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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수 없는 사람들

2012년 4월 2일 오늘의 책

떠날 수 없는 사람들

김성희 외 | 보리 | 2012.01

분류 : 만화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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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용산참사 그 후, 철거민들의 시간은 그대로 멈춰 있다 《내가 살던 용산》에 이어 철거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두 번째 만화책, 《떠날 수 없는 사람들》 2009년 1월 20일, 철거민 다섯 명이 목숨을 잃은 크나큰 사건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3년째다. 용산참사로 실형을 받은 철거민들은 여전히 차디찬 감옥에 갇혀 있고 유가족들의 아픔 또한 씻어지지 않았다. 평범하기만 하던 우리 이웃들은 가족들이 함께 모여 오손도손 지내던 집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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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허가’를 기억하기 위하여

 

용산4가 철거민 참사현장
점거해 들어온 빈집 구석에서 시를 쓴다
(…)
허가 받을 수 없는 인생
그런 내 삶처럼
내 시도 영영 무허가였으면 좋겠다
누구나 들어와 살 수 있는
이 세상 전체가
무허가였으면 좋겠다

 

- 송경동, <무허가> 중에서

 

지난달에 한 시인이 감옥에서 석방되었다. ‘희망버스’ 때문에 구속된 것이 87일째였다. 그는 부산구치소 앞에서 “용산참사로 수감되신 분들, 망루로 쫓겨 올라 갔다가 공권력의 무자비한 탄압에 사람이 죽었으나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 없이 살고자 올라갔던 철거민 분들만 감옥에 갇혀 있다. 그분들 생각 많이 나서 어젯밤 끝나지 않은 용산에 관한 편지를 썼고, 재능교육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지난 28일로 투쟁 1500일을 맞았는데 그분들 1500일 기억해 보는 시를 쓰다가 잠들었다”라고 말했다. <무허가>는 바로 그의 시다.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2010년 10월 말을 생각한다. 그때, 대법원은 용산참사 관련 철거민 7명에게 징역 4~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공무 집행 방해라고? 죄목은 실상 ‘무허가’일지도 모른다.

 

지금 이 시간에도 철거민은 죄인 취급을 받는다. 개발이랍시고 강제 철거를 강행하는 대한민국에서, ‘무허가’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용산참사는 현재진행형이다. 그 사실을 알리고자 여섯 명의 만화가가 의기투합했다.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은 철거민의 삶, 그들을 둘러싼 문제를 이야기한다. 김성희, 김수박, 김홍모, 심흥아, 유경아, 이경석은 곳곳에 흩어져 있는 철거민을 직접 취재하여 그 울분을 담고자 했다. 토지 개발의 이면을 살펴보는 나름의 공부. 서울 신계동, 덕이동, 상도4동, 부천 중3동, 성남 단대동에 천막을 짓고 투쟁하는 철거민들과의 만남. 그러한 과정이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 하나로 묶인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거리에 나앉은 삶을 마주한다.

 

재판 받는데 그러더군요. 언제까지 할 거냐, 아이들 장래는 생각 안 하냐고.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검사님, 아이들 키우시죠? 제 아이들을 위해서 하는 겁니다. 나는 살아볼 만큼 살았고, 누릴 만큼 누렸습니다. 그런데 이 세 아이들의 망가진 시각은 어떻게 할까요? 이렇게 억울하게 살다가 죽는 게 맞는 거라고 할까요? 그냥 대충 살다 가는 거라고 말할까요? 그랬습니다. (99쪽)

 

잃은 것도 있지만, 얻은 것도 있어요. 우리가 뭐, 노동 운동이니 철거민 운동이니 뭐를 알았어. 저 사람들이 왜 저렇게 데모를 할까 했잖아. 저 사람들 다 간첩이라고 했지, 빨갱이라고. 우리도 그때 그렇게 생각했거든. 그게 아니라는 걸 이번에 배웠어요. 모르는 사람들은 무조건 ‘데모’ 한다 그래. 우리도 옛날에 그렇게 말했는데, 이제는 우리는 ‘데모’가 아니고 내 권리를 찾기 위해 ‘집회’하는 거다. (129쪽)

 

철거민 문제가 수십 년 동안 계속되는데 왜 아직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걸까요? 여기도 용산처럼 누가 죽어 나가야, 우리가 죽어야 관심 가져줄까요? 우리 같은 서민들 목숨은 정말 파리 목숨보다 못한 걸까요? (167쪽)

 

이들의 목소리는 용산참사의 유지(遺志)를 이어받는다. 그만큼 소중한 기록이다. 철거민은 엄연히 살아 있고,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 힘을 확인한 바 있다. 2010년 1월 9일.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일 년여 만에 치르는 장례였다. 서울역에서 남일당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운구 행렬을 따라 걸었다. 무장한 의경들이 가까이 붙었으나 애도의 무리를 끊어 놓지는 못했다. 흐린 하늘에 눈이 흩날렸다. 몹시 추웠지만 견딜 수 있었다. 그날, 나는 혼자가 아니었으니까. 이러한 유대감은 누구보다 철거민에게 필요하다. 강제퇴거금지법 만큼이나 필요하다. 한 명의 시인, 여섯 명의 만화가, 그들의 작업에 공감하는 모두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권한다. ‘무허가’를 기억하고, 긴 겨울의 끝을, 다같이, 목격하기 위하여.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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