 창작에 요긴하게 쓰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는 그가 나에게 도움을 주고자 부러 자해를 택한 거라 여겨질 지경이었다. (81~82쪽)
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헛되고도 슬픈 어떤 대립 속에 자리를 잡아버렸다. 한편에는 그가, 다른 한편에는 그 아들의 소위 ‘예술’이 있었다. 둘 중 하나는 져야 했다.
그는 벌써 자기가 지리라는 걸 알았다. (83쪽)
하지만 나는 모스크바에서 유학하던 시절, 침묵한다고 해서 입에 담지 않는 것을 반드시 잊었다는 뜻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91쪽)
우리는 검은 미사—조이스-카프카-프루스트 삼위(三位)에 반해 진행된 강의를 이렇게 부를 수 있을 것이다—가 열리는 아침이면 저 셋처럼 쓰지 않는 법을 배웠고, 밤이면 의문에 사로잡힌 채 저들을 모방하는 죄를 짓고픈 유혹을 뿌리치느라 어려움을 겪었다. (92쪽)
나 또한 예술의 껍데기를 벗겨먹는 자요, 마치 정예부대가 훈련을 받듯 되도록 효과적으로 죽이는 법을 대학에서 수학중인 문학 강도였다. (96쪽)
나는 마치 유령처럼 내가 모스크바로 떠나오지 않았더라면 남은 생을 눌러살았을 도시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내가 살아갈 삶은 내 삶과 닮지 않은 삶, 어쩌면 그리될 수 있었을 삶이었고, 그랬기 때문에 내겐 유령이 되어서라도 그 삶을 다시 살아야 할 책무가 있었다. (100쪽)
인형이 새것으로만 고른 접시들을 식탁에 내려놓던 한순간, 나는 그의 얼굴에 내가 익히 아는 표정이 휙 스쳐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저 까다로운 표정! 하고 나는 하마터면 소리칠 뻔했다. 할머니의 그림자. 어쩌면 예비 시어머니의 그림자…… (119쪽)
사람의 재능이란 곧잘 그 대립항을 통해 드러나기 때문이죠. 아주 곧잘, 남는 것이 아닌 결핍된 것을 통해 사람은 돋보이기 때문이죠. (179쪽)
인형 _007
옮긴이의 말 _193
이스마일 카다레 연보 _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