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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

천주희 외 저 | 낮은산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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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5250884 / 196쪽 205 x 130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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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 수학여행을 가던 아이들의 어처구니없는 수몰, 광장에 나온 한 농민의 국가 권력에 의한 죽음, 국민 손으로 세운 국가 수장이 유령이었음이 드러나는 과정, 여성, 장애인, 소수자들을 향한 극렬한 혐오… 우리는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강렬한 페이지로 남을 시간을 지나왔다. 부정의에 분노하고 정의를 부르짖는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크고 작은 차별과 혐오와 불평등이 생겨났고, 선의로 모인 집단에서조차 배제와 폭력이 발생하는 것을 지켜보며 \"인간이란 대체 어떤 존재인가\"라는 탄식이 흘러나오기에 이르렀다. 생물학적 인간 종(種)을 넘어 인간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답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인간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특성을 지닌 존재이기도 하거니와, '인간'이라는 보통명사로 간단히 묶기에는 각각의 생각과 가치관과 삶의 태도가 천차만별인 까닭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우리 자신이 누구인가 묻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점이다. 이 정답 없는 질문에 매달리는 과정에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윤리’와 맞닥뜨리게 된다. 그러므로 다른 종과 구별되는 문명을 구축한 인간의 ‘능력’을 말하기에 앞서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윤리’에 대해 우리는 말할 수 있고, 또 이야기해야 한다. 이 책에서 8명의 글쓴이가 ‘인간’과 ‘인간다움’을 새롭게 정의하고 사유해 보고자 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인간과 세상에 대해 누구보다 깊은 관심을 갖고 책을 쓰며 각자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8명이 자신이 생각하는 인간, 생물학적 인간 종(種)을 넘어 '윤리적 인간'이 되는 길을 고민한 사유의 흔적을 담았다. 8인의 증인이 고백하는 ‘인간’이라는 것 그 자신이 사회적 불평등을 뼈저리게 경험한 청년 세대의 일원이자 문화연구자 천주희는 우리 사회가 지닌 장애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면서 “분리의 기원”과 “다수라는 집단의 편의”에 의문을 제기한다. 문화평론가 정지우는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는 노동 재해를 열거하면서, 우리가 ‘인간’을 인간으로 사고하지 않은 결과 ‘인간의 자리’를 어떻게 상실했는지 조목조목 짚어나간다. 출간마다 적잖은 사회적 이슈를 일으켜 온 김민섭은 자신의 아이 이름을 ‘린’이라고 짓기까지의 이야기를 씨줄로 삼고,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뇌하며 ‘이웃 린’이라는 한자에 주목했던 식민지 시대 젊은 지식인들을 날줄로 삼아 ’사회적 인간‘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환기한다. 인권활동가 류은숙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면서 MB의 밥상을 세 번이나 차리게 된 이색적인 경험담을 소개하며 ‘존재’가 아닌 ‘열심’을 섬기는 나라에서 어떻게 인간으로 살 수 있는지 묻는다. 계간 『황해문화』 편집장 전성원은 태초의 ‘인류’가 ‘인간’으로 진화해 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이란 존재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한편, 일상에서 죽음을 밀어내고 내일을 상상하는 힘도 잃어버린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본다.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하승우는 1980년 광주의 기억으로 글을 시작하면서 “곁에 서는 것으로서의 정치”를 통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고유한 활동’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미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남순은 ‘탈영토적 고향’이라는 개념을 들어 진정한 인간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물으면서 이 물음 자체가 우리가 살면서 지속적으로 성찰해야 할 ‘과제’이며 ‘여정’임을 강조한다. 프랑스로 망명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활발한 사회정치 활동을 해온 홍세화는 ‘생각’이 ‘회의’로 나아가지 않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야기하며 ‘사람’과 ‘괴물’ 사이에 선 우리의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모든 증언에는 공백이 있다. 증인은 살아남은 자들이며, 그래서 모두가 어느 정도는 특권을 누린 자들일 수밖에 없다. 아우슈비츠의 평범한 수인(囚人)은 결코 살아남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진정한 증인이 될 수 없다. (…) 이 책에 글을 쓴 이들이 처한 입장도 증언자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비참한 현실에 대해 고발하고, 윤리적 인간으로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 역사에는 미처 우리가 기록하지 못한 수많은 공백이 있다. 결국 이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사람은 이 책을 읽을 독자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서문>에서 이 책 <서문>에서 전성원은 조르조 아감벤의 일화를 들어 “증언의 가치는 본질적으로 증언이 결여하고 있는 것에 있다”고 말하면서 글쓴이들의 입장도 증언자의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고백한다. 결국 인간에 대한 성찰은 글쓴이 8명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의 경험과 고백으로 완성될 수 있을 것이기에 이 책에 기록되지 못한 공백,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사람은 이 책을 읽을 독자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이곳에서’ 살아가는 ‘나의 현실’로서 인간과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각 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들을 필자로 선정한 것은 이 책이 인간에 대한 철학적 사유에 그치지 않고 삶 한복판의 풍경을 드러내는 구체적이고 살아 있는 목소리가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이 책에 글을 쓴 8인은 ‘우리가 인간이 아니게 되는 순간’에 대한 뼈아픈 고백 및 자기반성과 더불어, ‘인간이 되는 조건’을 관념이나 이상이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나의 현실’로서 이야기함으로써, ‘나는 언제 인간으로 살아 있다고 느끼는지’ 독자와 함께 체감하고 ‘인간에 대해 사유하는 일’이 왜 지금 시대에 더 강력하게 요구되는지 고민해보고자 했다.

저자 소개

194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66년 서울대 금속공학과에 입학했으나 이듬해 그만두고 1969년 서울대 외교학과에 재입학했다. 1972년 '민주수호선언문' 사건으로 제적되는 등 순탄치 않은 대학생활 끝에 1977년 졸업했으며 1977~1979년 '민주투위' '남민전' 조직에 가담해 활동했다. 1979년 3월 무역회사 해외지사 근무 차 유럽에 갔다가 남민전 사건으로 귀국하지 못하고 파리에 정착, 20여 년간 이방인 생활을 했다. 2002년 영구 귀국하여 영원한 사병으로서 발로 뛰는 실천적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빨간 신호등』이 있다. 

고려대학교 및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현대 한국의 사회와 문화에 관한 다양한 글을 발표하고 관련 책을 집필해왔다. 지은 책으로는 『청춘인문학』(2013 네이버 오늘의 책), 『삶으로부터의 혁명』(공저. 2014 네이버 오늘의 책, 2013 문화체육관광부 철학부문 우수교양도서), 『애니메이션에 빠진 인문학』(2014 네이버 오늘의 책, 2015 대한민국 독서토론대회 지정도서), 『분노사회』(2015 네이버 오늘의 책, 2014 지역출판문화 우수도서), 『사람은 왜 서로 도울까』 등이 있다.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는 ‘2015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컨텐츠 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 소설을 쓰다가 인문학 책을 썼고, 조금 더 스스로에게 진실하고 싶은 마음으로 에세이를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행복이 거기 있다, 한 점 의심도 없이』『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등 이 있다.

계간 『황해문화』 편집장. 전태일이 세상을 떠난 1970년 통일로 연변 구파발에서 태어나 특전사 사령부 인근 거여동에서 성장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연이어 세상을 떠난 1979년 12월, 특전사 사령부에서 갑자기 울린 총소리를 들었다. 1980년 입원한 담임교사를 병문안하러 간 대학병원에서 중무장한 계엄군과 맞닥뜨린 뒤 ‘5월 광주’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되었고 중학교 3학년이던 1985년 11월 민정당 중앙정치연수원 농성 사건을 학교 옥상에서 바라보았다. 1986년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인근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건국대 근처 사회과학서점 인에 들락거리다 우연찮게 건국대 사태를 목격했고, 이후 시위 현장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1987년 서울지역고등학생운동연합(서고련)을 결성해 그해 겨울 공정한 대통령선거와 교육민주화를 주장하며 명동성당에서 벌어진 농성시위에 참여했다. 이후 3년간 막노동자로 전국을 떠돌았다. 1991년 고교 2년 후배 천세용의 분신사건을 보았고 이듬해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에 광고기획사에서 한보그룹 등의 브로슈어나 관련 책자들을 만들다가 수서비리사건으로 그간의 삶에 회의를 느껴 퇴사한 뒤 새얼문화재단에 입사해 2012년 현재까지 『황해문화』에서 일하며, 평화박물관․space99 운영위원, ‘사람으로 본 20세기 문화예술사 - 바람구두연방의 문화망명지’의 운영자로 살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다』, 『아뿔사, 난 성공하고 말았다』를 다른 사람들과 펴냈다.
* 바람구두연방의 문화망명지 http://windshoes.new21.org 트위터 @windshoes
경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경희대 정치학과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석사 논문으로 "마르쿠제(Herbert Marcuse)의 모더니티 비판"을, 박사 논문으로 하버마스의 공론장 개념을 재구성한 "풀뿌리공론장에 관한 이론적 고찰"을 썼다. 현재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 연구 교수로 재직 중이다.
비판이론과 풀뿌리민주주의, 아나키즘, 시민사회이론 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2007년 문학평론가 이명원, 오창은과 함께 "지행네트워크"를 만들어 인문사회과학의 새로운 전망을 모색하고 있다. 저서로는 [희망의 사회 윤리 똘레랑스], [참여를 넘어서는 직접행동], [세계를 뒤흔든 상호부조론], [군대가 없으면 나라가 망할까]가 있으며, 역서로는 [아나키스트의 초상](폴 애브리치), [리바이어던](토머스 홉스)이 있다. 그 외에 "공론장에서의 말과 행위에 관한 연구", "정부의 주민투표제도 악용과 시민사회의 역할", "한국의 지역사회와 새로운 변화 전략의 필요성", "항일운동에서 ‘구성된’ 아나코 코뮨주의와 아나키즘 해석 경향에 대한 재고찰", "한국 풀뿌리민주주의의 사상적 기원에 관한 고찰", "풀뿌리민주주의, 엘리트민주주의에 도전하다"와 같은 논문들을 썼다. 
1992년부터 현재까지 인권운동사랑방을 거쳐 인권연구소 ‘창’의 활동가이며 두 단체의 창립 멤버다.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는 마음과 행동을 키우고, 인간 존중의 구조와 제도를 도모하고, 인권 실현을 방해하는 나쁜 질서에 맞서려 한다. 이런 인권운동의 언저리만 긁고 있고 자주 널브러지지만 하는 데까지 해보려 한다. 인권의 역사를 쫓은 《인권을 외치다》, 연대의 의미를 찾는 《사람인 까닭에》, 차이와 존중의 짚은 《다른 게 틀린 건 아니잖아?》, 음식과 사람을 통해 인권을 얘기한 《심야인권식당》을 썼다.

1983년에 서울에서 태어났고 망원동에서 어린 시절을 거의 보냈다. 309동 1201호라는 가명으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을 펴낸 이후, 2015년 12월에 대학에서 나왔다. 그 이전까지 대학 ․ 대학원을 떠나 본 일이 없는 현대소설 연구자였다. 글이라고는 논문만 읽고 썼고 4년 동안은 글쓰기 교양 과목을 강의했다. 하지만 대학 바깥에 더욱 큰 강의실과 연구실이 있음을 알았고, 세상으로 걸어 나왔다. 이제는 ‘김민섭’이라는 본명으로 논문이 아닌 글을 쓴다.



저자는 대학에서 교수도 아니고 학생도 아닌, 어느 중간에 위치한 ‘경계인’이었다. 강의하고 연구하는 동안 그 어떤 사회적 안전망이 보장되지 않았고 재직증명서 발급 대상도 아니었다. 서류에 존재하지 않는 인간으로 8년 동안 존재했다. 그러한 중심부와 주변부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에게 보이는 어느 균열이 있다. 그는 언제나 경계인으로서의 시선을 유지하면서 그 균열의 너머와 마주하고 싶다. 그렇게 작가이자 경계인으로서 계속 공부하고 노동하며, 글을 쓰고 싶어 한다.



 

현 미국 텍사스 크리스천대학교Texas Christian University 브라이트 신학대학원Brite Divinity School 교수. 
현 대학에서 코즈모폴리터니즘,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콜로니얼리즘, 페미니즘과 같은 현대 철학적■신학적 담론들을 가르치고 있다. 특히 임마누엘 칸트, 한나 아렌트, 자크 데리다 등의 사상과 연계한 코즈모폴리턴 권리, 정의, 환대, 그리고 사랑의 문제들에 대한 학문적, 실천적 관심을 두고 다양한 국제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한국일보■, ■경향신문■, ■시사인■ 등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해왔다. 
지은 책으로 ■배움에 대하여: 비판적 성찰의 일상화■(2017), ■용서에 대하여: 용서의 가능성과 불가능성■(2017), ■정의를 위하여: 비판적 저항으로서의 인문학적 성찰■(2016), ■코즈모폴리터니즘과 종교: 21세기 영구적 평화를 위하여■(2015), ■디아스포라 페미니스트 신학: 아시아와 신학정치적 상상 Diasporic Feminist Theology: Asia and Theopolitical Imagination■(2015), ■코즈모폴리턴 신학: 불균등한 세계에서의 행성적 환대, 이웃 사랑, 연대의 재구성 Cosmopolitan Theology: Reconstituting Planetary Hospitality, Neighbor-Love, and Solidarity in an Uneven World■(2014) 등이 있다. 
1986년 출생. 성공회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과 사회학을 전공하고, 연세대학교 문화학과에서 문화학과 여성학을 공부했다. 지난 10년 동안 대학(원)생으로 지불한 등록금은 약 5000만 원. 그중에 2200만 원은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스무 살에 독립한 후로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빚을 갚아나가고 있다. 학생 채무자이자 부채 연구자로 한국의 청년부채 문제를 탐구하기 시작했고, 〈대학생은 어떻게 채무자가 되는가〉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의 ‘포스트 IMF’ 세대와 문화 정치에 관심이 많으며, 주로 청년부채 · 노동 · 빈곤 등을 연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노오력의 배신》(공저)이 있으며, 〈안녕! 청년 프레카리아트〉(《문화과학》, 2014)라는 글을 썼다. 현재 문화사회연구소와 청춘희년네트워크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사회적협동조합)에서 청년부채팀장을 맡고 있다. 예술인 집단 ‘문화창작공간 다락’을 운영하고 있으며, 청년들의 삶을 다룬 희곡 〈눈물요정 시리즈: 지하철편〉, 〈공터(共無地)〉를 쓰고, 대학로에서 상연했다.







책 속에서

어떤 세계든 그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우리는 그곳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 듣지 못하는 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타인에게 손짓과 표정과 몸짓으로 신호를 보낸다. (…) 나는 상대에게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고, 상대는 응시할 수밖에 없는 관계. 그 사이에서 언어와 관계의 윤리성을 배운다. 다큐에서 한창 김장 준비로 바쁜 엄마에게 불빛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아빠의 모습을 보았다. 소리 없는 세계는 목소리보다 다양한 손짓과 눈빛으로 다양한 언어를 창조한다는 것을 배웠다. 우리가 다중 세계에 살고 있다는 감각은, 신비롭고 어렵고 깊은 사유 속에서 만들어진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중에서


우리가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은 모욕감도, 외로움도, 박탈감도 아니다. 갑질에서 오는 모욕감도, 고시원 생활에서 오는 외로움도, 외지 발령에서 오는 박탈감도 궁극적으로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견딜 수 있다. 오히려 ‘손해 보는 일’이야말로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이다. ‘손해 본다는 느낌’만큼 우리의 영혼을 뒤흔들며 증오와 분노에 휩싸이게 하는 것은 없다.
그렇게 보면, 자기 이익이야말로 우리 시대에 가장 성행하는 신앙인 셈이다. 자기 이익은 인간 사이사이에 들어찬 반투과 유리막과 같다. 우리는 좀처럼 그 유리막 너머의 진짜 타자를 만날 수 없다. 아니, 굳이 그 타자를 보려고도, 만지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 속에는 명백하게도 타인에 대한 '실감'이 있었다」중에서


그날 커피숍에서 나의 선배는 누군가 한 사람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주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날 들릴 듯 말 듯 작은 한숨만을 내뱉었던 우리는 그 이후에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그를 그저 버티지 못한 나약한 인간, 잘못 선택한 인간 정도로 동정하는 데 그쳤을 뿐 자신이 그러한 처지에 놓여 있음을 떠올리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대학에서 나올 때, 그리고 나왔을 때, 나를 비난하던 이들이 원망스럽지 않았다. 만약 다른 이가 ‘지방시’라는 글을 썼다면 나는 그를 비난하거나 외면하는 데 앞장섰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결국 아이 이름을 ‘린’으로 지었다」중에서


“MB가 온대.”
“MB? 그 MB?”
“맞아. 경호원이 와서 30분 뒤에 도착한다고 했어.”


4인 한 상인 기본차림, 20인 분의 정식을 준비하라는 주문이 떨어졌다. 머리가 멍했다. 그날은 공교롭게도 용산 참사 5주기 추모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주말 알바를 하는 나는 그 자리에 가지 못했다. 그것도 모자라 MB의 밥상을 차려야 하다니. 그런 날, 참사의 최종 책임자일 수밖에 없는 이의 밥상을 차려 준 인권 활동가는 이 세상에 나 말고는 없을 것이다.
---「MB의 밥상을 세 번이나 차리며 ‘열심’을 추궁하다」중에서


그런데 인류는 언제부터 인간이 되었을까? 과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 사람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이는 직립 보행하는 것을 인간으로 특징 삼고, 어떤 이는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 어떤 이는 놀이를, 또 어떤 이는 언어를 말한다. 문명적인 측면에서 인류에게 찾아온 가장 극적인 변화는 도구를 이용하게 된 것이라지만, 문화적인 측면에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인간이 죽음에 대해 최초로 자각하게 된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손에 넣은 가장 위대한 것」중에서


곁에 서 본 사람들은 안다. 그 사람이 얼마나 절박한지. 그 절박함에 숨이 막혀 도망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잠시 머문 자리마저 고마워하는 사람들에게서 등을 돌리기는 쉽지 않다. 때론 그 삶을 이해하고 싶어진다. 같은 인간이 왜 이렇게까지 내몰리게 되었을까. 이런 질문들은 삶을 고민하게 한다. 나의 삶만이 아니라 너의 삶, 우리의 삶을.
---「곁에 선다는 것, 서로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중에서


이토록 ‘진정성’이 부재한 시대에, ‘진정한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진정성이 사라진 시대에, 개별인들이 자신의 진정성을 확보하고 지켜 내는 것은 도대체 가능한 것인가. 오스카 와일드의 “너 자신이 되라(Be yourself)”는 선언은, ‘진정한 나 자신’이 된다는 것의 의미란 삶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묻는 일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진정성’의 실종 시대, ‘진정한 인간’으로 산다는 것」중에서


내가 지금 고집하면서 내 삶의 푯대로 삼고 있는 내 생각을 나는 갖고 태어났을까? 아니다. 그럼 내가 지금 고집하면서 내 삶의 나침반으로 삼고 있는 내 생각을 내가 창조했을까? 아니다. 그럼 내가 어제 고집했고 오늘 고집하며 내일 고집할 내 생각을 내가 선택했을까? 선택한 게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의 총량 중 그것은 지극히 미미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하여 내가 갖고 태어나지 않았고, 내가 창조한 것도 아니고, 내가 선택한 것도 아주 미미한 생각을 우리는 고집하면서 살아간다. 회의도 없이!    ---「‘사람’과 ‘괴물’ 그 사이, 회의하고 또 회의하라!」중에서

목차

| 서문 | 그 누구도 섬이 아니다

천주희 _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정지우 _ 그 속에는 명백하게도 타인에 대한 ‘실감’이 있었다
김민섭 _ 나는 결국 아이 이름을 ‘린’으로 지었다
류은숙 _ MB의 밥상을 세 번이나 차리며 ‘열심’을 추궁하다
전성원 _ 인간이 손에 넣은 가장 위대한 것
하승우 _ 곁에 선다는 것, 서로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
강남순 _ ‘진정성’의 실종 시대, ‘진정한 인간’으로 산다는 것
홍세화 _ ‘사람’과 ‘괴물’ 그 사이, 회의하고 또 회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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