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구간

시의 나라에는 매혹의 불꽃들이 산다

문정희 저 | 민음사 | 2020년 02월

북트리

정가
$26.00
판매가
$14.30 (45%↓) 최저가 보상
적립금
$0.29 (2%P)
출고예상일
2026년 10월 08일 수령예상일 안내
북카트 담기 바로구매하기 위시리스트담기

평점 -  ·  리뷰 0

리뷰 쓰기

ISBN : 9788937418983 / 232쪽 135 x 200 (㎜)

이 상품에 궁금하신점이 있으세요? 1:1상담문의

추천inside
Adobe Flash Player 가져오기

이 분야의 베스트셀러

아래의 도서와 구매하시면 이 도서들의 적립금을 즉시적용해 드립니다.

  • 15,120
  • 15,120
  • 19,800
  • 16,830

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1947년 전라남도 보성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 진명여자고등학교 재학 중 여고생으로서는 한국 최초로 첫 시집 《꽃숨》을 발간했습니다. 고려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과 교수를 거쳐 현재 동국대학교 석좌교수로 있습니다. 
1969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하여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육사시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목월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마케도니아 테토보 세계문학 포럼에서 작품 <분수>로 2004년 ‘올해의 시인상’, 2008년 한국예술평론가협회 선정 문학 부문 ‘올해의 최우수 예술가상’, 2010년 스웨덴 ‘시카다 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미국 뉴욕에서 출판된 시집 《Woman on the Terrace》를 비롯하여 독일어, 프랑스어, 스웨덴어, 스페인어, 알바니아어 등 다수의 언어로 시집이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1996년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국제 창작 프로그램(IWP) 참가, 2006년 미국 UC버클리대학교 한국 현대시 100년 초청 시낭송, 2011년 이탈리아 베니스대학교 초청, 2013년 프랑스 <시인들의 봄> 축제 초청, 2014년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교 초청 시낭송 등 다양한 국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저서로 《오라, 거짓 사랑아》, 《나는 문이다》, 《다산의 처녀》, 《카르마의 바다》 등의 시집과 산문집 《문학의 도끼로 내 삶을 깨워라》, 그림책 《새 신발》 등이 있으며,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여러 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책 속에서

자기 내부로 화살을 겨누고 자신만의 언어를 창조하기 위해 비상과 추락을 거듭하는 시인들은 어떤 언어를 쓰건 반갑다. 까마귀 소리와 기도 소리로 매캐한 오래된 호텔에서의 며칠 밤은 고통이었다. 도마뱀이 기어 다니고 춥고 녹물이 나왔다. 초대 시인에게 제공된 고풍의 호텔이어서 감사히 머물렀지만 일정이 끝나자마자 나와 몇몇 시인은 바로 옆 샹그릴라 호텔로 짐을 옮겼다. 피 흘리는 다리로 앉아 있는 걸인, 맨발의 릭샤꾼, 아이 업은 여인의 남루함에 깊은 통증을 느꼈지만 그것이 얼마나 얇은 연민이며 상투적인 센티멘털인가. 간디의 나라에서 자본에 길든 삶을 돌아보며 시인으로서의 기초 체력을 다시 생각했다.
-53쪽

축제가 거의 끝나 갈 무렵 머리맡 전등이 고장 나는 바람에 방을 옮기게 되었다. 창밖으로 성당 지붕이 한눈에 들어오는 복도 끝 방이었는데 곧 기막힌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아래층 704호가 시인 로르카가 오래 머문 방이라고 하는 것이다. 옛 친구인 아르헨티나 시인 테레사가 극적으로 만나 가르쳐 준 사실이다. 테레사는 단숨에 호텔로 달려와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러곤 묵은 안부를 미처 주고받기도 전에 이 호텔 지배인부터 찾았다. 한국에서 온 시인에게 특별히 그 방을 꼭 보여 줄 것을 부탁했다. 아바나에서 헤밍웨이가 머문 맘보스 문도스 호텔 511호를 확인할 때와는 또 다르게 더욱 은밀한 감동이 밀려왔다.
-78쪽

베네치아에 사는 동안 내내 고향 집 감나무 아래에서 울고 있던 열네 살 소녀를 떠올렸던 것 같다. 어린 날 아버지의 관 앞에서 울던 소녀가 아직도 멈추지 않는 눈물을 흘리며 내 안에 살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 밤기차를 타고 내려간 보성 고향 집에 아버지는 퉁퉁 부은 몸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이미 지상의 사람이 아니었다. 그토록 못 잊어 하던 어린 딸을 초점 잃은 눈동자로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수많은 말을 삼킨 절망의 눈! 나의 문학은 그 아버지를 다 묘사함으로써 완성에 이룰 수도 있을 것이다.
-103쪽

시는 보석이다. 그리고 혁명이다.
이런 말을 좋아하고 한두 번 쓴 적도 있지만 진정 귀한 보석만큼 완미(完美)하고 성공한 혁명처럼 완성된 것이 시일까. 실은 잘 모르겠다.
시는 텅 빈 백지에 시간의 지문이 오래 새겨진 언어를 주워 돌처럼 포개고 쌓아 만든 탑일까. 굴러다니는 미지의 씨앗을 백지라는 땅에 묻어 피어난 꽃의 향기 같은 것이 아닐까. 바람은 탑에서 기도 소리를 듣고 구름은 그림자를 만들고 비는 울음소리를 내고 탑은 때로 새가 되어 허공을 날다가 우박이 되어 다시 하나의 풍경을 이루기도 하는 것이 아닐까. 시는 그렇게 슬픔을 깨우며 스스로 피가 도는 생명이 되는 것은 아닐까.
-135쪽

시간의 부식을 견디지 못한 데다 전쟁의 상처가 깊고 깊어서 손을 댈 수 없을 만큼 노쇠한 아르빌성 곳곳에 나 있는 미로들을 방탄모를 쓰고 돌았다.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을 보면 바벨탑은 히브리 국가의 동쪽에 위치한 메소포타미아에 있는 성이라고 한다. 인간의 타락과 언어의 타락이 동반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혹시 아르빌성이 바로 바빌론과 바벨탑의 원형은 아닐까. 오래전 인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아르빌성은 망연하게 버려진 채로 돌 하나 풀 하나에도 신비함이 풍겨 나왔다.
찌그러진 축구공 하나를 놓고 아르빌성 언덕에서 소리치며 노는 아이들의 눈빛에서 어떤 굴욕과 참패에도 불구하고 다시 지속되는 인간의 위대함 같은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여성 셰에라자드가 광인 같은 왕을 이야기로 달래어 결국 생명을 건지고 행복에 도달하듯이 생명을 살리는 이야기가 지상에 태어날 수 있도록 강물은 흐르고 또 흘렀다.
-160쪽



목차

메종드라포에지 11
차나무 숲과 드라큘라성이 보이는 호텔 16
박경리를 알았던 시간 21
아우내에서의 만남 24
기생의 노래, 다른 이름으로 28
내가 나의 신입니다, 이 가을날 32
내 사랑 아도니스 38
시, 기억의 예술 42
호랑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48
뉴델리의 혼돈 51
뉴욕에 두고 온 J에게 54
늑대의 호흡 59
잠부, 티베트에서 온 동주 64
투우사의 옷 67
그 호텔의 시혼 76
머리 감는 여자 80
머플러 깃발 85
문, 날개, 성난 수도승 90
바람 속의 먼지 94
발칸의 유혹 97
망자의 섬 101
부러진 다리를 꺼내 놓고 105
J의 정크아트 109
붉은 혀로 칼날을 핥는 시인 113
테라스의 여인 116
정전되는 도시 122
순간 모든 언어를 잃었어요 126
내 사랑 활과 리라 129
디아스포라와 분홍 넥타이 131
파리의 동굴 카페 135
사진 한 장의 서사시 138
적멸감을 찾아 143
사막을 날아다니는 풀 148
설도를 아시나요? 152
시카고 시인 리영리 155
방탄복을 입고 158
무기를 악기로 만드는 시간 161
무수한 기적의 나라 165
우울한 열정의 시대 170
유머가 심하십니다 172
자메이카 페가수스 177
진정한 기둥 181
혁명가의 딸 185
구조대장의 시 191
뉴질랜드 시인의 뉴스와 사랑 196
그대 사랑하는 동안 내겐 우는 날이 많았었다 199
튀빙겐의 꽈리 203
불꽃과 폭면 205
하늘에서의 만남 209
어디서 무엇이 되어 212
자, 내 위에 앉으세요 217
괴테의 장수 221
매미가 되어 224
다시 책상, 나의 모어(母語) 앞에 227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