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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동기담/스미다 강

원제 : 濹東綺譚/すみだ川
시리즈 : 대산세계문학총서 [104]

나가이 가후 저 | 강윤화 역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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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029443 / 191쪽 153 x 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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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永井荷風 
1879년 12월 3일 도쿄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나가이 소키치. 어린 시절부터 라쿠고와 가부키를 접했으며 한시와 일본화, 퉁소를 배웠다. 1894년부터 병으로 일 년 가까이 요양하는 동안 전기소설(傳奇小說)과 에도 패사소설 등을 읽었는데, 이때 읽은 작품들은 만년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프랑스어를 배우면서 프랑스 자연주의 문학에 매료되어 『야심』 『지옥의 꽃』 등을 썼고, 에밀 졸라의 『인간 짐승』을 번안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일하다가, 동경하던 파리로 가서 오페라와 연극을 관람하면서 서양 음악에 대한 글을 여러 편 썼다. 1908년 일본에 돌아와 『아메리카 이야기』 『프랑스 이야기』 『환락』 등 여러 작품을 출간했으나 풍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연이어 발매금지를 당했다. <도쿄 아사히 신문>에 『냉소』를 연재하고 『후카가와의 노래』 「스미다 강」 등을 발표하면서 작가로서 위치를 굳혔다. 
1910년 대역 사건을 보며 문학가로서 무력감과 양심의 가책을 느낀 후 에도의 풍속을 주로 다루는 소설과 수필 창작에 전념했고, 긴자의 카페에 출입하면서부터는 여급과 사창가를 다루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952년 문화훈장을 받았으며 1954년에는 일본예술원 회원으로 선정되었다. 1959년 3월 병으로 쓰러진 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4월 30일에 사망했다. 

역자 소개

  • 역자 : 강윤화

강윤화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통역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9년 「목숨전문점」으로 『실천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으며, 2013년 『어쨌든 밸런타인』으로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목숨전문점』, 번역서 『사람과 지역의 학교급식』을 출간했다. 현재 한일 통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책 속에서

조용히 펼쳐든 우산 아래로 하늘과 마을의 풍경을 지켜보며 걷던 중, 갑자기 뒤에서부터 “나리, 저기까지 씌워주세요”라는 소리와 함께 한 여자가 우산 아래로 새하얀 목을 들이밀었다. 기름 향이 나는 걸 보니 머리를 올리고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고, 커다랗게 묶은 머리에는 기다란 은색 실들이 걸려 있었다. _27쪽,「묵동기담」중에서

항상 시마다마게나 마루마게 머리를 하는 오유키의 모습과 지저분한 도랑, 모깃소리는 내 감각을 한껏 자극하여 3, 40년 전에 사라져버린 과거의 환영을 되살려주었다. 나는 이러한 덧없으면서도 기묘한 환영을 보여준 그녀에게 되도록 확실하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다. 오유키는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는 면에서는 난보쿠의 교겐을 연기하는 배우보다도, 란초를 낭독하는 쓰루가 아무개보다도, 더 정교하고 조용한 예술가였다. _51쪽,「묵동기담」중에서

창의 바깥쪽은 대중이다. 즉 세상이다. 창의 안쪽은 한 사람의 개인이다. 그리고 그 양자 사이에는 현저히 대립되는 것이 없다. 이것은 왜 그런 것일까. 오유키는 아직 젊다. 아직 세간의 일반적인 감정을 잃지 않았다. 창에 앉아 있을 때의 오유키는 그 자신의 신분을 천하게 여기며 따로 숨겨둔 인격을 품고 있었고,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 골목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가면을 벗고 자긍심을 버리기 때문이었다. _80쪽,「묵동기담」중에서

오유키는 지쳐버린 내 마음에 우연히 들어와 그리운 과거에 대한 환상을 떠올리게 하는 뮤즈였다. 오랜만에 책상 위로 올라온 한 편의 초고는 만약 오유키의 마음이 내게 향하지 않았더라면, 혹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더라면 이미 갈기갈기 찢겼을 것이다. 오유키는 이 세상에서 버림받은 한 늙은 작가의 아마도 마지막 작품이 될 초고를 완성시킨 신비로운 구원자였다. 나는 그 얼굴을 볼 때마다 진심으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싶어진다. _81쪽,「묵동기담」중에서

빽빽하게 이어져 있는 지저분한 지붕들. 폭풍이 밀려오기 전 무겁게 내려앉은 하늘에 비치는 등불을 바라보며, 오유키와 내가 어두운 2층 창가에 기대 서로의 땀 맺힌 손을 쥐어가며 별것도 아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들을 나누던 때에 갑자기 내려친 번개에 비친 그 옆얼굴. 그 기억은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눈에서 지워질 줄을 몰랐다. 스무 살 무렵부터 가벼운 연애에 탐닉해왔으나, 이렇게 노인이 다 되어서 덧없는 꿈을 이야기하게 될 줄이야. _91쪽,「묵동기담」중에서

“요새 세상을 보면 지금까지의 도덕이나 그런 걸로는 다스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모든 일을 정력 발전의 한 현상이라 생각한다면 암살이든 간음이든 무슨 일이 벌어져도 그리 놀랄 필요가 없을 겁니다. 여기서 정력 발전이라 한 것은 욕망을 추구하는 열정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 이 현상에는 현대사회 특유의 특징이 드러납니다. 그것은 남보다 자신이 더 잘났다는 사실을 다른 이들에게 알리고, 또 스스로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는 개인의 마음입니다. 우월하다고 느끼고 싶다는 욕망입니다. 메이지 시대에 자란 저는 그런 건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아주 조금입니다. 이게 바로 요새 사람들과 우리들의 차이라 생각합니다.” _112~13쪽,「묵동기담」중에서

조키치가 외숙 라게쓰의 말대로 그때부터 샤미센 연습을 계속했더라면 틀림없이 지금쯤은 어엿한 예인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오이토가 게이샤가 된다 해도 이리 비참하게 여기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인생의 방향을 아예 잘못 틀어버린 기분이었다. 갑자기 어머니가 미워졌다. _143쪽,「스미다 강」중에서

조키치는 사람이란 나이가 들면 젊은 시절에 경험했던 번민과 불안을 까맣게 잊고, 그 아래 세대의 처지는 신경도 쓰지 않으며 잔소리나 늘어놓는 편리한 존재라는 생각을 했다. 또한 나이를 먹은 사람과 젊은 사람 사이에는 도저히 통할 수 없는 어떤 괴리가 있다는 생각도 절실하게 들었다. _169쪽,「스미다 강」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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