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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쥐

원제 : Katz und Maus
시리즈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60]

귄터 그라스 저 | 박경희 역 | 문학동네 |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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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77226 / 208쪽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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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역사의 표층 아래 감춰진 치부에 정면으로 맞선 ‘계몽주의자’ 귄터 그라스 1927년 단치히 자유시에서 태어난 귄터 그라스는 제2차세계대전을 시작으로 동서독의 통일까지 독일 현대사의 결정적인 순간들을 목격했을 뿐 아니라 온몸으로 굴곡진 세월을 통과해간 작가다.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수상의 정치적 파트너로 현실 정치에 관해 꾸준히 목소리를 냈으며, 시대의 가장 민감한 주제들을 그린 작품들로 사회에 비판적 시각을 제공했다. 1959년 출간한 첫 장편소설 <양철북>은 나치에 동조한 소시민들의 세태를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방식으로 풍자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전후 독일문학의 놀라운 성취로 받아들여졌고, 그라스를 단숨에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았지만 동시에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전후 독일에서는 전쟁의 책임을 히틀러를 위시한 나치 수뇌부에 돌리는 분위기가 강했고, 그 때문에 소시민들 또한 추악한 범죄의 공범이었음을 폭로하는 그라스의 작품은 불편하게 받아들여졌다. 일각에서는 이를 신성모독과 외설로 일축했고, 작가에게 ‘불쾌와 외설의 대가’ ‘둥지를 더럽힌 자’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라스는 이에 굴하지 않고 1961년 <고양이와 쥐>를 발표하며 비판 의식을 계속 밀고 나갔다. 이 작품은 나치 이데올로기가 사람들을 어떻게 전쟁에 동원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또 나치에 선동돼 ‘전쟁 영웅’을 동경하고 실상 사람 목숨값과 같은 기사십자 훈장을 최고의 자랑거리로 여겼던 민중의 무비판적이고 반성 없는 사고방식을 비판한다. 그리고 그 비판은 나치 점령기를 살아간 소시민들을 넘어, 전쟁의 기억을 지우는 데 집중하던 전후 독일사회로 향한다. 그라스의 작품은 죄과에서 자유로운 듯 행동하는 독일인들을 향해 단호하게 말한다. 누구도 집단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이성에 피로해진 시대의 후기계몽주의자”를 자처한 귄터 그라스는 199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넙치』 『암쥐』 『광야』 등의 작품을 통해 한 시대가 눈 돌리고 싶어한 역사의 이면을 집요하게 파고든 결과다. 그는 2015년 타계하기까지 평단과 대중 양쪽의 사랑과 질타를 한몸에 받았던, 한 시대의 양심이었다. 잃어버린 도시 단치히에서 길어올린 문학의 정수 <고양이와 쥐>는 <양철북> <개들의 시절>과 함께 ‘단치히 3부작’으로 알려져 있다. 단치히는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에 비견될 만큼 그라스 문학세계를 관통하는 중요한 축이고, 작가의 고향 도시이면서 동시에 역사적인 특수성을 띠는 장소다. 단치히는 지금의 폴란드 그단스크로, 중요한 항구도시였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독일과 폴란드 사이에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제1차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독일에 속했으나 독일의 패전으로 체결된 베르사유조약에 의해 양국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자유시가 되었다. 당시 단치히 인구의 대다수는 독일인들이었고, 독일 땅이 아니었기에 점령의 형태로 나치의 영향권 아래 편입되기는 했으나 제2차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에 이미 주민의 과반수 이상이 나치를 지지하고 있었다. 단치히는 큰 저항 없이 나치 이데올로기를 체화했다. 종전 이후 단치히가 폴란드에 귀속되면서 독일계 주민들은 나고 자란 고향에서 추방당하게 된다. 그후 단치히는 독일적인 맥락과 완전히 단절되었고, 귄터 그라스가 기억하는 자유시 시절의 단치히와 전혀 다른 공간이 된다. 그라스는 작품 상당수에서 단치히를 중요한 공간적 배경으로 배치했는데, 단치히에 그토록 마음을 쏟는 이유를 “그 도시를 영영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표현했다. 그곳은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이자 작가로서의 자본을 하나둘 비축해간 장소였다. 단치히는 내 문학의 근원이 매장되고, 또 깊이 감춰져 있는 장소다. _귄터 그라스 그라스에게 ‘단치히 3부작’은 정치적, 역사적인 이유로 완전하게 잃어버리고 만 고향을 조금이나마 붙잡아보려는 시도였다. 영영 상실해버린 것을 되찾을 유일한 방법으로서 그라스는 글쓰기에 의지했다. 다시 말해 그라스를 소설로 이끈 것이 바로 단치히였고, 그렇기에 단치히는 그라스 작품세계 정중앙에 위치한다. 죄의식의 심연에서 털어놓는 ‘나의 죄’, 모두의 죄 <양철북>을 발표한 뒤 ‘감자껍질’이라는 가제 아래 소설을 집필하던 그라스는, 그 속에서 내적 완결성을 갖춘 한 편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이를 독립된 작품으로 발전시킨다. 그렇게 집필된 소설이 <고양이와 쥐>이고, ‘감자껍질’의 큰 줄기를 이루던 내용은 이후 가공을 거쳐 장편소설 <개들의 시절>로 출간된다. ‘단치히 3부작’은 공통적으로 나치 범죄가 집단적 범죄였다는 인식과 결부된 죄의식을 형상화한다. 특히 『고양이와 쥐』는 주제의식과 형식이 긴밀히 결합된 밀도 높은 작품으로, 오늘날 독일 교육과정 내 필독서로 여겨진다. 『고양이와 쥐』는 액자식 구성을 띤 소설로, 서술자 필렌츠는 전후 가톨릭 단체에서 서기로 일하면서 친하게 지내는 신부의 권유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학창시절을 돌아보는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비대한 울대뼈를 가진 말케라는 소년이 있다. 말케는 유달리 큰 울대뼈를 가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자신의 ‘신체적 결함’을 온갖 물건으로 덮어보려 하기도 하고, 운동능력을 키워 이를 상쇄하려고도 한다. 원래 수영을 할 줄 몰랐던 말케는 동급생들이 놀이터 삼아 드나드는 침몰한 소해정을 목표 삼아 잠수 실력을 키운다. 그는 곧 소년들 사이에서 경탄의 대상이 된다. 그렇지만 외톨이 말케는 계속해서 세상의 인정을 갈구한다. 말케는 학교 강당에 연설하러 온 전쟁 영웅의 목에 걸린 훈장을 본다. 좀처럼 채워지지 않던 인정욕구를 채워줄 유일한 물건이다. 훈장을 가진 자는 틀림없이 모두의 인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 당시 모두가 탐내던 그 훈장을, 말케는 집착에 가까운 수준으로 좇고 급기야 ‘전대미문’의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남들이 자원입대할 때 유일하게 동조하지 않던 이 ‘위대한 말케’는 이후 누구보다 훌륭한 군인이 되어 바라던 대로 훈장을 손에 넣는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투쟁은 결국 비극으로 끝나고 만다. 회고적으로 이야기를 서술하는 필렌츠는 자신도 그 비극에 책임이 있음을 안다. 이야기하는 내내 말케의 울대뼈, 즉 ‘쥐’를 노리는 고양이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고양이를 부추긴 것이 누구인지, 혹시 나였던 건 아닌지 되묻는다. 고양이는 필렌츠의 죄의식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작은 쥐를 보호해야 할지, 고양이들을 부추겨 사냥하도록 해야 할지” 판단하지 못하는 필렌츠의 우유부단함이 말케를 곤경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죄책감은 필렌츠의 머릿속에서 고양이, 그리고 쥐를 영원히 맴돌게 만든다. 『고양이와 쥐』는 귄터 그라스가 필렌츠를 대리인 삼아 쓴 자기 고백이기도 하다. 작품 속 단치히는 실제로 그라스가 어린 시절 나치의 행동강령을 몸에 익힌 장소이고, 그가 회상하는 당시의 분위기가 그대로 재현된 곳이다. 나는 뉴스 속보를 들으며 자랐다. 나는 언제나 성공의 열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군인으로서 어떤 공적을 세웠는지가 용감함을 재는 척도였고, 용감함이야말로 우리 세대가 갈구한 행복이었다. [...] 천단위 등록톤수의 배가 얼마나 많이 침몰했는지, 적군의 전투기가 몇 대나 격추되었는지, 해치운 탱크는 몇 대인지가 중요했다. 그 용감함이라는 것에 홀려 우리 세대는 그 방면에 소위 에이스라 불리던 전쟁 영웅들의 사진을 수집했다. 소설에는 작가의 회한이 담겨 있다. 필렌츠를 비롯한 작품 속 소년들의 모습에는 히틀러유겐트를 거쳐 나치 친위대로 복무하면서도 이데올로기나 전쟁에 몰지각하고 무비판적이었던 과거 본인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고양이와 쥐』는 서술자 필렌츠와 마찬가지로 뒤늦게 깨달은 자로서 작가 그라스가 남긴 ‘나의 죄’, 더 나아가 ‘모두의 죄’에 대한 기록이다. ★ 1999년 노벨문학상 ★ 1965년 게오르크 뷔히너 상

저자 소개

1927년 10월 16일 폴란드의 자유시 단치히 교외 랑푸우르에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독일인, 어머니는 가톨릭계 카슈바이인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청소년기를 보낸 작가는 히틀러 청소년단에 가입했고, 공군보조병, 전차병 등으로 참전하기도 했다. 1954년 서정시 대회에 입상함으로써 문단에 발을 들여놓았다. 같은 해 전후 청년 문학의 대표적 집단인 '47그룹'에 가입했다. 1958년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대작 <양철북>의 미완성 초고를 47그룹에서 강독하여 그해 47그룹 문학상을 수상했다. 다음해인 1959년에 <양철북>을 출간했다. 이후 <양철북>으로 게오르그 뷔히너 상, 폰타네 상, 테오도르 호이스 상 등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했다. 1963년 <개들의 시절>을 출간으로 <양철북>, <고양이와 쥐>(1961)와 함께 '단치히 삼부작'을 완성했다.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를 거치는 동안 미국, 이스라엘을 여행하며 자신의 작품들을 강독했으며, <국부마취>(1969), <넙치>(1977), <텔그테에서의 만남>(1979) 같은 대작들을 출간했다. 1986년 인도의 캘커타를 여행했다. 1992년 소설 <무당개구리 울음>을 출간했다

역자 소개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국문학을 전공한 후, 독일 본 대학에서 번역학과 동양미술사, 독일 현대문학을 공부했다. 《숨그네》 《마음짐승》 《암스테르담》 《첫사랑, 마지막 의식》 《흐르는 강물처럼》 《옌젠 씨 하차하다》 《슬램》 《파울라 날다》 등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무진기행》 《직선과 곡선》 《얼음의 자서전》 《천변풍경》 등 한국문학 작품을 독일어로 공역했다.

책 속에서

그러나 나, 너의 쥐를 한 마리의 그리고 모든 고양이의 눈에 띄게 했던 나는 이제 써야만 한다. 설사 우리 둘마저 허구라 해도 나는 그래야 할 것이다. 직업상의 이유로 우리를 만들어낸 그가 내게, 자꾸만 너의 울대뼈를 손에 쥐고, 그것이 승리했거나 패배했던 모든 장소로 데려가라고 강요한다. _8~9쪽

나는 그의 영혼에 대해 알지 못했다. 나는 결코 그의 생각을 들을 수 없었다. 결국 그의 목과 거기 달려 있던 많은 평형추들이 남았을 뿐이다. _40쪽

그러나 나는 쓴다, 그것은 사라져야 할 것이므로. 흰 종이 위에서 곡예를 부리는 일은 편안하기는 하지만 흰 구름, 산들바람, 반듯하게 입항하는 괘속정과 그리스연극의 합창단 역할을 하는 갈매기 편대가 내게 무슨 도움이 된단 말인가. 문법으로 만들어내는 마법 따위가 무슨 소용인가. 모든 문장을 소문자로 구두점도 없이 쓴다 해도. 그럼에도 나는 말해야 할 것이다. _110쪽

그러나 나는 계속 머뭇거리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작은 쥐를 보호해야 할지, 고양이들을 부추겨 사냥하도록 해야 할지. _134쪽

그리고 누가 마리아를 갈아 부수었을까? 누가 우리의 정든 김나지움에 마술을 걸어 새 모이로 변하게 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고양이와 쥐는? 멈출 수 있는 이야기란 있긴 할까? _139쪽

쥐는 없었다. 그는 목에 특별한 것을 걸고 있었던 것이다. 쇠붙이, 자석, 양파의 적, 전기도금한 네잎클로버, 싱켈의 분신, 봉봉, 기구, 그 물건 물건 물건, 내가 입 밖에 낼 수 없는 것. _150쪽

그토록 많은 러시아의 탱크를 아이처럼 서툴게 끄적거리고 X표로 지운 대가로 획득한 저 쇳조각은 셔츠의 맨 윗단추 앞에서 십자가를 긋고 있었으며 주변에는 무심했다. _164쪽

 

목차

고양이와 쥐
해설 | 그러므로 그라스는 이야기한다.
고양이와 쥐, 나의 죄, 그리고 부끄러움에 대하여
귄터 그라스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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