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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26286 / 216쪽 / 295g /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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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60]
출판사 리뷰
“이것도 인연인데 셈이나 해주세요.” 여자는 담배에 불을 붙여 한 개비를 내민다.
이 동네 놀이 방식을 전혀 모르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여자에게 물었다.
“50전이지, 찻값은?”
“네, 그건 정해진 규칙대로지요.” 여자는 웃으면서 손바닥을 거두지 않고 그대로 쭉 내밀고 있다.
“그럼 한 시간으로 하지.”
“죄송해요, 정말로.”
“그 대신.” 나는 여자의 내민 손을 끌어당겨 귓전에 대고 속삭였다.
“몰라요.” 여자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흘겨보며 “바보”라고 하더니 내 어깨를 때렸다.
_ 31쪽 「강 동쪽의 기담」 중
창밖은 대중이다. 즉 세간世間이다. 집안은 한 개인이다. 그리고 이 둘 사이에는 특별히 대립하는 그 어떤 것도 없다. 무엇 때문일까? 오유키는 아직 젊다. 아직 세상의 일반적인 감정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유키는 창가에 앉아 있을 때는 자신의 몸을 천한 것으로 여기고 마음속에 따로 인격을 감춰둔다. 창밖을 지나는 사람들은 그 걸음을 이 골목에 들여놓으면서부터 가면을 벗고 긍지를 버리기 때문이다.
_ 77쪽 「강 동쪽의 기담」 중
조키치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황홀함과 비애를 느꼈다. 달콤하고 부드럽다가도 순식간에 냉담하고 대범해지는 저 운명의 손에 농락당하고 싶은, 누를 길 없는 공상에 사로잡혔다. 공상의 날개가 펼쳐지는 만큼, 봄의 푸른 하늘이 이전보다 더 푸르고 넓게 보였다.
_ 171~172쪽 「스미다 강」 중
1911년 게이오기주쿠 대학에 통근할 무렵, 나는 학교에 가는 길에 때마침 죄수들을 실은 마차가 대여섯 대나 연달아 요쓰야 거리에서 히비야 재판소 쪽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 지금까지 여러 세상 사건을 보고 들었지만, 이때만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혐오스러운 기분을 느낀 적은 없었다. 나는 문학가인 이상 이런 사상 문제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되었다. 소설가 에밀 졸라는 드레퓌스 사건에 대한 정의를 외치고 국외로 망명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나는 세상의 다른 문학가들과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양심의 가책에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문학가라는 사실에 스스로 심한 수치심을 느꼈다.
_ 185쪽 「불꽃」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