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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싶다

시리즈 : 문득 시리즈 [2]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저 | 이상원 역 | 스피리투스 |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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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7870516 / 240쪽 110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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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안톤 체호프의 소설 《자고 싶다》의 내용 및 특징 사소한 일상에 유머와 풍자를 더해 ‘비극적 유머’로 승화시킨 현대 단편소설의 선구자이자 완성자 “나는 거짓과 모든 형태의 폭력을 증오한다. 내게 가장 신성한 것은 사람의 육체, 건강, 지혜 영감, 사랑, 그리고 모든 형태의 거짓과 폭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위대한 예술가라면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강령이다. 간결함은 재능의 자매다. 요점이 있고 간결해야 잘 쓴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잘 쓴 이야기를 읽는 일은 한잔의 보드카를 마시는 것과 같다.” 이 책의 표제작이자 ‘누구나 알고 있는 작가지만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작품일 <자고 싶다>는 가볍게 느껴지는 제목과 달리 안톤 체호프가 증오한 ‘모든 형태의 폭력’에 대한 신성한 ‘사람의 육체’의 처절한 저항과 그럼에도 피할 수 없는 비극적 운명을 그 어떤 작품보다 극적으로 보여준다. 마치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처럼. ‘열세 살 먹은 어린 애보기’ 바르카는 너무 너무도 자고 싶다. ‘두 눈이 감기고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하지만 아기는 자지 않고 계속 칭얼댄다. 몽롱해진 바르카.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아버지가 죽어가던 순간도 보인다. 순간, “이런 망할 것이 있나! 아이가 우는데 잠을 자!”, 주인이 귀를 아프게 잡아당긴다. 아기의 요람을 흔들며 노래를 흥얼거리지만 바르카는 금세 다시 혼미해진다. 새벽이 오자 안주인이 그런 바르카에게 일을 시키기 시작한다. “바르카, 난로에 불 피워!” “바르카, 차를 준비해!” “바르카, 주인님 덧신을 닦아!” “바르카, 계단을 닦아!” “바르카, 맥주 사 와!” 종일 바쁘게 움직이며 일한 바르카. 그런 그녀에게 그날의 ‘마지막 명령’이 내려진다. “바르카, 아기 좀 흔들어 재워!” 바르카는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자기 팔다리를 붙잡아 매고 내리누르며 못살게 구는 그 힘이 무엇인지’ 주위를 둘러본다. 그리고 마침내 적을 발견한다. 그 적은 과연 누구일까? 바르카는 그 적을 어떻게 했을까? <관리의 죽음>은 ‘기침’이라는 사소한 사건 하나 때문에 전전긍긍하다 죽음에까지 이르는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지극히 단순한 스토리에 길이도 극도로 짧은 소품이지만, ‘자신이 던진 돌에 맞아죽는 개구리’의 비극을 유머러스한 상황 묘사와 대사로 그려낸 ‘비극적 유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따분한 일상의 희미한 바다에서 비극적 유머를 드러낼 수 있는 작가”라는 막심 고리키의 평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관리의 죽음>이 아이러니에 바탕을 둔 작품이라면, 어린 아이와의 약속을 아무렇지 않게 무시해버리는 어른의 이야기를 스피디한 문체로 전하는 <삶에서 하찮은 일>은 패러독스에 기댄 작품이다. 거짓 혹은 거짓말 두 개가 엉켜 진실을 드러내는 한편, 아이의 천진함(childlike)과 어른의 유치함(childish)이 엉켜 현실의 부조리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인데, 그 진실과 부조리를 ‘살뜰한 보살핌을 받고 자란 귀여운 여덟 살짜리 꼬마’가 오롯이 감당해야만 하는 결말에 이르면, 아이와 눈물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또 하나의 역설을 말이다. 흔히 현진건을 한국의 체호프라 한다. <우수>을 읽다 보면 그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가족의 죽음이라는 비극적 사건 앞에 놓인 인물의 비참한 현실과 내면을 치밀하고 섬세한 사실주의적 묘사로 전하는 것이 무척이나 닮았기 때문이다. 다만 <운수 좋은 날>이 감정적 개입을 최소화한 차가운 시선으로 이야기했다면, <우수>는 인물의 내면과 하나가 된 뜨거운 목소리가 이야기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 작품을 읽고 나면 또한, 영화 <올드보이> 덕분에 더욱 유명해진, 엘라 휠러 월콕스의 시 <고독>의 다음과 같은 한 구절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 것이다.” <자고 싶다>의 바르카처럼 <반카>의 반카 역시 아홉 살짜리 아이에게는 너무도 버거운 고된 일상과 가혹한 삶을 감내해야 한다. 그런 반카를 견디게 해주는 것은 ‘오로지 할아버지뿐’이다. 아니 할아버지와 관련한 기억뿐이다. 그런데 그 기억이 너무도 목가적이어서 반카가 처한 현실의 삶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렇게, 따뜻한 유머가 흐르는 기억과 냉기, 아니 살기 가득한 날카로움이 사방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을 담담하게 전하면서도 체호프는, 페이소스 가득한 유머로 삶의 비극성을 꿰뚫어 보여준다. “많은 인물을 그려내는 건 필요하지 않아. 중력의 중심은 두 사람 안에 있어야 해. 그 남자와 그 여자.”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중력은 대개는 사랑을 동반하지만, 가끔은 서로를 밀어낸다. 끊임없이, 그리고 가차 없이. 사랑이 대개는 환상이고, 가끔은 속물적인 것이기도 하기에. 아니, 어쩌면 사랑은 대개 속물적인 것이고, 가끔 환상적인 것이기에. <베짱이>의 올가 이바노브나는 다양한 재능을 갖춘 예술가(라고 주위에서 속삭이는 것을 듣는, 예술가가 되고픈 열정까지는 없는 예술가)다. 그런 그녀 주변에는 출중한 재능이 있는(사람이라고 올가가 믿고 싶어 하는) ‘유명 인사’들로 늘 북적인다(정확히는 북적이게 하고 싶은 것이 올가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유명 인사’가 아닌, 다만 ‘선량하고 겸손한’ 의사인 ‘디모프’와 결혼한다. 하지만, 그 결혼이 ‘하지만’을 전제하고 있었기에 올가는 다른 행복을 찾는다. 그 행복은 유명 인사를 찾는 것. 매번 새로운 유명 인사를 찾는데 열중하던 그녀는 이윽고 재능 있고(사실은 재능 있다고 믿게 된), 앞날이 유망한(실은 그럴 리가 없지만) 화가 랴보프스키와 사랑에 빠진다. 그럼에도 남편, 디모프는 오히려 자기 자신을 아파할 뿐, 그녀를 탓하지 않는다. 하지만 올가는 그런 남편을 “관대함으로 날 짓누르는 사람이야”라는, 그 자신 ‘무척 마음에 든’ 표현으로 ‘자기 연애 사실을 아는 화가들 앞에서 남편 애기를 할 때마다’ 힐난한다. 하지만 랴보프스키와의 사랑은 오래지 않아 끝난다(아니 랴보프스키의 사랑이 끝난다). 올가는 그 사랑의 끝을 ‘질투, 분노, 모멸감과 수치심’과 함께 견딘다(아니 발광한다). 그리고 그 무렵, 남편 디모프카 디프테리아에 걸린 소년을 치료하다(아니, 소년의 ‘디프테리아 딱지를 대롱으로 빨아들여’) 감염, 죽을 지경에 이른다. 올가는 그제야 디모프야말로 “비범하고 드문 사람이라는 것, 자기가 아는 다른 이들과 비교했을 때 위대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떠올리게 하는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은 결혼 생활이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 된 ‘참으로 순결하고 정숙하며 순진한 젊은 여인’ 안나가 ‘남편에게 아프다고 하고’ 휴양지 얄타에 와 개 한 마리를 데리고 ‘미친 여자처럼 쏘다’니던 중 같은 곳에서 권태로운 일상을 보내던 ‘나이가 두 배나 많은’ 바람둥이 구로프와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하지만, ‘경멸할 만한 천박하고 타락한 여자가 되어버렸’다고 자책하는 한편 끊임없이 ‘자기를 존중하지 않고 전혀 사랑하지 않으며 추악한 여자로 여긴다는 점을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안나의 사랑과 ‘존재의 고위한 목적과 인간적 가치를 망각한 채 우리가 생각하고 저지르는 일들을 빼고 나면 실상 세상 모든 것이 훌륭하지 않을까.’라고, ‘풍경에 마음을 빼앗긴 채’ 생각하는 구로프의 사랑이 같은 것일 수는 없다. 결국 휴양지에서의 같지만 다른 사랑은 곧 끝나고 안나는 집으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한 달 정도 지나면 안나 세르게예브나도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고 다른 여자들이 그랬듯 어쩌다 꿈속에서나 애틋한 미소를 지을 것이라 생각했’던 구로프는 ‘어느새 기억은 소망이 되고 과거가 미래와 섞여들’자 결국 안나를 찾아 무작정 도시로 향한다. 그리고 다시, 둘은 ‘밀회’를 시작한다. <베짱이>와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은 체호프의 말마따나 ‘중력의 중심’에 ‘그 남자와 그 여자’가 있는, 이 책에 수록된 다른 작품과는 결이 다른 작품들이다. 두 작품은 모두 한낱 불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지만, 체호프의 세계에서 그런 전락은 일어나지 않는다. 두 작품 모두 겉으로는 가장 통속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보편적인 ‘사랑’에 대해 얘기하면서도 정작은 인간의 허영과 사랑의 속물성, 그리고 ‘미망과 광기’의 다른 이름이 되곤 하는 사랑의 환상성에 대한 더 없이 가차 없는 진실을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을 통해 인간 삶과 인간 존재의 진실을 발견하게 하는 체호프의 다른 작품들처럼 말이다. 인간과 삶에 대한 더 없이 크고 깊은 성찰을 ‘단편소설’이라는 작고 얕은 그릇에 담아낸 ‘대문호’ 체호프의 자전적 소설이라 할 수 있는 <6호 병동>은 고결한 지성을 가진 의사 안드레이 에피미치가 6호 병동의 정신병 환자 이반 드미트리치를 만나 교류하는 과정에서 자신 역시 정신병 환자가 되어 6호 병동에 갇히게 되는 이야기다.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이 작품은 체호프의 다른 작품에 비해 그리 단순하지 않다. 고결한 지성이 사라진 현실에서 만난 단 한사람의 지성 이반 드미트리치가 정신병 환자라는 이유로 그와 교류한 또 다른 지성 안드레이 예피미치를 정신병 환자로 전락시키는 과정과 결말이 당시 러시아 사회와 정치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6호 병동>이 단순한 현실 비판적 작품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 비판 속에 그보다 더 깊은 인간의 오만함과 어리석음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와 철학이,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이는 <상자 속의 사나이>도 마찬가지다. ‘날씨가 아주 좋을 때도 솜을 넣은 두툼한 외투에 방수덧신을 신고 우산을 챙겨 다녔기 때문에 남들의 이목을 끄는 사람’이었던 벨리코프는 주위 사람들을 숨 막히게 할 정도로 고리타분한 희랍어 선생이다. 동료 교사뿐 아니라 마을 사람들까지 그런 그를 두려워한다. 심지어는 서로 아는 사이가 되는 것조차 꺼려한다. 하지만 자신들을 억압하던 벨리코프가 죽고 ‘채 한 주가 지나기도 전에’ 주의 사람들의 “삶은 이전과 똑같이 단조롭고 힘겨우며 무의미하게 흘러”간다. 그렇다면 그들을 진정 억압하고 있었던 것, 아니 그들을 진정 억압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상자 속의 사나이>는 이 물음에 대한 철학적 되물음을 통해 인간과 인간 삶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다. 체호프의 다른 작품이 그렇듯, 유머와 풍자, 역설과 아이러니를 통해. 체호프를 현대 단편소설을 완성한 작가로 평가하는 이유는 이렇듯 유머와 풍자를 통해 역설과 아이러니가 뒤범벅되어 있는 인간의 삶과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그토록 짧은 작품에 담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성찰을 확인하는 일이 체호프를 읽는 진정한 즐거움이며, 이 즐거움이 백년이 훨씬 지난 오늘날에도 체호프를 읽게 하는 이유일 것이다. 안톤 체호프에 대한 평가 체호프의 표현은 나보다 훨씬 더 뛰어나며, 그는 세계 최고의 단편작가이다. _레프 톨스토이Lev Tolstoy 당신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을 읽고 나니 다른 사람의 작품은 모두 펜이 아닌 막대기로 쓴 것처럼 여겨집니다. _막심 고리키Maxim Gorky 체호프는 복잡 미묘한 인간관계를 가장 잘 분석한 작가이다. 그의 작품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시야가 넓어지고 마침내 자유에 대한 놀라운 의미를 얻게 될 것이다. _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누구도 체호프처럼 장소와 정경, 인물 간의 대화를 생생하게 느끼게 하는 재능을 가지지 못했다. _서머싯 몸Somerset Maugham 체호프가 없었다면 우리 작가들 가운데 누가 존재할 수 있었겠는가? 그가 아니었다면 단편소설은 고리타분한 형식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_네이딘 고디머Nadine Gordimer 체호프는 반드시 읽어야 할 작가이다. 그는 우리를 정신적으로 성숙하게 만들어주는 예술가이다. _수전 손택Susan Sontag 체호프는 가장 위대한 단편소설 작가이다. _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

저자 소개

안톤 체호프(Антон Павлович Чехов, 1860~1904)는 러시아 남부 아조프 해에 있는 항구도시 타간로크(Таганрог)에서 태어났다. 체호프가 열여섯 되던 해인, 1876년 그의 아버지는 파산했다. 파벨은 세간을 정리하고 모스크바로 이사했다. 그러나 체호프는 타간로크 중학교를 마쳐야 했기 때문에 홀로 고향에 남았다. 아버지가 돈을 보내 주지 않자 그는 돈을 벌어 스스로 생계를 꾸리고 나아가 가정교사 생활을 하면서 가족을 도와야 했다. 소년 체호프에게 이것은 혹독한 시련이었다. 그러나 이 경험은 체호프가 인간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게 해 주었으며, 이후 이러한 특성들은 예술적 이미지, 예술적 사실(작품)로 이어졌다. 여기서 소개하고 있는 <어수룩한 사람>과 <가정교사>는 이때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는 작품이다. 
체호프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한눈에 보기에도 참 어려운 시기였다. 명문가와는 거리가 먼 집안 내력에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쳤다. 어린 나이에 학교 공부와 집안을 돌보는 일까지 도맡아 해야 했다. 그러한 상황은 대학에 진학하고도 별반 달라질 것이 없었다. 1879년 체호프는 모스크바로 이주해 모스크바대학 의학부에 입학했다. 동시에 생활비를 벌기 위해 당시 유행하던 유머 잡지에 글을 싣기 시작했다. 물론 체호프의 문학적 재능은 타간로크 중학교에 다니던 시기부터 나타났다. 그러나 독자들과 폭넓은 관계를 만들어 내면서 체호프가 가진 작가적 역량을 발현하는 것은 대학에 진학한 이후로 보는 것이 옳다.
1880년 3월 페테르부르크의 주간지에 <박식한 이웃에 보내는 편지(Письмо к ученому соседу)>가 게재되었다. 오만한 어투를 활용한 서간체를 빌려 시골 지주의 교양 없는 상태를 풍자한 이 짧은 작품이 체호프가 지면을 통해 발표한 최초의 작품으로 간주된다. 그 후 체호프는 여러 필명을 이용해 패러디적 성향이 짙은 작품이나 소품을 대중 잡지에 실으면서 인기 있는 유머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가장 즐겨 사용한 필명인 안토샤 체혼테(Антоша Чехонте)에 근거해 이 시기를 ‘체혼테 시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1년에 100편이 넘는 작품을 쏟아 내는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면서도 <관리의 죽음(Смерть чиновника)>(1883), <뚱뚱이와 홀쭉이(Толстой и Тонкий)>(1883), <카멜레온(Хамелеон)>(1884) 등 지금도 회자되고 즐겨 읽히는 뛰어난 작품을 양산했다.
1884년 대학을 졸업한 후 체호프는 모스크바 근교에 병원을 개업해 시골 마을이나 소도시에 왕진을 다녔다. 그러면서도 젊고 유명한 예술가들 및 문학가들과 친교를 맺었다. 그는 개업의로 열심히 일하는 와중에 계속해서 많은 작품을 집필했다. 1884년 그의 첫 단편집이, 1886년에는 그의 두 번째 단편집이 출간되었다. 이 두 작품집은 작가로서 체호프의 명성을 높여 주었다. 체호프는 의사의 길을 접고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그러나 의과대학 공부와 개업의 활동, 여기에 지칠 줄 모르는 창작 활동이 겹치면서 폐결핵의 징후를 보인다. 정신착란이 고골의 평생 지병이었고, 신장결석이 투르게네프의 평생 지병이었으며, 간질이 도스토옙스키를 평생 따라다녔다면, 폐결핵은 체호프의 평생 지병이 된다.
1890년, 마차와 배를 이용해 시베리아를 통과해서 3개월간의 힘든 노정 끝에 사할린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할린 섬의 역사와 지리를 공부하고, 죄수들의 일상을 3개월여에 걸쳐 조사한 다음, 그해 10월 인도, 싱가포르, 스리랑카, 콘스탄티노플, 오데사를 거쳐 12월에 모스크바로 귀환했다. 무려 8개월간에 걸친 길고 긴 여행의 성과는 인상기 ≪시베리아 여행(Из Сибири)≫(1890)과 조사 보고서 ≪사할린 섬(Остров Сахалин)≫(1893)으로 남아 있다.
귀국 후, 1892년에 체호프는 모스크바 근교 멜리호보의 영지를 사들였다. 그곳에서 1897년까지 머문 ‘멜리호보 시대’는 건강을 회복하고 왕성한 작품 활동에 매진하던 시기였다. 1892년 6월 콜레라가 창궐하자 체호프는 톨스토이 등과 함께 구호 활동을 벌였다. 의사로서 봉사했으며 기아의 구원과 학교의 설립에 힘을 기울이는 등 사회 활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들로는 <다락방이 있는 집(Дом с мезонином)>(1895), <3년(Три года)>(1895), <나의 인생(Моя жизнь)>(1896), <농부들(Мужики)>(1897) 등을 꼽을 수 있다. 인간 생활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면서도, 등장인물의 행위와 사고를 보다 넓은 시야에서 밝히려는 자세가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체호프는 1897년 3월에 폐결핵이 악화되어 객혈을 하게 된다. 크림반도의 얄타로 거처를 옮겨 요양 생활을 시작한다. 얄타에서 고리키(М. Горьки, 1868~1936)나 부닌(И. А. Бунин, 1879~1953) 등 신진 작가들과 만남을 가졌으며, 톨스토이의 병문안을 받았다. 이러한 요양 생활의 와중에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Дама с собачкой)>(1899) 등의 소설을 내놓았다. 그러나 체호프의 말년을 대표하는 장르는 희곡이었다. ≪갈매기(Чайка)≫(1898), ≪바냐 아저씨(Дядя Ваня)≫(1900), ≪세 자매(Три сестры)≫(1900), ≪벚꽃 동산(Вишнёвый сад)≫(1903) 등이 모스크바예술극장에서 공연되어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말년에 불후의 희곡 작품을 남겨 놓고, 체호프는 1904년 당시 유명한 요양지였던 독일의 바덴바덴에서 폐결핵이 악화되어 숨을 거두었다. 그의 시신은 러시아로 옮겨져 노보데비치 수도원에 안장되었다. 


역자 소개

서울대학교 가정관리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소비자아동학과, 노어노문학과 및 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한국어-노어과를 졸업했다. 삼성전자 국제본부 직원, 한국외대 BK21 사업단 상임연구원을 거쳐 2006년부터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에서 강의교수로 일하며 ‘인문학 글쓰기’와 ‘말하기’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1999년부터 출판번역을 해왔고,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함부로 말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 《영업의 고수는 어떻게 탄생되는가》, 《집중력, 마법을 부리다》, 《뇌는 어떻게 당신을 속이는가》, 《감정의 롤러코스터》, 《살아갈 날을 위한 공부》,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성서 그리고 역사》, 《프리메이슨》, 《숲 사람들》 등 70여 권의 번역서를 출간했다.


 

책 속에서

P. 47 <자고 싶다>
엄마가 돌아왔다. 성호를 그으며 속삭인다. “밤중에 치료를 했지만 아침에 하늘나라로 가버리셨단다. 거기서 영원한 안식이 있기를……. 너무 늦었대, 조금만 빨랐어도…….”
바르카는 숲으로 들어가 운다. 그런데 갑자기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는 바람에 자작나무에 이마를 처박고 만다. 눈을 들어보니 제화공인 주인이 서 있다. “이런 망할 것이 있나! 아기가 우는데 잠을 자!”
주인은 바르카의 귀를 아프게 잡아당긴다. 바르카는 고개를 흔들고 요람을 움직이며 노래를 흥얼거린다. 초록빛 원, 그리고 바지와 기저귀 그림자가 흔들리며 또다시 금세 정신이 혼미해진다. 시궁창 물이 흥건한 길이 다시 나타난다. 등에 보따리를 진 사람들과 그림자들이 여기저기 누워 깊이 잠들어 있다. 바르카는 못 견디게 자고 싶다. 누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P. 91~93 <6호 병동>
“도덕성이니 논리니 하는 건 여기서 아무 의미가 없어요. 모든 것은 우연에 달렸지요. 붙잡힌 사람은 여기 있는 거고, 안 잡힌 사람은 돌아다니는 것뿐입니다. 제가 의사이고 당신이 정신병자라는 데는 도덕성이고 논리고 없이 그저 우연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제가 당신이라면 최선은 도망치는 겁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소용없는 짓이죠. 바로 붙잡힐 테니까. 사회가 범죄자, 정신병자, 기타 불편한 존재들로부터 자신을 차단하겠다고 들면 당해낼 수가 없어요. 그럼 남은 건 하나, 여기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마음 편히 받아들이는 겁니다.”


P. 153~154 <베짱이>
거의 매일 랴보프스키가 찾아와 그림 실력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봐주었다. 그림을 꺼내면 화가는 두 손을 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고 입술을 꽉 다문 채 콧소리를 섞어 말했다.
“흐음, 이쪽 구름은 고함을 지르고 있군요. 저녁 빛을 받지 못했어요. 전경은 어딘지 쥐어뜯긴 느낌이고요. 그러니까 뭔가 부족해요……. 이쪽 오두막은 뭐가 불만스럽다는 듯 삐걱거리네요. 여기 구석 부분을 좀 더 어둡게 하면 좋겠어요.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아요. 잘 했습니다.”
화가가 알아듣지 못하게 말할수록 올가 이바노브나는 이해하기가 더 쉬웠다.


P. 237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벌써 머리카락이 세기 시작했다. 몇 년 새 자신이 이렇게 늙고 추해졌다니 이상했다. 그의 손 아래 놓인 어깨는 따스했지만 떨고 있었다. 이 인생, 아직 이렇게 따스하고 아름답지만, 머지않아 그가 그렇듯 퇴색하고 시들게 될 이 인생에 그는 연민을 느꼈다. 도대체 이 여자는 왜 이토록 자신을 사랑하는 것일까? 전에 만난 여자들은 있는 그대로의 그가 아닌, 상상 속에서 만들어내 평생 애타게 찾아 헤맸던 바로 그 모습을 사랑했다. 그리고 실수를 깨달은 후에도 여전히 사랑했다. 그와 함께 있어 행복했던 사람은 그중 단 한 명도 없었다. 만났다가 사귀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면서 그 역시 단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었다. 뭐라 이름을 붙이든 사랑은 절대 아니었다.
그리고 머리가 세기 시작한 지금에야 그는 난생처음으로 진짜 사랑을 하게 된 것이다.

목차

관리의 죽음
삶에서 하찮은 일
우수
반카
자고 싶다
6호 병동
베짱이
상자 속의 사나이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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