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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 2

아라이 저 | 김태성 역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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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9139125 / 556쪽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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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마오둔 문학상 최연소 수상자이자 중국 문단을 대표하는 실력파 작가 아라이의 대표작
우리가 잃어버린 자연과 고향, 지촌의 아름다운 문학적 역사

쓰촨성 서부의 첩첩산중 마을인 지촌을 배경으로 20세기 후반 50여 년을 관통하는 이야기. 열여덟 개의 퍼즐 조각들이 지촌이라는 중력장 속에서 시대의 격변을 온몸으로 겪어내는 사람들의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를 역동적으로 구성하면서 자연과 문명, 신과 인간, 미신과 이념, 옛것과 새것, 파괴와 복원, 욕망과 절제 등 이원적인 가치들이 대립하고 화합하는 삶의 중요한 풍경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출판사 리뷰

마오둔 문학상 최연소 수상자,
세계적인 스토리텔러 아라이의 대표작
우리가 잃어버린 자연과 고향에 바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찬


마오둔 문학상 최연소 수상자이자 중국 문단을 대표하는 실력파 작가인 아라이의 대표작 『공산』(전3권)이 예담에서 출간됐다. 이 장편소설은 쓰촨성 서부의 첩첩산중 마을인 지촌을 배경으로 20세기 후반 50여 년을 관통하는 이야기이다.
‘지촌’은 실재하는 지명이 아니라 아라이가 창조한 공간으로 그가 나고 자란 고향, 그 주변의 수많은 티베트 마을이 농축된 원형이다. 이 매혹적인 공간을 묘사하는 단어들은 온통 가장 순정한 자연물들로, 이곳에서는 우리가 잃어버린 원시의 자연과 전설이 여전히 살아 숨 쉰다. 신화적이고 환상적으로 연출되던 공간은 ‘20세기 후반 50여 년’을 거치면서 점점 더 현실적인 공간으로 이행해간다. 이 시기는 거대한 산맥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고원에 위치해 외부 세계와 단절됐던 티베트가 중국의 사회주의 물결을 따라 현대화, 산업화, 도시화로 요동쳤던 격변의 시대이다. 그 세월 동안 네 세대에 이르는 지촌 사람들은 지촌을 지키거나 떠나가고, 끊임없이 떠났다가도 지촌으로 회귀하면서 지촌의 역사를 만들어간다.
『공산』에는 ‘지촌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소설 전체를 이끌어가는 중심적인 인물도, 핵심적인 사건도 없다. 제1권부터 제6권까지 여섯 편의 본편, 그리고 ‘사물 필기’와 ‘인물 소묘’라는 제목 아래에 한 가지 사물과 한 명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각권 말미의 두 편까지 총 열여덟 편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 사건들과 인물들과 사물들을 입체적으로 엮어낸다. 이 열여덟 개의 퍼즐 조각들이 지촌이라는 중력장 속에서 시대의 격변을 온몸으로 겪어내는 사람들의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를 역동적으로 구성하면서 “자연과 문명, 신과 인간, 미신과 이념, 옛것과 새것, 파괴와 복원, 욕망과 절제 등 이원적인 가치들이 대립하고 화합하는 삶의 중요한 풍경”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겹겹의 숲이 꽃잎처럼 에워싼 시원의 마을 지촌,
바퀴를 타고 도로를 따라 이방인이 들여온
문명과 이념, 그리고 돈으로 서서히 요동치기 시작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거울처럼 투명하게 비추는 사생아 거라와 영원히 젊은 팜파탈 상단, 바람을 부리고 불을 통제하는 무사 둬지, 거대한 나무 위에 집을 짓고 백과사전을 읽으며 질문만 던지는 다서,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여인 서모를 사랑하는 마지막 사냥꾼 다거, 신비로운 고대 왕국의 후손 세라징바와 왕국의 폐허를 비밀스럽게 수호해온 줴얼랑 협곡이 전설 속으로 묻힌다. 전설이 민낯을 드러낸 땅에서 신비로운 호수에 살던 황금 물오리가 날아가고, 천년 고목들이 도끼날에 넘어지고, 해와 비와 바람은 가혹해진다. 더는 아름다운 노래도, 이야기도 살지 못하는 공산에는 소수의 지키는 자들과 다수의 파괴하는 자들, 그리고 줴얼랑 관광 지구만이 남겨진다.
제목이 암시하듯이 이 소설은 지촌을 꽃잎처럼 에워싼 산들이 남벌로 인해 조금씩 비어가는 ‘공산(空山)’의 과정을 배경으로 한다. 태곳적 시원의 숲처럼 아름드리 고목들로 가득했던 지촌에서 나무가 베어지고 산이 사라진다. 밥을 하거나, 집을 짓거나, 난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명과 이념과 돈을 위한 갖가지 이유―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마오 주석에게 만세궁을 바치기 위해,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 목재를 팔아 큰돈을 벌기 위해 등등―로 나무들이 점점 잘려 나갈수록 지촌을 신비롭게 감쌌던 이야기와 전설과 노래도 조금씩 자취를 감추고 자연은 나날이 엄혹해진다. 그러나 아라이는 이 이야기의 끝에 절망이 아니라 희망을 남긴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계속 살아가야 하고, 그 땅을 사랑하여 지키려는 사람들과 그 땅으로 돌아오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문명과 이념과 돈에 휩쓸리면서 같은 실수를 계속하거나 어떤 깨달음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새로이 맞거나 하면서 자기 몫으로 주어진 삶의 희비극을 겪어내고, 나무들이 베어진 자리에는 자연이 새로운 생명들을 왕성하게 길러낸다.

티베트를 가장 실물감 있게 이해하는 방법

티베트는 거대한 산맥으로 둘러싸인 고원으로, 지금은 중국에 병탄되어 서장장족자치구(西藏藏族自治區)라는 공식 명칭으로 불린다. 하지만 우리에게 티베트는 여전히 달라이 라마와 오체투지, 라마승, 천장(天葬), 티베트 사자의 서 같은 단편적인 지식으로 머물고 있다. 아라이는 티베트 출신의 중국 작가로 “한족 문화에 속하지 않는, 외부 세계가 잘 알지 못하는 중국의 또 다른 공간”, “문학의 빛이 한 번도 비춘 적이 없는 공간” 티베트에 관해 써야 한다는 일종의 작가적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 말처럼 그가 발표한 작품들은 티베트를 문학적 서사 대상으로 삼고 있고, 특히 지촌 출신의 작가로 내레이터 역할을 하는 아라이의 분신 ‘나’가 등장하기도 하는 『공산』은 과거의 티베트에 새롭게 유입되는 구체적 사물들을 통해 티베트의 과거와 현재, 무엇보다 그곳에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번역자는 “티베트족과 한족의 힘이 충돌하는 내부적 전장, 정치권력·자본권력·과학기술 같은 복합적인 힘의 공격에 대해 민중이 반응하고 그 결과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낸 풍경”이라고 평하면서 진정한 티베트를 알고 싶다면 포탈라궁이 있는 라싸를 여행할 것이 아니라 이 소설을 읽어야 한다고 추천하기도 했다.

저자 소개

 현대 중국 문단의 대표적인 티베트계 작가. 1959년 중국 쓰촨四川 성 서북부의 장족藏族 자치구 마얼캉馬爾康 현에서 태어났다. 5~6세 무렵부터 반농반목半農半牧의 양치기 생활을 했고, 마얼캉 사범대학을 졸업한 후 쓰촨의 산간벽지에서 5년간 교편을 잡았다. 1982년, 23세부터 시를 쓰며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해 1980년대 후반에는 소설가로 전향한다. 1989년, 30세에 소설집 『지난날의 혈흔舊年的血蹟』으로 중국작가협회 제4회 소수민족문학상을 수상했다. 줄곧 티베트의 고원에서 생활하던 작가 아라이는 1997년, 36세가 되던 해에야 쓰촨 성의 성도인 청두成都로 내려와 잡지 「SF 판타지 세계」의 편집장을 맡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독자가 많은 SF 잡지로 변모시킨다. 이어 2000년, 41세에 장편소설 『색에 물들다塵埃落定』로 중국의 가장 영예로운 문학상인 제5회 마오둔 문학상을 수상하며 최연소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다. 아울러 “티베트 문화를 함축적으로 집대성했다”는 심사평과 함께 명실상부 ‘티베트를 대표하는 작가’라는 고유의 정체성을 확보하게 된다. 이후 3년여에 걸친 취재와 집필 끝에 2009년, 『거싸얼 왕』을 세상에 내놓았다. 아라이의 주요 작품들은 14개 언어로 20여개 국에서 번역 출간되었으며, 2007년 저명한 중국 평론가 열 명이 꼽은 ‘실력파 중국 작가 순위’에서 모옌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그 외 작품으로 시집 『쒀모허梭磨河』(1988), 장편소설 『소년은 자란다格拉長大』(2007), 대하장편소설 『공산空山』(2009) 등이 있다.


 

역자 소개

金泰成 전문번역가이자 한성문화연구소 대표.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 이후 같은 대학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함.
◦중국학 연구공동체인 한성문화연구소를 운영하며, 약 20여 년 전부터 대학 강의와 중국 저작물 번역을 꾸준히 해옴. 2016년부터는 번역과 문학 교류 활동에 주력하고 있음.
◦ 『노신의 마지막 10년』,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목욕하는 여인들』, 『딩씨 마을의 꿈』, 『풍아송』, 『황인수기』,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마르케스의 서재에서』 등 약 100여 권의 중국 저작물을 우리말로 옮겼음.
◦2016년 중국 광전총국에서 수여하는 제10회 중화도서특별공헌상을 수상함.

책 속에서



인보는 측은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지만 사람들이 여전히 소리를 지르며 종용하는 터라 힘껏 다리를 들고 “비켜”라고 소리치며 귀찮게 구는 아이를 뿌리쳤다. 그러고는 계속해서 종이 부적을 붙임으로써 이미 사람들의 발길에 짓밟혀 진흙탕으로 들어가버렸을 꽃의 혼령을 제압했다. 나중에 사람들은 왜 모였는지조차 모르는 것처럼 와르르 소란한 소리와 함께 흩어져 돌아갔다. (…) 주위는 한없이 고요했다. 이 순간 그는 정말로 세상에 꽃의 요정이 있다고 믿고 싶었지만, 세상에 그토록 아름다운 신비는 절대로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았다. 사람도 살기 싫어하는 세상에는 신선 역시 살지 않을 것이고, 요정은 능력이 무한하기 때문에 굳이 이런 곳에 살려고 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하늘에는 은하가 흘러가고 밤하늘은 깊은 쪽빛이었다. 세상 모든 곳이 똑같이 아름다운 하늘에 덮여 있는데, 어째서 어떤 곳에서는 사람들이 편안하고 평화롭게 살고, 어떤 곳에서는 개처럼 서로 물고 뜯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1권 44-45쪽

큰불이 봄날의 기류를 어지럽히면서 들판에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바람은 높은 곳에서, 지촌의 모든 협곡 깊은 곳에서, 들쑥날쑥한 설산 봉우리에서 불어와 불이 전진하는 방향을 막았다. 불이 끊임없이 뒷걸음치게 만들었다. 불이 끊임없이 되돌아가 미친 듯한 기세로 밀고 들어올 때 철저하게 태우지 못한 곳을 말끔히 청소하게 만들었다. 이는 한창 진행 중인 정치 운동과도 사뭇 닮아 있었다. 처음에는 기세등등하던 광경이 서서히 평온해졌지만, 이는 결코 운동이 지나간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깊은 곳으로 숨어 들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욱 효과적인 살상을 계속 진행하는 중이었다.
―1권 335쪽

바로 그 순간, 소박하고 말주변 없는 이 친구가 책의 마법에 걸렸다. 책은 자신의 운명을 이미 감지하고 있었다. 책은 재난이 닥칠 것을 알게 되면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지체 없이 사람에게 마법을 걸었다. 때로는 이 마법을 받아들일 사람을 고를 시간이 있었지만, 때로는 그런 것도 생각할 겨를이 전혀 없었다. 이 시대에는 책이 불타는 재난이 너무나 거세게 일었다. 책을 태운 사람들은 다름 아닌 지식인들이었다. 이렇게 되자 큰 재난에 부닥친 책들은 마법을 걸면서 대상을 선택할 겨를이 없었다. 바로 이런 시기에 오로지 다서만이 도서관 문 앞에 나타났다.
―2권 54쪽

일행은 언덕 꼭대기로 올라갔다. 과연 늑대가 쓰러져 있어야 할 자리에 늑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햇빛이 언덕 위의 풀과 꽃, 잡목들을 비췄다. 그들은 자신들이 서 있는 곳이 자연적인 언덕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조성된 거대한 폐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발밑에는 가지런한 바위와 가지런하지 않은 바위가 가득했고, 바위 위에는 이끼와 풀이 무성했다. 바위들 사이로 구불구불한 자태를 드러낸 나무는 이삼백 년은 더 된 것 같았다.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된 것인지도 몰랐다. 이제 이 젊은이들은 옛 노래에서 묘사한 고대 왕국이 정말로 존재했다는 사실을 믿게 됐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높고 큰 폐허에 서 있는 그들의 마음속에 문득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느껴졌다는 점이다. 햇빛이 가려진 깊은 나무 그늘 속에 정말로 요원하고 어렴풋한 그림자가 소리 없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폐허 아래쪽으로 내려가자 바위가 하나 보였다. 풀도 나무도 자라지 않은 깨끗한 바위에는 늑대 한 마리가 새겨져 있었다.
―2권 408쪽

오히려 위험 요소는 목재를 채벌하고 운송하는 과정에 훨씬 많았다. 이 작은 마을에는 나무를 베다가 쓰러지는 나무에 부딪히는 바람에 어깨뼈가 부러져 불구가 된 사람도 있었고, 한밤중에 트럭 기사 하나가 사람을 태우고 깊은 협곡으로 들어갔다가 차도 사람도 마을로 돌아오지 못한 일도 있었다. 라쟈쩌리는 성성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일부러 다오쯔롄에게 차를 세우도록 하여 사고 지점을 둘러봤다. 협곡 깊숙한 곳, 우거진 잡초 속에 파란 트럭 파편이 어렴풋이 보였다. 길가에는 망자를 위해 지촌 사람들이 세워놓은 초혼 깃발이 이미 색이 다 바랜 채 바람에 찢겨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다오쯔롄이 협곡을 향해 술을 한 병 뿌렸다. 라쟈쩌리도 담배 두 개비에 불을 붙여 도로변의 부드러운 표토에 향처럼 꽂아뒀다.
―3권 156쪽

이런저런 옛날이야기를 앉아서 나눌 수 있는 장소가 생기자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들러서 술기운을 빌려 지촌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고 얼마나 변했는지, 얽히고설킨 은원恩怨 관계는 또 얼마나 많고 복잡한지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내 눈에는 이런 모습이 사실 지촌 사람들이 자신의 영혼을 역사와 함께 재건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였다. 몇 십 년 전만 해도 지촌처럼 첩첩산중 골짜기에 깊숙이 들어앉아 수천 년을 버텨온 듯한 마을의 역사는 일찌감치 흔적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희미해져 어렴풋이 흩날리는 파편 같은 이야기들만 전해질 뿐이기 때문이었다. 한 세대 한 세대 내려오면서 사람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살았다. 뒤돌아볼 필요가 없었던 것은 역사가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지금 사람들이 그 시절의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지촌 사람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겪은 변화가 이미 과거의 천 년을 뛰어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한데 모일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고, 술과 이야기로 서로를 격려하고 자극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3권 3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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