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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2013년 1월 25일 오늘의 책

장자

편집부 | 현암사 | 1999.01

분류 : 인문/교양/철학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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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적 지혜와 여유로움의 세계를 담은 <장자> 번역 및 해설서. 인문학 분야의 베스트셀러였던 <도덕경> 번역해설서를 낸 저자가 유려한 한글번역에 현대적 해석을 가미했다. <장자> 내편을 완역하고, 장자의 후학 및 추종자들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외편, 잡편의 중요 텍스트를 번역했다. 장자의 현재적 의미를 전하는 현대적 감각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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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터무니를 찾아

 

31. 망량(罔兩, 엷은 그림자)이 영(景, 본그림자)에게 물었다. ‘당신이 조금 전에는 걸어가더니 지금은 멈추었고, 조금 전에는 앉았더니 지금은 일어섰으니, 왜 그렇게 줏대가 없소?’
 그림자가 대답했다. ‘내가 딴 것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겠소? 내가 의존하는 그것 또한 딴 것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오? 나는 뱀의 비늘이나 매미의 날개에 의존하는 것 아니겠소? 왜 그런지를 내 어찌 알 수 있겠소? 왜 안 그런지 내 어찌 알 수 있겠소?

 

그림자 둘레에 생기는 엷은 곁 그림자 ‘망랑’이 본그림자인 ‘영’을 보고 줏대가 없다고 나무란다. 줏대, 줏대가 무엇인가. ‘자기의 처지나 생각을 꿋꿋이 지키고 내세우는 기질이나 기풍’이다. 주체성 혹은 독립성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아무렴, 그래야지. 이 말에 이쪽으로, 저 말에 저쪽으로 흘러가는 이를 두고 어찌 제대로 살고 있다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그림자 자체가 물체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게 어디 그림자뿐인가.  “어느 누구도, 어떤 사물도 엄격한 의미의 독립성이나 주체성이 없다 (…) 만물은 자체가 존재의 바탕이거나 움직임의 근원일 수 없다. 모두 무엇에 의지해 존재하거나 움직인다.” (133쪽)

 

그러니까 망랑은 ‘내가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를 묻고 있으나 ‘내가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가’의 질문은 간과하는 있는 사람과 같다. ‘나’에게 사로잡혀 ‘나’가 ‘너’와의 관계 안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혹은 그 모든 ‘분별’들에 얽매여 더 큰 삶의 본질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반면에 자기가 딴 것에 의존해 있는 걸 두고 ‘왜 그런지를 내 어찌 알 수 있겠소? 왜 안 그런지 내 어찌 알 수 있겠소?’라고 되묻는 그림자는 이와 같은 사물의 상호의존성을 알고 있음을 물론이고, 더 나아가 앎과 모름의 분별 자체를 넘어서 있는 태도를 보여준다.

 

“무분별 속에 있을 때 우리는 무궁의 세계에 머물 수 있다. 무분별은 일월을 품고 우주를 품는다. 그러나 분별 속에서 사람은 작아진다.” (장석주, 《느림과 비움의 미학》, 푸르메, 20쪽)  

 

아니, 도대체 무슨 말인가. 분별을 지나 무분별해져야한다니.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말이다. 《장자》를 읽는 일이 그렇다. 그가 풀어내는 모든 이야기가 우리의 상식적 사고에 반하는 까닭이다. “그는 해학으로 일체를 묵살하면서 상식적인 사고와 세속적인 가치에 반역하고 있다. 상식적인 사고에 사로잡힌 옹졸함과 세속적인 가치관에 뒤틀린 왜소함을 함께 연민(憐憫)한다. 해학은 그의 반역이며, 홍소는 그의 연민이다. 그는 세속 인간의 미망(迷妄)을 통곡하면서 한편으로는 그 통곡까지도 소리 높여 홍소한다. 그는 세속 인간의 허세와 오만을 모멸(侮蔑)하며 그 모멸을 홍소 속에서 해학한다. 장자의 철학은 이 인간 모멸과 연민이라는 이율배반(二律背反) 속에서 탄생하고 있다.” (안동림 역주, 《莊子》, 현암사, 12쪽)

 

말하자면, 상식 안에서 《장자》는 터무니가 없다. 그러므로 질문하게 한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다시, 안다는 것 자체에 대해 다시. 그렇게 이 삶에, 우리의 인생에 ‘터무니’란 게 과연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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