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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하모니카

원제 : 犬とハモニカ

에쿠니 가오리 저 | 신유희 역 | 소담 |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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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한다. 그와 같은 순간의 연속이 흘러간다. 그렇기에 기댈 곳 없는 삶의 쓸쓸함이 문득 마음 편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는 것이다-MD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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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0270358 / 188쪽 127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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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기댈 곳 없는 삶의 쓸쓸함이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지는 각기 다른 여섯 편의 이야기
제38회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 수상작

『냉정과 열정 사이』,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저물 듯 저물지 않는』 등의 작품으로 한국의 독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에쿠니 가오리의 최신 단편 소설집. 공항 로비에서 만나게 된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순간들을 선명하게 그려낸 표제작과 함께 총 여섯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제38회 가와바타 야스나리 수상작에 빛나는 표제작 외에도 애인에게 이별 통고를 받고 아내가 잠들어 있는 집으로 돌아온 남성의 심경 변화를 담담하게 그리는 「침실」, 부부 사이의 작은 거스러미를 살며시 들여다보는 「피크닉」 등이 수록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감성적인 문체가 돋보이는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한 계속 안고 가야 할, 따스한 고독으로 충만한 여섯 개의 여로를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소개한다.

출판사 리뷰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그리고 저마다 다른 생각…
시대도 국적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찰나의 쓸쓸함


『개와 하모니카』에 실린 각기 다른 여섯 편의 이야기에는 시대도 국적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찰나의 쓸쓸함이 담겨 있다. 이 책의 중간에 수록된 「늦여름 해 질 녘」에서는 시나가 애인의 일부를 먹게 된다. 바다 맛이 나는 얇게 벗겨낸 피부를 먹고서 ‘내 몸의 일부는 이타루 씨다’라고 생각한다. 애인 또한 그녀를 사랑스럽게 여기며 주머니칼로 정성껏 자신의 살갗을 벗겨내어 시나에게 먹인다. 하지만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이 오히려 두 사람이 남남지간임을 느끼게 만든다. 피부를 서로에게 먹여주듯 사람과 사람은 같은 공간에 있으면 서로의 내면을 침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반대로 인간이란 철저하게 혼자이며 의지할 데가 없다는 사실 또한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표제작이자 제38회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 수상작인 「개와 하모니카」에서는 아내와 딸을 마중하러 봉제인형 햄과 함께 나리타공항으로 차를 모는 남자의 조금 지친 모습에서 지금껏 살아온 시간의 윤곽을 엿볼 수 있다. 「피크닉」에서는 결혼한 지 5년이 되도록 남편의 이름을 외우지 못하는 아내가 남편과 함께 파란 잔디밭에 드러누워 평화로운 피크닉을 즐기는 모습이 등장한다. 그러나 같은 체험이 쌓여갈수록 더욱더 기댈 곳이 없다는 사실이 두드러지는 것은 무엇 때물일까? 이 책에서 등장인물들은 누군가가 없어져서 쓸쓸한 것이 아니다. 즉 대상이 있고 없고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나 연인과는 상관없이 여전히 고독한 것이며, 숨 쉬며 살아 있다는 사실에 대한 체념마저 하는 것이다.

지나치리만치 자유롭지만 고독한 인물들이 공유하는 순간의 연속
기댈 곳 없는 삶의 쓸쓸함이 마음 편하게 느껴지는 여섯 편의 이야기


이 책의 가장 뒷부분에 수록된 「알렌테주」를 읽다 보면 작품 속의 찌는 듯한 여름이며 숙소의 먼지가 느껴질 것이다. 다소 생기 없이 울리는 초인종 소리마저 들리는 듯한 생생함에 독자들은 먼저 감탄을 하게 된다. 어쩐지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드는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가족. 끊임없이 가출을 시도하는 말라깽이 소녀 엘레나. 소설은 이 여자아이에 대해 그다지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지 않지만 독자들로 하여금 책을 덮고 난 후에도 실패로 끝날 가출을 되풀이하는 아이의 모습이며 인생행로를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 꽃들이 심어진 정원 앞에서 살짝 그늘진 눈빛을 하고서 가위를 쥔 엘레나의 모습이 눈앞을 스치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연인 사이인 마누엘과 루이스는 조금 값비싼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그 공간 자체를 비아냥대듯 “뭐 어때, 아무 문제없어” 하고, 오직 둘 사이에서만 통하는 말을 주고받는다. 대화의 내용은 비어 있고 둘 사이에는 리듬과 음정만이 오가는 것으로 이야기에 내용은 아무 상관이 없고 오직 순간을 공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순간의 공유는 비단 연애관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를 테면 「개와 하모니카」 편에서 노부인이 외국인 청년과 헤어질 때 소리내어 말하는 “오모니”와 같이 의미가 누락된 음성과도 겹친다. 분명 서로를 사랑하고 있으련만 계속 엇갈리는 마누엘과 루이스가 길가에서 목격한, 나란히 늘어선 여덟 명의 할머니들 역시 마찬가지 의미를 지닌다. 비슷비슷한 날염원피스에 똑같은 자세, 동일한 간격으로 늘어 서 있다. 그 할머니들의 모습을 ‘본다’는 사실을 공유한다. 서로 다른 사람이 똑같은 것을 본다. 그리고 다시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한다. 그와 같은 순간의 연속이 흘러간다. 그렇기에 기댈 곳 없는 삶의 쓸쓸함이 문득 마음 편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저자 소개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으로 사랑받는 에쿠니 가오리는 미국 델라웨어 대학을 졸업하고 1989년 『409 래드클리프』로 페미나상을 수상했다. 동화적 작품에서 연애소설, 에세이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해나가면서 언제나 참신한 감각과 세련미를 겸비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1992)으로 무라사키시키부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나의 작은 새』(1998)로 로보우노이시 문학상을 받았다.


저서 《냉정과 열정사이 ROSSO》, 《반짝반짝 빛나는》, 《호텔 선인장》, 《낙하하는 저녁》, 《울 준비는 되어있다》, 《사람을 꽃보다 아름답게 하는 사랑》, 《당신의 주말은 몇개입니까》, 《웨하스 의자》, 《도쿄타워》,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좌안 1, 2》, 《달콤한 작은 거짓말》, 《소란한 보통날》,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 《부드러운 양상추》, 《나의 작은 새》, 《수박 향기》, 《하느님의 보트》, 《잡동사니》, 《한낮인데 어두운 방》

역자 소개

동덕여대를 졸업하고 현재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에쿠니 가오리의 『호텔 선인장』, 『도쿄타워』, 『마미야 형제』,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츠지 히토나리의 『안녕, 언젠가』, 노자와 히사시의 『연애시대 1・2』, 가쿠다 미쓰요의 『그녀의 메뉴첩』, 『가족 방랑기』, 오기와라 히로시의 『내일의 기억』, 『벽장 속의 치요』, 『금단의 팬더』, 『콜드게임』 등이 있으며 그 외에 『이게 다 베개 때문이다』, 『암 체질을 바꾸는 기적의 식습관』, 『편안한 죽음을 맞으려면 의사를 멀리하라』 등이 있다.

책 속에서


스미코가 어이없었던 건 남자가 바람을 피우는 것 같아서가 아니었다. 아내되는 사람에게는 큰일이겠지만 이 남자가 누구와 정을 통하든 스미코는 아무 상관없었다. 정신이 나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건 공공장소에서 갖춰야 할 자제력이 결여된 이 남자의 뻔뻔함 때문이었다. 주위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자기 목소리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줄 아는지. 첫 통화는 무뚝뚝하게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내버렸으면서 남자는 이제 헤벌레한 얼굴을 하고서 느긋하게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물론 스미코에게는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남자가 하도 곧이곧대로 대답하는지라 대화 내용이 쉽게 짐작됐다. 이를테면 전화기를 들자마자 축축한 목소리로 거들먹거리면서 “그럼, 잘 다녀왔지”라고 중얼거린 것은 상대의 첫마디가 “잘 다녀왔어요?”였기 때문일 테고, 뒤이어 그야말로 신이 나서, 그래도 일단 나지막한 음성으로 “나도야”라고 대답한 건 보고 싶었다느니 외로웠다느니 하는 말을 들었기 때문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_<개와 하모니카> 중에서

후미히코는 우두커니 서서 평화로운 실내를 둘러보았다. 아내는 후미히코에게 등을 보인 채 자고 있다. 하지만 그 모습은 후미히코가 지금 선 자리에서 보면 단지 이불이 봉긋하게 솟아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귀를 기울여보지만 숨소리조차 들을 수 없었다. 정적.
후미히코는 자신이 비할 데 없는 냉철함을 되찾은 양 느낀다. 리에라는 안경을 쓰고 보았던 세상과 이곳은 어쩌면 이리도 분위기가 다른지.
그리움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오히려 위화감에 가까운 압도적이리만치 신선한 감각이었다. 낯선 여자를 보는 듯한 기분으로 후미히코는 잠든 아내를 내려다본다. 어떤 액세서리를 좋아하는지, 일본주를 몇 잔 마시면 취하는지, 미용실에는 얼마 만에 한 번씩 가는지, 어떤 농담을 좋아하며 신발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여자다. _<침실> 중에서

비가 바다 표면을 때리는 소리, 젖은 모래가 발가락 사이를 어루만지는 감촉, 파도와 빗줄기를 모두 거치고도 여전히 따스했던 남자의 몸―.
거기까지 떠올리고 시나는 불안에 휩싸인다. 여행에서 돌아온 지 한 달이 지났는데 기억은 세세한 부분까지 선명하고 생생하다.
나는 세상으로부터 분리되어버렸다.
이미 백 번도 넘게 생각한 것을 시나는 또 생각한다. 일요일. 창문을 꼭꼭 닫아걸고 에어컨을 켜두어서 방 안은 시원하다. 주말을 이용해 읽으려고 싸들고 온 자료는 손도 대지 않은 채 테이블에 던져놓았다. 한구석에 놓아 둔 지구본과 천구본(남자가 준 선물)에는 시트를 씌워놓았고, 그 때문에 우스꽝스러운 오브제처럼 보인다. 혹은 숨바꼭질을 하는 어린아이처럼. 이 방안에서 남자와 직접 연관된 물건들이 눈에 띄는 게 시나는 죽기보다 싫다.
그렇긴 해도 그 여행은―. 시나도 못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긴 해도 그 여행은 감미로웠다, 라고. _<늦여름 해 질 녘> 중에서

“무슨 뜻이야?”
그렇게 물은 까닭은 바로 얼마 전에 벌인 말다툼의 앙금이 아직 덜 풀린 채 내 안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바람피운 것을 여행으로 때우겠다고?”
내 말에 마누엘은 슬픈 표정을 지었다.
마누엘의 바람―이랄까, 모든 사람에게 발휘되는 애정―은 어제오늘 시작된 일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매력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사람들에게 그 매력을 나눠주는 것을 거의 의무처럼 여기고 있다. 그는 절대 아끼지 않는다. 말도, 웃음도, 우정도, 자신의 육체까지도. 그러한 행위가 때로는 나에 대한 배신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은 아예 못하는 모양이다.
왜? 어째서 그게 배신이 되는데? 내가 누구에게 애정을 주든 어차피 그런 내가 전부 너의 것인데.
속 좁은 내가 문제겠지. 속 좁고 편협하고, 음울하고 질투심 많은 루이스. 운전석에 앉은 이 남자와는 확연히 다르다. -<알렌테주> 중에서

목차

개와 하모니카
침실
늦여름 해 질 녘
피크닉
유가오
알렌테주

덧붙이는 말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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