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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의 광경 NGO와 빈곤에 관한 가장 리얼한 보고서

소노 아야코 저 | 오근영 역 | 리수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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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0449078 / 176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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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소설가이자 NGO 감사관이 쓴 빈곤과 구호활동에 관한 가장 리얼한 보고서. 수십 년 간 100여 국을 다니며 체험한 NGO 활동에 대한 기록으로, 문명인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빈곤국의 현실을 보여준다.
단순한 도움의 대상을 넘어, NGO 감사관의 눈에 비친 빈곤국의 국가 시스템적 모순들과, 소설가의 관찰력에 탐지된 오랜 굶주림이 낳은 외적, 정신적 폐해들을 낱낱이 보여줌으로써, 빈곤국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돕고, 구호활동의 난점과 생명의 소중함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이끈다.

우리는 빈곤을 모른다, 이것이 우리의 정신적 빈곤이다

가난해서 과자를 먹어본 적이 없는 아이는 사탕을 줘도 포장지조차 벗길 줄을 모르고, 어른이든 아이든 강한 자가 많이 먹는 곳에서 어린이의 인권이란 실체가 없는 단어가 되고 만다. 태어나 평화를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사람은 평화를 상상할 수 없고,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사람들에게 교육이나 여행, 주거의 자유 따위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처럼 빈곤이란 단순히 돈이나 의식주의 부족을 넘어 평화·존엄·자유·평등이라는 개념조차 없는 또 다른 빈곤을 낳는다.
사람은 자신이 보지 못한 것을 결코 소망할 수 없다. 역으로 기아를 모르는 우리는 빈곤을 상상할 수 없다. 저자는 이를 두고 우리의 정신적 빈곤이라 말하고 있다.

빈곤이 낳은 또 다른 빈곤

저자는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에 대해 쓰면서 이런 말을 하고 있다. “나는 도덕적으로 빈곤을 묘사하는 것만은 피하기로 했다. 그것은 무례한 짓이기 때문이다” 라고.
이는 곧 우리의 도덕적 잣대로 보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파렴치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뜻하며, 생명이 달린 문제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이 책에서는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빈곤의 모습들을 만나게 된다.
아프리카에서는 에이즈 양성반응이 나와서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된 아이들에게는 더 이상 먹을 것을 주지 않는다. 아프리카 어머니들이 특별히 비정해서 그런 건 아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건강한 형제들도 충분히 먹일 수가 없기 때문에 살 가망이 없는 아이는 뒤로 밀려나게 되는 것일 뿐이다. 강한 유전자가 살아남는 것이 이쪽의 방식일 뿐이다.
상식적으로 또는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빈곤의 문제도 많다. 에이즈 환자에게서 태어난 아기가 HIV양성이 되는 이유는 유전이 아니라 수유에 원인이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수유를 중지하고 분유를 먹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분유를 타서 먹일 물이 오염되어 있기 때문에 분유를 먹였다가는 에이즈에 감염되기 전에 설사로 죽게 된다. 고작 200cc의 물을 끓이기 위해 한 묶음에 1달러나 하는 장작을 지피기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의 젖을 빨던 기억이라도 만들어 주는 게 낫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교육이 전무한 곳이기에 기본적인 의사소통에도 많은 문제가 생긴다. 일주일에 한 번 먹으면 되는 예방약을 주는데, 아이에게는 어른의 절반을 먹이라고 말해도 절반의 개념이 없어서 다음에 데리고 와서 먹이겠다는 엄마. 체력이 바닥난 여자가 아이를 안고 오기에는 먼 거리지만 집이 어디냐고 해도 10킬로미터인지 20킬로미터인지, 1시간 걸리는지, 2시간이 걸리는지 알지 못한다.

구호활동을 어렵게 만드는 깊은 모순들

NGO 감사관인 저자는 기부 받은 귀중한 돈이 정확하게 필요한 사업에 사용되는 것에 대해 항상 고민해왔다. 하지만 가난한 사회에서는 물건이나 돈을 옮기는 것도, 보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으로 송금하려 했지만 은행 창구에서는 당신들의 송금이 반드시 상대에게 전달될지 보장할 수 없다고 하여 복대 안에 거금을 넣어 운반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돈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 더욱 큰 원인에 대해 저자는 개발도상국의 위정자와 권력자가 원조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난한 가정의 위급한 환자를 위해 약품을 지원한다고 해도 ‘사용했다’는 보고 하에 그 돈을 착복하는 의사가 있고, 환자에게 약값을 받아낼 수도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장학금을 갖고 도망간 교장이 있는가 하면, 경찰은 잡을 의욕도 없다. 때로는 찾아주면 얼마를 줄 수 있냐는 흥정이 있을 뿐. 너나없이 모두가 이렇게 남의 돈을 가로채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도난 방지 철창을 하지 않으면 분만실의 시계도 훔쳐가고, 심지어 화장실의 변기까지 떼어가는 가난한 사람들. 부자나 권력자는 크게 훔치고, 가난뱅이는 작게 훔친다는 차이가 있을 뿐 구호 물품이 제대로 안착하기까지의 난제들이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와야 하는 이유

저자가 마더 테레사의 시설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그곳에서는 환자가 오면 몸을 씻긴 뒤에 깨끗이 빨아놓은 옷을 입히고 음식을 주었다. 자원봉사자 중에는 환자에게 볼을 비비는 사람도 있었다. 저자는 이 광경을 보며 생각했다. “인생에서 단 한 번이라도 그런 경험을 하면 자신의 인생이 마지막까지 쓰레기 같다고 생각하면서 죽어가지는 않을 지도 모른다.”
이 시설의 초기에는 거리에서 데리고 온 사람 중 50퍼센트가 다음날 사망했다는 뉴스가 보도된 적이 있다. 그 뉴스를 보고 어떤 사람은 “어차피 죽을 사람인데 왜 소용없는 짓을 하는 거야”라고 했지만, 바로 이 말에 마더 테레사가 의도한 사업의 목적이 있다. 비록 하루밖에 살지 못하더라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되찾아주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NGO 활동의 목적은 순수하지만 NGO 감사관인 저자의 눈에는 갖가지 모순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이러한 아이러니한 현실의 격차의 중간자 역할을 계속 해나갈 것임을 다짐한다. “이 세상의 빈곤의 광경을 보았고, 그들 또한 소중한 생명이기 때문에.”

저자 소개

소설가. 《멀리서 온 손님》이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오르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에 바람 잘 날 없던 어린시절을 보냈다.
남편과의 생활을 견딜 수 없었던 어머니의 자살 기도와 그때 동반자가 될 뻔했던 딸. 어릴 때부터 흔히 말하는 가정생활의 행복따위는 믿지 않았다.
소설가에 대한 편견이 심하던 시대였지만 반골 기질인 소노 아야코는 망설임 없이 소설가의 길을 선택하였고 독신을 꿈꾸었으나 같은 문학 동인지 멤버였던 미우라 슈몬을 만나 22세의 나이에 결혼해 지금까지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아나키스트 부모 밑에서 자란 미우라 슈몬과의 결혼 생활은 자신의 부모를 통해 경험했던 결혼과 완전히 상반되었기에 결혼에 대한 다양한 입장과 시각을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소설가이자 NGO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주요 작품
《약간의 거리를 둔다》《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착한 사람은 왜 주위 사람을 불행하게 하는가》《간소한 삶 아름다운 나이듦》《마흔 이후 나의 가치를 발견하다》《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나이듦의 지혜》《빈곤의 광경》《세상의 그늘에서 행복을 보다》《긍정적으로 사는 즐거움》


 

역자 소개

일본 소설 및 인문, 역사서를 두루 번역했다. 번역서로는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2』, 『하룻밤에 읽는 숨겨진 세계사』, 『하룻밤에 읽는 중국사』, 『하룻밤에 읽는 과학사』 등 하룻밤 시리즈가 다수 있으며, 그 밖에 『내가 공부하는 이유』, 『나답게 살 용기』, 『르네상스의 미인들』, 『반걸음만 앞서 가라』, 『왜 지구촌 곳곳을 돕는가』, 『소년H』, 『악의』, 『굽이치는 강가에서』, 『천사의 잠』, 『유리정원』, 『이상한 나라의 토토』, 『슈산보이』,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키워라』, 『생명의 릴레이』 등이 있다.

책 속에서

여기에 가장 '어린이의 인권'이라는 발상은 우스워집니다. 어린이의 인권이란 상식인 것 같지만 실체가 없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어린이를 아끼고 그 아이의 행복을 먼저 생각한다, 남의 아이라도 그 존재에 대해 배려한다, 이런 거지요. 그러나 내가 다녀온 세계 여러 나라에서 어린이의 인권 따위는 '허공에 뜬 단어'에 불과합니다.
어린이의 인권을 말하는 사람에게 몇 가지 소박한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누가 어린이의 인권을 지킵니까?"
"물론 부모입니다."
"그 부모가 먹을 것도 줄 수 없고 학교에도 보낼 수 없다면요?"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은 학교까지 1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어도 노선버스가 없어서 걸어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요. 자전거 따위와도 전혀 인연이 없는 경제 상황에 놓인 사람들입니다.
"부모가 할 수 없으면 사회에서 해야 합니다."
"사회가 전혀 여유가 없으면?"
"정부가 해야 합니다."
"정부가 의무교육도 할 수 없고 빈곤 구제를 위한 어떤 예산도 갖고 있지 않다면?"
상대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사태를 상정하는 나를 상식이 없다고 여겼는지도 모른르죠.
24-25쪽

 

수녀들은 2주에 한 번 부모들에게 아기를 데리고 오게 하여 몸무게를 잽니다. 몸무게가 순조롭게 늘어나면 그나마 괜찮습니다. 이렇다 할 이유(감기에 걸렸다거나 설사를 했다거나)도 없이 몸무게가 늘지 않으면 원조기관은 놀랍게도 분유 지급을 중지한답니다. 이런 경우 원조 기관은 부모들이 받아간 분유를 한 숟가락에 얼마를 받고 시장에 내다 팔아서 그 돈으로 다른 형제들을 먹인다고 단정하거든요. 그래서 지급을 끊는 강경 수단으로 부모들에게 경고를 하는 것입니다.
31-32쪽

 

학교에 갈 수 있는 사람은 유복한 처지를 타고났거나 남다른 교육열을 갖고 미래의 희망을 기대하는 부모의 자식들뿐입니다. 가난한 나라를 상대로 오랫동안 NGO 활동을 하다보면,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에게 하루 1달러나 50센트를 보상금으로 주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곤 해요. 현금 수입이 극히 적은 가정에서는 아이를 등교시킴으로써 벌어들이는 한 달에 10달러, 20달러의 돈은 상당한 도움이 될 테니까요.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어떻게 하면 이런 돈이 정확하게 부모들의 손에 전달되는가 하는 점이죠. 세상에는 악덕 대통령, 악덕 관료, 악덕 교사, 악덕 의사, 악덕 사회복지사 등 직업을 이용한 사기꾼이 넘쳐나서 가난한 사람에게 가야 할 푼돈을 가로채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88쪽

 

이 지구상에는 항상 극적인 빈곤과 만성적인 빈곤이 있답니다. 그리고 만성적인 빈곤은 원조의 대상으로는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은 더 오래 갈 수밖에 없습니다. 구호 활동의 세계에서도 옷이나 장식만큼 유행을 좇는 집단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이유가 반드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은 마음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첫째는 그들이 우리만큼 세계 곳곳의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이유도 있을 테지요.
113쪽

 

해머나 펜치 등의 작은 공구만 없어지는 게 아니라 현장사무실에서는 덩치가 상당히 큰 물건을 도난당해 열린 입을 다물지 못한 적도 있었어요. 도난당한 것은 살수차였는데 경찰은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상식적으로 봐도 그처럼 크고 모양이 특이한 물건을 경찰이나 이웃 주민이 찾아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지요. 바다에 던져버리기라도 했다면 모를까. 그렇지만 현장은 해안선과는 인연이 없는 북부지방 첸마이였습니다.
발견할 수 없는 이유는 엔진이나 탱크, 외판 부분은 물론 시트 천, 좌석 밑의 스프링, 백미러에서부터 타이어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을 해체해서 팔아버리기 때문에 살수차의 겉모습은 이미 흔적도 없어졌을 거라는 설이 유력했습니다. 게다가 그런 해체 작업에는 마을 사람 전원이 참여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주민과 경찰도 같은 입장이기 때문에 누구도 신고하지 않을 것이라는 등 온갖 소문이 퍼졌지만 진실은 아무도 모릅니다.
125-1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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