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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2783859 / 255쪽 / 385g / 134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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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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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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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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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15,750
- 18,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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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200
출판사 리뷰
§ 돈을 새처럼 풀어 주었더니 경기도 안성에서 쓴 돈이 제주도 한 술집에서 나에게 돌아왔다. 이렇게, 돌고 돌아서 돈이란다. ‘돈줄이 막힌다’, ‘돈줄이 탄다’, ‘돈독이 오른다’는 말은 돈이 돌지 못할 때의 악전고투를 이르는 말이다.
지혜로운 자는 돈을 풀어 되돌아오게 하고 돈으로 하여금 쫓아오도록 한다. 어리석은 자는 돈을 움켜쥐고 돈을 쫓아다닌다. 돈에 날개나 신발이나 바퀴 등을 그려 풀어 놓자. 그리고 기다려 보자, 돌고 돌다 어떤 모습으로 되돌아오는지를. 또 다른 감옥인 돈의 수레바퀴 안에는 어떤 인연의 사슬이 돌고 도는지를. -33쪽
§ 밥값보다 싼 게 목숨값이고 밥값보다 비싼 게 커피값이고 술값인 세상이다. “돈과 사람을 구별하지 못하고/ 허둥지둥 살아” 간다면, “더 이상 인간에게서/ 성자가 나오지 않”(<바다 의 성자>)을 것이다. 비록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 주지 않”(<술 한잔>)더라도,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소나 염소들이 하는 꼴(여물)값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밥’처럼 뜨시뜨시하고 ‘값’처럼 값진, 인간 제 몫의 밥값을 하며 사는 날이기를. -35쪽
§ 내가 아는 한 시인은 책장 맨 꼭대기에 우르르 꽂힌 《세계를 간다》 시리즈 중 ‘남아프리카’ 편에 100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을 숨겨 놓고 수시로 그 안위를 확인하느라 바쁘단다. 또 한 시인은 마누라 몰래 통장 하나를 꿰찼으나 좀체 쓸 데도 없고 차마 쓰지도 못해 6개월에 한 번씩 통장정리 해 보는 게 일이란다. 돈도 써 본 놈들이 쓰는 법이다. 있는 놈들이 더하 고, 가진 놈들이 더 무서운 까닭이다. 돈 앞에서 이 대책 없는 속수무책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시인들의 속수유책인지도 모른다. 시가 자본주의의 적敵, 그것도 강적强敵인 까닭이다. -91쪽
§ 돈만 도는 게 아니다. 목숨이나 인연도 돌고 돈다. 전생에서 구걸을 하던 내가 이생에서는 적선을 하기도 하고, 과거의 내가 현재의 당신이 되기도 하고 미래의 그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 오늘 내가 걸인에게 건네는 ‘지폐 몇 장’은 걸인이었을지도 모르는 전생의 나를 위한 것이다. 미래의 당신이 될지도 모르는 이생의 나를 위한 것이다. 세상 모든 선한 의도와 행위가 곧 스스로를 구제하는 일인 셈이다. 이 생과 저 생은 이어져 있고 너와 내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인이 걸인을 위해 지폐를 몇 장을 남긴 ‘이유’가 ‘이러’했을 것이다. -117쪽
§ 누군가는 함께 나누는 사랑을, 누군가는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또 누군가는 삶에 대한 만족감을 성공의 조건으로 정의했으나, 뭐니 뭐니 해도 머니money야말로 성공의 가장 확실한 조건임을 부인할 수 없는 시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으로 총이나 돈이 아닌, 시와 음악을 꼽는 사람을 나는 여럿 알고 있다. 시와 음악이 있어 세상은 살 만하다고 말하는 사람들 말이다. -127쪽
§ 아버지는 어디에서 시작되어 무엇으로 끝나는가? 세상을 알기 시작하면서 아버지와 불화했다. 밥벌이를 시작하면서 아버지를 이해했고, 밥벌이에 좌절하면서 아버지를 용서했다. 그리고 자식을 낳고 키우면서야 아버지와 화해했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시고 나서야 아버지를 사랑하게 됐다. 세상 모든 아버지는 돌아가신 뒤에야 완성되는 존재다. 아버지를 이어 살아 내면서 완성시켜야 하는 존재다. -147쪽
§ 모든 것을 사고팔 수 있는 사회에서 돈이 없는 사람들은 인간이 아니다. 상품에 불과하다. 급기야는 제 피를 팔고 제 장기를 팔아야 하는 개인을 그 사회와 국가는 책임지지 못한다. “나라가 있어야 개인이 있는 것이”라는 말이 허울 좋은 허구에 불과한 이유다. 자본주의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를 조금씩 떼어서 해외로 수출”할 수밖에 없는, 돈 없는 나라의 안녕을 글로벌 자본주의는 책임지지 못한다. 불평등과 매매가 만능인 시대를 걱정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니 돈으로 사지 못할 게 없는 사회에서 돈이 없는 사람들은 단 하나뿐이자 단 한 번뿐인 “자신의 생으로 뭔가를 증명해야”만 한다. 이 신자유-자본주의 화장실 벽에 “제일 싼 血 팝니다,/ 자본주의 만세!”라고 쓰면서! -183쪽
§ 돈은 자신의 형상대로 인간과 사회를 주조한다. 돈은 참되고 선하고 아름다운 것들과 한패여야 하는 인간을 차가운 계산기로 만들곤 한다. 돈에 관해서라면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부모 형제는 물론 마누라나 친구도 버리게 만든다. 돈이 사람을 울리고 돈이 사람을 속인다. 마술사에게 조종당하는 뱀처럼 너나없이 돈의 최면에 들린 사람들에게 돈은, 정말 마술사 처럼 그 모든 것과 자유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그 모든 것에로의 자유’에 불과하다. 그러니 우리는 물어야 한다. “왜 나는 두개골로 말 하지 않고 돈으로 말하는가”(<질문>)라고. 왜 우리는 사람으로 말하지 않고 돈으로 말하는가라고. -185쪽
§ 고쟁이든 몸뻬든, 속곳이든 쓰봉이든, 그 속주머니에 전 재산을 넣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마르고 거친 손으로 주섬주섬 그 속주머니를 뒤지곤 하는 엄마들이 있다. 돈이 멀리 있는 사람들일수록 그렇게 돈을 몸 한가운데 품고 산다. 그런 쓰봉 속 십만 원을 전 재산으로 남기고 가셨다니, 솜처럼 가볍게 새처럼 훨훨 날아가셨겠다. 이가 부러질 정도로 꽉 깨물었던이생의 고생과 고통 다 놓아 버리고 이승의 어둠 가뿐히 건너가셨겠다. 고요하고 거룩한 그 성탄의 밤하늘, 적막하고 막막하셨겠다. 따뜻하다고 말하고 싶은 이 낯익고 진솔한 풍경이라니……. -203쪽
§ 혼자서는 제 몸 하나 껴안지 못하는 게 인간이다. 우리는 누군가가 껴안아 줘야 하는 존재다. 내가 너에게 중요하고 네가 나에게 필요하다는 걸 온몸으로 확인하는 행위, 네가 표현하지 못하는 네 외로움을 내가 공감하고 내 슬픔을 네가 위로해주는 행위가 ‘프리’ 허그Free Hug다. 말 그대로, 연대하는 ‘공짜’ 안아 주기다. 돈과 교환가치에 저항하는 맨몸의 역습이랄까. 그 안아주기가 “가시 많은 몸”을 단지 “끌어안고 울어 주는” 것에 불과하더라도. “쓰디쓴 희망”이 “식도를 넘어 우리들의 눈물이 될 뿐”이라도. -231쪽
목차
책을 펴내며
봄春
귀여운 채귀債鬼 도화陶畵 1 _김상옥 /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_정현종 / 원고료 어머니학교 11 _이정록 /
아버지 _박남철 / 재회 _고은 / 밥값 _정호승 / 한국생명보험회사 송일환씨의 어느 날 _황지우 / 꽃피는 경마장 _함민복 /
무산 심우도舞山尋牛圖 10.입전수수入廛垂手 _무산 조오현 / 봄밤 _김사인 / 땅 _안도현 / 와룡마을 _노향림 /
벚나무 실업률 _손택수 / 한 수 위 _복효근 / 각주脚註 _김남주 / 돈 _고두현
여름夏
소금 시 _윤성학 / 아르바이트 소녀 _박후기 / 파안 _고재종 / 복권 한 장 젖는 저녁 _신용목 /
우리 동네 나이트에서는요 _이홍섭 / 목돈 _장석남 / 이방인 _김영승 / 술값은 누가 내? _곽효환 /
대좌상면오백생對座相面五百生 _박목월 / 비 그치고 돈 갑니다 _최승자 / 타는 목마름으로 _이시영 /
그날 우리는 우록에서 놀았다 _이성복 / 이런 이유 _김선우 / 쥐에 대한 우화 2.부자가 되는 법 _마종기 /
자동판매기 _최승호 / 성공 시대 _문정희 / 돈 _김수영
가을秋
가을의 도박 _김경미 / 가방 멘 사람 _이상국 / 내 인생의 브레이크 _하상만 / 내가 못 본 이야기를 해 봐요 _신현림 /
겉장이 나달나달했다 _전동균 / 본전 생각 _최영철 / 프란츠 카프카 _오규원 / 전어 _김신용 / 추석 무렵 _맹문재 /
고춧값 _김용택 / 소릉조小陵調 70년 추석秋夕에 _천상병 / 다보탑을 줍다 _유안진 / 용병 이야기 _김종철 /
시時 통장 _천양희 / 습관 _박성준 / 팝니다, 연락주세요 _최금진 / 돈 _박용하
겨울冬
장편掌篇·2 _김종삼 / 눈 묻은 손 _나희덕 /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_김광규 / 쓰봉 속 십만원 _권대웅 / 외면 _이병률 /
싸락눈 내리어 눈썹 때리니 _서정주 /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_김민정 / 김밥천국에서 _권혁웅 / 땅멀미 _박형권 /
만 원짜리 혀 _유홍준 / 사랑의 동전 한 푼 _김현승 / 광화문에서 프리허그를 _강인한 / 옆집 가장 _이사라 /
지하철의 기적 _원구식 / 취업일기 _문성해 / 돈 _송경동
출전出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