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0일 오늘의 책
김재호 | 서해문집 | 2013.01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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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1,345일의 수감생활, 400여 통의 만화편지 1984년부터 용산에 터를 잡고 평범한 금은방을 운영했던 김재호 씨. 늦둥이로 본 외동딸 혜연이 키우는 재미에 푹 빠진 평범한 아빠였다. 그러던 2007년 용?산 도시정비 사업으로 인해 정들었던 가게가 부당하게 철거될 위기에 놓이자 어쩔 수 없이 망루에 올랐다. 그리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용산참사 사건. 다행히 참혹한 그 현장에서 목숨은 건졌지만 김재호 씨는 딸바보 아빠에서 ...
죽음의 현장에서 살아나온 사람들이 있었다. 용산참사. 2009년 1월 20일의 일이다. 다섯 명의 철거민과 한 명의 경찰특공대원이 사망했다. 생존한 철거민은 징역형을 받았다. 이런 법이 어디 있냐고 사람들은 말했다. 그런데 있었다. “미래를 꿈꾸며 살려고”(123쪽) 했던 일에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죄를 적용한 그런, 법(法)이 있었다. 어느덧 4주기를 지났다. 그사이 누군가는 시를 썼고, 누군가는 만화를 그렸고, 누군가는 노래를 불렀고, 누군가는 영화를 만들었다. 다소 더딜지라도 이들의 이야기는 분명하게 이어졌다. 이제는 《꽃피는 용산》이다. 여태까지의 작업들이 용산참사를 바라보는 제3자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이 책은 당사자 본인의 목소리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꽃피는 용산》의 저자 김재호. 용산참사 당시 징역형을 받고 3년 9개월의 옥살이를 했던 철거민이다. 수감생활은 “마음속 깊은 곳까지 얼음장처럼 차갑게 만들고, 진정 이 사회에서 격리되는 느낌”(22쪽)으로 괴로웠다. 견디기 힘든 순간도 많았다. 바깥에서 지켜보는 가족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빠가 구속되자 열세 살 딸은 우울증을 앓았다. 딸과의 대화가 필요했다. 그는 꼬박꼬박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보다 관심 갖고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젊은 시절 관심사였던 만화도 곁들였다.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그려 나간 편지만 400여 통. 그 만화편지는 한데 모여 책이 되었다.

이 책을 처음 받아든 심정은 아무래도 무거웠다. 나에게 용산참사란 진상 규명이 요원한, 많은 이들이 계속하여 고통 받는, 마주하기 어려운 비극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그는 “네가 있기에 아빠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136쪽)으며, “만약 희망을 품고 기다린다면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213쪽)다고 말했다. 이 같은 마음가짐은 용산 살던 시절의 추억담, 수감생활 동안의 그리움, 접견 때마다 들었던 가족의 일상, 주변에서 전해 들었다는 이웃의 삶을 그린 만화 전반에 담겨 있다. 아빠의 편지를 받고 딸은 조금씩 밝은 모습을 되찾아갔다. 아빠와 딸은 지난해 10월에 비로소 재회했다. 출소하던 날, 그는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의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고 한다. 어쩌면 《꽃피는 용산》은 긴 편지의 끝이자 새로운 여정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법이 어디 있냐고 사람들은 여전히 말한다. 희망과 사랑이라는, 자신들의 사는 법으로 삶을 재건한 자리에 사람 살리는 법(法) 또한 속히 재건되기를 기원해 본다.
감옥 안 4년의 긴 세월 동안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만화편지에 담아 세상 밖으로 보냈습니다. 너무도 억울하고 비통한 마음으로 지난 4년 동안 세상과 고립된 또 하나의 세상이 되어 출소할 날만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그동안 가족에게 해주지 못했던 것들과 또 딸을 사랑했던 아빠의 애절한 마음을 담아 주 2~3번 보냈습니다. 이젠 전보다 더 아내와 딸아이를 사랑하겠노라고 다짐합니다. 지금의 나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며 하루의 주어진 삶에 충실하고 살아 있음을 흔적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6쪽)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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