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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간

슬퍼할 권리

전영관 저 | 삼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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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4360903 / 248쪽 146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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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사실은 기자가 기록해야 한다. 책임은 책임자가 져야 옳다. 관계자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 나는 다만 슬픔을 기록한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우리는 아침 뉴스를 통해 한 건의 뉴스를 접한다. “진도 해상에서 배 한 척 침몰, 탑승자들은 구조 중.” 그 소식을 처음 접한 순간, 배 안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갇혀 죽게 될 거라는 것을 짐작한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을까. 그날의 그 첫 뉴스가 끝나지 않을 슬픔의 시발점이며, 그 순간 흘려듣고 말았던 그 배의 이름이 온 국민의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사실은 기자가 기록해야 한다. 책임은 책임자가 져야 옳다. 관계자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 나는 다만 슬픔을 기록한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우리는 아침 뉴스를 통해 한 건의 뉴스를 접한다. “진도 해상에서 배 한 척 침몰, 탑승자들은 구조 중.” 그 소식을 처음 접한 순간, 배 안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갇혀 죽게 될 거라는 것을 짐작한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을까. 그날의 그 첫 뉴스가 끝나지 않을 슬픔의 시발점이며, 그 순간 흘려듣고 말았던 그 배의 이름이 온 국민의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될 것이라는 걸 어느 누가 알 수 있었을까.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인 지은이 전영관 또한 그런 시민 가운데 하나다. 사건 발생 이튿날 세월호에 관련한 글을 적어 올리면서, 이 첫 기록이 몇 달에 걸쳐 이어지는 참혹을 그리는 일기장의 서두가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 책이 슬픔의 박물관이길 바란다 4월 17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단어가 [합동분향소] 아닌가 싶다. 이 무슨 비극이고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반복인지 모르겠다.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잠이 오지 않는다.”(「현실이 지옥이다」)라는 말로 세월호를 향하기 시작한 펜 끝은, 그 뒤로 구해야 할, 또 구할 수 있었던 생명들이 눈앞에서 하나둘 스러져가는 모습을 목도하며 치받는 분노와 경악, 차디찬 바다만큼이나 뼈를 시리게 하는 슬픔, 바다에 잠겨 하늘로 호명된 여린 목숨들, 그들에게 마땅히 주어졌어야 할, 그러나 빼앗겨버리고 만 삶을 들여다보는 고통을 그리게 된다. “잊지 않겠다는 다짐은 잊혀진다는 반증이다. 잊혀질까 두려운 심정에 투여하는 각성제와 다를 바 없다. 시간 앞에 스러지지 않는 기억이 어디 있으며 망각이란 습성을 떨칠 수 있는 존재 또한 있겠는가. 인간에게 망각이란 기능이 없다면 미쳐버렸을 거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빈번했겠다. 잊히는 게 아니라 가라앉는 거다. 가라앉아도 호명하면 순식간에 전부가 떠오르는 기억일 것이다. 세월호가 우리에게 그렇다.”(5쪽) 지은이는 “정보에 접근할 기회도 자격도 없다면 천지간에 흥건한 슬픔을 기록하겠다”고 한다. 다스리면 힘이 되고 쌓이면 폭발하는 위험물질인 슬픔을 적어 내려간 이 책이 ‘슬픔의 박물관’이 되길 바란다. 이 박물관에 그려져 있는 건 커다란 배 한 척이 아니다. 마땅히 그 배에서 나와야 했던 한 사람, 그리고 숫자로 표기될 수 없는 많은 ‘한 사람’과 뭍에서 만나야 했던 가족들이 그려진다. 응어리를 들여다보는 일은 그 응어리를 해소하려는 목적이 있을 것이다. 반면 이 책은 다른 목적이 없는 기록이다. 기록한다는 것 자체가 목적인 기록인 것이다. 세월호 사건은 해소될 수 없는 아픔이며, 마무리 지어질 수 없는 비극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렇게 있어야 할 기록이면서, 또 세상에 없어야 할 책이기도 하다. 누군가 이런 기록을 할 만한 일이 두 번 다시 벌어져선 안 되니 말이다.

저자 소개

운명은 그에게도 선택지를 내밀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했던 일 사이에서 결정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당연히 해야 할 일에 진력했고 노부모께 성실한 직장인의 모습을 보여드렸다. 꿈은 시간에 따라 왜곡되거나 풍화를 거듭하게 마련인데 사춘기부터 발현한 그의 꿈은 외려 중첩되고 담금질을 반복하며 다마스커스 검(Damascus blade)이 되었다. 2007년에 토지문학상을 받았고 2008년에는 〈진주신문〉 가을문예에 당선되었다. 2010년에는 서울문화재단으로부터 창작지원금을 받았고, 2011년 계간지 〈작가세계〉 신인상을 통해 결국 시인이 되었다. 시집 《바람의 전입신고》 《부르면 제일 먼저 돌아보는》과과 산문집 《이별과 이별하기》 《슬퍼할 권리》를 냈다. 그러나 그의 꿈은 여전 진행형이다. 청양 칠갑산 아래서 태어났으나 서울에서 성장했으니, 배냇정서는 농촌이고 감각은 도시적이다.

책 속에서

2014. 4. 17.

밤늦게까지 뉴스를 보다가 다시 아침부터 TV 앞에 앉았다. 무엇 하나 달라진 것 없는 뉴스를 보고 또 본다. 혹시나 하는 희망 때문이다. 전원의 생사가 확인될 때까지 이 희망을 놓지 않으련다. 놓을 수 없다. 이런 일 생기면 아이들 늦게 들어오는 것도 걱정스럽고 덜컥하는 마음에 자는 녀석들을 다시 돌아보는 게 부모 마음이다. 저 어미들, 아비들 어찌 사나 말이다. 제일 먼저 헬기로 탈출했다는 선장, 병원 온돌에 지폐를 말리며 누워 있다는 선장 당신 말이다. 가족이 있겠다만 이 하늘에 당신과 같이 살 수 없을 것 같다.

-‘현실이 지옥이다’(12쪽)


2014. 4. 28.


슬픔의 방에는 시계가 없다.
통증은 면허가 불필요한 모태감정이다. 권리가 있느냐 빈정거린다면 바다에 처넣겠다. 의무냐고 두리번거리면 돌을 던지겠다. 언제까지냐고 묻는다면 당신들 생은 러닝타임이 정해진 영화냐고 되묻겠다. 당신들에게 야생화 만발한 들판과 과수원을 거니는 장면만 지속되는지 끝까지 함께 지켜보자고 부릅뜨겠다. 성공한 자식들과 손자들과 어여쁜 아내로, 늠름한 남편으로 천수를 누리는 동안 타인들 행복도 동일한 온도가 유지되도록 염려할 것인지 다짐받아두겠다. 누구인들 별 수 있느냐고 반문하지 마라. 슬픔의 범위를 규정하려는 자체가 당신들 체온을 들키는 일이다.

-‘마디도 매듭도 없는’(24쪽)


2014. 5. 14.

현관 보조키 열어놓지 말아요. 문이 잠겼어도 들어갈 수 있게 됐어요. 새벽바람 차가운데 창문도 닫고 주무세요. 어쩌죠 엄마. 어제 밤에도 웅크린 엄마 머리맡에 앉아 있다 왔는데 젖은 몸이 마르지 않아서 방바닥에 물기를 남겼어요. 울은 거 아니어요. 이젠 울지 않아요. 여기 왔어도 엄마가 보고 싶은 마음은 줄지 않지만 이상하게 담담해요. 바람처럼 허공으로 날아오를 수 있고 어디든 생각나는 곳으로 단번에 갈 수 있어요. 엄마 가냘픈 발목을 주물러드리고 싶었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만져지지 않았어요. 아빠 어깨가 동그랗게 보였는데 힘내시라고 두드려 드렸지만 모르시더라고요.

-‘엄마, 나 여기 있어요’(53쪽)


2014. 6. 4.

음악을 좋아했구나. 흥얼거림, 나지막함, 춤추는 음표들과 친했었구나. 힙합의 다이내믹함보다 포크(folk)의 유연함을 즐겼겠구나. 랩의 속도보다는 발라드 가사처럼 걷는 게 너하고 어울린다 생각했겠구나. 이름이 현철이구나. 삼대독자라니 부모님께서 오죽이나 애지중지 하셨겠냐. 너는 모르고 갔겠다만 세상은 이토록 잔인해서 독자(獨子)들은 빼놓지 않고 데려간단다. 아저씨도 1남4녀의 외아들이야. 소용없는 말이고 누가 들으면 뺨맞을 소리다만 삼대독자는 슬쩍 빼주면 얼마나 좋았겠냐. 자식은 다 같다 해도 아들 여럿인 집하고 삼대를 독자로 이어온 집하고 천만 분의 일이라도 다르지 않겠냐. 내가 지금 무슨 소릴 하나 모르겠다. 요즘 정신을 놓고 산단다. 내 아들도 아니고 얼굴도 모르는 네게 부질없는 소리를 하는구나. 미안해서 그러지. 당황스러워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는 해야겠는데 말문이 떨어지지 않고 등에서 식은땀만 흐른다. 죄 없는 죄인이라서 더듬거린다.

-‘기타는 여섯 줄’(90쪽)


2014. 6. 11.

떠오르지 못한 꽃이 있다. 스스로 바닥으로 내려간 꽃이다. 만개했으나 마지막이었던 꽃이다. 저보다 어린 봉오리들을 부르느라 영영 하늘을 볼 수 없게 된 꽃이다. 함께 나가자고 지옥문 열고 들어간 꽃이다. 머뭇거릴 시간 없다고 서두르느라 돌아올 길마저 잃은 꽃이다. 꽃 진 자리 멍울만 남아 부모 앞에 돌아온 꽃이다. 새치름한 눈빛, 은방울 코, 진달래 핀 입술마저 잃어버리고 청포묵보다 물컹하게 돌아와 부모를 혼절시킨 꽃이다. 그대의 이름을 기억하련다. 유니나 선생님으로, 참사람으로 기록하련다. 부디 잘 가라. 봄이 사라진 땅, 정의마저 부력을 잃고 가라앉은 땅, 눈치만 남아 머뭇거리는 고깃덩어리들의 땅을 그대 다시는 돌아보지 말라. 바다도 잠시 품었던 꽃들을 돌려주느라 맴돌기만 한다. 그대가 구하려 애썼던 꽃무리들과 천국으로 떠올라라. 남은 자들의 고통은 당연한 죗값이다. 애달파 하지 말아라. 부모 꿈자리엔 들렀다 가라.

-‘맴도는 바다’(105쪽)


2014. 7. 10.

기록된 사람을 기억하게 된다. 기록이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예견하고 희망하는 일이다. 치욕으로 점철된 과거일지라도 문장으로 남기면 거기서는 곰팡이가 아니라 새싹이 올라올 것이다. 제대로 가꾸면 꽃도 피고 그늘도 넓어져 고단한 심신이 쉬어갈 수 있다. 청춘이라도 돌아볼 과거는 있고 청춘이기에 어설픔과 후회가 소용돌이치기도 하는 거다. 이처럼 기록이란 단순한 과거의 나열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각성을 내포한다.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

-‘전부와 일부’(144쪽)

목차

목차
서문
제1부 슬픔은 분노보다 한 걸음 늦다
제2부 참을 수 없는, 참을 이유도 없는 눈물
제3부 허락된 단 하나의 방법, 기다림
제4부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 끝까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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