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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

장석주 저 | 연두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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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6196707 / 220쪽 140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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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우리는 잘 살았는가?
우리는 쓸쓸하고 찬란하다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은 저자 장석주가 살아온 삶의 편력을 빌어 베이비부머, 즉 ‘우리’라고 하나의 바운더리로 묶을 수 있는 군집의 삶을, 그 삶의 결을 더듬고 드러내고자 하는 시도였다. 우리는 어떤 제도, 가치, 금기, 이데올로기 속에서 그것과 길항하며 삶을 꾸렸는가를, 또한 우리 안에 숨어 작동하는 욕망의 양태와 무의식의 물질성을 통해 우리가 왜 이렇게 살 수밖에 없었는가를 ‘스토리텔링’을 통해 밝혀보고자 한 것이다. 그 시작점은 ‘나’, ‘나’를 이루는 기억의 총체, 크게 자랑스럽거나 수치스러울 것도 없는 자전 기억이다. 이것은 저자가 인식한 삶의 전모를 보여준다. 일인은 만인의 부분 집합이고, 전체 집합의 만인은 일인이라는 원소와 거기에 속하지 않는 원소로 이루어진다. 전체 집합을 U라 하고 부분 집합을 A라고 할 때 집합 A에 속하지 않는 원소를 U에 대한 A의 여집합이라고 한다. 이 책은 U에 대한 A의 여집합을 구하고 그 의미를 밝히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개인성과 독자성은 전체 집합 U에 한 원소로 녹아 있고, 그것을 근거로 숨은 또 다른 원소를 구해 U의 퍼즐을 완성하는 일은 넓게는 집단 기억을 불러내 그것으로 한 시대의 벽화를 그려보려는 기획이고, 좁게는 다른 배경과 기억을 갖고 동시대를 통과해온 이들과 존재의 다의성에 대해 공감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이다.

한 베이비부머의 고백이자 사회적 의미론, 그리고 한 세대의 투쟁기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은 동시대를 산 세대를 위한 사적 고백이자 그 세대의 삶과 의식에서 끄집어낸 사회적 의미론이다. 어쩌면 세대론은 전 세대의 업적에 대한 부정이고, 자기 세대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다. 그것은 종종 전 세대가 기댄 주요 이념에 대한 감성화된 전쟁 포고 선언이다. 세대론이 과거를 소환하고 과거에로 회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세대론이 감성적 회고에 기대더라도 그 회고에 대한 차갑고 메마른 성찰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세대론은 늘 소란스럽고 논쟁을 동반한다. 또한 세대론이란 동시대의 추억담을 넘어서는 것으로, 전 세대를 부정하면서 동시대의 가치를 인정받으려는 투쟁기다.

베이비부머인 저자 장석주가 말하는 베이비부머

베이비부머는 전후의 궁핍 속에서 태어나고 자랐기에 가난을 보편적 경험으로 공유하는 이 가 많다. 우리보다 앞선 해방둥이 세대와 1980년대의 운동권 세대를 잇는 ‘가교 세대’이거나 두 세대 사이에 ‘낀 세대’다. 우리는 넓은 범주에서 유교 문화가 잔존하는 사회에서 빚은 정체성과 농경 문화의 감수성을 내면화하며 살았다. 우리 중 다수는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까지 고도 경제 성장기 동안 산업의 역군으로 나서 국가 경제를 융성하게 일구는 데 힘을 보탰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IMF라는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하며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기업들이 문을 닫을 때 그중 많은 이가 직장을 잃고 거리를 떠돌았다. 우리는 퇴직과 실직을 겪고, 자영업 종사자는 폐업한 뒤 재기하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용케도 그 위기를 헤쳐 나온 이도 있고, 그대로 주저앉은 이도 있다. 이제 스무 해 남짓한 세월이 흘렀다. 우리는 60대 초반으로 사회 현업에서 퇴직하는 연령대에 들어섰다. 이른바 베이비부머들은 일과 직장에서 밀려나며 ‘퇴적 세대’가 되어가는 중이다. 우리에게 해고와 실직은 아직 마주치고 싶지 않은 현실이다. 하지만 퇴직과 은퇴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문제는 우리에게 일할 만한 신체 능력이 있고, 아직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새 직장이나 일을 구하려고 구직 활동을 해야 한다. 우리는 고용노동부 사이트나 구인 구직 사이트를 통해 일자리를 찾는다. 이 나라를 빈곤에서 구해냈지만 정작 명예퇴직과 은퇴, 해고와 실직을 겪으며 나이 들어 빈곤 계층으로 전락하는 불운을 피할 수 없었다. 우리는 돈을 벌어 부모 세대를 부양했으나 자식 세대에게는 외면당한 ‘낀 세대’다. 우리 세대는 무모하고 비참하고 찬란하고 억울하다는 느낌을 공유한다. 거울을 들여다보면 무모하고 비참하고 찬란하고 억울한 시대를 건너온 얼굴이 고스란히 비친다. 우리가 거쳐온 시대가 바로 거울이다! 녹슬고 깨진 거울에 비친 우울하고 슬픈 자화상들! 시대의 거울은 낡고 뿌옇고, 금이 가고 깨졌다. 우리는 사소하고 위대했다. 우리는 행복을 꿈꾸었으나 그 기획은 백일몽으로 끝났다.

출판사 리뷰

살아남은 자들의 사적 고백이자 사회사 같은 해에 태어난 100명 중 1명은 16세에 죽고 63세 이후로 해마다 1명씩 죽음으로 주민등록이 말소되다가 75세가 되면 67명이 남고, 100세를 살아서 맞을 이는 단 3명뿐이라 한다. 영국 문화인류학자 로빈 던바는 ‘던바의 법칙’이라 해서 인간의 신경피질이 다룰 수 있는 친근한 인간관계는 150명 안짝이라고 한다. 생의 법칙에 따르면 60세 안팎의 사람들은 해마다 지인이 1명씩 사라지는 지점에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는 베이비부머가 여기에 해당한다. 베이비부머는 한국전쟁이 휴전으... 살아남은 자들의 사적 고백이자 사회사 같은 해에 태어난 100명 중 1명은 16세에 죽고 63세 이후로 해마다 1명씩 죽음으로 주민등록이 말소되다가 75세가 되면 67명이 남고, 100세를 살아서 맞을 이는 단 3명뿐이라 한다. 영국 문화인류학자 로빈 던바는 ‘던바의 법칙’이라 해서 인간의 신경피질이 다룰 수 있는 친근한 인간관계는 150명 안짝이라고 한다. 생의 법칙에 따르면 60세 안팎의 사람들은 해마다 지인이 1명씩 사라지는 지점에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는 베이비부머가 여기에 해당한다. 베이비부머는 한국전쟁이 휴전으로 끝난 후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다. 빠르면 60세를 넘겼거나 육박한 나이다. 직장을 다닌다면 임금 피크제 대상이거나 퇴직을 앞둔 상태로 인생의 2막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이들은 부모 세대와 달리 전쟁의 참혹함을 겪지는 못했지만 ‘경쟁의 혹독함’ 속에 살아온 세대다. 중학교 입학시험, 고등학교 입학시험 등 입시에 시달리다 1960~1070년대 산업화의 시기를 거치며 1980년대 민주화와 IMF 외환 위기, 대통령 탄핵 등 격동의 한국사를 온몸으로 겪어왔다.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은 베이비부머로 태어난 시인 장석주가 동시대를 지금까지 살아온 혹은 버텨온 ‘동지’들에게 보내는 ‘치유’ 메시지다. 장석주 작가 개인의 슬프고 찬란한 생존의 기억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살아남은’ 다섯 벗의 입을 빌어 베이비부머 세대의 삶을 이야기했다. 동시대를 산 세대를 위한 사적 고백이자 그 세대의 삶과 의식에서 끄집어낸 사회사적 의미론쯤 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장석주 저자에게 베이비부머 세대는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부터 박정희 정권의 애국주의 세뇌 교육에 내몰렸지만 민주화 열망을 꺼뜨리지 않은 세대다. 저자 자신도 교련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고등학교를 자퇴한 경험이 있다. 이들은 『선데이 서울』로 ‘성’을 배우고, 에서 자본주의가 순결한 한 여자를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보고, 청년 시절에는 『전환시대의 논리』나 『우상과 이성』을 읽으며 ‘의식화’를 겪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에 문화 충격을 느끼고,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세월호 참사 등 재난의 목격자로 살아왔다. 또 한참 일할 장년이 되어서는 IMF 외환 위기 때문에 구조 조정과 실직을 겪으며 삶의 뿌리까지 흔들리기도 했다. 전쟁, 포로수용소, 대량 학살 따위는 겪지 않았지만 가난, 평범한 악들, 속물주의, 무한 경쟁, 정의가 없는 국가 폭력이라는 전쟁을 인생의 과도기로 겪으며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장석주 저자는 자신들 베이비부머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압력을 비슷한 강도로 겪으며 ‘신념 기억’이 비대화되고, ‘학습 기억’을 가졌다.”고 평가한다. 한쪽에서는 ‘박근혜 탄핵’을 지지하는 집회에 나서기도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를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에 나서기도 하는 등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각양각색의 정치 신념을 가진 게 베이비붐 세대라는 것이다. 낀 세대, 가교 세대, 퇴적 세대 그리고 88만원 세대 베이비붐 세대는 앞선 해방둥이 세대와 1980년대 운동권 세대를 잇는 ‘가교 세대’이거나 두 세대 사이에 ‘낀 세대’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나와도 입도선매로 취업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50대 중?후반서 60대 초반으로 들어서며 현업에서 퇴직하는 연령대다. 7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베이비부머 중 매년 100만 명이 퇴직자로 밀려 나오는 ‘퇴적 세대’이기도 하다. 저자는 “나라를 빈곤에서 구해냈지만 정작 명예퇴직과 은퇴, 해고와 실직을 겪으며 나이 들어 빈곤 계층으로 전락”한 세대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들은 취업난과 비정규직 공포에 시달리는 20대인 ‘88만원 세대’의 부모기도 하다. 이런 베이비붐 세대는 대게 아버지와의 갈등과 단절이 있다. 이들에게 아버지는 ‘악의 표상’이자 ‘독재자’였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 세계 최빈국이었던 당시 한국 사회라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자라온 아버지는 무능력했지만 절대적 권위를 가졌다는 것. 베이비부머라는 말에 맞게 우후죽순 같은 형제자매 속에서 각자 생존을 위한 경쟁을 할 때 아버지는 권위 그 자체였지 지지자나 후원자는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정작 베이비부머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자랐지만 막상 성인이 됐을 때 아버지라는 권위보다는 책임감에 짓눌렸다. 장석주 저자의 한 친구는 회사의 부당한 대우에 대해 이 책에서 이야기하며 “나는 사표를 낼 용기가 없었다. 처자식을 책임지는 게 목숨보다 엄중했다.”고 회고한다. 베이비부머는 가장의 권력이 사라지고 가족 부양이라는 무게에 얹힌 노동에 어깨가 굽어 살아왔다는 것이다.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은 장석주 저자 개인의 이야기인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과 동시대를 함께 겪은 벗들의 에세이인 ‘베이비부머의 고백’으로 이뤄졌다. 저자는 골목길, 박정희, 국민교육헌장, 『즐거운 사라』 필화 사건, 피에로, 망각 등의 키워드를 통해 자신이 살아온 60여 년을 소개하며 개별자로서 바라본 세대론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베이비붐 세대에게 지금까지 살아남음은 닐 암스트롱이 지구인 최초로 달에 첫 발을 내딛었던 것만큼 ‘위대한 도약’이라고 논한다. 예기치 못한 재난과 재해, 각종 암과 파킨슨병을 다 피하고 개발 독재와 민주화를 거쳐 신자유주의 시대까지 승자 독식 사회의 경쟁과 자살의 유혹을 견뎌내고 살아남았으니 자랑스럽다고 동세대에게 전한다.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니 큰 과오도 없고, 대단한 업적도 없는 삶이지만, 지금 살아 있으니 자랑스럽다. 이제는 가장의 책임을 내려놓고 서로 위로하자고 말한다. 누가 나를 위로하는가. 우리는 서로 위로하며 세상을 버텨왔다. 살아왔다. 서로 위로하자. 그만하면 잘 살았다. [책속으로 추가] 어느 비 오는 날 맞은편 사동에서 한 친구가 노래를 불러댔다. 미결수인지 기결수인지도 모르고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가수’의 노래가 사동 전체에 울려 퍼졌다. (105쪽) 한국의 베이비부머들은 장년기의 끝자락을 지나 노년기 초입으로 들어서는 중이다. 노화는 처음 겪는 낯선 경험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노년기로 접어들며 어느덧 피부와 장기들에 노화 징후들이 서서히 나타나는 것이다. 노화는 신체적 둔감함과 몸의 이완 속에서 겪는 낯설고 당혹스런 경험이다. (123쪽)

저자 소개

시인, 문장 노동자, 독서광. 논산에서 나고, 서울에서 자랐다. 날마다 책을 읽고 산책하는 걸 인생의 큰 보람으로 삼는 사람이다. 1975년 《월간 문학》 신인상 공모에 시,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했다. 시집 《오랫동안》과 《몽해항로》를 포함해 책을 여럿 썼다. 고려원 편집장을 거쳐 청하에서 열다섯 해 동안 편집자로 일했다. 그 뒤 전업 작가로 살며 동덕여대, 경희사이버대, 명지전문대 등에서 강의했다. 

2007년에서 2010년까지 국악방송에서 <문화 사랑방>에 이어 <행복한 문학>의 진행자로 활동했다. 《소설 : 장석주의 소설창작 특강》(2002년 출판인회의 ‘이달의 책’), 《풍경의 탄생》(2005년 문예진흥원 우수문학도서), 《붉디붉은 호랑이》(2005년 문화예술위 우수문학도서), 《들뢰즈, 카프카, 김훈》(2006년 문화부 우수학술도서), 《장소의 탄생》(2007년 예술원 창작기금 수혜 및 문화부 우수교양도서), 《절벽》(2008년 문화예술위 창작기금 수혜 및 우수문학도서), 《이상과 모던뽀이들》(2011년 문화예술위 우수문학도서), 《마흔의 서재》(2013년 문화부 우수교양도서), 《동물원과 유토피아》(2013년 문화예술위 우수문학도서) 등 다수의 저서를 발간했다. 지금은 안성에서 책을 읽고 쓰며 살고 있다. 

책 속에서

나는 베이비부머 중 한 사람이다. 우리 세대는 한국전쟁 뒤 태어났다. (8쪽)

우리 세대는 채변 봉투에 받아간 똥으로 기생충 검사를 받고, 쥐의 꼬리를 잘라 학교에 내는 숙제를 하고, 학교에서 미국 구호물자로 만든 옥수수가루 빵을 배급받아 먹었다. 너나 할 것 없이 가난하던 시절이다. 박정희 군부 독재 시절 일본 제국주의의 교육 칙령을 본뜬 ‘국민교육헌장’을 달달 외우고, 고등학교 때 교련 과목이 생겨 교련복을 입고 제식 훈련과 맹목의 애국주의 세뇌 교육에 내몰렸다. (9쪽)

2016년 겨울에 일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외치는 촛불집회에 나가고, 또 다른 일부는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집회에 나갔다. 내 친구들은 부자와 빈자, 보수 꼴통과 진보 좌파, ‘신념 기억’이 이상 비대화된 자와 다양한 ‘학습 기억’을 가진 자로 나뉜 채 뒤섞여 있다. (10~11쪽)

모든 세대는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자기가 처한 역사 시간을 뚫고 나온다. 우리 몸은 동시대의 시간이 쌓이는 것을 지각한다. 동시대라는 시간 지각이 세대론의 바탕이다. 우리는 누구나 서로에 대한 증인이다. 동시대에 태어나 똑같은 역사 사건을 겪으며 산 사람들은 서로가 겪은 시간의 증인들이다. 사실 저마다 다른 장소에서 태어나 다른 삶을 살았지만 우리는 개별자로서 더 깊은 곳에서 상호 연루되어 있다. 우리의 욕망과 집념, 성공과 실패, 용기와 비열함, 학력과 직업, 취향과 가치관, 건강과 재산 정도도 다 다르지만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동일한 지점에 도달한다. (25쪽)

우리는 인생이란 긴 여행을 하는 중이다. 여러 경유지를 거쳐 지금 여기에 도착했다. 더 거시적으로 보자면 인류는 다채로운 문명을 경유해 비인과적 시간의 동시성을 체화하며 지금 여기에 당도한다. 나는 인류의 일원으로 태어나고, 시간의 거대한 바퀴는 끊임없이 돌아가며, 지금 여기의 세계로 불가피하게 밀려 나온다. 우리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와 같이 토끼를 따라 토끼 굴로 들어간 ‘엘리스’들이다. 우리는 길고 긴 굴을 따라 걷고, 더러는 미로 속에서 추락을 겪으며 길을 헤쳐 나온다. 그러나 아직 굴 밖의 세상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35쪽)

이해 서울 인구는 360만이었다. 그랬건만 이미 ‘서울은 만원이다.’라는 실감은 컸다. 다들 생업으로 바빴지만 더 많은 사람이 실업의 상태로 거리를 떠돌았다. 이 무 렵 실업 인구는 7~8퍼센트고, 대졸자의 실질 실업률 은 21퍼센트에 달했다. 서울의 공기는 탁하고 어딘가 일산화탄소의 냄새가 희미하게 떠돌았다. 집집마다 연탄을 난방 연료로 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50쪽)

1960년대 서울의 골목길에는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소 리가 끊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술래잡기, 말타기, 다방구, 자치기, 비석치기, 제기차기, 땅따먹기, 사방치기, 오재미놀이, 고무줄놀이, 찜뽕 같은 놀이를 즐겼다. 서울 서촌의 이 다정한 골목길이 도시 개발의 여파로 사라졌다. (56쪽)

내 1980년 기억의 바탕을 이루는 감정은 무기력과 나르시시즘이다. 많은 부분이 지워지고 나는 단편적인 기억만 겨우 ‘망각의 기억술’ 안에서 소환할 수 있을 뿐이다. (100쪽)

어느 비 오는 날 맞은편 사동에서 한 친구가 노래를 불러댔다. 미결수인지 기결수인지도 모르고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가수’의 노래가 사동 전체에 울려 퍼졌다. (105쪽)

한국의 베이비부머들은 장년기의 끝자락을 지나 노년기 초입으로 들어서는 중이다. 노화는 처음 겪는 낯선 경험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노년기로 접어들며 어느덧 피부와 장기들에 노화 징후들이 서서히 나타나는 것이다. 노화는 신체적 둔감함과 몸의 이완 속에서 겪는 낯설고 당혹스런 경험이다. (123쪽)

목차

프롤로그-우리 세대를 말한다
1부-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
세대론을 위하여
인생이란 긴 여행
슬픈 자화상
안녕, 시골이여!
서울은 만원이다
구로공단, 배호, 전태일
‘박정희’라는 표상
무대 위의 피에로
떠돌이의 시대
망각의 기억술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읽는 인간’으로 산다는 것
늙는다는 것
2부-베이비부머의 고백
J의 경우
내 삶의 궤적
그만하면 잘 살지 않았는가
개천에서 용 났다!
우리 가족의 황금시대
에필로그-책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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