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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쇼몬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선

원제 : 羅生門
시리즈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8]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저 | 서은혜 역 | 민음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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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7463266 / 320쪽 / 370g / 132 x 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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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구원을 희구하는 인간들 쇠퇴해 가는 도시의 무너져 가는 성문 위, 연고 없는 시체가 쌓인 어둡고 으스스한 공간에서 갈 곳을 잃은 남자는 ‘선’와 ‘악’의 두 얼굴을 만나고(「라쇼몬」), 지고의 예술 작품을 그려 내기 위해 평생을 바친 화공은 가장 추한 것과 가장 비극적인 것에 조우하게 되며(「지옥변」), 어두운 풀숲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수수께끼는 호쾌한 도둑의 입에서, 아름다운 여인의 입에서, 억울한 혼백의 입에서 저마다 다른 실체를 드러낸다.(「덤불 속」)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그리는 세계는 시시각각 변화하며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흐려지는 장소이다. 그가 묘사한 세계 안에서 고민하고 기대하고 기뻐하고 좌절하는 인간 군상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암중모색 가운데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한 공감을 이끌어 낸다. 죽은 사람이 사십구 일간을 떠돈다는 ‘중유’에서 헤매는 듯한 인생, 그 안에서 진정한 ‘인간다움’을 발견해 내는 예리한 통찰은 그의 작품에 삶의 본질을 바라보는 ‘인간적인 시선’을 더하고 있다. 그때 누군가 살금살금 내 곁으로 다가오는 자가 있다. 나는 그쪽을 보려고 했다. 하지만 내 주변에는 어느새 흐린 어둠이 자욱하다. 누군가, 그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가만히 내 가슴의 단도를 뽑았다. 동시에 내 입속에는 다시 한 번 피가 넘쳐흐른다. 나는 그로써 영원히 중유(中有)의 어둠 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 「덤불 속」에서 한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중유’에서 살아가면서도 구원을 바라는 인간을 보여 준다. 지옥의 밑바닥에서 극락을 향하는 거미줄을 붙잡으려 애쓰는 도둑 간다타(「거미줄」), 끝도 없는 부가 가져온 허무에 좌절하여 신선의 세계를 꿈꾸는 두자춘(「두자춘」)과 같이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은 세상 속에서 계속 더 나은 무엇인가를 바라본다. “인간은 다들 냉정합니다. 제가 큰 부자가 되었을 때는 듣기 좋은 소리도 하고 따라다니기도 하지만, 일단 가난해져 보세요. 상냥한 얼굴조차 보여 주지 않습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설령 다시 한 번 큰 부자가 되어 봤자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중략) 그러니 저는 당신의 제자가 되어 선술 수업을 하고 싶습니다. 아니, 숨기시면 안 되죠. 당신은 덕 높으신 선인이실 겁니다.” ― 「두자춘」에서 정신 이상으로 칩거하다 요절한 생모의 그림자에 쫓기며 평생 광기와 죽음의 문제에 천착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작품 속에는 실제 삶에서 우러나온 지극히 사실적인 ‘인간의 고민’이 들어 있다. 불세출의 천재성과 현실 사회의 괴리 가운데 고뇌하던 작가가 그린 인간은 끊임없이 이상과 현실, 삶과 죽음 가운데 고뇌하고 모색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비춰 낸다. 비록 안개 속에서 ‘미치거나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는’ 인생을 살면서도 눈을 들어 구원을 희구하는 그의 작품 속 인간 군상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또 한 번 깊은 사색과 공감을 경험하게 할 것이다. ■ 단편 문학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드넓은 경지 실제 역사와 전통 설화에서 모티프를 차용한 역사물, 개화기 지식인의 고뇌를 다룬 지적인 현대물, 현실과 비현실의 구분이 파괴되는 환상 소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동화에 이르기까지, ‘일본 단편 문학의 아버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다종다양한 단편을 실험하면서도, 각 작품마다 놀라울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 준다. 실험적인 소설에서는 음울한 상상력과 유미주의적인 문체를 선보이며 사소설에서는 일상의 발견을 담담한 필치로 묘사하는 등, 그는 각각의 장르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문체와 구성을 자유자재로 구사해 보인다. 어느 날의 일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극락의 연못가를 혼자서 한가로이 거닐고 계셨습니다. 연못 속에 피어 있는 연꽃은 모두 옥처럼 하얗고 한가운데 박힌 금색 꽃술에서는 말할 수 없이 고운 향기가 끊임없이 주위에 넘쳐나고 있습니다. 극락은 마침 아침나절인가 봅니다. ― 「거미줄」에서 나는 궐련을 피워 가며 내 삶에 스스로도 전혀 모르는 시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런 생각은 나에게 불안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오싹한 것이었다. 나는 어젯밤 꿈속에서 한 손으로 그녀를 목 졸라 죽였다. 하지만 그게 꿈이 아니었다면……. ― 「꿈」에서 일찍이 스승인 나쓰메 소세키로부터 “문학계에 유례없는 작가가 될 것”이라는 극찬을 받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천재성은 작품의 다양성과 완성도를 통해 확실히 입증된다. 이 책에 수록한 열네 편의 작품들은 그가 남긴 약 150여 편의 단편 가운데에서도 각 장르를 대표할 만한 걸작들로, 작가가 도달한 단편 문학의 넓은 지평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광범한 작품 세계와 완벽한 형식미, 정밀한 기교를 모두 갖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문학의 정수를 담은 이 단편선을 통하여, 우리는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 명작을 만나는 전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 ‘천재’라는 이름으로 기억되는 일본 문학사의 정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일본 근대 문학을 전위에서 이끌며 문학사에 ‘천재’라는 이름으로 기억되는 작가이다. 도쿄 대학교 영문과 출신인 그는 영미 문학의 영향을 받아 정연한 논리성과 뚜렷한 필치, 무엇보다 압도적인 필력으로 자연주의 일색이었던 당시 일본 문단에 큰 충격을 던져 주었다. 예술지상주의와 합리주의에 기초하여 순수하고 문학적인 언어로 독보적인 세계관을 피력한 그는 어떤 문학 경향이나 운동에도 속하지 않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라는 독자적 장르를 창조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변화무쌍한 인간사의 본질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고뇌, 생의 허무와 절망, 그 가운데 피어나는 희망, 그의 작품 세계를 통괄하는 주제들은 모두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사색에서 출발한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영묘한 문학 세계는 다자이 오사무, 기쿠치 간, 구메 마사오 등 당대 문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을 뿐 아니라, 그의 이름을 따 제정한 ‘아쿠타가와 상’을 통해 일본 신예 작가들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명예로 오늘에 이르기까지 살아 숨 쉬고 있다.

저자 소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1892년 3월 1일 도쿄에서 태어났다. 용띠에 용의 달, 용의 날, 용의 시에 태어났다 하여 ‘龍之介’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생후 7개월경에 생모에게 정신이상이 와서 아기를 기를 수 없게 되자, 그는 외갓집으로 옮겨지고, 생모의 언니, 곧 이모가 맡아 기르게 된다. 웬일인지 늦도록 결혼도 하지 않고, 오빠 집에서 눈칫밥을 먹고 있던 그녀는, 이제야 내 역할이 생겼다는 듯, 과보호라고 할 정도로 아쿠타가와의 양육과 교육에 매달렸다. 이리하여 평생 이모에게 묶여 사는 심약한 천재 작가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뛰어나게 머리가 좋았던 그는, 중학(구제 5년 과정) 성적이 워낙 우수하여 일본 제일의 명문인 일고(一高)에 무시험으로 들어갔고, 1913년 도쿄대학 영문과에 진학했는데, 이 학과는 겨우 몇 명밖에 합격자를 내지 못했을 정도의 난관이었다 한다. 대학 재학 중인 1914년에, 일고 때부터의 동기인 기쿠치 칸, 구메 마사오 등과 동인지 ‘신사조(新思潮)’(제3차)를 창간하여 문학활동을 시작한다. 1915년에는 대표작의 하나인 ‘라쇼몽(羅生門)’을 발표했고, 어떤 급우의 소개로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문하로 들어가 지도를 받게 되었는데, 그 이듬해에 발표한 ‘코’가 스승인 소세키의 격찬을 받고, 문학에의 결의를 굳힌다. 이해에 대학을 졸업한 아쿠타가와는 해군 기관(機關)학교의 영어 교관으로 있으면서 창작에 정진하여, 그 이듬해에는 이미 제2단편집을 발간하고 있다. 1918년에는 교직을 그만두고 어느 신문사의 객원(客員) 사원이 되어 창작에 전념하게 된다. 그리하여 수많은 화제작을 연이어 내 놓음으로써, 30도 되기 전에 이미 중견 작가로서 인정받게 된다. 1921년에는 신문사의 해외 시찰원으로서 중국을 방문하여 호적(胡適)을 만나 대담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행 중에 앓아눕는 등, 이 무렵부터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하여, 신경쇠약, 불면증, 소화불량 등의 질병에 시달리게 된다. 양부모와 이모를 둘러싼 가정생활의 갈등도 끊이지 않는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문단의 평가에 지나치게 예민하여, 누가 악평(惡評)이라도 하면 견딜 수 없어 한다. 그의 동시대의 몇몇 문인들은, 추문을 일으키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작품에 대한 악평 따위는 아예 무시해 버리는 배짱으로 장수(長壽)도 하고, 따라서 대가(大家)라는 대접을 받으며 대작(大作)도 남기곤 하는데, 그런 유들유들한 작가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방대한 독서량으로 풍부한 지식과 천부적인 표현력을 가진 그는 끝까지 창작에 몰두하려 하지만, 차츰 육체적, 정신적으로 빠져나올 수 없는 어둠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게 된다. 그리하여 “인생은 지옥보다 더욱 지옥적이다”란 말을 연신 되뇌더니, 결국 작가로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접고 35년의 생을 스스로 마감하게 된다. 시신이 된 남편의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그의 부인이, “여보, 잘 하셨어요. 이제 좀 편안하시지요?” 하고 말했다고 하니, 그들의 악전고투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하게 한다. 아쿠타가와의 죽음의 8년 후에, 친구이며 문예춘추사 사주인 기쿠치 칸이 아쿠타가와를 기념하는 신인문학상 ‘아쿠타가와상’을 제정했다. 아쿠타가와상은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발전하여,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아쿠타가와의 유작인 ‘어느 바보의 일생’을 ‘패배의 문학’이라고들 했는데, 그는 결코 패배하지 않았다. 일본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작가로서, 나쓰메 소세키, 모리 오가이에 이어 역대 3위의 작가로 선정되고 있고, 그의 작품만을 다룬 ‘아쿠타가와 문학사전’이 몇 가지나 나와 있을 정도로, 그의 문학은 현재도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역자 소개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 도리쓰대학 대학원에서 일본 문학을 전공하였다. 현재 전주대학교 언어문화학부에 재직 중이다. 주요 역서로는 오에 겐자부로의 『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고려원, 1996), 와타나베 히로시의 『오에 겐자부로론』(전주대출판부, 1997), 가토 노리히로의 『사죄와 망언 사이에서』(창비, 1998), 시바 료타로의 『세키가하라 전투(전5권)』(청어람미디어, 2002), 가와카미 히로미의 『선생님의 가방』(청어람미디어, 2003) 등이 있다. 

목차

코 마죽 라쇼몬 묘한 이야기 다네코의 우울 엄마 꿈 흙 한 덩이 지옥변 거미줄 두자춘 신들의 미소 덤불 속 갓파 작품 해설 작가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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