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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0214705 / 148쪽 128 x 208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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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시작 시인선 (천년의시작) [300]
출판사 리뷰
이재무 시인의 시는 매우 진솔하고 떳떳하다. 울분을 격정적으로 말할 때나 스스로 허물을 고백할 때 모두 그렇다. 그래서 시집 한가운데에는 거짓이나 꾸밈이나 숨김이 없는 한 사람이 굽힐 것 없다는 듯이 서있다. 나는 이 한 사람의 가난과 눈물과 추억과 참회와 낭만과 싸움과 연민과 사랑의 시편들을 읽으면서 웃고 운다. 여러 말을 늘어놓지 않고 곧장 쳐들어오는 시편들을 읽으면서 나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나 스스로를 반성하고 그리하여 또 웃고 운다. 뿐만 아니라 시인의 시는 읽는 사람의 마음을 깜짝 놀라게 한다. 가령 “더욱 차갑고 투명해진 개울물 소리 얻어다가 문장을 지으리”(「노래」)라고 쓴 시행이나 “헝겊 쪼가리들// 누빈 옷처럼// 옹색하게 마련한// 두세 평 그늘”(「한낮」)이라고 쓴 시구는 무어라 설명하기 어려운, 시 짓는 그때에 무언가 초월적 직관의 특별한 은혜를 입은 성과라고 해야 할 것만 같다. 이런 빼어난 시구를 만나면 절로 무릎을 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오래전부터 “시를 쓰고 출판 일을 하는”(「실존주의」) 이재무 시인의 신작시를 기다리는 애독자이다. 시인은 “불쑥 눈에 밟히는 시를 쓰리라// 죽기 전에 하늘이여!”(「죽기 전에」)라고 적었는데, 이미 이재무 시인의 시는 내게 잊히지 않고 자꾸 눈에 떠오르는, 간절하게 눈에 밟히는 시이다. ―문태준(시인) 책 속에서 국밥 매번 고인께는 면목 없고 죄스러운 말이지만 장례식장에서 먹는 국밥이 제일 맛이 좋더라 시뻘건 국물에 만 밥을 허겁지겁 먹다가 괜스레 면구스러워 슬쩍 고인의 영정 사진을 훔쳐보면 고인은 너그럽고 인자하게 웃고 있더라 마지막으로 베푸는 국밥이니 넉넉하게 먹고 가라 한쪽 눈을 찡긋, 하더라 늦은 밤 국밥 한 그릇 비우고 식장을 나서면 고인은 벌써 별빛으로 떠서 밤길 어둠을 살갑게 쓸어주더라
시인의 말
지난여름 나는 LA에서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길에서 데스밸리를 보게 되었다. 서반구에서 고도가 가장 낮고 여름 기온이 섭씨 58.3도까지 올라간 적이 있으며 여행자와 동물이 쓰러져 죽기도 한다는 데스밸리에서 나는 우리가 잃어버린 시원始原을 보았다. 인간 문명의 허위와 가식이 침범할 수 없는 원초적 순수 생명의 세계. 그곳에서 나는 다시 태어나고 싶었다. 내 지난날의 습기 많은 생生을 묻었다. 데스밸리에서 나는 죽은 것이다.
국밥
매번 고인께는
면목 없고 죄스러운 말이지만
장례식장에서 먹는
국밥이 제일 맛이 좋더라
시뻘건 국물에 만 밥을 허겁지겁
먹다가 괜스레 면구스러워 슬쩍
고인의 영정 사진을 훔쳐보면
고인은 너그럽고 인자하게
웃고 있더라
마지막으로 베푸는 국밥이니
넉넉하게 먹고 가라
한쪽 눈을 찡긋, 하더라
늦은 밤 국밥 한 그릇
비우고 식장을 나서면
고인은 벌써 별빛으로 떠서
밤길 어둠을 살갑게 쓸어주더라
일생
태어나 말 배운 뒤
엄마를 반대하다가
코 밑 수염이 생겨난 뒤로
아버지를 반대하다가
신발의 문수
바꾸지 않게 된 뒤로부터
독재를 반대하다가
배 불룩 나온 뒤로부터
아내를 반대하다가
나 어느새 머리칼
하얀 중노인이 되어버렸다
제1부
가뭄\t15
가을 나무들\t16
간이역처럼\t18
감정의 물\t19
기차가 신탄진역을 지나고 있다\t20
김치찌개\t22
겨울밤\t23
고요의 마을\t24
고목\t26
구부러지다\t27
국밥\t28
귀가\t29
그리고 내일은 없다\t30
기쁘다 구주 오셨네\t32
김밥\t33
나는 버려진다\t34
나비와 파리\t35
낙화\t36
노래\t37
눈물\t38
다이아몬드\t39
달콤한 거짓말\t40
달빛 속에는\t42
덤불에 대하여\t43
만추\t44
모기들\t46
목련\t47
문\t48
제2부
몰래 온 사랑\t53
물의 북\t54
벽에 못을 박을 때\t55
볕 좋은 날\t56
빙하기 들소\t57
봄비\t58
불암산에서\t60
빨간 신호등\t62
사람들은 도회에 와서 죽는다\t63
상수리나무\t64
서랍에 대하여\t65
서서 자는 사람들\t66
선풍기\t67
세탁기\t68
세탁소\t69
소나무\t70
소리들\t71
소음들\t72
손 \t73
수평선\t74
슬리퍼\t75
시월\t76
신\t77
신발들\t78
실존주의\t79
쓰러진 나무\t80
쓴다는 것\t81
아무르호랑이\t82
아지랑이\t83
제3부
어둠\t87
어린것들\t88
얼큰 수제비\t89
엄마에게 쓰는 편지\t90
왕년들\t92
우는 것들\t93
우리 시대의 더위\t94
우리 시대의 사용법\t96
울음소리\t97
유년\t98
일생\t99
잘한 일\t100
자국들\t102
저수지\t103
전화\t104
종신형\t105
죽기 전에\t106
추석 전야\t108
추풍秋風\t110
출석부\t112
침대에 대하여\t113
탁본\t114
통일을 위하여\t115
풀벌레 울음\t116
한낮\t117
홍옥 혹은 시에 대하여\t118
후회\t119
흘러넘치다\t120
흘리다\t122
58년 개띠를 위한 찬가\t124
해설
김경복 가을의 존재론\t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