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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욕망의 변주곡 안톤 체호프의 에로티시즘 단편선

안톤 체호프 저 | 이항재 역 | 에디터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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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7440084 / 320쪽 140 x 212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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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욕망, 유머 그리고 슬픔 어린 우수가 빚어내는 체호프의 에로티시즘 미학! 체호프는 보통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마치 수채화처럼 담백하게 그려 낸 삶의 예술가다. 600여 편에 이르는 체호프의 단편에는 사회적 약자인 ‘작은 사람들(농민, 하급 관리, 가난한 예술가, 마부)’과 아이들 그리고 여자들로 가득하다. 이들의 웃음과 유머, 우수와 눈물, 탄식과 절망, 행복과 불행 등으로 짜인 온갖 문양의 조각보가 체호프의 예술 세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여자들의 사랑, 행복과 불행, 육체적 욕망과 정신적 결핍으로 인한 일탈과 부정(... 욕망, 유머 그리고 슬픔 어린 우수가 빚어내는 체호프의 에로티시즘 미학! 체호프는 보통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마치 수채화처럼 담백하게 그려 낸 삶의 예술가다. 600여 편에 이르는 체호프의 단편에는 사회적 약자인 ‘작은 사람들(농민, 하급 관리, 가난한 예술가, 마부)’과 아이들 그리고 여자들로 가득하다. 이들의 웃음과 유머, 우수와 눈물, 탄식과 절망, 행복과 불행 등으로 짜인 온갖 문양의 조각보가 체호프의 예술 세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여자들의 사랑, 행복과 불행, 육체적 욕망과 정신적 결핍으로 인한 일탈과 부정(不貞)을 다룬 수십 편의 에로티시즘 단편들은 체호프의 예술 세계에서 독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체호프는 자신의 생각을 독자들에게 결코 강요하는 법이 없다. 복잡다단한 인간 심리를 분석하거나 해명하려 들지도 않는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고 들려줄 뿐이다. 그래서 눈 밝은 독자만이 체호프의 이야기 속에서 삶의 진실을 보고 느낄 수 있다. 여자들의 행복과 불행, 일탈과 부정(不貞)을 다룬 체호프의 이야기도 그렇다. 이른바 ‘체호프의 여자들’을 도덕과 윤리의 잣대로 재단하려 하지 말고 그들의 권태와 욕망, 우수와 눈물에 공감해 보는 것은 어떨까? 와 외에 이번 선집에 실린 단편들은 처음으로 번역ㆍ소개되는 것들이다. 발표 연도순으로 실린 작품들을 읽다 보면 여자들에 대한 체호프의 시선이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도 있다. 《사랑과 욕망의 변주곡》에 수록된 16편의 단편소설을 통해 독자들은 새로운 체호프를 만나고 남녀의 사랑과 욕망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 ‘체호프의 여자들’은 이상적이고 순결하며 고결한 품성을 지닌 ‘투르게네프의 처녀들’이나 이기적이고 열정적이며 탐욕적인 ‘도스토옙스키의 여자들’과는 달리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자들이다. 따분한 일상에서 종종 일탈을 꿈꾸며, 때론 남편을 배신하기도 한다. 그들은 천사도 아니고 악마도 아닌 피와 살을 가진 살아 있는 인간일 뿐이다. 그의 단편에 등장하는 ‘체호프의 여자들’의 면면을 수록 작품들과 함께 살펴보자. 체호프의 여자들 ▶ 몸을 파는 여자들 체호프가 여자를 이성으로 의식하고 연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열세 살 때이다. 이때부터 체호프는 많은 여자들과 만나면서 교제를 하게 된다. 에서 라울이 살해한 일곱 명의 아내는 체호프가 만났던 일곱 유형의 여자들(성실하고 가정적인 여자, 매력적이고 성실한 여자, 공상적인 여자, 이상적인 여자, 지적인 여자, 경박한 여자, 소시민적인 여자)인지도 모른다. 1880년부터 1883년까지 사창가인 소볼로프 마을 부근에서 살았던 체호프는 매춘하는 여성들에게 상당한 관심이 있었고, 한때 이 방면의 전문가로 자처하기도 했다. 그래선지 에서 묘사된 유곽의 분위기는 너무나 생생하다. 매춘을 비롯한 여자의 육체에 대한 체호프의 성적 호기심은 초기 단편에 잘 나타나 있다. 는 신혼부부를 위한 선실에서 신랑이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신부에게 매춘을 강요하고, 에서는 남편과 헤어져 혼자 사는 여지주가 젊은 마부의 육체를 돈으로 사고, 에서는 역장이 영지 관리인의 아내와 밀회를 즐기다가 그녀의 남편에게 발각되어 돈을 빼앗긴다. 에서 여자는 왕진 나온 의사에게 줄 돈이 없자 할 수 없이 몸으로 때우고, 에서 니노치카는 남편이 대학 시절 여자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읽고 질투하면서도 뻔뻔스럽게 남편의 친구와 불륜 관계에 빠져 있다. 사랑이 없는 섹스나 몸을 사고파는 여자들에 대한 체호프의 시선은 대체로 냉정하고 부정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체호프는 이런 행위를 도덕적, 윤리적으로 엄격히 재단하지는 않는다. 여기에서 우리의 관심과 흥미를 끄는 것은 매춘 그 자체보다 전편에 흐르는 에로틱한 분위기와 유머러스한 상황이다. 신혼부부를 위한 객실 벽에 구멍을 뚫고 핑크 빛 분위기를 훔쳐보며 흥분하는 젊은 선원, 아름다운 달밤에 화차 옆에서 여자의 허리를 껴안고 밀어를 속삭이는 중년의 역장, 매일 저녁 젊은 마부와 마차를 타고 미친 듯이 질주하며 황홀해하는 여지주의 모습에서 에로티시즘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아내의 불륜을 알고 나서 친구와 아내를 공유하는 남자, 아내와 미리 짜고 역장으로부터 돈을 갈취하는 남편, 돈이 없어서 의사에게 모욕을 당한 뒤 몸으로 의사를 농락하고 의사의 돈을 빼앗는 여자의 모습은 왠지 웃음을 짓게 한다. 이러한 성적 경향과 유머러스한 상황은 체호프의 초기 에로티시즘 단편에 희비극적 분위기를 부여하고 있다. 체호프의 여자들 ▶ 욕망하는 여자들 여자들의 권태와 욕망은 체호프의 중기 단편의 주요한 테마이다. 그들의 욕망은 이따금 충족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실현되기보다는 그 자체로 끝나고, 삶은 칙칙한 현실 속에서 계속된다. 교회지기의 아내인 라이사는 눈보라를 피해 집 안으로 들어온 젊은 우편배달부를 은근히 유혹하고 그와의 아련한 정사를 꿈꾼다(). 우편배달부도 라이사의 유혹이 싫지 않다. 램프를 끈 뒤 여자의 몸을 끌어안고 키스를 하려는 순간 남편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일탈은 여기까지다. 라이사의 욕망은 채워지지 않고 다시 참기 어려운 따분한 일상이 시작된다. 젊은 아낙인 아가피야는 채소밭지기 사프카를 찾아가서 밤의 밀회를 즐긴다. 남편이 귀가하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밀회와 정사에 취한 아가피야는 끝내 사프카와 밤을 지새운다. 날이 밝아 오자 비로소 정신을 차린 아가피야는 여울 저편에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분노한 남편을 향해 흥분과 공포를 느끼며 용감하게 걸어간다(). 에서는 이웃 별장에 사는 변호사 일리인의 사랑 고백에 당혹감과 쾌감을 동시에 느끼는 소피야가 자신에게 무관심한 남편에게 알 수 없는 불만을 느끼며 결국 야밤에 가출을 한다.(“소피야는 숨을 헐떡거리며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랐고, 자기 발의 감각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를 앞으로 밀친 것은 그녀의 수치심보다도, 이성보다도, 공포보다도 더 강한 것이었다.”) 깊은 밤, 코를 골며 자는 남편 옆에서 약사의 아내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때 젊은 장교 둘이 약을 사러 오고, 약사 아내의 아름다움에 취한 장교들은 진한 농담을 하고 손을 만지며 은근히 그녀를 유혹한다. 그녀도 왠지 이런 상황이 싫지 않다. 밖으로 나갔던 장교 하나가 뭔가를 기대하며 혼자서 다시 약국 문을 두드리지만 이번에는 마침 잠에서 깬 약사가 나온다. 이 순간 약사의 아내와 장교의 아련한 기대와 욕망은 깨져 버린다(). 남편의 감시와 위협, 자신을 기다리는 채찍의 공포와 두려움, 불륜에 대한 수치심에도 불구하고 체호프의 여자들은 끊임없이 욕망하며 일탈과 자유를 꿈꾼다. 체호프는 욕망하는 여자들의 행태를 냉정하게 보여줄 뿐 그들의 심리를 분석하지 않는다. 그들의 일탈을 윤리적으로 비판하거나 도덕적으로 설교하지도 않는다. 그들의 욕망에 대한 평가는 오로지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그들의 말과 행동에서 육체적 욕망뿐만 아니라 정신적 불만(남편과의 소통의 부재)도 느껴진다. 또한 습관적이고 거짓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꿈과 자유도 느껴진다. 그들의 꿈과 욕망은 아련하고 우수에 차 있다. 그들에게 욕망과 우수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다. 체호프의 여자들 ▶ 버림받은 여자들 체호프의 중기 단편에 나오는 여자들은 때론 욕망하고 때론 일탈하는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또 다른 여자들은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고 남자들에게 버림을 받은 약자들이다. 그들에게 행복과 자유는 사치일

저자 소개

안톤 체호프(Антон Павлович Чехов, 1860~1904)는 러시아 남부 아조프 해에 있는 항구도시 타간로크(Таганрог)에서 태어났다. 체호프가 열여섯 되던 해인, 1876년 그의 아버지는 파산했다. 파벨은 세간을 정리하고 모스크바로 이사했다. 그러나 체호프는 타간로크 중학교를 마쳐야 했기 때문에 홀로 고향에 남았다. 아버지가 돈을 보내 주지 않자 그는 돈을 벌어 스스로 생계를 꾸리고 나아가 가정교사 생활을 하면서 가족을 도와야 했다. 소년 체호프에게 이것은 혹독한 시련이었다. 그러나 이 경험은 체호프가 인간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게 해 주었으며, 이후 이러한 특성들은 예술적 이미지, 예술적 사실(작품)로 이어졌다. 여기서 소개하고 있는 <어수룩한 사람>과 <가정교사>는 이때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는 작품이다. 
체호프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한눈에 보기에도 참 어려운 시기였다. 명문가와는 거리가 먼 집안 내력에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쳤다. 어린 나이에 학교 공부와 집안을 돌보는 일까지 도맡아 해야 했다. 그러한 상황은 대학에 진학하고도 별반 달라질 것이 없었다. 1879년 체호프는 모스크바로 이주해 모스크바대학 의학부에 입학했다. 동시에 생활비를 벌기 위해 당시 유행하던 유머 잡지에 글을 싣기 시작했다. 물론 체호프의 문학적 재능은 타간로크 중학교에 다니던 시기부터 나타났다. 그러나 독자들과 폭넓은 관계를 만들어 내면서 체호프가 가진 작가적 역량을 발현하는 것은 대학에 진학한 이후로 보는 것이 옳다.
1880년 3월 페테르부르크의 주간지에 <박식한 이웃에 보내는 편지(Письмо к ученому соседу)>가 게재되었다. 오만한 어투를 활용한 서간체를 빌려 시골 지주의 교양 없는 상태를 풍자한 이 짧은 작품이 체호프가 지면을 통해 발표한 최초의 작품으로 간주된다. 그 후 체호프는 여러 필명을 이용해 패러디적 성향이 짙은 작품이나 소품을 대중 잡지에 실으면서 인기 있는 유머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가장 즐겨 사용한 필명인 안토샤 체혼테(Антоша Чехонте)에 근거해 이 시기를 ‘체혼테 시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1년에 100편이 넘는 작품을 쏟아 내는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면서도 <관리의 죽음(Смерть чиновника)>(1883), <뚱뚱이와 홀쭉이(Толстой и Тонкий)>(1883), <카멜레온(Хамелеон)>(1884) 등 지금도 회자되고 즐겨 읽히는 뛰어난 작품을 양산했다.
1884년 대학을 졸업한 후 체호프는 모스크바 근교에 병원을 개업해 시골 마을이나 소도시에 왕진을 다녔다. 그러면서도 젊고 유명한 예술가들 및 문학가들과 친교를 맺었다. 그는 개업의로 열심히 일하는 와중에 계속해서 많은 작품을 집필했다. 1884년 그의 첫 단편집이, 1886년에는 그의 두 번째 단편집이 출간되었다. 이 두 작품집은 작가로서 체호프의 명성을 높여 주었다. 체호프는 의사의 길을 접고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그러나 의과대학 공부와 개업의 활동, 여기에 지칠 줄 모르는 창작 활동이 겹치면서 폐결핵의 징후를 보인다. 정신착란이 고골의 평생 지병이었고, 신장결석이 투르게네프의 평생 지병이었으며, 간질이 도스토옙스키를 평생 따라다녔다면, 폐결핵은 체호프의 평생 지병이 된다.
1890년, 마차와 배를 이용해 시베리아를 통과해서 3개월간의 힘든 노정 끝에 사할린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할린 섬의 역사와 지리를 공부하고, 죄수들의 일상을 3개월여에 걸쳐 조사한 다음, 그해 10월 인도, 싱가포르, 스리랑카, 콘스탄티노플, 오데사를 거쳐 12월에 모스크바로 귀환했다. 무려 8개월간에 걸친 길고 긴 여행의 성과는 인상기 ≪시베리아 여행(Из Сибири)≫(1890)과 조사 보고서 ≪사할린 섬(Остров Сахалин)≫(1893)으로 남아 있다.
귀국 후, 1892년에 체호프는 모스크바 근교 멜리호보의 영지를 사들였다. 그곳에서 1897년까지 머문 ‘멜리호보 시대’는 건강을 회복하고 왕성한 작품 활동에 매진하던 시기였다. 1892년 6월 콜레라가 창궐하자 체호프는 톨스토이 등과 함께 구호 활동을 벌였다. 의사로서 봉사했으며 기아의 구원과 학교의 설립에 힘을 기울이는 등 사회 활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들로는 <다락방이 있는 집(Дом с мезонином)>(1895), <3년(Три года)>(1895), <나의 인생(Моя жизнь)>(1896), <농부들(Мужики)>(1897) 등을 꼽을 수 있다. 인간 생활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면서도, 등장인물의 행위와 사고를 보다 넓은 시야에서 밝히려는 자세가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체호프는 1897년 3월에 폐결핵이 악화되어 객혈을 하게 된다. 크림반도의 얄타로 거처를 옮겨 요양 생활을 시작한다. 얄타에서 고리키(М. Горьки, 1868~1936)나 부닌(И. А. Бунин, 1879~1953) 등 신진 작가들과 만남을 가졌으며, 톨스토이의 병문안을 받았다. 이러한 요양 생활의 와중에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Дама с собачкой)>(1899) 등의 소설을 내놓았다. 그러나 체호프의 말년을 대표하는 장르는 희곡이었다. ≪갈매기(Чайка)≫(1898), ≪바냐 아저씨(Дядя Ваня)≫(1900), ≪세 자매(Три сестры)≫(1900), ≪벚꽃 동산(Вишнёвый сад)≫(1903) 등이 모스크바예술극장에서 공연되어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말년에 불후의 희곡 작품을 남겨 놓고, 체호프는 1904년 당시 유명한 요양지였던 독일의 바덴바덴에서 폐결핵이 악화되어 숨을 거두었다. 그의 시신은 러시아로 옮겨져 노보데비치 수도원에 안장되었다. 


역자 소개

고려대학교 노어노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러시아 고리키 세계문학연구소 연구교수, 한국러시아문학회 회장을 지냈고, 현재 단국대학교 러시아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소설의 정치학》, 《사냥꾼의 눈, 시인의 마음》, 《러시아문학의 이해》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 《러시아 문학사》, 《첫사랑》, 《루진》, 《아버지와 아들》, 《내가 처음 만난 톨스토이》(1, 2), 《추콥스키 동화집》(1, 2), 《학교에 간 필리포크》 등이 있고, 러시아 문학에 관한 많은 논문을 발표했다.    

책 속에서

  ‘체호프의 여자들’은 이상적이고 순결하며 고결한 품성을 지닌 ‘투르게네프의 처녀들’이나 이기적이고 열정적이며 탐욕적인 ‘도스토옙스키의 여자들’과는 달리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자들이다. 따분한 일상에서 종종 일탈을 꿈꾸며, 때론 남편을 배신하기도 한다. 그들은 천사도 아니고 악마도 아닌 피와 살을 가진 살아 있는 인간일 뿐이다. 그의 단편에 등장하는 ‘체호프의 여자들’의 면면을 수록 작품들과 함께 살펴보자.

 

  체호프의 여자들 ‣ 몸을 파는 여자들

  체호프가 여자를 이성으로 의식하고 연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열세 살 때이다. 이때부터 체호프는 많은 여자들과 만나면서 교제를 하게 된다. <나의 아내들>에서 라울이 살해한 일곱 명의 아내는 체호프가 만났던 일곱 유형의 여자들(성실하고 가정적인 여자, 매력적이고 성실한 여자, 공상적인 여자, 이상적인 여자, 지적인 여자, 경박한 여자, 소시민적인 여자)인지도 모른다.
  1880년부터 1883년까지 사창가인 소볼로프 마을 부근에서 살았던 체호프는 매춘하는 여성들에게 상당한 관심이 있었고, 한때 이 방면의 전문가로 자처하기도 했다. 그래선지 <까마귀>에서 묘사된 유곽의 분위기는 너무나 생생하다. 매춘을 비롯한 여자의 육체에 대한 체호프의 성적 호기심은 초기 단편에 잘 나타나 있다. <바다에서>는 신혼부부를 위한 선실에서 신랑이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신부에게 매춘을 강요하고, <여지주>에서는 남편과 헤어져 혼자 사는 여지주가 젊은 마부의 육체를 돈으로 사고, <역장>에서는 역장이 영지 관리인의 아내와 밀회를 즐기다가 그녀의 남편에게 발각되어 돈을 빼앗긴다. <여자의 복수>에서 여자는 왕진 나온 의사에게 줄 돈이 없자 할 수 없이 몸으로 때우고, <니노치카>에서 니노치카는 남편이 대학 시절 여자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읽고 질투하면서도 뻔뻔스럽게 남편의 친구와 불륜 관계에 빠져 있다.
  사랑이 없는 섹스나 몸을 사고파는 여자들에 대한 체호프의 시선은 대체로 냉정하고 부정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체호프는 이런 행위를 도덕적, 윤리적으로 엄격히 재단하지는 않는다. 여기에서 우리의 관심과 흥미를 끄는 것은 매춘 그 자체보다 전편에 흐르는 에로틱한 분위기와 유머러스한 상황이다. 신혼부부를 위한 객실 벽에 구멍을 뚫고 핑크 빛 분위기를 훔쳐보며 흥분하는 젊은 선원, 아름다운 달밤에 화차 옆에서 여자의 허리를 껴안고 밀어를 속삭이는 중년의 역장, 매일 저녁 젊은 마부와 마차를 타고 미친 듯이 질주하며 황홀해하는 여지주의 모습에서 에로티시즘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아내의 불륜을 알고 나서 친구와 아내를 공유하는 남자, 아내와 미리 짜고 역장으로부터 돈을 갈취하는 남편, 돈이 없어서 의사에게 모욕을 당한 뒤 몸으로 의사를 농락하고 의사의 돈을 빼앗는 여자의 모습은 왠지 웃음을 짓게 한다. 이러한 성적 경향과 유머러스한 상황은 체호프의 초기 에로티시즘 단편에 희비극적 분위기를 부여하고 있다.

 

  체호프의 여자들 ‣ 욕망하는 여자들

  여자들의 권태와 욕망은 체호프의 중기 단편의 주요한 테마이다. 그들의 욕망은 이따금 충족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실현되기보다는 그 자체로 끝나고, 삶은 칙칙한 현실 속에서 계속된다.
  교회지기의 아내인 라이사는 눈보라를 피해 집 안으로 들어온 젊은 우편배달부를 은근히 유혹하고 그와의 아련한 정사를 꿈꾼다(<마녀>). 우편배달부도 라이사의 유혹이 싫지 않다. 램프를 끈 뒤 여자의 몸을 끌어안고 키스를 하려는 순간 남편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일탈은 여기까지다. 라이사의 욕망은 채워지지 않고 다시 참기 어려운 따분한 일상이 시작된다.
  젊은 아낙인 아가피야는 채소밭지기 사프카를 찾아가서 밤의 밀회를 즐긴다. 남편이 귀가하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밀회와 정사에 취한 아가피야는 끝내 사프카와 밤을 지새운다. 날이 밝아 오자 비로소 정신을 차린 아가피야는 여울 저편에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분노한 남편을 향해 흥분과 공포를 느끼며 용감하게 걸어간다(<아가피야>).
  <불행>에서는 이웃 별장에 사는 변호사 일리인의 사랑 고백에 당혹감과 쾌감을 동시에 느끼는 소피야가 자신에게 무관심한 남편에게 알 수 없는 불만을 느끼며 결국 야밤에 가출을 한다.(“소피야는 숨을 헐떡거리며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랐고, 자기 발의 감각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를 앞으로 밀친 것은 그녀의 수치심보다도, 이성보다도, 공포보다도 더 강한 것이었다.”)
  깊은 밤, 코를 골며 자는 남편 옆에서 약사의 아내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때 젊은 장교 둘이 약을 사러 오고, 약사 아내의 아름다움에 취한 장교들은 진한 농담을 하고 손을 만지며 은근히 그녀를 유혹한다. 그녀도 왠지 이런 상황이 싫지 않다. 밖으로 나갔던 장교 하나가 뭔가를 기대하며 혼자서 다시 약국 문을 두드리지만 이번에는 마침 잠에서 깬 약사가 나온다. 이 순간 약사의 아내와 장교의 아련한 기대와 욕망은 깨져 버린다(<약사의 아내>).
  남편의 감시와 위협, 자신을 기다리는 채찍의 공포와 두려움, 불륜에 대한 수치심에도 불구하고 체호프의 여자들은 끊임없이 욕망하며 일탈과 자유를 꿈꾼다. 체호프는 욕망하는 여자들의 행태를 냉정하게 보여줄 뿐 그들의 심리를 분석하지 않는다. 그들의 일탈을 윤리적으로 비판하거나 도덕적으로 설교하지도 않는다. 그들의 욕망에 대한 평가는 오로지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그들의 말과 행동에서 육체적 욕망뿐만 아니라 정신적 불만(남편과의 소통의 부재)도 느껴진다. 또한 습관적이고 거짓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꿈과 자유도 느껴진다. 그들의 꿈과 욕망은 아련하고 우수에 차 있다. 그들에게 욕망과 우수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다. 


  체호프의 여자들 ‣ 버림받은 여자들 

체호프의 중기 단편에 나오는 여자들은 때론 욕망하고 때론 일탈하는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또 다른 여자들은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고 남자들에게 버림을 받은 약자들이다. 그들에게 행복과 자유는 사치일 뿐이다.
  펠라게야는 결혼한 지 12년이 되었지만 남편에게 버림받고 노동하면서 혼자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사냥꾼인 남편은 사냥에 미치고 다른 여자와 놀아나면서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아간다. 숲속에서 우연히 남편을 만난 펠라게야는 한 번이라도 잠시 자기에게 들러 달라고 애원한다(<사냥꾼>). 여자에게 남자는, 아내에게 남편은 어떤 존재일까? 펠라게야와 남편의 숲 속 대화는 왠지 애잔하다.
  가난한 아뉴타는 의대생과 동거를 하고 있다. 그녀를 거쳐 간 대학생이 벌써 다섯이나 된다. 의대생은 해부학 시험공부를 하면서 그녀의 몸에 목탄으로 선을 긋고 타진(打診)까지 한다. 심지어 모델을 해 주라며 화가에게 그녀를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아뉴타는 자기를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의대생의 말에 거절이나 반항을 할 수 없다(<아뉴타>). 저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눈물을 의대생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얼굴을 돌리는 아뉴타의 몸짓에서 체호프 특유의 우수가 진하게 느껴진다.  
  <아낙들>에 나오는 여자들은 모두 남자들에게 버림받은 여자들이다. 동서지간인 소피야와 바르바라는 남편들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 시아버지 밑에서 짐승처럼 일하면서 살아간다. 그들에겐 꿈도 희망도 없다. <아낙들> 속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마리야는 남편이 군대에 간 사이 남편의 친구인 마트베이를 사랑하게 되어 같이 살게 된다. 그러나 죽은 줄 알았던 남편이 돌아오면서 끔찍한 비극이 시작된다. 마트베이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친구에게 용서를 빌고, 마리야를 설득하여 남편에게 돌려보내려고 하지만 실패한다. 결국 두 남자에게서 버림받은 마리야는 남편을 독살하고, 시베리아로 유형을 가는 도중에 병들어 죽고 만다.
  남자들로부터 무시당하고 버림받은 불행한 여자들은 자신의 삶을 숙명이라 받아들이고 체념하며 살아간다. 이들에 대한 체호프의 시선은 안쓰럽고 따스하다. 그러나 남편의 여자를 은근히 질투하는 펠라게야, 한밤에 신부의 아들과 몰래 놀아나는 젊은 바르바라, 남편을 독살한 마리야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도 시아버지를 살해하자고 농담처럼 속삭이는 소피야와 바르바라의 모습은 버림받은 여자들의 억눌린 질투와 욕망의 세계를 보여 준다. 여기에도 욕망과 우수가 자아내는 묘한 에로티시즘이 있다.

 

  체호프의 여자들 ‣ 부정(不貞)한 여자들

  체호프가 즐겨 다루는 유부녀의 일탈과 부정(不貞)의 테마는 <사랑에 대하여>와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으로 이어진다. 이 단편들 속의 이야기는 체호프와 리디야 아빌로바와의 만남과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시골 지주인 알료힌은 순회재판소 의장의 집에 드나들다가 그의 아내인 안나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게 되지만 알료힌은 안나의 남편과 아이들에 대한 죄의식과 두 사람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안나는 가족에 대한 의무와 죄의식 때문에 서로 사랑을 고백하지 못한다. 의무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다 우울증에 걸린 안나는 요양을 가게 된다. 배웅하러 나온 알료힌은 안나가 탄 기차에 뛰어올라 그녀의 어깨와 손에 입맞춤을 하고 마침내 사랑을 고백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들의 사랑을 방해한 것들이 모두 하찮고 거짓된 것임을 깨닫는다. 안나와 알료힌의 사랑은 육체적 욕망의 충족이 아니라 상호 이해와 정신적 합일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랑을 할 때는 그 사랑을 논하면서 일반적인 의미의 죄나 선, 행복이나 불행보다 더 중요하고 가장 높은 것에서 출발해야만 하고, 그렇지 않으면 절대 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습니다.” 알료힌의 깨달음은 부정(不貞)이라는 이름의 진실에 대한 체호프의 생각을 반영하는 사랑의 잠언처럼 들린다.
  <사랑에 대하여>의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에서는 유부녀의 불륜 문제가 더 본격적으로 다루어진다. 마흔을 바라보는 은행원 구로프와 스무 살가량의 안나는 휴양지인 얄타에서 만나 서로에게 호감을 느껴 그녀의 호텔 방에서 사랑을 나눈다. 얄타에서의 달콤한 휴가를 끝내고 구로프는 모스크바로, 안나는 S시의 집으로 돌아간다. 여자 경험이 많은 구로프는 안나와의 사랑을 흔히 있는 해프닝으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가 생각나고 그녀의 존재가 그의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마침내 구로프는 S시로 가서 안나를 만나고, 그 후 그들은 두세 달에 한 번씩 모스크바에서 만나 밀회를 즐긴다. “그들은 아주 가까운 사람들처럼, 피붙이들처럼, 부부처럼, 다정한 친구들처럼 서로를 사랑했다. 그들은 운명이 서로를 맺어 주었다고 생각했고, 왜 그에게 아내가 있고, 그녀에게 남편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과거의 부끄러웠던 일들을 서로 용서했고, 현재의 모든 일도 용서했으며, 이 사랑이 그들 두 사람을 변화시켰다고 느꼈다.” 그러나 안나와 구로프는 자기들이 가야 할 길이 아직 멀고도 멀며,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이제 막 시작됐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안나의 일탈과 부정(不貞)은 육체적 욕망이 아닌 남편과의 상호 이해와 정서적 교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남편이 무얼 하는 사람인지도 잘 모르고, 남편을 그저 일만 하는 하인이라고 생각한다. 구로프와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그녀는 비로소 상호 이해와 참사랑의 행복을 느끼게 된다. 보통 불륜이라 불리는 두 사람의 만남과 사랑이, 부정이라는 이름의 진실이 거짓과 타성에 젖어 형식적으로 살아가던 인생을 변화시킨 것이다. 체호프는 일상에서 자주 일어나는 여자들의 일탈과 불륜이 기존의 도덕과 윤리의 잣대로 재단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 매우 복잡한 문제임을 보여준다.

 

목차

목차
바다에서 - 한 선원의 이야기
여지주
역장
여자의 복수
니노치카 - 로맨스
까마귀
사냥꾼
나의 아내들 - 라울 시냐 보로다가 편집국에 보내는 편지
마녀
아가피야
약사의 아내
불행
아뉴타
아낙들?
사랑에 대하여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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