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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405032 / 336쪽 128 x 188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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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개화기 새로운 인간 군상을 사실적으로 그려 낸 수작 나쓰메 소세키가 일본 근대 문학의 아버지이자 국민 작가로 불리는 이유는 그가 이룬 예술적 성취와 더불어 근대 일본인이 전통적 삶과의 단절과 불화를 통해 겪었던 사회적, 정신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 때문이다. 그는 일본의 토착 문명과 서구 외래 문명 사이의 좁혀질 수 없는 거리를 인식하고 거기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알력 속에서 어떤 삶의 방식을 정립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 결과 자기의 본질에 맞춰 개성을 발휘하는 것만이 행복을 약속한다는 ‘자기 본위’를 주장하게 된다. 이는 내가 갈 길을 가고, 남이 갈 길을 막지 않는다는 타자 존중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철학에 비춰 볼 때, 『한눈팔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주인공의 자기 본위를 거스르거나 억압하는 존재들이다. 이미 파양으로 인해 주인공과 아무런 사이도 아니면서 몇 번이나 찾아와 돈을 요구하는 양부나 사업에 실패한 이후 은행의 보증을 부탁하는 장인에 이르기까지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은 하나같이 타자 존중이라는 개념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주인공과 가장 가까운 관계라 할 수 있는 아내도 마찬가지다. 아내는 남편을 돈벌이가 시원찮은 괴짜 정도로만 취급하고 그의 인생관을 깊이 있게 알려 들지 않는다. 다만 남편인 주인공 역시 아내를 제대로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재하기에 소설 내에서 저자가 말하는 자기 본위의 행복을 찾는 방법은 요원해 보인다. 이러한 상황을 더욱 비극적으로 만드는 요소는 끊기 어려운 인간관계다. 작품 말미에 주인공이 세상에 정리되는 일이란 좀처럼 없다며 넋두리처럼 내뱉는 대사는 이러한 억압적이고 폭력적이라 할 수 있는 인간관계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존중받지 못하고 자기 본위의 생활이 불가능함에도 원인이 되는 인간관계는 유지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존중하도록 사회나 관습이 요구하기 때문이다. 과거 전통 사회였다면 주인공은 개인의 인식보다는 공동체의 규범에 그저 따라가며 갈등을 겪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화기에 들어서 개인이란 관념에 눈을 뜨고 자신 위주로 세상을 보는 근대인들이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인간관계는 부조리하고 모순적인 체계가 되고 말았다. 『한눈팔기』는 이처럼 변화한 사회와 인간관계의 부조화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는 근대 문학의 걸작 가운데 하나다.
P. 81 겐조는 자기 등 뒤에 이런 세계가 숨어 있었다는 사실을 못내 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이 세계는 평소엔 먼 과거의 것이었다. 하지만 한순간 느닷없이 현재로 바뀔 수밖에 없는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머리엔 거지 중을 닮은 히다의 상고머리가 떠올랐다가 가라앉곤 했다. 고양이처럼 턱이 짧은 누나가 숨이 차서 괴로워하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핏기가 엷어진 형 특유의 말라빠진 긴 얼굴도 보이다 말다 했다.
옛날 이 세계 사람이었던 겐조는 그 후 자연스럽게 이 세계를 혼자서 탈출해 버렸다.
그렇게 벗어난 채 오랜 동안 도쿄 땅을 밟지 않았다. 그는 지금 다시 그 속으로 뒷걸음질 쳐서 오랜만에 과거의 냄새를 맡았다. 그것은 그에게 삼분의 일의 반가움과 삼분의 이의 혐오를 불러오는 혼합물이었다.
P. 136~137 겐조는 오로지 금전상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그 욕심을 한참 못 따라가는 유치한 잔머리를 최대한 굴리고 있는 노인을 차라리 불쌍히 여겼다. 그리고 움푹 들어간 눈을 지금 반투명 유리 덮개에 갖다 대고 연구라도 하는 것처럼 어둑신한 등불을 응시하고 있는 그가 가엾어 보였다.
‘그는 이렇게 늙었다.’
시마다의 평생을 압축한 듯한 한마디를 눈앞에 떠올린 겐조는 자신이 과연 어떻게 늙을 것인지를 생각했다. 그는 신이라는 단어를 싫어했다. 하지만 그때 그의 마음엔 분명 신이라는 낱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만약 그 신이 그의 일생을 통찰한다면 이 탐욕스러운 노인의 일생과 그다지 다를 것도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P. 291 “정리가 된 건 겉모습뿐이야. 그러니까 당신은 형식적인 사람이라는 거야.”
아내의 얼굴엔 미심쩍음과 반항의 빛이 아른거렸다.
“자, 어떻게 하면 정말로 정리가 되는 거예요?”
“이 세상에 정리가 되는 일 따위는 거의 없어. 한 번 일어난 일은 언제까지나 이어지거든. 단지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하니까 남들도 자기도 모를 뿐이지.”
겐조의 말투는 내뱉듯이 씁쓸했다. 아내는 말없이 젖먹이를 안아 올렸다.
“아이, 예뻐라, 착하기도 하지. 아빠가 하시는 말씀은 뭐라시는 건지 알 수가 없구나.”
아내는 이렇게 말하면서 아이 얼굴에 몇 번이고 입을 맞췄다.
한눈팔기
주
해설-나쓰메 소세키와 그의 자전적 소설 『한눈팔기』
판본 소개
나쓰메 소세키 연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