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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편견을 부탁해

2015년 12월 1일 오늘의 책

카메라, 편견을 부탁해

강윤중 | 서해문집 | 2015.11

분류 : 사회/정치/법률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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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과연 내 생각이 ‘생각’일까? 오해와 편견의 이어달리기를 멈출, 카메라의 말 걸기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말, 말, 말’이 그 어느 때보다 넘치는 시대, 사람들은 생각하기를 멈춘 채 쉽게 피로를 호소하고 어떤 상황이나 사건을 한 단면으로만 보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은 어느새 편견을 만들고 혐오로 교환하려는 유혹에 우리를 빠뜨린다. 냉담과 무관심, 분명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인데, 매일 숨 쉬고 부대끼며 숱한 사람과 섞여 드는 곳인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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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이 없다’는 그동안의 생각은 거짓이었다


나는 장애인이 아니지만 장애인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 하지만 카메라를 들고 장애인에게 좀 더 깊이 다가가려 했을 때 비로소 내 안 구석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닫힌 생각들'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편견이 없다'는 그동안의 생각은 거짓이었다. (4쪽)

사람이 성장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첫사랑에 실패했을 때,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했을 때, 열심히 노력하여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 … 순간순간의 장면은 제시할 수 있지만 '성장' 그 자체에 대해선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내가 그러했고. 그래서 대학에 올라와 오랫동안 성장에 대해 고민했다. 사람이 성숙한다는 건 무엇일까? 그리고 마침내 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것은 내 안에 있는 내적 모순을 경험하고, 그것을 혁파해내는 순간이었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건설 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공사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인부들을 보며 ‘나는 저렇게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지.’하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것은 편견이었고 허영이었음을 곧 깨달았다. 그들이 삶을 낭비하고 허투루 보내고 있는가? 내가 본 그들의 삶은 참으로 힘들고 고된 삶이었다. 그에 비해 학창 시절의 나는 공부한답시고 게으른 시간을 보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모순이었다. 은연중에 혹은 적나라하게 나는 그들을 깔보고 있었으나 그럴 근거는 전혀 없었다. 그때부터 나는 건설 노동자에 대해 조금 더 객관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다.

『카메라, 편견을 부탁해』는 독자로 하여금 이런 고민을 하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갖고 있는 내적 모순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그 방법은 매우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강한 어조로 ‘이것을 이렇게 고민해야 해!’라고 말하지 않고 사진 몇 장과 사연을 펼쳐보인 뒤 ‘이 사람들의 삶은 사실 이런데, 당신 생각은 어떻습니까?’라고 묻는다. 고민은 독자의 몫인 셈이다.

우선 목차를 살펴보자. 각각 제목이 붙어 있지만, 그 주제는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고민해볼 만하다. ‘광산(육체)노동자’, ‘무슬림’, ‘난민’, ‘존엄사’, ‘재개발’, ‘동성애’, ‘이주노동자’, ‘시골분교’, ‘철거민’, ‘독립영화’, ‘장애인’, ‘독거노인’, ‘세월호’, ‘야학’, ‘그룹홈’, ‘연평도 포격’ 등 16개의 꼭지로 이루어졌으며, 아마 사회문제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한번쯤 눈여겨봤을 만한 주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이나 소재를 아는 게 아니다. ‘나는 무슬림을 어디까지 인정해줄 수 있을까?’, ‘장애인도 연애를 하고 싶다는데 나는 장애인과 진실한 연애를 할 수 있을까?’, ‘피가 섞이지 않은 채 구성된 가족을 가족이라 부를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지며 내 안의 모순을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는 독립영화를 만드는 그들의 삶이 부럽기는 하지만 그렇게는 못 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시골분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버거울 것만 같았다. 동성애자를 이해한다고는 하지만 정작 내 친구가 커밍아웃을 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즉, 이들의 삶을 “이해한다.”고 말하며 소비할 수는 있어도 온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 독자로 하여금 이렇게 깨닫게 하는 것이 이 책의 주제였으리라. 아래는 내가 고민한 흔적들이다.

서구의 범죄는 기독교나 가톨릭과 연결시키지 않으면서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나라들이 많은 중동 지역의 범죄는 이슬람과 너무나도 쉽게 이어 버려요. 테러와 같은 범죄 행위는 코란의 가르침, 즉 이슬람 가치에 완벽하게 반하는 것입니다. (46쪽)

참 인상 깊었던 한 구절이다. 이 말을 듣고 뒤통수를 망치에 맞은 듯했다. 기독교 신자인 나는 교회에 갈 때마다 이슬람에 대한 전투적 적대감을 마주한다. 불교를 비롯한 타 종교에도 배타적인 기독교지만, 유독 이슬람에 대해서는 과격하게 표현한다. 아마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IS의 영향도 크게 작용한 탓이겠지. 하지만 모든 서구의 범죄자가 기독교인이 아니듯, 모든 중동의 범죄자가 이슬람 신도인 건 아니다. 돌이켜 보면 나도 모르게 ‘중동 지역의 범죄=이슬람인의 범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 그건 분명, 편견이고 오해다.

유네스코가 역사 마을 보존을 위해 제시한 네 가지 원칙 중 한 가지는 '원주민의 삶의 방식을 바꾸지 말라는 것.' 사람이 콘크리트 아파트에 자리를 내주고 하루아침에 삶의 방식이 흔들려야 했던 과거 재개발 방식을 버리고 '다른' 개발을 말해야 할 때다. (109쪽)

한편 중계동104마을(통칭 백사마을)은 내가 친구에게 함께 놀러 가자고 했을 만큼 인상적인 곳이었다. 백사마을의 재개발 방식은, 상당히 인상 깊으면서 나의 경험과도 얽혀 있어 언젠간 꼭 가보고 싶은 지역이다. 몇 년 전에 마을공동체를 취재하기 위해 장수마을공동체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그곳 또한 이전의 재개발 방식을 버리고 원주민의 삶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재개발을 실시하고 있었다. 마을을 철거하는 대신 마을 곳곳을 예쁘게 꾸미고, 주민들도 나서서 미화활동이나 마을관광서비스와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러한 주민활동과 성곽길 복원 프로젝트가 맞물려 장수마을은 관광객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곳이 되었고, 지금은 마을공동체의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아마 백사마을도 이러한 방식이 아닐까? “오래된 것이 아름답다.”라는 말로 유명한 승효상 건축가의 재능을 하루빨리 구경하고 싶다.

소진이와 주희, 한솔이는 단원고등학교 2학년 10반 친구들이다. 함께 수학여행을 떠났던 아이들은 돌아오지 못했고, 아이들이 꿈을 키우던 방은 주인을 잃은 채 그렇게 남아 있었다. (273쪽)

2014년 4월 16일 이후의 한국 사회는 분명 이전과는 다를 것이다. 세월, 배, 침몰의 개념이 모두 바뀔 테니까. ‘남의 일이니까’라고 합리화하기엔, 마음이 너무 참담했다. 주인을 잃은 채 먼지만 뒤덮일 그들의 방을 생각하면 그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저자는 이 비극에 어떠한 의견도 제시하지 않는다. 그저 담담히 사진과 인터뷰로만 세월 호의 아픔을 전달한다. 그 사진도 배가 침몰하고 있는 사진이나 아이들이 빠지는, 자극적인 것이 아니다. 부재가 느껴지는 주인들의 방이다. 단원고등학교 아이들의 방이다. 세월호 이후 1년이 넘었지만 그 슬픔이 가시질 않는다. 그들의 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려운 고민이 깊어진다.

고민하는 사람은 언제나 성숙하다. 성숙이란 그렇기에 동적인 개념이다. 고민하고 있으면 성숙한 것이고, 고민을 멈추면 성숙하지 못한 것이다. 이 책이 정답을 말해주진 않지만, 적어도 교양인으로서 어떤 고민을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방향을 제시해준다고 말할 수 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바닷고래'님은?

하루에 한 번 이상 인터넷서점에서 책을 구경하는 애서가. 할 줄 아는 게 읽고 쓰는 것밖에 없는 흔하디흔한 잉여청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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