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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035499 / 256쪽 / 258g / 120 x 1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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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문지 에크리 [4]
출판사 리뷰
그리핀 시문학상 수상 시인 김혜순의 아시아 여행기 『여자짐승아시아하기』가 <문지 에크리>로 출간되었다. 올해 시작(詩作) 40년을 맞이한 김혜순은 여성시인으로서의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거대 담론과 남성적 세계를 향한 비명에 가까운 시쓰기를 지속해왔다. 13권의 시집에서 ‘프랙털 도형’처럼 모습을 바꾸며 무한 증식하고 확장하여 스스로 움직여온 김혜순의 시적 언어는 하나의 커다란 질문에 대한 다종다양한 답변 같기도 하다. 페미니즘이 시와 만났을 때 어떤 모습일까. 김혜순의 산문 역시 같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이 책은 산문집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2002)과 시론집 『여성, 시하다』(2017)의 연장선에 있다. 따라서 왜 여자-짐승-아시아(하기)인가를 묻는다면, 그 기록들에서 뿌리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문학적 보편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남성적 원전에 부대끼면서도, 페미니즘이라고 불리는 서양적 담론으로부터도 멀리 떨어져 사는 제3세계의 여성시인이다. 그럼에도 이 자리, 이 이중 삼중의 식민지 속에서 나는 여성의 언어로 여성적 존재의 참혹과 광기와 질곡과 사랑을 드러내는 글쓰기에 대해 말해야 한다”(『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는 현실 판단과 “여성시인의 언어는 여성시인 스스로가 자신을 이방인, 난민으로 경험, 인식하는 것, 혹은 그에 따른 학습, 사유가 있지 않고는 발화될 수가 없다”는 자기 인식에서부터 이 책은 시작되었다. 『여자짐승아시아하기』는 (여성을 포함하여) 개념으로 규정되는 것들의 모든 바깥을 ‘하기’해보려는 시도이다. 그러므로 아시아 여행기인 동시에 시쓰기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시인의 눈은 유적보다는 골목과 거리를 빼곡히 채우는 사람들에 닿아 있다. 시인이 천착해온 바리데기 설화나, 사이와 변두리의 존재들에 주목하고 이입하여 문법적인 경계를 허물어버리려는 시도들은 김혜순의 시적 여정이 어떤 식으로 이어져왔는지에 대한 힌트로 읽히기도 한다. 머리말에서는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다뤄질지 간략하게 조명한다. 시인이 티베트에서 설인 예티에 대한 벽화를 보고 영감을 얻은 「눈의 여자」는,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 찾으려고 해도 찾아지지 않는 것, 국민적 욕망의 잠재의식을 읽어보려 노력했던 흔적이다. 또한 「쥐」에서는 인도의 쥐 사원에서 발견한 인간과 쥐의 친밀함, 인간과 짐승 사이의 수평적 관계를 살펴보면서 나와 짐승의 간격을 흐릿하게 만들어 “언어적 담론과 권력에 의해 구성된 인간이라는 범주”를 넘어서 새로운 생기의 장에 도착하고자 했다. 38편의 짧은 글들로 이루어진 「붉음」은 중국 소수 민족 마을과 몽골, 사막 등에 대한 붉고 뜨거운 기록이다. 이 글들은 또한 ‘대문자 국가’ ‘대문자 인간’을 벗어나 오히려 ‘스스로 비천하기’를 감행하는 어떤 이상한 움직임의 발견이기도 하다. 2007년경 『문예중앙』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 다듬고 더했다. 10년 남짓 지났지만 쉬 바뀌는 ‘정보’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비추는 글이기 때문에 언제 읽어도 유효할 것이다.
나는 여자하기와 짐승하기로 실재하는 아시아를 여행했다. 여행은 ‘나’라는 존재가 붙박인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며 운동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여행은 ‘나’에게서 ‘나’를 떼어내어 분산시키는 하나의 작용이다. 여행하는 동안 나는 설설 끓는 솥에서 분출하여 사라지는 안개처럼, 당신의 얼굴이 사라진 다음 그 주위를 맴도는 부사처럼. 아련한 그 모습, 여자이면서 짐승이기도 한 아시아의 ‘아시아’가 내 주위를 맴도는 것을 느꼈다.
_「여자짐승아시아하기」(p. 14)
그년/눈의 여자. 욕설로 불러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비천한 것. 여성을 동물과 동일시해버리는 것처럼, 미지의 것을 무참하게 이성을 침범하는 요물로 만들어버리는 것. […] 그들은 자신들의 공동체의 본모습을 하나의 여성적 화신으로 발명했다. 그러기에 감각과 의미, 동물과 신 사이에서 어정쩡한 존재자로 살아가는 자신들의 변신을 향한 가리고 싶은 욕망을 반영한, 그 화신이 그년/눈의 여자일 것이다. 그리고 그 욕망을 하대해 눈의 여자를 상스러운 ‘그년’이라고 부르며 조롱하는 것일 것이다.
_「눈의 여자」(pp. 51~53, 55)
나는 이곳에서 내 더러운 것이 내 더러운 것을 닦는 것을 경험한다. 내 더러움에 익사하자 내 더러움이 잠시 깨끗해진다.
_「쥐」(p. 138)
여자짐승아시아하기―책머리에
눈의 여자―티베트
쥐―인도
붉음―실크로드, 산동성, 운남성, 산서성, 청해성, 미얀마, 캄보디아, 고비사막, 타클라마칸사막, 몽골
붉은 목탑
붉은 먼지
붉은 모래 붉은 노래
붉은 모래
피눈물
붉은 경보
붉은 팥
붉은 자두
흰 식탁, 붉은 식탁
낙타하다
붉은 가위
열병
붉은 책
3단
붉은 등 디제잉
붉은 내장
노을 속에서 떠오르는 신비한 공
청바지 입은 마에스트로
땅속의 붉은 나라
꽃무늬 팬티
붉은 찻물
소녀의 붉은 뺨
해 질 녘 댄스
붉은 비단길
붉은 가사
붉은 고백
붉은 뱀
핏줄기
노스탤지어의 노스탤지어
붉은 물집
밤에 만나서 새벽에 헤어지는 부부
피의 루비
토마토
붉은 망토
똥 덩어리 부처
붉은 설치 작품을 위한 노트
총!
지독히 붉어서 눈이 시린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