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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양상추

원제 : やわらかなレタス

에쿠니 가오리 저 | 김난주 역 | 소담출판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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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73812608 / 244쪽 131 x 1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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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지.”

2004년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와 2009년 『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에 이어 한국에 출간된 세 번째 에세이집 『부드러운 양상추』(원제: 부드러운 양상추 やわらかなレタス). 이 작품은 2011년 2월 일본에서 출간된 에쿠니의 최신작으로 에쿠니의 일상, 그리고 그 일상과 함께하는 음식들에 관해서 에쿠니 특유의 문체로 잔잔하게 풀어낸 에세이집이다.
먹거리를 둘러싼 언어와 소설, 여행 그리고 일상의 소소한 나날들이 이루어나가는 에세이집 『부드러운 양상추』에서 소설 밖 진짜 에쿠니의 모습을 지금 만나보자.

# 한 입 먹으면 마음이 푸근해지고 배에 불을 밝힌 듯한 느낌이리라. 달콤함이 입안에 번지고, 힘도 불끈 솟으리라. 훈훈하게 몸을 데우는 동시에 허기를 살짝 채워주고, 기분을 달래주고 또 기운 나게 하는 그런 것.

『부드러운 양상추』는 작가 에쿠니 가오리가 좋아하는 음식에 얽힌 사연과 추억, 풍경 그리고 그때 함께했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녀는 자신이 어떤 음식을 (혹은 어떤 재료를) 좋아하는지, 왜 좋아하는지, 그때 누구와 함께 있었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등에 관해 하루하루 일기를 써내려가듯 조곤조곤 털어놓는다. 전적으로 자신의 이야기이지만 주변에서 흔하게 마주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에 관한 단상이라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다. 또한 에쿠니 가오리는 한 잔 마시면 기분을 달래주고 기운 나게 하는, 진하고 따뜻하고 너무 뜨겁지 않은 ‘따뜻한 주스’, 옛 친구를 만난 듯한 푸근함이 느껴지는 ‘콜드미트’ 등을 먹으며, 혹은 과거에 먹었던 것들을 떠올리며 위로받는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받지만, 마음 맞는 친구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즐겁게 웃고 떠들다보면 낮에 받았던 스트레스는 어느새 사라지기도 한다. 어쩌면 위로한다는 흔한 한마디보다 진정으로 당신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건 함께 먹는 수프 한 그릇에서 전해져오는 따뜻한 마음과 행복이 아닐까.
반복된 하루 사는 일에 지친 독자들은 『부드러운 양상추』를 읽으며 에쿠니 가오리가 전해주는 사랑스러운 나날들과 맛있는 음식들 이야기에서 위로받고, 또한 자신을 기운 나게 해주는 자신만의 음식을 떠올려볼 수도 있을 것이다.

# “그렇게 먹기만 한 이틀이었지만, 잊지 못할 광경이 하나 있다. 그것은 내가 먹은 것이 아니라 낯선 이가 마셨던 것, 그리고 그 풍경.”
화창한 낮의 맛이 나는 음식 필라프, 친절한 비파, 고요한 포타주, 으스대지 않는 컵라면 등 에쿠니 가오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갖가지 음식들과 그들과 함께했던 그 시간, 그 자리.


에쿠니 가오리는 일상의 작은 순간을 포착해 특유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체로 그녀가 마음에 담았던 음식들과 그 때 만났던 사람들, 그곳의 풍경을 40개의 에세이 속에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있다. 각각의 에세이 속에는 각양각색의 음식들과 소설 밖 에쿠니 가오리의 일상을 만나는 재미가 있다. 남편과 슈퍼마켓에서 장을 본다든지, 작업실에서 원고를 쓴다든지, 동생과 함께 쇼핑하며 거리를 걷는다든지 하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나 그녀가 회상하는, 얇게 저민 소고기를 구웠을 때 프릴처럼 오글오글해지는 하얀 기름살 ‘꼬들꼬들’을 좋아하고, 바다에서는 레몬 빙수밖에 먹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모습까지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또한 기계를 사용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길치인 자신이 무사히 제 시간에 약속 장소에 도착하면 자랑스러워하는 등 에쿠니 가오리의 인간적인(?) 모습도 살짝 엿볼 수 있으니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책에 실린 사랑스러운 일러스트 또한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왜 아삭한 양상추가 아니라 부드러운 양상추인지 궁금하다면, 소설 밖 진짜 에쿠니를 알고 싶다면 그리고 에쿠니 가오리와 그녀의 작품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혹은 소설을 읽을수록 궁금해졌던, 매력적인 작가이자 지극히 평범한 한 사람인 에쿠니 가오리의 일상과 내면을 한껏 엿볼 수 있는 이번 작품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저자 소개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으로 사랑받는 에쿠니 가오리는 미국 델라웨어 대학을 졸업하고 1989년 『409 래드클리프』로 페미나상을 수상했다. 동화적 작품에서 연애소설, 에세이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해나가면서 언제나 참신한 감각과 세련미를 겸비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1992)으로 무라사키시키부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나의 작은 새』(1998)로 로보우노이시 문학상을 받았다.


저서 《냉정과 열정사이 ROSSO》, 《반짝반짝 빛나는》, 《호텔 선인장》, 《낙하하는 저녁》, 《울 준비는 되어있다》, 《사람을 꽃보다 아름답게 하는 사랑》, 《당신의 주말은 몇개입니까》, 《웨하스 의자》, 《도쿄타워》,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좌안 1, 2》, 《달콤한 작은 거짓말》, 《소란한 보통날》,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 《부드러운 양상추》, 《나의 작은 새》, 《수박 향기》, 《하느님의 보트》, 《잡동사니》, 《한낮인데 어두운 방》

역자 소개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쇼와여자대학(昭和女子大学)에서 일본 근대 문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신기한 돈(ふしぎなお金)』『사각형의 역사(四角形の歴史)』『냉정과 열정 사이: 로소(冷靜と情熱のあいだ: Rosso)』 『키친(キッチン)』『박사가 사랑한 수식(博士の愛した數式)』『겐지 이야기(源氏物語)』『나는 고양이로소이다(吾輩は猫である)』『별을 담은 배(ほしぼしのふね)』『신참자(新參者)』 등이 있다.

책 속에서

한 잔 마시면 마음이 푸근해지고, 배에 불을 밝힌 듯한 느낌이리라. 달콤함이 입안에 번지고, 힘도 불끈 솟으리라. 아주 뜨겁지는 않은, 적당히 따끈한 온도일 것이다. 천천히 침투해 훈훈하게 몸을 데우는 동시에 허기를 살짝 채워주고, 기분을 달래주고 또 기운도 나게 하는 액체에 어울리는 온도.
-따뜻한 주스

나는 편애하는 계란 프라이에 대해 생각하고 만다. 어렸을 때, 거뭇거뭇하고 묵직한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계란 프라이를 멋지게 구웠었다. 노릇노릇한 테두리는 프릴이나 레이스처럼 물결치고, 흰자는 올록볼록해도 노른자는 적당히 익은 계란 프라이. 접시에 옮길 때면 노른자가 터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는데, 아무리 조마조마해도 옮길 수밖에 없었다.
-프라이팬과 계란 프라이

대신 아빠에게 이상한 취미가 생겼다.
“눈 꼭 감고 아, 해봐.”
그러고는 나와 동생에게 조그만 김밥을 먹이는 것. 김밥은 캔에 든 구운 김에 밥, 그리고 아빠 전용 안주로 만들어졌다. 안주는 그냥 젓갈일 때도 있고, 숭어 난소 젓갈일 때도 있고, 간장만 살짝 뿌린 데친 시금치일 때도 있었다. 그리고 누에콩일 때도, 건어물일 때도, 통조림에 든 연어 살을 마요네즈에 버무린 것일 때도 있었다.
“안에 뭐 들었어?” 하고 물어서는 안 되었다. 조심조심 입을 열면“ 아빠를 믿어.” 했다. 그리고 꼭꼭 씹으면 대개는 맛있는 것―안주 대부분이 밥과 잘 어울린다―이었지만, 때로는 엉뚱한 것도 들어 있었다. 동그랗게 자른 레몬 조각이나 귤 한 조각(귤은 물론 안주가 아니다. 아빠가 테이블 밑에서 몰래, 늘 옆에 놓여 있는 재떨이에다 껍질을 까고 준비해두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움찔 놀라면,“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선 때로 위험도 감수해야 한단다.” 하며 시치미를 떼었다.
-꼬들꼬들

그래서 소설 때문에 취재하러 나간 거리에서, 자르기 전의 우무가 물이 찰랑찰랑한 양동이에 담겨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바로 저거야!’ 하고 생각했다. 물론 우무를 사면 그 자리에서 잘라주는 듯했지만, 부탁하면 그대로 팔 수도 있을 테고, 그럼 나는 그 아름다운 나의‘ 우무 자르개’로 우무를 잘라 먹을 수 있다. 만약 내가 이 가게 옆에 산다면……. 그런 몽상을 하다가 소설에 불쑥 우무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목하 우무 가게는, 동물 병원, 우체국, 스포츠센터에 이어 우리 집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네 번째 장소다.
-우무찬가

언어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비 내리는 아침 부엌에서, 비파는 이런 색과 모양과 맛이라서 친절한 것이 아니라, 친절하기 때문에 이런 색과 모양이고 이런 맛이 나는 과일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니까.
-비 내리는 아침 부엌에서

20대에는, 특히 여행을 계획할 때는 예약 없이 떠나는 것을 좋아했다. 예약을 하는 건 구태의연하고 멋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발길 닿는 대로 가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참맛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1년짜리 싸구려 오픈티켓을 사서 비행기에 오르고, 묵는 곳은 물론 이동할 곳도 정하지 않은 채 떠나는 것이 자유로운 여행이라고. 그 시절은 그 시절 나름대로 즐거웠다. 발 닿은 곳이 어디든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자신에게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하지만 이제는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 세상이나 인생이나 안심할 것은 하나도 없으니까, 여행이나 외식 같은 소소한 즐거움만은 안심하고 즐기고 싶어 예약을 하고 나선다.
-예약병

뜨끈뜨끈한 고기 요리도 물론 맛있지만, 콜드미트에는 뭐랄까 옛 친구를 만난 듯한 푸근함이 있다. 그래서 그만 마음을 허락하고 만다. 언제 먹어도 좋다. 배가 부르거나 더부룩해지지 않는다. 그리고 더 좋은 점은 콜드미트의 냉담함이랄까 매정함, 예의 바름이다. 옛날 친구이기는 하지만 과도하게 반가운 척하지 않는다. 친근하게 굴지 않으므로 성가시지도 않다.
낮에, 과일만으로는 좀 허전하다 싶으면 종종 콜드미트를 먹는다.
콜드미트는 촉촉하다. 조심스럽다. 하지만 가공된 고기 자체의 맛도 나고 씹는 맛도 있다. 양념으로 가미된 것―후추면 후추, 훈제 칩이면 훈제 칩, 피망이면 피망, 콩소메면 콩소메―의 풍미가 소박하지만 충분히 그 역할을 다한다. 심플하고, 정말 알기 쉬운 맛.
-콜드미트

포타주라면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콘 포타주, 비시수아즈, 완두콩 포타주. 이 세 가지가 빛나는 주역. 하지만 갖가지 채소로 다양한 포타주를 만들 수 있다. 양송이버섯이나 크레송, 당근, 단호박. 내가 좋아하는 것은 샐러리 포타주다.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해서 먹는다.
포타주의 좋은 점은 우선 온도―따뜻한 경우에는 그 따뜻함, 차가운 경우에는 그 차가움―이고, 그다음은 혀에 닿는 감촉―너무 부드럽지 않고 채소의 존재감이 살짝 가칠하게 느껴지는―, 그리고 진하면서도 모나지 않은 맛이라고 생각한다. 맛있는 포타주를 먹으면 그 맛이 온몸, 온 세포에 고루 퍼지는 느낌이 든다.
고요한 음식이다(음식에는 고요한 것과 시끌벅적한 것이 있다). 포타주는 철저하게 고요하고, 나는 그 점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포타주와 기계

그런데 나와 동생 사이에는 빵을 둘러싼 불문율이 있다. 바게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사 온 날 다 먹는다는 것이다. 그 불문율이 생긴 후로―언제 생겼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아마 동생은 초등학생이고 나는 대학생일 무렵이었을 거다―, 우리는 고집스러울 정도로 충실하게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바게트는 하룻밤이 지나면 다른 빵으로 변했나 싶을 만큼 맛이 떨어진다. 우선 고소하게 말라 바삭바삭 부서지는 껍질이 사라진다. 그다음 습기를 머금은 말랑말랑한 속살에 밀가루의 달콤함이 밴 안쪽이 말라버린다. 그래서 사 온 날 바로 먹는다는 불문율을 지키는데, 이렇게 지키지 않아도 누구 하나 곤란하지 않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누군가는 곤란해지는 약속보다 더 잘 지키는 이유는 우리가 고집스럽기 때문인 듯하다.
-빵과 불문율

목차

따뜻한 주스 7
설날, 혹은 또다시 따뜻한 주스 13
장보기의 전말, 또는 열빙어튀김 상큼 볶음 19
대구 26
입춘 전날 32
프라이팬과 계란 프라이 37
밖은 비 43
방랑하는 웨이터 48
천국의 맛 54
뉴욕, 폭설과 도넛 59
뉴욕, 돼지 코 66
미역귀 데침 72
흰 빵과 검은 빵 78
여행의 여운 84
에잇 89
기차 여행과 세멸 도시락 95
‘꼬들꼬들’ 101
우무 찬가 106
장미와 장어구이 112
맛난 먹을거리, 또는 매혹의 욧카이치 118
‘된장’의 긍지 124
길치, 또는 사전 회의의 전말 129
비 내리는 아침 부엌에서 135
예약병 142
과일, 과일, 과일! 149
병원과 족발 154
김 도시락 160
그리고 인생은 계속된다 166
버터밀크의 수수께끼 172
쇼와 시대의 설탕 178
콜드미트 184
여름휴가, 우동, 그리고 스도쿠 189
비바, 마사지 196
바에서 먹는 밥, 그리고 알래스카 202
포도 한 알 209
그리고 하마들은 탱크에서 익어 죽었다 214
아사히카와의 소다수 219
포타주와 기계 225
빵과 불문율 231
부드러운 양상추 236
옮긴이의 말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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