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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의 향연 장석주 색깔 있는 에세이

장석주 저 | 호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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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6644611 / 172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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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시인, 문장 노동자, 독서광. 논산에서 나고, 서울에서 자랐다. 날마다 책을 읽고 산책하는 걸 인생의 큰 보람으로 삼는 사람이다. 1975년 《월간 문학》 신인상 공모에 시,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했다. 시집 《오랫동안》과 《몽해항로》를 포함해 책을 여럿 썼다. 고려원 편집장을 거쳐 청하에서 열다섯 해 동안 편집자로 일했다. 그 뒤 전업 작가로 살며 동덕여대, 경희사이버대, 명지전문대 등에서 강의했다. 

2007년에서 2010년까지 국악방송에서 <문화 사랑방>에 이어 <행복한 문학>의 진행자로 활동했다. 《소설 : 장석주의 소설창작 특강》(2002년 출판인회의 ‘이달의 책’), 《풍경의 탄생》(2005년 문예진흥원 우수문학도서), 《붉디붉은 호랑이》(2005년 문화예술위 우수문학도서), 《들뢰즈, 카프카, 김훈》(2006년 문화부 우수학술도서), 《장소의 탄생》(2007년 예술원 창작기금 수혜 및 문화부 우수교양도서), 《절벽》(2008년 문화예술위 창작기금 수혜 및 우수문학도서), 《이상과 모던뽀이들》(2011년 문화예술위 우수문학도서), 《마흔의 서재》(2013년 문화부 우수교양도서), 《동물원과 유토피아》(2013년 문화예술위 우수문학도서) 등 다수의 저서를 발간했다. 지금은 안성에서 책을 읽고 쓰며 살고 있다. 

책 속에서

흰색 감수성은 사춘기 때 읽은 “접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 눈이 많이 내리는 고장이었다”로 시작하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첫 문장, 그리고 이어지는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라는 문장에서 첫눈을 뜨고 벼려졌다. - 22쪽

흰색은 색의 범주를 벗어나 터져 나오는 빛으로 인지된다. 오스트발트의 표색계에서 분류한 색채들의 물질성이 아득하게 휘발되어 버리는 소실점에서만 흰색이 홀연 떠오른다. - 26쪽

막 개화를 시작한 산수유꽃과 개나리꽃들이 제 속에 품은 노랑들을 바깥으로 힘껏 밀어내며 들과 산의 칙칙한 무채색을 무찌른다. 졸음을 부르는 봄날의 노곤함에는 노랑이 아른거린다. 노랑은 겨울의 죽음을 무찌르는 생명의 약동이다. - 28쪽

초록은 봄의 색이다. 나라가 망하건 흥하건 상관없이 봄풀은 돋아난다. 초록이 번지는 들에서 우리는 새로운 날들의 희망을 가만히 품어 본다. 초목에 물이 돌고 초록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며 생명의 번성을 예고한다. 초록은 아프다. - 40쪽

자,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불행들아, 비켜서라! 저 녹색의 교향악을 들으며 심중 깊은 곳에 직지直旨 하나를 키우는 것이 배산임수의 땅에서 사는 보람이다. - 50쪽

처음으로 지구 밖에서 청보석으로 빛나는 이 별을 바라본 소련 사람 유리 가가린은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는다. 파랑은 불가사의한 신비와 아름다움을 실현한다. - 54쪽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라는 시구를 처음 읽었을 때 푸름의 돌연한 화사함에 눈이 부셔 나는 눈을 감았다. 인생이 이토록 화사할 수도 있단 말인가? - 57쪽

슬픔에도 색깔이 있다면 그건 당연히 남색일 것이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것은 행복만이 아니다. 남색의 슬픔 역시 영감, 젊음, 명예와 마찬가지로 돈 주고 살 수가 없는 것의 목록에 든다. - 67쪽

주황은 빨강의 아우이고, 분홍이나 노랑과는 자매 사이다. 빨강, 주황, 분홍은 한 통속이다. 색채로써 혈통이 같다고 해서 그 운명이 같지는 않다. - 74쪽

11월의 개들은 무덤을 파헤친다네. 밑도 끝도 없는 말이다. 11월의 대기는 차가워지고, 밤에는 서리가 내린다. 강물은 좀 더 짙은 푸른색을 띤다. 한해살이 식물들은 덧없이 시든다. 녹색이라는 부富를 탕진한 옥수수와 해바라기 줄기는 색이 갈색으로 변한다. 마른 줄기가 바람에 서걱거린다. - 84쪽

내 무의식에 새겨진 은색의 강렬함은 김기림의 산문 「길」에 나오는 한 문장과 깊은 연관이 있다. 「길」을 처음 읽었을 때 은빛 바다가 날카롭게 내 마음을 찢으며 들어왔다. 그래서 내게는 모든 바다가 항상 은빛으로 빛난다. - 102쪽

인생의 끝은 죽음이 아니다. 차라리 죽음은 삶의 총체적 완성이다. 삶은 죽음에 닿으며 비로소 둥글어진다. 인생의 끝은 꿈과 희망을 버렸을 때, 불길한 파열음과 함께 들이닥친다. - 118쪽

사랑을 잃은 자는 보라의 마음을 품고 살며 보라에서 위안을 구한다. 보라가 위안이 될 수 있을까? 아마 그럴지도. 그러나 보라에 마음을 한 번이라도 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결코 보라의 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 123쪽

어린 여자아이의 잇몸과 목젖, 비둘기의 가는 발목, 갓 태어나 몸통에 털이 없는 쥐, 강아지, 돼지 새끼들은 분홍이다. 눈도 못 뜬 채 꼼지락거리는 분홍들. 분홍의 유효기간은 짧다. 분홍은 이내 사라진다. 아니 사라지고 없는 것들이 분홍으로 남는다. - 130쪽

모든 사랑은 달콤하지만 다 순탄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붉은 장미꽃 가지가 날카로운 가시를 숨기고 있듯 사랑의 도정道程에는 견뎌내야 할 수난이 있다. - 147쪽

유홍준 시인은 양손에 자두알 다섯 개를 쥐고 난 뒤 번쩍이는 영감을 받았다. 잘 익어 붉은 자두를 움켜쥐는 일이 “두근거리는 일”이다. 시디신 자두를 베어 물고 웃어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 154쪽

눈썹은 검다. 눈썹은 이마라는 대지 위에 그어진 지평선이다. 검은 눈썹은 몸 안의 들어 차 있는 어둠에 대한 외시外示이다. - 165쪽

목차

책을 내면서 | 이 세상은 색채의 향연이다

흰색 _ 알과 젖의 색
노랑 _ 봄빛의 산란散亂, 그 아찔한 현기증
초록 _ 땅과 하늘을 잇는 사다리의 색
녹색 _ 꺼지지 않는 희망, 불행들아 비켜서라!
파랑 _ 지치고 힘들 때에는 파랑의 왕국으로
남색 _ 퇴폐나 타락에서 가장 먼
주황 _ 상생의 기운이 감도는
갈색 _ 중세의 가을을 지나온 바람
금색 _ 크게 어두우니 빛이 온다
은색 _ 만질 수 없는 피안의 빛, 그 창백한 아름다움
회색 _ 끝이 주는 미덕들, 그 달콤함과 휴식
보라 _ 초록에 핏물이 든 것, 사랑을 알만큼 아는 자의 색
분홍 _ 사랑의 말을 발음하는 당신의 혀
빨강 _ 흐르고 스미며 배어들어 생명을 살찌우는
자주 _ 속되지 않고 소박하되 기품이 있는
검정 _ 무수한 별들을 띄우는 흑수黑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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