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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 [보급판]

요 네스뵈 저 | 이은선 역 | 현대문학 |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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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0885799 / 732쪽 135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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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배신과 욕망, 광기와 악몽의 희곡 『맥베스』 문학사상 가장 압도적인 고전의 강렬한 재해석 요 네스뵈의 개작에서 무엇보다 돋보이는 점은 원작의 플롯과 인물 관계를 훼손하지 않고도 이를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로 영리하게 바꾸었다는 것이다. 그는 셰익스피어가 창조한 인물들에게서 환상과 마법을 걷어내고, 11세기 스코틀랜드에서 카지노의 화려한 불빛과 뒷골목의 어둠이 강렬하게 교차되는 현대 도시로 무대를 옮겼다. 그리고 『맥베스』를 마약과 폭력, 살인, 부패한 경찰과 갱단이 등장하는 한 편의 ‘누아르’와도 같은 소설, 21세기에 걸맞게 인간적인 면모가 더해진, 한층 현실감 있는 작품으로 만들었다. 그의 소설 속에서 권력에 눈이 멀어 살인을 저지르는 스코틀랜드 왕 ‘맥베스’는 의리와 사랑에 목숨을 거는 매력적인 특공대장으로 부활한다. “맥베스가 왕이 되리라” 예언하는 여신 헤카테와 휘하의 세 마녀는 초자연적 존재가 아닌, 돈과 약물을 무기 삼아 도시를 지배하는 마약상으로 되살아나고, 헛된 예언을 믿고서 맥베스를 부추겨 살인에 이르게 하는 ‘맥베스 부인’은 야망 넘치는 카지노 업주로 변신한다. 이들은 피와 어둠으로 얼룩진 ‘맥베스의 비극’을 차례로 재현하며 욕망의 끝이 어디인지 알면서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기어이 무너지고야 마는 인간의 본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어느 시대건 도덕성이 결여된 야망은 파멸을 부르고, 권력을 위한 권력을 탐하는 자는 필연적으로 비극적 결말을 맞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 준다. 네스뵈는 맥베스를 ‘인간성의 파괴’를 상징하는 인물인 동시에 ‘구원의 희망’을 상징하는 인물로 색다르게 해석했고, 이를 통해 인간에 대한 보다 유연하고 긍정적인 시선을 보여 주었다. ‘스릴러 작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선명히 드러내면서도 그 안에 원작의 메시지를 충실히 담아낸 네스뵈의 『맥베스』는 그 자체로 그의 전작들을 넘어서는 뛰어난 ‘범죄소설’이자, 셰익스피어의 고전에 대한 성공적인 ‘오마주’라 할 수 있다.

저자 소개

노르웨이의 국민 작가이자 인기 뮤지션, 저널리스트, 그리고 경제학자이다. 1960년, 그의 소설의 주된 무대이기도 한 노르웨이의 오슬로에서 태어났고, 지금도 그곳에서 살고 있다. 도서관 사서인 어머니와 아이들에게 늘 책을 읽어주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 만들기에 매혹되었고, 혼자서 공상하며 글쓰기를 즐겼다. 비즈니스 스쿨로 잘 알려진 노르웨이 경제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증권 중개업을 겸했다. 그러다 서른일곱의 나이에 첫 작품을 내놓는데, 바로 ‘해리 홀레 시리즈’의 서막을 연 《배트맨The Bat Man》이다. 이 작품으로 그는 페터 회, 스티그 라르손, 헤닝 만켈 등의 쟁쟁한 작가들이 거쳐간 북유럽 최고의 문학상 ‘유리 열쇠상’을 거머쥐었다. 그 후로도 네스뵈는 늦깎이 데뷔를 만회하듯 1~2년에 한 편씩 해리 홀레 시리즈를 발표하고 있다. 네스뵈의 빼어난 스토리텔링은 스티븐 킹을 연상시키며 ‘시적 느와르’로 평가받는 문체는 전성기의 레이먼드 챈들러에 종종 비견되곤 한다. 마이클 코넬리, 제임스 엘로이 등 유명 작가들이 앞다투어 그의 팬임을 자처하고 나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0센티미터가 넘는 키에 민첩하고 깡마른 몸. 수사에 있어서는 천재적이지만 권위주의 따위는 가볍게 무시해버리는 반항적 언행으로 종종 상관들의 골칫거리가 되는 해리 홀레 반장은 악과 싸우다 악에 물든 매력적인 반영웅 캐릭터이다. 해리 홀레가 등장하는 소설은 지금까지 총 9권이 발표되었고, 모두 발표와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랭크되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또한 유럽 각국의 서점가에서 ‘다시없을 최고의 소설’ ‘올해의 소설’로 거의 매년 선정되면서 북유럽문학 붐의 선두에 섰으며 핀란드와 덴마크 등지에서 최우수 외국문학상을 수상했다. 대거상과 임팩 더블린 문학상, 에드거상 등 세계적인 문학상에도 다수 노미네이트되었다. 《스노우맨》은 그중 일곱 번째로, 유럽을 시작으로 미국과 영국에서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을 차지하면서 네스뵈를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당당히 세워준 작품이다. 특히 외국 작가들의 작품을 잘 읽지 않는 보수적인 영국 서점가에서 무려 석 달 연속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화제가 되었다. 노르웨이 베스트셀러 차트 10위권 중 7권이 ‘해리 홀레 시리즈’로 채워지면서 《스노우맨》을 필두로 1,2,3위를 동시 석권한 일 또한 유명하다. 할리우드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의욕적으로 영화화에 돌입하면서 《스노우맨》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것 같은 작가 요 네스뵈는 매년 100여 회의 공연을 갖는 밴드 디 데레 활동은 물론 저널리스트로서의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며, 노르웨이 폭탄 테러 사건 이후 복지국가로서 노르웨이의 모습을 회고하는 글을 <뉴욕타임스>에 기고하기도 했다. 아동문학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제3세계 어린이들을 위한 독서와 글쓰기 재단을 창립, 자선활동에 힘쓰고 있으며 동화 《우주비행 방귀가루》로 어린이 독자들까지 사로잡았다. 2013년에는 노르웨이의 문학을 세계에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페르귄트상을 수상했다. 비채에서는 이미 한국어판이 출간되어 한국에서도 뜨거운 사랑을 받은 《스노우맨》《레오파드》《레드브레스트》《네메시스》 외에도 해리 홀레 전 시리즈를 출간할 예정이다. 


 

역자 소개


연세대학교에서 중어중문학을, 국제학대학원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했다. 편집자, 저작권 담당자를 거쳐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스티븐 킹의 『11/22/63』, 『닥터 슬립』, 『리바이벌』, 빌 호지스 3부작 ( 『미스터 메르세데스』 , 『파인더스 키퍼스』, 『엔드 오브 왓치』), 『악몽을 파는 가게』, 『아웃사이더』, 『자정 4분 뒤』, 『악몽과 몽상』을 비롯하여 앤터니 호로비츠의 『실크하우스의 비밀』, 『모리어티의 죽음』, 『맥파이 살인 사건』, 매들린 밀러의 『아킬레우스의 노래』, 마거릿 애트우드의 『그레이스』, 프레드릭 배크만의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베어타운』, 『브릿마리 여기 있다』, C. J. 튜더의 『초크맨』, 『애니가 돌아왔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살인을 예고합니다』 등이 있다.


 

머리말

코맥 매카시가 소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과 코언 형제가 동명의 영화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근본적으로 같지만, 두 작품은 결코 불필요한 중복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소설을 다시 쓰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좋은 책은 두 번 읽는다 해서 불필요한 중복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새로운 독자, 새로운 화자와의 만남으로 인해 이야기가 새로워졌기 때문일 것이다.

책 속에서

검댕과 유독성 물질을 통과한 순간 반짝이던 빗방울이 잿빛으로 바뀌었다. 최근 몇 년 동안 공장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업자들은 더 이상 난로를 켤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변덕스럽지만 거센 바람이 불고 끊임없이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검댕과 유독성 물질은 안개처럼 이 도시를 계속 뒤덮고 있었다. 혹자의 주장에 따르면 사반세기 전에 제2차 세계대전이 원자폭탄 두 방으로 막을 내리기 전까지만 해도 그런 식으로 비가 내린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케네스가 경찰청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는 그랬다는 말이었다. 케네스 경찰청장은 시장이 누구이고 그가 어떤 일을 하건, 실세들이 캐피틀에서 무슨 말을 하건 경찰청 꼭대기에 있는 청장실에서 25년에 걸쳐 철권을 휘두르며 실정을 거듭했고, 그러는 동안 이 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였고 한때는 가장 중요한 산업 거점으로 꼽혔던 이곳은 부패와 파산과 범죄와 혼돈의 수렁 속으로 가라앉았다.
_11~12쪽

레이디는 맥베스의 숨소리를 들으며 몸서리를 쳤다.
냉기가 방 안을 훑고 지나간 듯했다. 유령. 아이의 유령. 그녀는 온몸을 짓누르는 어둠을 헤치고 그녀의 어머니와 할머니를 가두었던 마음의 감옥에서 벗어나 빛이 있는 곳으로 나서야 했다. 해방을 위해 투쟁하고, 태양이 되는 데 따르는 모든 희생을, 별이 되는 데 따르는 모든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남들에게 생명을 선사하고 그 과정에서 소진되는 빛나는 어머니. 활활 타오르는 우주의 중심. 그렇다. 활활 타올라야 했다. 지금 그녀도 숨결과 살결을 태우며 방 안에서 냉기를 몰아내고 있지 않은가. 그녀는 한 손으로 몸을 훑으며 살갗이 간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때와 똑같은 생각을 하며 똑같은 결단을 내렸다. 그래야 했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무엇이 그들을 기다리건 총구에서 발사된 총알처럼 앞으로 곧장 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맥베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는 어린애처럼 잠을 자고 있었다. 오늘로서 그런 날은 마지막이 될 것이었다. 그녀는 그를 흔들어 깨웠다.
그는 중얼거리며 그녀에게로 몸을 돌리고 손을 내밀었다. 언제든 그 한 몸 바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굳게 잡았다.
“자기야.” 그녀는 속삭였다. “그를 죽여야 해.”
그가 눈을 떴다. 어둠 속에서 두 눈이 그녀를 향해 반짝였다.
그녀는 손을 놓았다.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때와 똑같은 결단을 내렸다.
“덩컨을 죽여야 해.”
_139~140쪽

레이디는 철제 계단의 마지막 칸을 올라가서 인버네스 카지노의 평평한 옥상과 연결된 문 앞에 섰다. 문을 열고 어둠 속을 바라보았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빗줄기의 나지막한 속삭임뿐이었다. 모든 것과 모든 사람에게 비밀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몸을 돌려서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탁탁거리며 옥상을 밝힌 불빛에 그가 보였다. 옥상 가장자리에 서서 카지노 뒤편의 스리프트 스트리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우산을 펴 들고 맥베스에게로 다가갔다.
“왜 여기서 비를 맞고 있어? 찾아다녔잖아. 저녁 손님들이 조만간 도착할 텐데.” 그녀는 스리프트 스트리트와 맞닿은 벽을 내려다보았다. 매끈하고 까맣고 창문 하나 없어서 요새 비슷했다. 그녀는 그 길거리를 구석구석 모르는 데가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창문을 막을 이유로 충분했다.
“거기서 뭐가 보여?”
“심연.” 그가 말했다. “공포.”
“그렇게 우울한 소리 하지 마.”
“아니야?”
“우리 입술에 미소를 선물하지 못하면 그 모든 승리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
“우리는 두어 번의 전투에서 이겼을 뿐이야.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됐지. 그런데 나는 벌써부터 공포에 사로잡혔어. 어디에서 비롯된 공포인지 알 길이 없어. 칼로 내리쳐도 죽지 않는 이 뱀을 상대하느니 무기를 들고 나를 향해 달려오는 오토바이 갱단을 상대하는 게 낫겠어.”
“그만해. 이제는 아무도 우리를 잡지 못해.”
“덩컨. 저기서 그가 보여. 그가 부러워. 그는 죽은 반면―나는 그에게 평화를 선물했지―그가 나에게 준 것이라고는 불안과 악몽뿐이야.”
_280~281쪽
병장은 바 뒤편에 있던 소총을 집어 들고 창가로 달려갔다. 다른 직원들도 이미 총기를 보관하는 벽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밖에서는 대형 트럭이 아지트와 90도 각도로 세워져 있었다. 시동이 켜진 상태였고 문짝이 앞 범퍼에 계속 매달려 있었다. 창도 마찬가지였다. 병장이 소총을 어깨에 갖다 댔을 때 트럭 뒷면을 덮고 있던 방수포가 젖혀졌다. 구역질 나는 검은색 제복을 입고 총을 들고 있는 특공대원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구역질 나는 광경에 병장의 혈관을 흐르던 피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세 개의 괴물이었다. 강철로 만들어진 두 개는 탄약 벨트와 회전식 총열과 냉각 시스템을 갖추고 받침대에 얹혀 있었다. 나머지 하나는 그 둘 사이에 서 있는 호리호리한 근육질의 대머리 남자였다. 병장은 그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지만 존재는 항상 알고 있었고 항상 지근거리에 있었다. 이제 그 남자가 손을 들고 외쳤다. “의리, 동지애.”
나머지 대원들이 응답했다. “불로 세례받고 피로 하나 된다!”
그리고 한 마디 명령이 내려졌다. “발사.” 아무렴 그렇겠지. 발사.
병장은 그를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한 발이었다. 마지막 한 발이었다.
_379~380쪽

“먼저 몇 가지 부분부터 확인을 해야겠죠. 워낙 엄청난 사안이니까요. 잘못된 정보를 제시했다가 덜미가 잡히거나 남의 수작에 놀아나는 거 아니냐고 의심을 사기는 싫거든요.”
“저는 진실을 밝히고 맥베스를 막아야 한다는 일념뿐이에요.”
앵거스는 손님이 몇 명 안 되기는 하지만 들은 사람이 없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카이트를 보고 자기가 언성을 높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게 사실이라면 신을 믿지 않는다는 당신의 주장은 거짓이죠.”
“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류 안에 신성이 존재하잖습니까, 앵거스 씨.”
“인류 안에는 인간성이 존재하죠, 카이트 씨. 좋은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은 죄를 짓는 것만큼이나 인간적인 행동입니다.”
_521쪽

더프는 버사의 뒤에서 고개를 삐죽 내밀고, 광장을 가로질러서 인버네스로 움직이는 둔해 보이는 장갑차―정식 명칭은 존더바겐이었다―의 뒤를 따라갔다. 장갑차 배기관에서 짙은 디젤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여섯 명의 특공대원들이 존더바겐을 타고 입구까지 가서 최루탄을 창문 너머로 던진 다음 방독면을 쓰고 문을 부수고 돌진하기로 했다. 장갑차에서 내려서 최루탄을 던지는 때가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몇 초밖에 안 걸릴 테지만 그 몇 초 동안 주변에서 엄호를 해 주어야 했다.
맬컴의 무전기가 치직거리더니 리카도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호사격 개시, 하나…… 둘…… 셋…….”
“발사!” 맬컴이 포효했다.
바리케이드 뒤편에서 일제사격이 시작되자 드럼 두드리는 것과 비슷한 소리가 났다. 너무 작은 드럼을 두드리는 소리지. 더프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 소리마저 반대편에서 점점 솟구치는 아우성에 묻혔다.
“맙소사.” 케이스니스가 속삭였다.
처음에는 존더바겐 앞 자갈길 위로 소나기가 쏟아져서 먼지가 튀어 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더니 소나기가 날카로운 비명 소리와 함께 장갑차의 그릴과 철갑과 앞 유리창과 지붕을 때렸다. 장갑차의 무릎이 꺾이면서 주저앉는 것처럼 보였다
_691~6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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