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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의 선물

김명순 저 | 사과꽃 | 201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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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6253394 / 160쪽 205 x 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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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엮은이 신현림 시인. 사진가 김명순 시인은 남성위주의 문단에서 매장당해 잊혀졌던 근대화 1세대 유명하고 중요한 여성시인이었다. 아직 일반 독자들도 낯설만큼 일부 소설까지 담은 이 책은 연구자들을 위한 책이 아닌 21세기 일반 독자들에게 100년전의 뛰어난 여성시인의 진가를 제대로 알릴 최초의 책이 될 것이다. 언제 사망했는지조차 모를만치 비참한 말년을 살다간 그녀의 아픈 영혼이 달래지길 간절히 바라며 한 편 한 편 정성들여 이 책을 만들었다. 1920년대, “조선 최초의 여성 작가”로 떠올랐던 그녀는 동인지 『창조』의 유일한 여성 동인이 됐고,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이광수, 김동인 등 당대 문인들의 찬사 속에서 시, 소설, 희곡, 수필 등 수십 편의 작품을 썼던만큼 유명세를 날렸던 여성시인이 왜 매장되었는가,도 살피면서 더는 이런 비극이 없기를 바란다. 그만큼 페미니즘이 다시 화두가 된 시대에 커다란 반향과 뒤늦은 발견의 미안함과 순전히 작품만으로도 놀라움과 큰 감동을 주리라 본다. 등단 100년의 김명순의 시세계는 김소월과 맞닿은 한국인의 민족적 정감과 서정이 깊이 배여있다. 그리고 “詩로 쓴 반생기”..는 백석의 시들만큼, 어쩜 그 이상 값지고, 놀라운 작품들었다. <한국대표시 다시찾기>라는 프로젝트에 제대로 대표시인으로 모시게 되어 큰 보람을 느낀다. (7쪽 발문 참고용으로 놓아둡니다) 여성신문의 기사와 여러 자료, 정본의 원문을 토대로 김명순시인의 한자어, 고어의 뜻을 헤아리며 가독성있게 편집했다. 음악도 전공한 시인이라 의도적으로 리듬을 살려 썼단 강렬한 느낌을 받아 그녀의 맞춤법을 최대한 존중했다. 사적감정에 함몰되지 않으려는 의지도 전해져와, 시인의 큰 스케일과 섬세함과 고결함을 조화롭게 살리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순서도 최대한 시간의 흐름을 따랐다. 한국대표시 다시찾기 시리즈 시집마다 세계명화 1컷씩 담았듯이 김명순시인과 찰스 커렌의 그림과 매칭하여‘사과꽃’의 색채를 살렸다. <한국대표시의 다시 찾기 101>를 펴내며 사람은 시를 떠나 살 수 없다. 누구나 시같은 풍경과 시를 닮은 사람을 찾는다. 좋은 시는 독자의 감각을 살리고 영혼 을 살피게 해준다. 하지만 문단이든 어디든 정치와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며 세속화되었다. 타성에 젖거나 언어조탁에도 게을러 무슨 말인지 모를, 독자 감각을 타락시키는 시들도 반성없이 넘쳐났다. 우리가 달라져야만 제대로 살 수 있음을 절실히 느끼곤 했다. 그리하여 진정성과 겸허한 순정으로‘한국시 120년사를 다시 점검한다’는 깊은 뜻을 담아 <한국대표시다시찾기 101>을 만들기 시작했다. 시 인들의 미학적 성취만큼 시대와 함께 앓고, 아파하며 숨을 쉰 선배 시인들과 동시대 젊은 시인들까지 두루 살피는 소중한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우리는 엄격하고 치열한 시정신,시대성을 소중히 여기며 삶과 작품이 일체가 된 시인들을 사모한다. 일관성있게 자기만의 개성과 새로움을 지킨 시집을 귀히 여긴다. 귀한 시 인들의 시 엮음 앞에 각 책마다 세계명화 1컷씩 이어‘사과 꽃’의 색채를 살려보았다. 이 어려운 작업에 믿음직한 평론 가의 충실한 비평과 발문을 모셔 시집은 더욱 풍요로워졌다. 세계속의 한국대표시를 다시 찾는 독자들과 함께 한국 시의 우수성에 감동하고, 고마움을 마음 깊이 새기고 싶다. - 사과꽃 편집부 신현림이 연 ‘사과꽃’ 시집시리즈 기획편집 1인출판사의 독특하고 새로운 점 1. 시집의 표지부터 다르다. 남다른 북디자이너 정재완 씨의 시원하고 파격 디자인을 선택했다. 표지에 시인들의 시집 제목과 그 시를 새겨넣었다. 2. 시집을 되도록 새롭게 편집하였다. 시인 소개도 되도록 개성을 살려 썼다. 120년 전부터 극한적인 일제 강점기를 산 대표 시인들 한용운의 <님의 침묵>처럼 각인된 시집 제목들은 그대로 살리고, 그 외 시인들의 시집은 새로운 제목을 달았다. 3. 한 권만으로도 충분하게 시인들의 훌륭한 시를 최대한 다 담았다. 그리하여 우리 한국 인의 뿌리를 제대로 살피고, 일반들이 쉽게 접할 수 있게 만들었고, 후세대까지 고이 전할 기회를 만들 것이다 한국 문화발전의 기초를 다시 다지며세계속의 한국시로 한껏 나아갈 기회를 기꺼이 만들어갈 것이다. 각주를 줄이면서 최대한 가독성을 살렸다. 4. 시집마다 세계명화 1컷씩 담아 ‘사과꽃’의 색채를 살렸다. 5. 각 시집에 공신력 있는 시평을 다루었다. 시인들의 시를 전공한 학자 겸 문단의 튼튼한 중견 평론가 위주, 젊은 평론가의 짧고 단단한 해설을 실어 시집을 풍요롭고 믿음직스럽게 만들었다

저자 소개


시인, 사진작가. 사진과 그림, 텍스트를 융합하며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방위 작가로서 특유의 솔직한 화법에 신선하고 파격적인 상상력을 더해, 독특하면서 매혹적인 작품을 만들어낸다. 20만 부 베스트셀러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을 비롯해 시집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 『세기말 블루스』 『해질녘에 아픈 사람』 『침대를 타고 달렸어』 『반지하 앨리스』를 냈고, 『나의 아름다운 창』 『신현림의 너무 매혹적인 현대미술』 『미술관에서 읽은 시』 『만나라, 사랑할 시간이 없다』 등의 책을 펴냈다. 최근 독립출판사 ‘사과꽃’을 설립하여 학연·지연을 떠나, 정직한 시대의식을 품은 시의 재발견이란 취지로 ‘한국 대표시 다시 찾기 101’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가로서는 첫 전시회 [아我! 인생찬란, 유구무언]을 시작으로 일본 교토 게이분샤 서점과 갤러리에 판매되는[사과여행]과 [사과, 날다] 등의 전시회를 열었고, [사과밭 사진전]으로 2012년 ‘울산 국제사진페스티벌 한국 대표작가 4인’에 선정되었다.
시인이나 사진작가 이전에 그녀 역시 누군가의 딸로 살아왔고, 지금은 딸아이의 엄마다. 엄마 옆에 붙어 있는 걸 제일 좋아하던 어린 딸은 어느새 자라 사랑을 하고, 스스로 인생의 길을 만들어가는 나이가 됐다. 홀로 아이를 키우며 세상의 편견과 맞서 유쾌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그녀에게도 눈앞이 캄캄할 정도로 외로웠던 시절이 있었다. 단단하고 안정적인 인생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불안감과, 세상에 홀로인 쓸쓸함에 눈물짓던 그런 시절이. 어느덧 훌쩍 커버린 딸이 지금 얼마나 막막하고 두려울지, 또 얼마나 많은 상처를 견뎌내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딸을 위해 위로와 응원의 시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 시들로 인해 세상의 모든 딸들의 쓸쓸함이 눈 녹듯 사라지기를, 내일은 조금 더 단단해지기를…. 그녀는 말한다. 
“너에게 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고른 이 시들이, 고단한 너의 오르막길에 작은 위로와 힘이 된다면 더 바랄게 없을 거야. 딸아, 사랑한다. 내 딸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김명순은 1920년대 활동한 한국의 여성 시인이자 소설가다. 평안남도 평양 출생으로 1917년에 <청춘(靑春)>지의 현상문예에 단편 <의심(疑心)의 소녀>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주요 작품은 소설에 <의심의 소녀>, <칠면조(七面鳥)>(1921), <외로운 사람들>(1924), <탄실이와 주영이>(1924), <도라다볼 >(1925), < 뭇는 날 밤>(1925), <손님>(1926), <나는 사랑한다>(1926), <모르는 사람갓치>(1929) 등이 있으며, 시에는 <동경>, <창궁>, <거룩한 노래> 등이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김명순의 작품은 시 86편(번역시 포함), 소설 22편(번역소설·소년소설 포함), 수필·평론 20편, 희곡 2편 등이다(남은혜의 <김명순 문학 연구> 참조).
그의 소설 작품은 인물에 대한 지적인 분석과 심리 묘사에 치중하였으며, 시 작품은 연정(戀情), 자연의 아름다움, 추억 등을 노래한 것이 주류를 이루었다. 탄실(彈實)은 필명이자 아명이다. 1925년에 작품집 ≪생명의 과실(果實)≫(한성도서주식회사)과 발행연도 미상의 ≪애인의 선물≫(회동서관)을 출간하는 등 1910년대 등단하여 1930년대까지 작품을 발표한 김명순은 1920년대 중반에 나혜석, 김원주 등과 함께 근대 초기의 여성 문인으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였다. 하지만 이후 도쿄(東京)로 가서 작품은 쓰지 못한 채 가난과 정신병에 시달리다 동경 아오야마 뇌병원(靑山腦病院)에서 죽은 것으로 전해진다.


 

머리말

    김소월처럼 한국인의 민족적 정감이 깊이 담긴 고통과 사랑의 언어
                                                            
                                                                       신현림

김명순, 그녀를 위해 나는 꽃을 샀다. 그녀의 문학을 매장시키고 조국에서 추방시킨 온갖 루머와 상처를 풀어드리고 싶어 침향을 피웠다. 침향은 실타래처럼 풀어져갔다. 흰 연기도 가늘게 피어났다. 나는  기도를 드리며 되뇌었다.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고, 얼마나 배곯다 미쳐 죽어갔느냐고 그녀의 고운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울어주고 싶었다. 이제 당신은 당연히 한국대표시인이며, 아름답고 아픈 시를 사랑하는 한국인들이 참으로 많아질 거라고 되뇌었다. 김소월만큼 당신을 귀하게 여길 거라고. 당신의 시 “두벌꽃”처럼 꽃지고 난 후 새순에서 다시 피는 꽃인듯 살아나는 그녀를 생각하였다.
  세계사, 문학과 예술의 역사는 남성들의 역사였다. 남성에 의해 재단되고 선택되어왔다. 역시 그녀도 남성들 세계에서 지워진, 의식 있고, 유능하고 고결한 정신을 가진 여성이었다. 한국시문학사에서의 선구적인 위치에 있음에도 정당한 평가를 못받은 채 80년 가까이 묻혀 있었다. 김명순의 시세계는 백석보다 먼저 평안도 방언이 빛나있었다. 김소월처럼 한국인의 민족적 정감과 서정이 깊이 담겨있다.  섬세하게, 사랑의 언어로 자전적인 뼈아픈 고통과 시대적인 설움이 뒤섞인 채로 애절하기만 하다. 그녀는 살아서 진지한 평가는 커녕 그동안 완전히 매장된 상태였다.  김명순의 조명은 너무 늦지만, 너무나 소중한 한국문학사의 재발견이다.
 
  김명순은 누구인가. 어떤 시인이었는가.
 
  우연히 여성신문에서 그녀의 기사를 보게 되었다.  오래전 문학사의 기록에서 전혀 못보았던 그녀였기에 놀랍고 새로웠다. 이후 도서관에서 그녀 시와 많은 자료를 찾으면서 그녀를 하나씩 알아갔다. 내 일을 도와준 20대 인생후배는 김소월 시보다 더 좋다는 의견이었다.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일제 강점기 그 어떤 남성시인들을 넘어서는 역량을 보여주었다고 느껴졌다. 이 의견에 힘입어 더 찾아보게 되었다. 드디어 등단 백년 기념 행사가 조용히 기지개를 켜면서 살아서 남성위주의 문단에서 매장당했던 김명순은 죽어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등단 100년의 김명순의 시세계는 김소월과 맞닿은 한국인의 민족적 정감과 서정이 깊이 배여있다. 그리고 “詩로  쓴 반생기”..는 백석의 시들만큼, 어쩜 그 이상 값지고, 아주 좋았다. 그녀의 언어는 감정을 파고드는 언어였다. 사랑의 언어였다. 원래 시는 사랑의 고백과도 같은 것이다. 그녀의 시는 민감하게 깨어있고, 민감하게 대항하는 직관적인 언어로 흩날린다. 그녀가 시 발표 마지막 시간으로 향해 가던 1938년의 작품 “두벌꽃”을 보더라도 김소월과 맞닿는 한국인의 민족적 서정이 짙게 스며있다. 거기에 자전적인 아픔이 뒤섞여 애절하기 그지없다.

    일찍 핀 앉은뱅이 /봄을 맞으려고/피었으나 꼭 한송이/ 그야 너무 적으나 /두더지의 맘 땅속에
  숨어/흙 패여 길 갈 때// 내 적은 꼭 한 생각/너무 춥던 설움에는/구름감취는 애달픔/ 그야 너무
  괴로우나/감람색甘藍色의 하늘 위에 숨겨서/다시 한송이 피울까

  그는 18살에 ‘망양초’라는 이름으로, 최남선·이광수가 주재한 <청춘> 현상문예에 입선해 등단했다. 시집 <생명의 과실>을 비롯해 다수의 소설을 발표했다. 1920년대, 그녀는 “조선 최초의 여성 작가”로 떠올랐다. 동인지 『창조』의 유일한 여성 동인이 됐고,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이광수, 김동인 등 당대 문인들의 찬사 속에서 시, 소설, 희곡, 수필 등 수십 편의 작품을 썼다.

  누가 김명순을 매장시켰는가

  이 질문은 누가 여성과 이 세상 생각을 만들었으며, 누가 세상을 뒤흔들어 왔는가, 에 대한 질문과도 이어질 것이다. 엄밀히 말해 세계사, 문학과 예술의 역사는 남성들의 역사였다. 남성에 의해 재단되고 선택되어왔다. 당시 조국은 일본에 강탈당했고, 그녀의 몸도 사귀는 남자에게 강탈당했고, 이별을 통보받고, 매스컴에서 당대 저명한 시인소설가 김명순의 진실을 왜곡했고, 문단의 남성작가들조차 떠도는 루머였던 그녀 인생애기를 지멋대로 이용해 글 써먹었고, 소외시키고, 결국 매장시켰다. 김동인 소설로 <김연실전>(1939)이 그것이다. 기생 출신 어머니의 ‘나쁜 피’를 받은 신여성이 자유연애 행각을 벌이다 파멸한다는 이야기. 이 소설의 모델은 탄실 김명순(1896년 평양 태생)로 한다. 김동인의 대표적인 단편소설인 "발가락이 닮았다"의 모델이 염상섭으로 악명이 자자했다는데, 또 김명순이 엄청난 악성 루머로 시달리고 깊디 깊게 상처받은 이야기를 사실처럼 소설로 연재했다. 더군다나 김명순이 오빠처럼 여겼음에도 죄의식없이 진실을 헤아리지도 않고 루머를 그대로 이용해 소설을 쓴 것이다. 친일행적에도 놀랐는데, 뒤늦게 밝혀지는 이 사실에도 그저 놀랄따름이다. 100년 가까이 지나면 이렇게 우리가 주입식으로 받은 교육이 얼마나 정치적으로 사용되었는가 깨달으며, 허탈해진다. 그리고 팔봉 김기진은 김명순을 임노월의 맹목적 추종자로 매도했으며, 더이상 창작할 수 없을만치 모욕했다고 한다. 여기에 춘원과 방정환 등의 당시 문학권력이 배후에 있었단 사실을 분명히 우리는 기억하고 문학적 재평가와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 김명순의 문학을 피해의식이 깃들었다 말하는 평자가 있다면 그녀의 글과 인생을 더 들여다보라고 말하고 싶다. 불의하고, 말도 안되는 남성권위주의 앞에 김명순은 미학적인 작품으로, 오직 창작예술로 대항하려 사력을 다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전영택은 ‘내가 아는 김명순’에서 “김명순은 변변한 작품 한 편을 남기지 못하고 마지막에 정신을 잃어버리고 구걸을 해서 연명하다가” 간 불행한 시인이라 썼다 한다. 잘못 쓰면 펜은 펜이 아니라 총과 칼이다. 잘 알지도 못하고 써댄 글로 남도 망치고, 스스로 인격과 작품성까지도 신뢰감을 떨어뜨리고 있다. 여기에는 5개국어를 하고, 시와 소설, 희곡까지 썼고, 당대 유명했기에 받았을 질투와 시샘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후손의 입장에서 문학과 인생이 무언지 다시 묻게 될 만치 참 부끄럽다. 김명순의 귀한 작품들은 광복이후 문학전집등 문학사에서 빠져 있음은 어쩔 수 없이 남성들이 쓴 문학사의 한계를 보여준다. 오래된 관습을 털고 정직하고 공정한 시선이란 늘 그리운 보석이다. 권력을 누리는 사람들이 놓치는 것이 정직하고 공정하고, 사려깊은 시선이 아닐까 한다. 더군다나 일제 암흑기의 문단 권력자들에게 무얼 기대할 수 있을까.
  결국 김명순은 이런 끔찍한 루머에 시달리다가 일본으로 건너갔다. 생각할수록 비인간적 폭력이며,잔혹한 추방이었다. 당대의 최초의 서양 화가이며 문필가며, 진보적 여성 운동가였던 나혜석이 무덤조차 찾을 수 없는 무연고 행려병자로 삶을 마쳤듯이, 그녀도 움막속에서 양아들과 비참하게 살다가 미쳐 비극적인 삶을 마감했다는 설 앞에 1백년이 지난 독자들은 무엇을 생각할까. 가부장제 사회의 이데올로기의 정조에 대한 관습과 횡포가, 또한 그 속에서 자란 남자들에 의해 당대를 이끈 재능과 의식을 가진 여성 어떻게 쫓겨나고 매장 당했는지 그녀의 시를 읽는 내내 눈시울이 뜨거워질 것이다.

김명순은 철저히 가부장적 사회의 남성작가들에 의한 디아스포라 Diaspora였다.
그녀는 디아스포라 Diaspora에 속한다. 디아스포라 는 그리스어 διασπορά에서 온 말로‘씨를 뿌린다’의 뜻이며, 일반적으로 고국을 떠나 살고 있는 '이산의 백성'이거나 ‘추방당한 사람들’을 말한다. 우리나라 경우는 재일조선인, 조선족, 고려인, 이주노동자, 국외입양자들을 말할 수 있겠다. 김명순에 있어서는 자유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철저히 가부장적 사회의 남성작가들에 의한 박해와 추방이었다. 김명순을 소외시키고, 고국에서 쫓아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명순은 학식에 주린 우리 민족을 구하고픈 열망에 뜨거웠고, 남녀 불평등 세상에 대항한 미학적인 작품을 남긴 1세대 여성시인었다

김명순은 1세대 여성시인으로 신여성의 자의식이 뚜렷하게 드리운 시작품을 많이 남겼다. 그녀의 시속에 피해의식을 운운하는 평문 조차도 남성 위주의 가치관에서 배여 나온 글일 뿐이다. 그녀는  남녀차이의 적극적인 극복과 여성의 순종과 정절을 요구하는 이상한 불평등을 뛰어넘으려는 몸부림과 내밀한 절규가 시속에 깊이 배여 있다. 또한 일본 강점기의 혹독한 조국 현실에 분노했고, 나라를 구하고 민족 발전을 위한 지식인의 사명을 가졌었다. 그것을 읽을 수 있는 김명순의 시 詩로 쓴 반생기 의 다음 구절이 있다. 인생선배로서 이 시는 백석에 비견되거나 앞선다는 생각이 든다. 평안도 방언을 살려 우리의 전통과 당대의 문화를 살필 수 있는 값진 작품에서 그녀가 조국을 구하고픈 열망이 얼마나 컸던지 살필 수 있다.

야학교안에는 여급의 전횡
성당안에는 스파이種類의 출몰
사람을낚는 총銃알 눈동자들
외로운 내한몸 의심疑心스러웟든가

머리를 숙이고 생각하여도
동경인사 반갑지안코
고난스런 살림 칠,팔년에
열렬한 정열올라왔다.

그學校 그聖堂 그대로
우리조선에 옮겨 올까
학식에 주린 우리들
정결한 마음씨로 오리랄가


김명순은 당당히 조국에 살고 싶어했다. 학식에 주린 우리 민족을 구하고픈 열망과 고뇌는 자신의 참담한 생활의 고뇌만큼 컸다. 이제라도 그녀를 매장했던 당대  문학의 정당한 평가와 자리매김으로  그녀를 애도하고 싶다
  그녀를 위해 산 꽃의 향기와 침향은 100년의 시간을 흐릿하게 지워가고 있다. 그녀가 사라진 세상에 작품이 남아 그녀가 어떻게 살았으며, 당대의 분위기를 세세히 읽을 수 있었다. 인생이 허망할지라도 무언가 조금씩 진실되게 바꾸고, 바꿔지는 것이 눈물겹다. 자살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치열하게 작품을 남겨준 그녀가 고맙다. 그 작품들이 남아 한 시대의 증거하고 있다. 당대의 풍경과 색과, 감각, 향기가 100년 가까이 거짓루머와 거짓말들로 그녀가 어떻게 매장 당했는지 온 국민이 다 알고 진실을 알고 그녀만의 올곧고 한국의 정감을 애절하게 표현한 시들이 많이 사랑받길 기도한다.(시인.사진작가)

책 속에서

그러면 가리까
긴 병자의 임종같이
흐리든 날이 방금 숨질 그때
왜? 당신은 머리를 돌립니까?
고운 꽃밭에 날이 그몰면*은
태양이 꽃 앗긴가 하련마는 아아
그대 앞에 내가 섰을 때
머리 돌리던 그대 위해서 아아

그러면 울던 내가 가리까?
그러면 내가 가릿가
한 영혼이 한 영혼에게
기꺼운 만남을 준것도
한행복幸福의 끄나풀이
우리를 얽어맨 것도
아아 또 내가 그대앞에 선 일도
고목枯木에 꽃이 핀 일까지도
다 잊어버리고 아아
그러면 웃던 내가 가릿가
오오 그대

오오 그대
가시덩굴옆에 꽃장미같이
내가 인생을 헤매일 때
빵긋 웃고 머리를 든
오오 그대

문란한 꽃을 사랑치않는 대신
사람을 사랑할줄 아는 그대
가시 같은 시기를 품고
내 양심을 무찌르지 않는 그대
가시덩쿨에 무찔린 나를
인생의 향기로 살려낸 그대
오오 그대여 내 사람이여

               《조선일보》 1926. 8. 19

                                                 * 저물면의 옛 말

목차

1 여는 시
詩로 쓴 반생기半生記

거룩한 노래
고혹 蠱惑
외로움의 부름
그러면 가리까
외로움
詩로 쓴 반생기半生記

2 생명의 과실果實
머리말
탄식
유리관 속에
사랑하는 이의 이름
귀여운 내 수리
싸움
無題
탄실의 초몽 初夢
길
분신
저주
기도
그쳐요


3
따스한 맘을 못잊어서

신시新詩
언니 오시는 길에
무제
창궁蒼穹
달밝다기에
五月의노래
황혼 黃昏

만년청 萬年靑
悲歌
비련 悲戀
수건 手巾
시내의 흐름아
마세요
외로움의 부름

4
애인의 선물
불꽃
희망 希望
무제
바람과 노래
秋景
貞節
郭公
두마음
시詩로 쓴 반생기
詩로 쓴 반생기半生記

5
석공의 노래
두벌꽃
고구려성을 찾아서
나 하나 별 하나
생물과 같이
石工의노래
尋秋*
두어라
추강씨秋江氏에게

6. 닫는 시
유언
유언
戀歌
그믐밤

번역시

웃음
나는 찾았다
주장 酒場

단편 소설

의심의 소녀
꿈 묻는 날 밤
나는 사랑한다
모르는 사람 같이 (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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