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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스테이

김혜순 외 저 | 김태성, 요시카와 나기 역 | 앤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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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1209273 / 164쪽 12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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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코로나라는 미증유의 사태 속에서 국경을 넘는 언어의 빛 마스크를 쓰고 기침을 참으면서 우리는 우리의 일상을 경계하지만 ≪지구에서 스테이≫에 수록된 시인의 언어는 다양한 결로 이뤄져 있고 낯설고도 새롭다. 우리 모두 마왕거미가 펼쳐놓은 기침 그물에 걸렸다고 말하는 장옥관 시인과 나의 적은 공산주의나 제국주의 혹은 외계인이나 악몽인 줄 알았는데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바로 ‘당신’이었다고 고백하는 이장욱 시인. 그리고 들을 나열하며 ‘그들에게 데이비드 보위를 좋아하느냐고 물어’보라고, 다 ‘괜찮을 거’라고 담담히 위로를 전하는 마이클 브레넌의 시와 어떤 자는 죽고 어떤 자는 계속 걸어서 위대한 발자국이 남겨지기를 소망하는 피오나 샘슨의 시까지. 팬데믹이라는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시인이 바라보고 기원하는 언어는 국경을 넘어 간절한 하나가 된다. 유럽 힙합 뮤지션 에드거 바서의 ‘랩시’(Rap-poetry)도 새롭다. 그의 시 <히포콘더>에서 “히포콘더 히포 히포콘더/ 가는 곳마다 몬스터/ 나는 지금 ‘리스크’야/ 언제 어디서나 몬스터”를 보면 코로나 상황에서 벌어지는 전염병에 대한 공포와 건강염려증에 빠진 사회를 에드거 바서만의 호흡과 리듬으로 포착해낸다. “나는 바이러스 맑은 후에 흐림 가끔 멸망”이라고 쓴 요쓰모토 야스히로 고백과 “지옥의 핫라인은 살아있는 자들의 통화로 가득 차있다”고 말하는 홍콩의 시인 재키 유옌의 음울한 세계 속에서도 “나는 빛이 되었고 언어와 함께 있으며 나는 어디에 가든 당신 안에 있다”고 다짐하며 어둠 속에서 빛을 바라보는 시인 야마자키 카요코의 세계가 펼쳐진다. 18개국 56명 시인의 언어와 리듬으로 그려지는 세계는 모두 다르지만 코로나 상황 속에서 바라는 마음은 하나, 바로 ‘지구에서 스테이’일 것이다. 코로나 재난 앞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다 함께 살아남길 바라는 마음이 어딘가에서 그 누군가에게 시로 쓰게 했다. 시인의 고백처럼 찬란한 빛의 언어는 우리 안에 기꺼이 깃들고, 이미 새로운 지구가 우리들을 기다린다.

저자 소개

1979년 계간 『문학과지성』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하여, 『또 다른 별에서』부터 『피어라 돼지』에 이르는 11권의 시집과 시산문집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 시론집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을 펴냈다. 김수영문학상・현대시작품상・소월시문학상・올해의문학상・미당문학상・대산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 목록


•시집
『또 다른 별에서』, 문학과지성사, 1981
『아버지가 세운 허수아비』, 문학과지성사, 1985
『어느 별의 지옥』, 청하, 1988 [신판: 문학동네, 1997]
『우리들의 음화』, 문학과지성사, 1990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문학과지성사, 1994
『불쌍한 사랑 기계』, 문학과지성사, 1997
『달력 공장 공장장님 보세요』, 문학과지성사, 2001
『한 잔의 붉은 거울』, 문학과지성사, 2004
『당신의 첫』, 문학과지성사, 2008
『슬픔치약 거울크림』, 문학과지성사, 2011
『피어라 돼지』, 문학과지성사, 2016


•시산문집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 문학동네, 2016


•시론집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 문학동네, 2002

역자 소개

(吉川凪)
오사카에서 태어나 신문사에 근무한 뒤 한국에 왔다.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의 신문방송학과 대학원에서 잠깐 공부했지만 재미를 붙이지 못했다. 그때 다른 공부거리를 찾아 등록한 문학학교에서 신경림 시인을 만난 게 한국 문학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다. 그 후 신경림 시인의 추천으로 인하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 근대문학을 전공했다. 전부터 메이지, 다이쇼 시대의 일본 문학을 즐겨 읽던 것이 결국 1920년대의 한국 청년들과 공통되는 독서 체험으로 이어져 한국 근대문학을 연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정지용 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하여 지금은 도쿄에서 한국 문학 등의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주로 한국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번역하고 있는데, 시미즈 지사코(淸水知佐子)와 공동으로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완역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저서로『최초의 모더니스트 정지용』(역락, 2002),『朝鮮最初のモダニスト鄭芝溶』(土曜美術社出版販売, 2007),『京城のダダ, 東京のダダ─高漢容と仲間たち』(平凡社, 2014)가 있으며, 한국에서 출간한 번역서로『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 왔다―신경림-다니카와 슌타로 대시집(對詩集)』(예담, 2015), 다니카와 슌타로의『사과에 대한 고집』(비채, 2015) 등이 있다. 

 

金泰成 전문번역가이자 한성문화연구소 대표.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 이후 같은 대학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함.
◦중국학 연구공동체인 한성문화연구소를 운영하며, 약 20여 년 전부터 대학 강의와 중국 저작물 번역을 꾸준히 해옴. 2016년부터는 번역과 문학 교류 활동에 주력하고 있음.
◦ 『노신의 마지막 10년』,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목욕하는 여인들』, 『딩씨 마을의 꿈』, 『풍아송』, 『황인수기』,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마르케스의 서재에서』 등 약 100여 권의 중국 저작물을 우리말로 옮겼음.
◦2016년 중국 광전총국에서 수여하는 제10회 중화도서특별공헌상을 수상함.

책 속에서

코로나19 시대에
생존신고서가 된 시와
게릴라 시인들

코로나 프로젝트 시집 ≪지구에서 스테이≫에는 나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적혀있다. 무서운 꿈을 꾸고 나서 아침에 울었다는 이야기. 꿈마저 못 꾸는 건 더 무섭다는 이야기. 그리고 걱정 말고 다른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소망까지. 이제 악몽은 너무 커져서 서로의 꿈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는 숨쉬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당신 역시 가끔 악몽을 꾼다. 때로는 현실이 악몽인지, 악몽이 현실인지 헷갈리면서 꾼다. 우리의 꿈은 다르지만 다르지 않다. 나는 이 사실을 믿고 다른 사람의 다른 꿈 이야기로 마음을 식힌다.
멸종과 폐허가 다가온다는 사실을 누구나 경고하고 누구나 경계한다. 그 경고와 경계가 구체화된 게 코로나19라고 다들 수군거린다. 수군거림이 아파서 우리는 모였다. 혼자서는 너무 춥고 깜깜하니까. 나 여기에서 이렇게 꿈꾸고 너 거기에서 그렇게 꿈꾸었다. 생존신고서를 쓰듯 시를 모았다. 혼돈의 시기에 적은 힘으로 싸우는 전술을 게릴라라고 부른다. 꿈꾸기 영역에 게릴라가 있다면 그들은 바로 여기 모인 시인들일 것이다.
어둠의 시기엔 어둠의 언어가 되어 만나자.
시를 쓰고 읽는 눈빛도 빛의 하나여서,
이 어둠 속에서 반짝반짝 점멸한다.

_나민애 문학평론가(들어가는 말, <생존신고서가 된 시> 중에서)

 

금지되어 있었는데 결국
전혀 신기하지 않다고 밝혀진 그 무엇을 버리는 것처럼
어떤 자는 죽고 또 우리들 가운데 어떤 자는
계속 걸어서 친숙한
우리들의 종언으로 들어간다 혹
그 길이 모래밭이었다면
비가 적은 올해 봄이
발자국쯤은 남겨주겠지

_피오나 샘슨, <새로운 음악> 중에서

이름이 들렸다
분명 내 이름인데,
내 이름은 흔하지 않은데,
선뜻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마스크를 낀 사람들이 거기 있었다
입매가 사라지니 눈매가 매서워졌다
표정을 알 수 없어서
서로가 서로를 경계했다
귀를 더듬으니 마스크가 사라지고 없었다
코와 입을 가린 채,
사람들이 일제히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나는 벌거벗은 사람이 되어있었다

_오은, <그것> 중에서


나는 산책이 늘었다
나는 요리가 늘었다
나에게 시간이 너무나도 늘었다
축제가 사라졌다
장례식이 사라졌다
옆자리가 사라졌다
재난영화의 예감은 빗나갔다
잿빛 잔해만 남은 도시가 아니라
거짓말처럼 푸른 창공과 새하얀 구름이 날마다 아침을 연다

_김소연, <거짓말처럼> 중에서


나는 빛이 되었으니
언어와 함께 있으며
역병 따위 무섭지도 않고
맨발로 걷고
나는 어디에 가든
당신 안에 있다

빛이 된 나를
당신이 잊어버려도
보리수는 그윽한 향기를 내고
나는 당신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_야마자키 가요코, <사랑 노래> 중에서


이 순간
내게서 멀리 떨어져 주세요, 좀 더 멀리
공기 중에도 낯선 적들이 있을지 모르니까요
육안으로는 꿰뚫어 볼 수 없는 욕망이
수많은 산과 좁은 길의 아득히 멀고 넓은 틈새를 침습하지만
단지 한 장의 마스크에 의지해야만 막을 수 있을 뿐

_추안민, <밤의 노래> 중에서

 

목차

들어가는 말
생존신고서가 된 시_나민애 문학평론가
시는 슬픔의 바다에 기쁨의 물방울을 떨어뜨린다_요쓰모토 야스히로 시인

1
우리도
구하고 싶습니다
_한국
우주엄마_김혜순
사리의 시간엔_허영선
마왕거미가 펼쳐놓은_장옥관
신생국, 별의 먼지_엄원태
꽃병과 파도의 거리_이원
거짓말처럼_김소연
거리 좁히기_윤일현
적의 위치_이장욱
내가 무섭다_손수여
모든 것들은 그날을 꿈꾸기에 우는 것이다_김상윤
그것_오은
노모 일기·2_김욱진
여름밤 칵테일_황유원
노래_이삼례

2
이 도시가 죽은 사람을
바다로 버리기 시작한 것은 사월이었다
_유럽ㆍ영미
COVID-19에 관한 규칙_마이클 브레넌
차이가 있는 한,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과 병든 인간_필립 메이즈만
나는 샘이 될 거야_오렐리아 라사크
무슨 일이 있어도 재의 바다에 노를 놓쳐서는 안 된다_괵체누르 체레베이오루
마스크 없이_루이즈 뒤프레
뒤늦은 의회대표 질문_리커 마르스만
무제無題_스타니슬라프 르보브스키
새집에 덮개를 씌우다_마투라
아픔을 사멸하기 위한 블랙맘바의 독_얀 라우베레인스
어느 일기의 한 토막_호셉 로드리게스
새로운 음악_피오나 샘슨
이 모든 것이_아나 리스토비치
히포콘더_에드거 바서
우리는 돌아가는 장소에 속하는가? 아니면 죽는 장소에 속하는가?_니콜라 마지로브
호흡 연습_다니엘라 바르바라

3
나는 바이러스
맑은 후에 흐림 가끔 멸망
_일본
2020년 3월과 6월, 도쿄에 새로 생긴 전철역을 7월에 처음 찾았다_가니에 나하
구멍_야가미 기리코
기물진사가寄物陳思歌 세 수首_사토 유미오
내 집_사이하테 타히
네가 이 시를 쓰고 있다_가쿠 와카코
마스크맨_미야케 유스케
비행기구름_강한나
사랑 노래_야마자키 가요코
봉쇄_모리야마 메구미
코로나의 달을 둘러싼 단카 열 수_요쓰모토 야스히로
지구에 스테이하는 우리들은_이토 세이코
가미神를 죽이는 이야기_교 노부코
귀곡鬼哭_요시카와 나기
필요한 가게_오사키 사야카
하늘_호소다덴조

4
적어도 우리는
아직 살아있다고
_중국, 홍콩, 타이완
2020, 보이지 않는 것_천이즈
2020년의 아픔을 만지다_샤오샤오
꿀_류와이통
도시의 코로나 바이러스_록 훙
먼 끝_천위홍
밤의 노래_추안민
비 오는 날의 우울_크리스 송
사람이 불에 탔다_위요우요우
생장의 힘_치우화둥
항역抗疫시대_쨍젱헝
예술은 잘 모르겠는데 / 열 가지 질문_타미 라이밍 호
진혼가에서의 발췌_재키 유옌

역자 후기
바이러스의 재난 앞에서 너무나 무력한 문학_김태성 번역가
지구에서 스테이!_요시카와 나기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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