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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버스야

시리즈 : 정현종 문학 에디션 [6]

정현종 저 | 문학판 | 2015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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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70638799 / 312쪽 140 x 210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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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정현종 시인의 산문은 행복을 노래함으로써 고통을 뛰어넘는 꽃이다. 『날아라 버스야』는 삶의 무게를 공기처럼 날아오르게 한다! 정현종 시인의 산문은 행복을 노래함으로써 고통을 뛰어넘는 꽃이다. 세상의 무거움을 통과해 날아오르는 경쾌한 언어들의 진경 삶의 본질을 탐구하고자 하는 인문 정신의 치열함 속에 언어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는 산문집『날아라 버스야』가 문학판 [정현종 문학 에디션]을 통해 다시 재출간되었다. 이번 개정판은 정현종 시인의 등단 50주년을 기념하여 펴낸 산문집으로 『정현종 문학 에디션 』(『... 정현종 시인의 산문은 행복을 노래함으로써 고통을 뛰어넘는 꽃이다. 『날아라 버스야』는 삶의 무게를 공기처럼 날아오르게 한다! 정현종 시인의 산문은 행복을 노래함으로써 고통을 뛰어넘는 꽃이다. 세상의 무거움을 통과해 날아오르는 경쾌한 언어들의 진경 삶의 본질을 탐구하고자 하는 인문 정신의 치열함 속에 언어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는 산문집『날아라 버스야』가 문학판 [정현종 문학 에디션]을 통해 다시 재출간되었다. 이번 개정판은 정현종 시인의 등단 50주년을 기념하여 펴낸 산문집으로 『정현종 문학 에디션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릴케 시 여행 』,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네루다 시 여행 』,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로르카 시 여행 』, 『섬 』,『날아라 버스야 』) 중 다섯 번째 시리즈이다. 시인이 30년 넘게 써온 글들 중에서 정수만 가려 뽑은 산문들은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우리의 삶에 유연하게 스며든다. 『날아라 버스야』는 세상의 무거움을 통과해 날아오르는 경쾌하고 자유로운 언어들이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철학적인 사유와 무한한 상상력, 생동감 넘치는 시어로 우리 현대 시사(詩史)에서 의미 있는 작업을 해온 정현종 시인의 시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한 권의 시론집으로도 손색없을 만큼 탄탄한 사유와 밀도 높은 문장들로 가득하다. 예술과 인문 정신이 결합된 산문의 한 진경을 보여 주는 이번 산문집은 육중한 바윗덩어리를 비집고 나오는 샘물처럼 가볍고 맑다. 시론이 곧 인생론이고 시와 삶이 하나로 합쳐진 것이 좋은 시라고 생각하는 시인의 글들은 어둠 속의 별처럼 환하게 빛난다. 이 산문집은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통찰의 소중함마저 느끼게 만든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날아라 버스야』는 평소 정현종 시인이 바라보는 사물, 현상, 시인론에 대한 깊은 시선과 그 시선들을 둘러싼 자신의 소회를 진솔하게 기록하여 전한다. 1부 [현재를 기다린다]는 시인의 유년과 과거의 추억, 인상적인 사물에 대한 단상, 젊은 시절의 독서, 인간과 세상사에 대한 성찰을 이야기한다. 2부 [추락이여, 안녕]은 저자의 예술론이 담겨 있는데 춤, 몸, 바람으로 이어지는 시인의 미학에 대한 깊은 성찰이 돋보인다. 3부 [빛-언어, 깃-언어]는 본격적인 시론과 외국 시인들에 대한 시인론이 실려 있다. 네루다, 바예호, 로르카 등 정현종 시인이 좋아하는 시인들에 대한 공감은 이 산문집을 읽는 독자들 또한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산문집『날아라 버스야』는 현실을 넘어서는 비상을 보여 주었던 시인들에게 보내는 찬사이자 동시에 뛰어난 시인론이다. 공간 속의 사물과 인문 정신이 절묘하게 교차되는 순간,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정현종은 생명의 시인이다. 한 섬세한 시인의 눈길이 가닿은 사물은 시인을 통해서 비로소 살아나고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새롭게 태어난 사물은 우리의 삶과 우주의 섭리를 드러낸다. 즉 시인은 사물을 창조하는 자이다. 아무리 하잘것없는 물건이라 하더라도 사물을 보는 마음에 따라, 관찰하는 각도에 따라 사물의 가능성은 무한히 열려 있다. 사물이 성찰의 대상이 되고 관조의 대상이 될 때 사물의 형이상학은 가능해진다. 그러나 사물을 사용가치로만 볼 때 우리의 삶은 황폐해질 수밖에 없다. 시인이란, 인간 중심주의나 인간 우월주의와 결별하는 첫 번째 사람이라는 것을 그의 산문을 통해 알게 된다. 정현종 시인이 보여 주는 사물에 대한 예민한 통찰은『날아라 버스야』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시인은 수많은 생물들 중 두 가지 예에 불과한 ‘새’와 ‘나무’의 미덕, 능력, 존재 자체로의 가치를 예찬함으로써 인간이 다른 생물에 비해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미화시켜 왔다는 것을 독자들로 하여금 깨닫게 한다. 나무를 ‘서 있는 노래’로 칭하며, 탄력의 화신이자 호흡의 신(?나무 예찬?)이라고 예찬하는 시인의 시선은 전혀 과장되어 있지 않다. 새와 나무가 없었다면 인간은 상승 이미지와 관념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정현종 시인은 거의 모든 사물에서 리듬을 보고 음악을 듣는다. 시간 속에 있는 공간과 더불어 우리에게 지각되는 새벽이라는 시간(?새벽의 메아리?)을 시인 특유의 철학적 사유와 감각적인 시선들로 풀어내기도 하고, 명상이라는 심적 공간(?세속에서의 명상?)을 보통 사람도 들어가 볼 수 있는 실천의 체험으로 구체화시키기도 한다. 이렇듯 이 산문집은 미처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거나 관심을 두지 않았던 공간 속의 사물과 인문 정신이 실제가 되어 절묘하게 교차되는 순간을 목격하게 한다. 그 순간, 독자들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생(生)의 한가운데서 발견하는 아름다움의 내적 움직임 삶을 무겁게 짓누르는 것들에 대항하는 힘, 삶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정현종 시인은 ‘아름다움’을 찬양한다. 시인에게 아름다움이란 생동하는 자유로운 움직임이다. 그의 놀라운 시선으로 보면 땅은 인간들을 밑으로 끌어내리는 인력의 법칙만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영혼을 튕겨 올리는 탄력도 갖고 있다. 우리는 그 탄력 때문에 땅 위를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정현종 시인이 아름다움을 삶의 제 1원칙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예술이 인간과 사회를 고양시킬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중 언어예술의 정수인 시는 우리의 마음에 숨을 불어넣어 정신으로 하여금 용약하게 함으로써 우리를 무거움에서 해방시킨다. 내가 타고 다니는 버스에 꽃다발을 든 사람이 무려 두 사람이나 있다! 하나는 장미-여자 하나는 국화-남자 버스야 아무 데로나 가거라 꽃다발 든 사람이 둘이나 된다. 그러니 아무 데로나 가거라. 옳지 이륙을 하는구나! 날아라 버스야. 이륙을 하여 고도를 높여 가는 차체의 이 가벼움을 보아라. 날아라 버스야! -「날아라 버스야」전문 「날아라 버스야」는 버스 안에서 꽃다발을 든 사람을 두 사람이나 보는 흔치 않은 경험을 바탕으로 쓴 시다. 사소하거나 작은 것에도 감탄하고 귀 기울일 줄 아는 시인의 자세가 어린아이처럼 천진하고 순수하게 느껴진다. 이 시에 등장하는 ‘꽃다발’은 ‘버스 안을 환히 밝혀 달리는 낙원’이란 생각을 가능하게 하는 사물이다. 그리하여 ‘차체의 이 가벼움’이라는 아름다움으로 승화되며, 이 아름다움이 버스를 날게 만든다. 정현종 시인은 무엇보다 미적 체험(아름다움)은 어떤 추상적인 도덕적 훈화나 명령보다 훨씬 더 근본적이고 항구적으로 사람을 끌어올리고 변화시킨다고 생각한다. 온갖 식물, 동물, 광물을 거쳐 불과 바람, 무기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존재하는 것들과 더불어 자신의 몸까지도 미적 체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산문집『날아라 버스야』에 실린 31편의 글들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산문들이다. 굳이 수식하지 않아도, 애써 알리려고 하지 않아도 시인이 체득한 아름다움이 행간에 가득하다. 이 산문집을 읽고 있노라면 시인과 더불어 우리의 마음도 날아오른다.

저자 소개

1939년 서울에서 태어나 아버지 정재도씨와 어머니 방은련씨의 3남 1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3살 때부터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까지 경기도 화전(花田)에서 유소년기를 보냈는데, 이때의 자연과의 친숙함이 그의 시의 모태를 이룬다.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신태양사·동서춘추·서울신문사 문화부 기자로 재직하였다. 그 후 1974년 미국 아이오와 대학 국제 창작 프로그램에 참가했으며 돌아와서는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를 지냈다. 그리고 1982년에 연세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취임하여 현재까지 재직중이다.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시단에 등장한 그는 지금까지 쉬임없는 창작열과 언제나 자신의 시세계를 갱신하는 열정으로 『사물의 꿈』 『나는 별아저씨』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한 꽃송이』 『세상의 나무들』 『갈증이며 샘물인』 등의 시집과 『고통의 축제』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사람으로 붐비는 앎은 슬픔이니』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이슬』 『견딜 수 없네』등의 시선집을 상자했다. 그는 또한 독특한 시론과 탁월한 산문을 모은 『날자, 우울한 영혼이여』 『숨과 꿈』 『생명의 황홀』 등을 펴냈으며, 시 번역에도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여 예이츠, 네루다, 로르카의 시선집을 번역 출간했다. 한국문학작가상·연암문학상·현대문학상·이산문학상·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머리말

책은 마음의 고향이다. 오래된 얘기다. 여기서 말하는 책은 문학, 철학, 예술, 종교 분야의 책을 뜻하는데, 특히 사람의 정신을 고양하는, 그리하여 고전이 되었거나 장차 고전이 될 작품들을 말한다.
글의 그러한 생명력은 쓰는 사람의 전신적(全身的) 능력-감각, 상상, 사유의 능력이 만들어 내는 발상과 표현에서 나올 터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경험에 따르면, 좋은 책은 하나의 세계인데, 그것도 놀랍고 새로운 세계이다.
우리가 쓰는 글은, 그것이 좋은 글인 한, 그러한 세계에 대한 그리움이 깃들어 있을 것이다.
산문집이 재출간되어 기쁘다.

2015년 여름
정현종

책 속에서

담배가 탄 뒤의 재와 꽁초는 마치 허물어진 파르테논 신전의 폐허에 서 있는 돌기둥들처럼 인간의 야심과 의지와 상상력의 폐허이다.
-17쪽

1965년 이후 나는 시라는 것을 쓰고 있는데, 아마 내 육체 속에는 저 감동적인 하품이 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냇가의 달빛과 그것이 그 물기 있고 고요하고 환하고 흐릿한 빛 속에 빨아들이고 있었던 기성과, 사람과 세상의 일에 대한 오리무중의 신비감이 만든 그리움(또는 그리움이 만든 신비감) 따위들이, 다른 여러 가지 것들과 더불어 뒤범벅이 되어 들어 있을 것이다.
-25쪽

이 숲에서 나는 돌 하나를 던진 적이 있다. 숲 위쪽에서 던진 돌은 저 아래 어디엔가 떨어졌다. 돌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지구 무게만 한 어떤 느낌이 마치 지진처럼 내 속으로 지나가는 걸 느꼈다. 즉 내가 방금 던진 돌, 나에 의해 여기서 저기로 옮겨진 돌로 우주의 균형이 달라졌다는 느낌이 그것이었다. 내가 던진 돌 하나가 우주의 균형을 바꾼다!
-32~33쪽

건드리기만 하면 과거의 앙금은 언제나 그 가라앉은 상태로부터 피어오른다. 건드리면 금방 눈물이 나올 것 같은 눈을 뜨고 있는 과거가 없는 건 아니겠지만 과거의 앙금은 ‘피어’오르지 않으면 안 된다. 꽃처럼 피어나는 과거, 왜 과거가 꽃처럼 피어나는가. 내가 지금 살아 있기 때문이다.
현재가 피어나기를 내가 바라기 때문이다. 매일매일이 새날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나는 그리하여 현재가 피어나기를 기다린다. 나는 내일이 아니라 끊임없이 현재를 기다린다. 나는 현재를 기다리고 있다.
-45~46쪽

체험이 대단히 중요한 몫을 하는 명상의 공간이 있는데, 그게 시라는 것이다.
체험 없이는 시가 추상적인 게 되어 버린다. 모든 체험은 원래 가치중립적인 것이겠지만, 그것이 예술 작품의 재료가 되고 그 밀도를 결정할 때 그것은 가치 있는 것이 된다. 다만 ‘본다’는 것은 예술 창조에도 매우 중요하다. 체험이 작품을 낳으려면 자기의 체험을 바라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얘기를 다르게 하는 것이겠지만, 기억이나 과거도 문학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중요한 게 아니라 체험, 기억, 과거 없이는 도대체 문학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문학의 경우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체험, 기억, 과거가 문학 작품으로 변하는 순간 그는 그것들에 대해 죽는 것이라고.
-75쪽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말은 때도 많이 묻고 거짓에 물들어 있기도 하다. 말은 다름 아니라 그것(말)이 말하고자 하는 것과의 거리를 나타낸다는 게 말의 불가피한 한계이다. 그리고 말의 이러한 모습들에 절망한 사람들이 침묵을 귀하게 여기게 되었다. 크리슈나무르티에게 미덕이 있다면 ‘침묵으로서의 말’을 하려고 하는 데 있다. 그의 말은 관념적 논리나 개념화하고 거리가 멀다. 말하자면 그냥 보여 주려고 한다.
그런데 문학에서 침묵에 가장 가까운 말이 시이다. 말하자면 말이 배제되지 않은 침묵(명상)의 공간이 시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시의 공간은, 너무 높아서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지경이 아니라, 보통 사람도 들어가 볼 수 있는 공간이다.
-76쪽

매미 소리 없이도 여름은 오고 또 간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주 무딘 사람이다. 매미 소리는 지금 우주를 수렴하고 있고 우주의 중심은 매미 소리이다. 그 매미 소리의 융단 폭격 아래로 고양이가 한 마리 지나간다. 고양이가 지나가지 않아도 지구는 돌아간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다. 이번에는 고양이의 조용하고 한가한 움직임 속에 우주가 수렴되고 그게 움직이는 데 따라 우주의 중심이 이동한다.
우주의 중심은 많고 많다
-120쪽

나무가 없었다면 우리는 어디서 상승 이미지/관념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인가.
-133쪽

가벼워지려는 본능, 도약하려는 의지가 낳은 게 ‘바람’과 ‘춤’일 것이다. 다 아시다시피 바람(공기)은 우주와 생물을 구성하는 원소들 중 그 가동성(可動性)에서 제일가는 것이고, 춤은 순간순간 추락을 극복하면서 중력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그러니까 우리를 무겁게 하는 것들로부터 벗어나려는 의지의 표상이다.
불꽃을 부추겨 타오르게 하는 바람은 우리 몸속의 불꽃과 정신 속의 불꽃도 부추겨 타오르게 한다. 이것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실제로 그런 것이다. 기상(氣象)의 변화가 우리의(모든 생물의) 마음에 일정한 영향을 준다는 건 다 아는 얘기지만, 바람이 불 때, 미풍이 불 때, 미풍만큼 태풍이 불 때는 태풍의 강도만큼의 변화가 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난다.
-149쪽

따지고 보면 이 세상 사물들 중에 음악적으로 변역(變易)되고 설명되지 않는 게 없다고 할 만큼 우리는 거의 모든 사물에서 리듬을 보고 음악을 듣는다. 우주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필경 음악적으로 움직인다. 천체의 운행과 시간의 흐름, 그에 따르는 계절의 변화와 밤낮의 바뀜, 그리고 그러한 변화와 함께 진행되는 우리 몸과 마음의 변화…… 그 모든 움직임은 리드미컬하다.
-174쪽

되풀이하자면 서로 다른 두 사물이 만나는 접점은 우리 마음을 설레게 한다. 하늘과 땅이 만나는 지평선,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수평선은 우리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엄청난 물건들이다. 바다와 땅이 만나는 해변, 물과 공기가 만나는 파도 같은 것들도 그렇다. 그것들은 우리의 그리움의 표상이며 낭만적 상징물들이다. 하늘과 땅,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수평선의 팽팽하고 하염없는 긴장은 우리의 꿈과 열망의 표상이다. 지평을 연다는 말은 그러므로 아주 좋은 말이다.
…(중략)…
모순은 우리의 삶의 구조이다. 사회 현실의 모순, 문학이 갖고 있는 모순, 우리 마음의 모순……. 그리고 문학의 자리에서는 이 모순이 앞에서 얘기한 박명의 시공 속에서, 지평선의 모습으로 만나기를 우리는 바란다. 위대한 영혼이란 한 시대의 모순과 인간의 삶의 모순들이 부딪치는 자리에 다름 아니다. 모순들은 그를 통해서 극복되고 화해하려고 하기 때문에 그는 ‘이상하게 기쁜’ 것이다. 이 ‘이상한 기쁨’을 우리는 고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213~214쪽

다시 말해서 나는 살고 있기 때문에 나 자신을 잘 모른다.
시도 마찬가지다. 내가 시를 잘 알고 있었다면 나는 시를 쓰지 못했을 것이다.다만 확실한 건 내가 시 쓰기를 좋아한다는 것, 그러나 한참 안 쓰면서도 지나치게 느긋하다고 할 만큼 지낼 수 있다는 것, 그건 물론 게을러서 그런 것이지만 언필칭 시가 익어 터지기를 기다리기도 한다는 것, 무슨 물건 주문 생산하듯이 손에 익은 재주 가지고 적당히 그럴싸하게 찍어 내는 건 상당히 싫어한다는 것, 늘 하는 얘기지만 시 쓰기가 어려운 건 에누리 없이 자기가 산만큼 쓰기 때문이라는 걸 잘 안다는 것 등이다.
-240쪽

그리고 그 새벽의 빛과 새를 나는 지금 은유로 읽으려고 한다. 시의 언어는 말하자면 그 빛이나 새와 같은 것이다. 시는 바로 빛 ― 언어이며 깃 ― 언어이다. 되풀이할 것도 없겠지만, 사물을 새벽의 여명처럼 창조하는 말, 끊임없는 시작으로서의 말, 빛 속에 떠오른 하얀 숲길 위에서 날아오른 그 새처럼 무겁고 무거운 걸 가볍게 들어 올리는 말 ― 시는 그러한 말이며, 그렇지 않을 때 그것은 예술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기 어렵다. -241쪽

목차

목차
책머리에 06
1 현재를 기다린다
재떨이, 대지의 이미지 14
5분짜리 추억 두 컷 22
호박꽃등 26
대학 시절 30
날자, 우울한 영혼이여 36
현재를 기다린다 44
카테리나의 추억 52
세속에서의 명상 62
액땜으로서의 말 82
낙엽 그리고 도시의 우울 86
빵을 가지러 가는 네 손을 낮추어라 90
신은 자라고 있다 ― 가이아 명상 104
내 인생의 책들 122
2 추락이여, 안녕
나무 예찬 130
몸에 대하여 138
바람과 춤 ― 탄력과 가동성 148
춤, 불타는 숨 ― 이사도라 던컨의 자서전에 부쳐 152
추락이여, 안녕 162
사과 이야기 ― 미적 가치에 대한 단상 166
평화와 천진성의 세계 ― 장욱진의 그림 170
새벽의 메아리 174
아름다움에 대하여 188
3 빛 ― 언어, 깃 ― 언어
시란 무엇인가 198
박명의 시학 210
시, 가치의 샘 ― 영혼의 강장제 216
마음의 무한 ― 시가 꿈꾸는 것 224
시에 대한 몇 가지 생각 234
메아리의 시학 ― 로르카 읽기 244
숨 막히는 진정성의 시 ― 바예호 읽기 264
인공 자연으로서의 시 ― 네루다 읽기 278
큰 화육(化肉), 위대한 동화(同化) ― 다시 네루다 읽기 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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