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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팔기

원제 : 道草
시리즈 : 을유세계문학전집 [115]

나쓰메 소세키 저 | 서은혜 역 | 을유문화사 |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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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405032 / 336쪽 128 x 188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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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개화기 새로운 인간 군상을 사실적으로 그려 낸 수작 나쓰메 소세키가 일본 근대 문학의 아버지이자 국민 작가로 불리는 이유는 그가 이룬 예술적 성취와 더불어 근대 일본인이 전통적 삶과의 단절과 불화를 통해 겪었던 사회적, 정신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 때문이다. 그는 일본의 토착 문명과 서구 외래 문명 사이의 좁혀질 수 없는 거리를 인식하고 거기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알력 속에서 어떤 삶의 방식을 정립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 결과 자기의 본질에 맞춰 개성을 발휘하는 것만이 행복을 약속한다는 ‘자기 본위’를 주장하게 된다. 이는 내가 갈 길을 가고, 남이 갈 길을 막지 않는다는 타자 존중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철학에 비춰 볼 때, 『한눈팔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주인공의 자기 본위를 거스르거나 억압하는 존재들이다. 이미 파양으로 인해 주인공과 아무런 사이도 아니면서 몇 번이나 찾아와 돈을 요구하는 양부나 사업에 실패한 이후 은행의 보증을 부탁하는 장인에 이르기까지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은 하나같이 타자 존중이라는 개념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주인공과 가장 가까운 관계라 할 수 있는 아내도 마찬가지다. 아내는 남편을 돈벌이가 시원찮은 괴짜 정도로만 취급하고 그의 인생관을 깊이 있게 알려 들지 않는다. 다만 남편인 주인공 역시 아내를 제대로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재하기에 소설 내에서 저자가 말하는 자기 본위의 행복을 찾는 방법은 요원해 보인다. 이러한 상황을 더욱 비극적으로 만드는 요소는 끊기 어려운 인간관계다. 작품 말미에 주인공이 세상에 정리되는 일이란 좀처럼 없다며 넋두리처럼 내뱉는 대사는 이러한 억압적이고 폭력적이라 할 수 있는 인간관계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존중받지 못하고 자기 본위의 생활이 불가능함에도 원인이 되는 인간관계는 유지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존중하도록 사회나 관습이 요구하기 때문이다. 과거 전통 사회였다면 주인공은 개인의 인식보다는 공동체의 규범에 그저 따라가며 갈등을 겪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화기에 들어서 개인이란 관념에 눈을 뜨고 자신 위주로 세상을 보는 근대인들이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인간관계는 부조리하고 모순적인 체계가 되고 말았다. 『한눈팔기』는 이처럼 변화한 사회와 인간관계의 부조화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는 근대 문학의 걸작 가운데 하나다.

저자 소개

(夏目漱石) 

나쓰메 고헤나오카쓰(夏目小兵衛直克)의 5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유신 직후 가세가 기울면서 늦둥이였던 소세키는 태어나자마자 두 번이나 양자로 보내졌다가 되돌아오는 파란을 겪었다. 
어려서부터 문학에 흥미를 두어 니쇼가쿠샤(二松学舍)에서 한학을 공부했으며, 영어 교육 기관이었던 세이리쓰 가쿠샤(成立学舎)를 거쳐 17세에 도쿄대 예비 과정에 입학했다. 학창 시절에는 영어의 수재로 두각을 나타냈으며 장래 진로로 건축가를 꿈꾸기도 했다. 22세에 동급생 시키와 교제를 시작하면서 하이쿠를 짓기 시작했고, 시키의 고향을 방문해 훗날 그를 직업 작가의 길로 인도한 다카하마 교시(高浜虚子)를 처음 알게 되었다. 
1903년 귀국 후 도쿄 제국대학 강사로 재직하면서도 동양인으로서 영문학을 강의한다는 위화감에 힘겨워했는데, 그의 처녀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신경 쇠약을 치유하기 위한 수단으로 집필한 것이다. 1907년부터는 대학 교수라는 최고 엘리트 신분을 박차고 ≪아사히(朝日) 신문≫의 전속 작가로 전향했다. 이후 10년간에 걸친 창작 활동을 통해 근대화의 모순, 근대 문명 속의 개인의 불안과 고독, 인간의 속물성과 에고이즘에 대한 탐구 등, 근본적인 고민을 이어 갔다. 
근대 지식인 청년의 사랑과 인생에 대한 모색을 그린 삼부작 ≪산시로≫, ≪문(門)≫, ≪그 후(それから)≫에 이어, ≪행인(行人)≫, ≪마음(こころ)≫의 대표작은 일관되게 개인의 내적 고뇌를 묘사한 것이다. 한편 근대 문명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전통과 탈속적 세계관으로 인생을 바라보고자 한 ≪풀베개(草枕)≫와 ≪열흘 밤의 꿈(夢十夜)≫, 만년의 자전적 소설 ≪길 위의 생(道草)≫ 등에 이르기까지, 독보적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정치적 사회적 격변이 휘몰아치는 시대에 태어나 근대의 빛과 그림자를 온몸으로 체득하고 고뇌한 지식인으로서, 그의 소설은 그의 삶 자체였으며 나아가 일본 근대의 표상이기도 하다. 그 오랜 고투의 상징이기도 한 위궤양 악화로 1916년, 49세로 타계했다. 마지막 작품 ≪명암(明暗)≫이 미완으로 남아 있다. 

역자 소개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 도리쓰대학 대학원에서 일본 문학을 전공하였다. 현재 전주대학교 언어문화학부에 재직 중이다. 주요 역서로는 오에 겐자부로의 『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고려원, 1996), 와타나베 히로시의 『오에 겐자부로론』(전주대출판부, 1997), 가토 노리히로의 『사죄와 망언 사이에서』(창비, 1998), 시바 료타로의 『세키가하라 전투(전5권)』(청어람미디어, 2002), 가와카미 히로미의 『선생님의 가방』(청어람미디어, 2003) 등이 있다. 

책 속에서

P. 81 겐조는 자기 등 뒤에 이런 세계가 숨어 있었다는 사실을 못내 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이 세계는 평소엔 먼 과거의 것이었다. 하지만 한순간 느닷없이 현재로 바뀔 수밖에 없는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머리엔 거지 중을 닮은 히다의 상고머리가 떠올랐다가 가라앉곤 했다. 고양이처럼 턱이 짧은 누나가 숨이 차서 괴로워하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핏기가 엷어진 형 특유의 말라빠진 긴 얼굴도 보이다 말다 했다.
옛날 이 세계 사람이었던 겐조는 그 후 자연스럽게 이 세계를 혼자서 탈출해 버렸다.
그렇게 벗어난 채 오랜 동안 도쿄 땅을 밟지 않았다. 그는 지금 다시 그 속으로 뒷걸음질 쳐서 오랜만에 과거의 냄새를 맡았다. 그것은 그에게 삼분의 일의 반가움과 삼분의 이의 혐오를 불러오는 혼합물이었다. 


P. 136~137 겐조는 오로지 금전상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그 욕심을 한참 못 따라가는 유치한 잔머리를 최대한 굴리고 있는 노인을 차라리 불쌍히 여겼다. 그리고 움푹 들어간 눈을 지금 반투명 유리 덮개에 갖다 대고 연구라도 하는 것처럼 어둑신한 등불을 응시하고 있는 그가 가엾어 보였다.
‘그는 이렇게 늙었다.’
시마다의 평생을 압축한 듯한 한마디를 눈앞에 떠올린 겐조는 자신이 과연 어떻게 늙을 것인지를 생각했다. 그는 신이라는 단어를 싫어했다. 하지만 그때 그의 마음엔 분명 신이라는 낱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만약 그 신이 그의 일생을 통찰한다면 이 탐욕스러운 노인의 일생과 그다지 다를 것도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P. 291 “정리가 된 건 겉모습뿐이야. 그러니까 당신은 형식적인 사람이라는 거야.”
아내의 얼굴엔 미심쩍음과 반항의 빛이 아른거렸다.
“자, 어떻게 하면 정말로 정리가 되는 거예요?”
“이 세상에 정리가 되는 일 따위는 거의 없어. 한 번 일어난 일은 언제까지나 이어지거든. 단지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하니까 남들도 자기도 모를 뿐이지.”
겐조의 말투는 내뱉듯이 씁쓸했다. 아내는 말없이 젖먹이를 안아 올렸다.
“아이, 예뻐라, 착하기도 하지. 아빠가 하시는 말씀은 뭐라시는 건지 알 수가 없구나.”
아내는 이렇게 말하면서 아이 얼굴에 몇 번이고 입을 맞췄다. 

 

 

목차

한눈팔기
주
해설-나쓰메 소세키와 그의 자전적 소설 『한눈팔기』
판본 소개
나쓰메 소세키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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