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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2 제1부 한이 혼을 부르다

시리즈 : 소리 (행복에너지) [9]

정상래 저 | 행복에너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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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6020028 / 352쪽 152 x 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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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한恨이 혼魂을 부르다! 총 8권에 이르는 대하소설, 『토지』와 『태백산맥』의 맥을 잇는 21세기 대한민국 문학계에 우뚝 솟은 ‘경지’! 지난 20세기는 한민족 역사상 가장 급격한 몰락과 발전을 동시에 겪은 시기였다. 책 『소리』(1부)는 그 시절, 운명이 던진 혹독한 시련 앞에서 한을 혼으로 승화시키고자 했던 한 여인의 이야기다. 이 작품의 가치는 한 여인의 일생을 통해 한국 근대사에 담긴 비극의 의미, 당시의 문화와 사상을 한눈에 들여다본다는 데 있다. 철저한 고증과 자료수집으로 사실성과 신뢰성을 높였으며, ... 한恨이 혼魂을 부르다! 총 8권에 이르는 대하소설, 『토지』와 『태백산맥』의 맥을 잇는 21세기 대한민국 문학계에 우뚝 솟은 ‘경지’! 지난 20세기는 한민족 역사상 가장 급격한 몰락과 발전을 동시에 겪은 시기였다. 책 『소리』(1부)는 그 시절, 운명이 던진 혹독한 시련 앞에서 한을 혼으로 승화시키고자 했던 한 여인의 이야기다. 이 작품의 가치는 한 여인의 일생을 통해 한국 근대사에 담긴 비극의 의미, 당시의 문화와 사상을 한눈에 들여다본다는 데 있다. 철저한 고증과 자료수집으로 사실성과 신뢰성을 높였으며, 맛깔 나는 전라도 사투리와 ‘남도의 소리’, 쉴 새 없이 등장하는 순우리말이 주는 ‘읽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다.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불과 수십여 년 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여성에게 혹독한 삶을 강요했던 시대 상황 하에서, 우리 여인네가 한恨의 정서를 어떠한 방식으로 승화시켰는지 지켜보는 데 있다. 독자들이 이 소설을 읽으며 우리의 어머니요 누이이자 연인이었던, 가혹한 비극의 역사를 견디게 한 근저根底가 되어준 그들의 삶에 경의와 찬탄을 보낼 수밖에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저자는 평생 교육자의 길을 걸어왔고 2012년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을 했다. 교육 분야에서의 수많은 수상 경력은 그가 얼마나 올바른 교육자의 위상을 보여주었는지를 알려 준다. 하지만 그만큼 게을리하지 않았던 것이 혼신을 다한 소설 『소리』의 집필이었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의 세월, 틈틈이 원고를 쓰고 자료 수집 차 소설의 배경인 ‘보성’ 일대를 수십 차례 방문하여 소설을 완성했다. 총 8권에 이르는 대하소설 『소리』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독자는, 저자의 피땀 어린 노고와 열정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쏟아져 나오는 책은 많지만 읽을거리가 없다고 탄식하는 독자들이 많다. 그렇다면 조선시대부터 근대 한국사까지 펼쳐진 우리 한의 정서에 관심이 있다면, 대하소설의 참맛에 대해 잘 있고 있다면, 정말 제대로 된 작품을 읽어볼 요량이라면 이 소설은 독자를 위한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자 생을 관통하는 화두가 되어 줄 것이다. 출판사 서평 한반도, 한민족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한恨의 정서 흔히들 한민족의 정서는 한恨의 정서라 일컫는다. 지정학적으로 끊임없이 외세에 시달려야 했던 한민족에게 어쩌면 ‘삶이 한스럽다’라는 말은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지금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강성대국이 되었지만 불과 수십여 년 전만 해도 한반도는 ‘남의 땅’이었다. 현 세대는 풍족한 환경에서 어려움 없이 살아가지만 그 시대를 결연한 의지와 각오로 견디어 온 선조들이 있기에 이 모든 혜택을 누릴 수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당시 그 누구라도 힘겨운 삶을 살아야 했지만 우리 여인네에게 지워진 멍에는 상상 이상으로 가혹했다. 온갖 핍박과 고난은 물론 사랑하는 임을 곁에 두지 못해 늘 괴로워해야 했던 여인들. ‘아리랑’이 우리 대표 ‘소리’인 까닭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여기 그 가혹한 삶을 온몸으로 받아낸 여인이 있다. 임을 향한 애정과 헌신 하나로 모든 고난을 감수해야 했던 여인. 뼛속까지 사무쳐 오는 한을 ‘소리’로 승화시키고자 몸부림쳤던 여인. 대하소설 『소리』(제1부 - 혼이 한을 부르다)는 주인공 ‘성요’의 일생을 통해 한민족의 정서를 관통하는 한의 맺힘과 풂, 수백 년 지속되어 온 갈등과 그 화해의 웅장한 서사시를 그려내고 있다. [2권의 줄거리] 한양으로 떠나간 남편으로부터 삼 년이 넘도록 소식 한마디 없자 성요는 삶의 의욕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삼 년 만에 친정 나들이에 나선 그녀는 동기간의 삶을 보고 심리적으로 위축되면서 실의에 빠져든다. 그러나 친정 부모님은 며느리로서 그리고 아내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가르쳐주며 성요의 사기를 높여주려 애를 쓴다. 한편 동창생 선자는 순이 기혼자임을 알았음에도 끈끈하고 집요하게 관심을 드러낸다. 급기야 부모님과 대면까지 주선한다. 순은 선자의 부모에게도 처자식이 있음을 알린다. 부모님의 노발대발에도 불구하고 선자는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하지만 세 번에 걸쳐 시험에 실패한 순은 낙향의 길을 걷는다. 고향으로 내려온 그는 더욱 방황하게 되고 고향 친구들로부터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는다. 그는 다시 한양으로 가기로 결심한다. 성요는 서당을 차려 고향에서 함께 살자고 남편을 설득해보지만 순은 단호히 거절하고 처갓집에 도움을 청하러 아내를 보낸다. 돌아온 답변은 석 달만 기다려달라는 전갈이었다. 이때 선자가 교사라는 직장을 구해 들고 찾아온다. 순은 석 달 후에 데리러 오겠다고 아내와 약속을 해놓고 선자를 따라 한양으로 떠나고 만다. 하지만 또다시 일 년이 넘고 이 년이 되어가도록 소식이 없다. 성요는 배신의 한을 품게 되고 세상이 허무해지기 시작한다.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 소리를 접하게 되고 소리 선생을 찾아간다. 이를 알아차린 시어머니의 시집살이는 날로 모질고 혹독해지는데……. 독자의 마음에 울려 퍼지는 ‘소리’가 ‘한’을 일깨우다 책의 제목이 ‘소리’인 만큼 내용 중간 중간에 다양한 남도의 ‘소리’가 소개된다. 그 과정에서 그 시절 세시풍속을 짐작케 할 만한 장면들이 사투리에 섞여 구수하게 펼쳐지고 구성진 가락이 독자의 마음에 울려 퍼진다. 주인공 성요를 중심으로 한 시대적 배경은 당시를 잘 모르는 현 세대들에게 가치 있는 사료이자 민족의 정신과 사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위대한 자료이다. 송두리째 자신의 삶을 빼앗겼더라도 임을 향한 일편단심 하나로 묵묵히 버티는 성요의 모습은 흡사 일제 치하에서 조국을 되찾기 위해 정진했던 우리 강인한 선조들의 삶과 다름이 아니다. 또한 유기적으로 얽혀 매 장면마다 펼쳐지는 노력과 좌절, 열망과 탐욕의 인간사는 책 『소리』가 이미 한 편의 웅장한 드라마로서 그 가치가 충분함을 입증하고 있다. 결말이 아름답든 비참하든 그 누구의 삶이라도 다들 제각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더없이 힘겨웠기에 작은 기쁨에 하루하루가 아름다웠던 시절을 현대인은 알지 못한다. 설사 한 줌의 희열도 느끼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다 하여도 ‘가치와 그에 따르는 열망’을 위해 평생을 살았다면 세상은 언제나 아름다울 수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에게 위대한 유산을 물려준, 그 시절 우리 선조들의 삶이 더욱 그렇다. 죽음보다 비참한 삶이었지만 성요의 ‘소리’가 감동으로 다가오는 까닭은 우리가 그들의 아들딸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 서문 사람은 누구나 삶의 의미를 글로 그려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살아온 기록을 글로 남겨두고 싶어 하는 심리적 기제를 가진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은 문자를 창조했는지 모를 일이다. 필자도 한 편의 소설을 써보는 것이 필생의 소원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평생 교직생활을 영위해오면서 책과 한세상을 더불어 지냈기에 더 지절했는지 모른다. 동화책에서부터 교과서 그리고 각종 문학 서적들을 비롯하여 논문에 이르기까지 두루 섭렵했지만 유난히 소설을 좋아했다. 한 권의 책으로 밤을 지새울 때도 있었다. 읽은 책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글을 쓴다는 것은 독서와 사뭇 다른 것이었다. 어쩌다 원고지를 꺼내들고 필을 잡을 때도 있었지만 한 장도 넘기지 못하고 접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저술활동이란 고도의 기술과 지식이 필요한 것이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고가 뇌리에 박히게 되었다. 더군다나 소설은 소설가만의 전유물로 간주했던 것이다. 그럴 때면 작가들을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고 부러워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 간직해오던 열망을 쉬이

저자 소개

1950년 보성 출생
광주교육대학교 졸업
인천교육대학교 편입, 졸업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 수료
2012학년도 초등학교 교장 정년퇴임 


교육연구 우수공로표창 10회
국민교육발전 공로표창 3회
우수교육활동 공로표창 27회
교단수기 최우수상 3회
홍조근정훈장


저서 《소리 시리즈》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삶의 의미를 글로 그려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살아온 기록을 글로 남겨두고 싶어 하는 심리적 기제를 가진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은 문자를 창조했는지 모를 일이다. 필자도 한 편의 소설을 써보는 것이 필생의 소원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평생 교직생활을 영위해오면서 책과 한세상을 더불어 지냈기에 더 지절했는지 모른다. 동화책에서부터 교과서 그리고 각종 문학 서적들을 비롯하여 논문에 이르기까지 두루 섭렵했지만 유난히 소설을 좋아했다. 한 권의 책으로 밤을 지새울 때도 있었다. 읽은 책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글을 쓴다는 것은 독서와 사뭇 다른 것이었다. 어쩌다 원고지를 꺼내들고 필을 잡을 때도 있었지만 한 장도 넘기지 못하고 접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저술활동이란 고도의 기술과 지식이 필요한 것이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고가 뇌리에 박히게 되었다. 더군다나 소설은 소설가만의 전유물로 간주했던 것이다. 그럴 때면 작가들을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고 부러워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 간직해오던 열망을 쉬이 버릴 수는 없었다.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재간을 머릿속에 담고 나온 사람은 없다. 무쇠도 갈면 바늘이 된다고 했다. 혹자는 문학은 집념의 결정체요, 도전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불굴의 집념과 도전정신만 있다면 누구나 한 편의 소설쯤은 엮어낼 수 있다고도 했다. 필자는 이 한 구절의 의미를 곱새기면서 땀을 흘리면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이것이 가슴속 열망을 현실로 바꿔주기에 이르렀다. 
글을 향한 열망을 갖게 된 까닭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서 비롯되었다. 고향은 나에게 꿈을 키워주었던 과거였고, 정다움과 그리움으로 다가오면서 글을 쓸 수 있는 크나큰 무형의 자산이 되어 주었다. 내 고향은 유독 선지자들의 지혜가 전통문화를 빚어낸 곳이었기에 그 정감은 배가될 수밖에 없었다. 한의 정서를 예술로 승화시키려는 선지자들의 혼이 오늘날 한국 음악의 중심지로 일궈놓았기에 나에게 충동적인 열망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두 문중간의 묵은 갈등에서 비롯된 한(恨)에서부터 출발한다. 조상이 물려준 한의 유훈은 후손들에게 대물림으로 이어지게 되고 문중을 하나로 묶어주는 고리 역할을 해주지만 반면 새로운 인식의 변화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개방적 사고로 접근했던 두 집안사람들의 일탈된 행동에 의해 맺어진 혼인이 한 여인의 가슴에 첩첩한 한을 심어주는 꼴이 되고 만다. 여인은 서려오는 한을 달래기 위해 소리와 접하게 되고 또 찾아가게 된다. 한을 달래는 데 소리만큼 좋은 소재가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고장의 저변에 소리문화가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순탄한 일이라고만 볼 수 없었다. 소리는 신분제적 차별성을 안고 있다. 여인은 여기서 중대한 난관에 봉착하게 되고 또 다른 한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소리꾼들은 소리를 목숨보다 중요하게 여기며 혼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결국 여인도 그들처럼 혼을 얻기 위해 몸부림쳐보지만 신분제적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좌절을 겪게 된다. 결국 여인이 한의 희생물이 되어가는 이야기다. 제2부에서는 여인의 딸이 엄마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혼을 찾아간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의 민족문화말살 정책으로 인해 숱한 좌절을 겪게 된다. 그 과정에서 품었던 혼을 잠시 잃고 방황하게 된다. 그러나 해방이 되고 나서는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그 혼을 꺼내들고 대 명창을 만나게 된다. 삼대에 가서 결국 명창의 꿈을 이루게 되는 이야기다.
필자는 글을 쓰는 동안 낱말 하나하나에서부터 문장 한 구절까지 심히 두렵고 불안하여 갈등과 번민에 시달렸다. 아마추어적 수준을 넘지 못한 것이 사실이어서 독자들의 양해를 바라고 싶다. 그러나 필자의 글로 인해서 독자들도 글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는 작은 사례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동안 많은 정보와 조언을 마다하지 않은 보성문화원과 보성소리전수위원회에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흔쾌히 출판을 맡아준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권선복 대표이사님과 김정웅 과장, 최새롬 디자이너에게도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2013년 10월 13일
정상래


 

책 속에서

용철 어른은 그동안 자식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어도 오남매가 다 모인 적이 없어 가슴에 묻어두고 있었던 말을 기탄없이 꺼내 들고 싶었다. 그것은 그동안 묵어왔던 동서지간에 허수한 감정이었다. 막내딸 시집보낼 때 두 큰딸과 둘째 딸이 ‘막내 사위만 사위냐’라고 서운함을 내비쳤던 것. ‘혼수로 땅문서를 보낸 집은 처음 봤다’고 구시렁거리기도 했다. 있을 법한 일이었다. 배우지 못한 것도 서러울진대 처갓집부터 차별을 하고 나서니 눈에 쌍심지가 돋을 법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배운 사위가 얼굴 한 번 내비치지 않으니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배운 사람은 처갓집엘 안 와도 되는 것이다요?”
“너는 서방이라서 얼굴은 안 잊고 사냐?”
동기간이 빈정거리는 소리를 재잘거릴 때면 쥐구멍으로 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럴 때면 막내사위를 고집해서 혼인을 시킨 배경부터 들먹이고 나섰다.
“내가 허 서방을 막내사위로 맞이하려 했던 것은 가난한 가정에서 도 불구하고 근학(勤學)정신을 높이 샀던 것이다. 지금은 비록 고향에도 오지 않고 있지만 머지않아 성공하리라 확신하는 바이다. 너희들도 이미 익혀서 알고 있겠지만 주문공은 가약빈(家若貧)일지라도 불가인빈이폐학(不可因貧而廢學)이요, 빈약근학(貧若勤學)이면 가이입신(可以立身)이라고 말했다. 이는 가난하더라도 그것으로 인해서 배우는 것을 버리지 말 것이요, 가난해도 만약 부지런히 배운다면 몸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 했다. 또 유견학자현달(惟見學者顯達)이요 불견
학자무성(不見學者無成)이니라. 학자내신지보(學者乃身之寶)요 내세지보(乃世之寶), 학칙내위군자(學則乃爲君子)라고 했는데 이는 오직 배우는 자만이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며 배운 자로서 성취하지 못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러므로 학자는 몸의 보배요, 세상의 보배며 배우면 군자가 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허 서방이 반드시 출세하리라 믿는 바가 있어 참고 기다리는 중이란 말이다.”
33~34쪽

 

“문벌이 높은 가정에서 태어난 티가 나는구만.”
윤판사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단죽 곰방대에 담배를 채웠다. 그리고는 법조인답게 재빠른 눈치로 속내를 꿰뚫어 보듯 말했다.
“무슨 뜻인지 알 것만 같다.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다 알아서 해줄 터이니…….”
“아닙니다. 같이 가서는 안 될 속사정이 있습니다.”
“사정이라니 도대체 그게 뭣이란 말이냐?”
곁에서 듣고만 있던 선자의 일그러진 눈길이 순에게로 내달렸다. 혹시 산통을 깨지나 않을까 적잖이 조바심을 태우는 눈길이었다.
“전 이미 혼인하여 처자식을 두고 있는지라 다른 여성과 여행을 해서는 아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맑은 하늘에 생벼락 치는 소리였다. 그의 말 한마디가 모두의 어안을 막히게 했다. 이여사 얼굴엔 치닫는 분노를 삭이지 못하는 초조함이 피어올랐다. 선자는 말도 못하고 아연해하는 눈빛이었다. 예감에도 없었던 말에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입에 넣은 음식을 삼키지 못하고 콧바람으로 한숨만이 새어나왔다. 윤판사도 일각에 미간을 좁혀가며 콧등에 쌍 주름살을 그리기 시작했다. 뚜렛뚜렛한 눈으로 선자만 바라보았다. 이내 솟아오르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선자를 향해 분통을 터뜨렸다.
“그럼 내 딸이 유부남을 만나고 다녔다는 게야? 세상천지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이냐?”
고개를 푹 숙인 선자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순은 그제야 선자의 속심을 읽을 수 있었다. 윤판사 부부를 뵈러 온 것이 잘못되었음을 알아차렸다. 자신의 처지를 알지 못하고 있음이었다. 마치 유부남이 처녀와 상견례를 한 꼴이 되고 말았다.
57~58쪽

 

“동네 사람들이 널 보고 머시라고 허는 줄 아냐?”
“뭐라 했는데?”
“유학 핑계대고 부잣집 딸에게 도둑장가 들었다고들 헌당께.”
현이 이기죽이기죽 빈정거리는 말투로 정곡을 찔러왔다. 발에 채워놓은 차꼬와 같은 질곡을 온통 흔들어대는 꼴과 같았다.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콕콕 쑤셔대며 조롱하고 나선 것. 깐죽깐죽 말하는 태도가 여간 밉살스럽지 않았다.
순은 분함을 참지 못하고 들고 있던 술잔을 내리치며 벌떡 일어섰다.
“뭐? 도둑장가? 누가 그 따위 소릴 해? 너희들 오랜만에 친구 만나 이게 무슨 짓들이니? 그래 내가 시험에 실패했다고 너희들부터 무시하려드는 거야!”
“너 아직 모르는개비다잉.”
“뭘 몰라? 임마.”
“니 마누라 보쌈 당할 뻔했당께.”
“뭐? 보쌈? 어느 놈이 그딴 짓을 하려 했단 말이야? 어서 말해 봐. 어서!”
분을 참지 못하고 덥석 현의 멱살을 휘어잡고 쥐어흔들며 고함을 쳤다.
“어서 말하라니까. 도대체 어떤 놈이냐고! 말 못해?”
바짝 멱살을 쥐어 튼 순은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지며 턱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입가에 허연 버캐가 비늘처럼 이글거렸다. 멱살을 잡힌 현은 울대가 튀어 오르고서 가쁜 숨을 내쉬었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더니 목에서 올각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는 자지러질 뜻 놀란 모습으로 손을 흔들어댔다.
“이 손 못놓겄냐? 좋은 말 할 때 놔라잉.”
“그래 그자가 누군지 말 해주면 놓아주마.”
“알았응께. 손을 놓으란 말이다. 그러면 말해 줄텡께.”
순은 슬그머니 손을 놓았다. 입을 앙다물며 손을 털었다.
“야! 말로 하면 안 돼냐? 숨넘어갈 뻔 했당께.”
상투머리를 쓱쓱 쓸어 올리고 덥수룩한 수염을 어루만지는 여유를 부리며 능청을 떨었다. 시큼한 물김치를 어적어적 씹어가며 술잔을 비우기까지 했다. 아내를 보쌈하려 했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분하고 원통하기 짝이 없었다. 그것도 고향친구들로부터 당할 뻔했다는 사실에 울화통이 터졌다.
“어서 말해. 누구냐? 그 개자식이 누구냐고?”
“니 각시는 소박맞은 여자라고 소문이 온 고을에 쫙 깔렸어야. 그것도 모르냐?”
“뭐? 소박맞은 여자라고?”
“그러제. 길가는 동냥아치한테 물어봐도 다들 그렇게 말한당께. 니가 버렸다고.”
160~161쪽

 

성요는 자신이 너무나 서글펐다. 하지만 떠나간다는 남편을 그냥 모른 척할 순 없었다. 눈물을 흘려가면서도 보리쌀 가루를 꺼내왔다. 거기에 동부 콩을 섞어 반죽을 하기 시작했다. 이어 대바구니 뚜껑에 삼베 천을 깔고 뚝뚝 띄어 올려놓았다. 동그랗게도 그리고 네모나게
도 모양을 만들어 솥 위에 올렸다. 보리개떡을 찌기 시작한 것이다. 장작불을 피워대니 솥에 물 끓는 소리가 들렸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더니 이내 힘차게 뿜어 나왔다. 보리개떡 냄새가 났다. 진득거리며 진기로 가득 찬 보리개떡이 만들어졌다. 천리 길을 떠나는 남편을 위해서였다. 허리춤에 채워줄 식사대용이었다. 이미 솥 안에는 하지감자를 넣어두었다. 하지감자가 잘 익었다. 그것도 싸줄 요량이었다. 지금 떠난다고 해도 내일 오후에 당도한다고 했다. 그 동안 먹어야 할 음식이 마련된 셈이었다. 속 편할 일 하나 없지만 그래도 떠나가는 남편인데 마음 상해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허겁지겁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순과 선자가 떠나갈 채비를 마쳤다. 짐을 꾸리고 나서 마당으로 나와 부모님께 작별인사를 고했다. 오랜만에 넥타이를 매고 양복으로 갈아입은 순이었다. 선자도 어제와 다름없이 예뻐 보였다. 부모님께 고별인사를 드리는 모습이 마치 부부지간이나 다름없었다. 부엌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성요는 밖으로 나오지도 않은 채 기둥나무를 붙들고 서있었다. 솟구치는 눈물을 가눌 길 없었다. 수건으로 연신 닦아내고 있었다. 선자가 먼저 부엌으로 다가왔다. 성요는 이별의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대접 잘 받고 갑니다. 한양에 오시거든 저의 집에 한 번 들리세요.”
빳빳한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말하는 표정에서부터 자신감으로 그득 차 있었다.
“꼭 이렇게 급히 가야허능가라? 딸이 이제사 아빠 얼굴을 익혔당께요.”
성요는 북받쳐 오르는 슬픔을 억누를 길이 없어 원망의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요. 제가 데리고 가는 것은 아니고요, 단지 직장을 구해준 것뿐이지요. 가고 안 가는 것은 본인의 자유에 맡겨야지요. 아무튼 좋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럼 안녕히 계셔요.”
그녀는 간단한 목례를 하고는 마당으로 나아갔다. 배운 사람은 원래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행세가 당당하고 거침없어 보였다. 성요도 엉겁결에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순간 일촌간장이 떨어져나가는 슬픔이 울컥 가슴 속에서 치밀어 올랐다. 아궁이 앞으로 다가가 고개
를 가슴팍에 묻은 채 눈물을 흘리고만 있었다. 배운 남자의 아내로 살아가는 것이 이렇게도 힘든 것인지 포원함을 하소연할 길이 없었다. 이것이 하릴없는 여자의 운명인지는 몰라도…….
250~251쪽

 

곱사등이 초가집 굴뚝에서 뿌연 연기 흘리고 있었다. 점례 엄니가 넉살을 떨고 나섰다.
“민순이 엄니가 창 한번 해보제. 꾀꼬리 같은 소리를 한 번 뽑아봐.”
귀점이 엄니가 말꼬리를 물고 나섰다.
“누가 본 사람 있간디. 어서 한 번 불러봐.”
“누가 보면 미쳤다고 하겄제. 한낮에 무슨 숭을 잽힐라고…….”
“본 사람 없당께. 어서 한번 불러보랑께. 자. 어서.”
아낙들은 손바닥장단을 치기 시작했다. 성요는 소리를 알지 못할뿐더러 배워본 적도 없었다. 다만 타고난 성음이 좋을 뿐이었다. 거기에다 몇 번만 들어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소질이 다분했다. 지난가을 산길을 오르내리며 들었던 소리. 애절하면서도 구성진 가락이 심금을 울려줬던 것이다. 지금도 가슴속 한 구석을 차지한 채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 같았다. 마음이 심란할 때 꺼내어 흥얼거리면 이내 편안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리는 속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운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 여인에 대한 원망스러움까지 절망의 심연으로 빠져 들어간 자신을 일으켜 세워주는 것 같았다. 울분과 고뇌 속에서 신음하는 자신을 창공으로 날려 주는 것이었다. 비곡(悲曲)은 마음속에
맺혀진 응어리를 허공으로 날려주었다. 가슴에 묻어두었던 그리움까지…….
성요는 목청을 다듬었다. 허공을 향해 소리 창을 시작했다. 즐겨 부르던 남도창 남원산성이 산골에 메아리쳤다. 마음을 후련하게 해주는 창 소리는 허공을 향해 울려 퍼졌다. 그 순간만은 모든 시름을 다 잊어버렸다.
325쪽

 

목차

목차
제1부
한이 혼을 부르다
책을 펴내며 … 05
추천사 … 08
11. 인내 속에 화목이 … 15
12. 두 갈래 길 … 46
13. 삼 년 만에 소식이 날아들다 … 81
14. 한양으로 불러들일 또 다른 계책 … 101
15. 좌절과 방황 … 116
16. 조강지처를 남겨두고 한양으로 떠나다 … 198
17. 배신의 한이 소리를 만나다 … 258
18. 소박맞은 비련의 여인 … 327
출간후기 …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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