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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13422 / 288쪽 145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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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쓸쓸한 바람만이 가슴을 쓸고 지나갔다.
더이상 설렘이, 떨림이 없는 길 위에 우두커니 혼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세상은 조금 피곤하고 지루하고 가끔 화가 날 뿐이었다.
그 너머를 향한 꿈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_「바람자루 속에서」 중에서
비애를 감싸안는 특유의 정서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두 세계의 경계를 일시에 무너뜨리는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위치를 단단하게 다져온 소설가 김도연이 세번째 소설집을 선보인다. 2006년과 2008년 각각 이효석문학상 추천우수작으로 선정된 「꾸꾸루꾸꾸 빨로마」와 「북대」를 비롯하여 총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생의 고통과 누추함을 있는 그대로 응시하되 능청스럽게 눙치는 작가의 솜씨는 이번 소설집에서 또한 빛을 발한다. 익숙한 세상의 풍경을 한순간에 전복시켜버리는 폭설처럼 그의 소설은 모든 것의 경계를 지우며 한바탕 꿈과 같은 삶의 진경을 우리들 눈앞에 펼쳐보일 것이다.
부박한 존재를 견디게 하는 환상의 힘
김도연 소설 속 인물들은 현실을 살다가도 어느새 한바탕 환몽으로 빠져든다. 몸이 아파 산속으로 요양을 온 ‘그’에게 옛날 옷을 팔러 다니는 옷장수, 지금은 사라진 체장수가 찾아오는 것을 시작으로 이미 삼십 년 전에 세상을 떠난 옛 연인까지 나타난다.(「꾸꾸루꾸꾸 빨로마」) 심야의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는 와중에 고라니와 멧돼지가 능청스럽게 말을 걸어오는가 하면(「바람자루 속에서」), 달리는 택시 안에서 운전석을 버린 채 다방 아가씨와 사랑을 나누는데도 운전기사 없는 택시는 잘만 달려나간다(「북대」). 꿈속으로 불려나와 말을 걸어오는 누대의 조상들, 동물들은 모두 마음이 불러낸 헛것들이다.
이러한 환영은 종종 아름다움으로 화하여, 깊고 넓은 조화와 화해의 세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 등장했던 허동이의 말년을 이야기하는 「메밀꽃 질 무렵」은 허생원과 성서방네 처녀로 대표되는 윗세대가 사라진 현재의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이 소설의 세계는 “등짐을 지고, 나귀의 방울 소리를 들으며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장에서 장으로 갔던 그 고되고 흐뭇한 밤길”에 머무르며 그것들이 사라진 자리를 가만 바라본다.
그렇게 한 세대가 연분홍 꽃그늘 속으로 조용히 사라졌다. 슬픔을 이기지 못한 하늘이 비를 뿌리지도 않았고 황사를 동반한 강풍이 세상을 뒤흔들지도 않았다. 아버지의 평소 말대로 무섭고 기막힌 밤을 지나 장에서 장으로 가는 길 어디쯤에서 꽃이 피었다가 작은 열매를 남기고 떨어지는 것뿐이었다. 인생은 그런 것이었다. _「메밀꽃 질 무렵」 중에서
“왜 이렇게 된 거지?”
‘불안해’에서 이상한 ‘행복해’로 건너오는 동안의 일……
끝도 없이 눈이 내리는 풍경은 김도연 소설의 인장과도 같다. 그래서 그의 소설 속 인물은 눈 내리는 공간에 놓여 있지 않더라도 마치 깊은 겨울밤 폭설 내린 산골에 갇혀 있는 듯 보인다. 그 막막한 고독의 공간 속에서 오래전 헤어진 옛 연인을 다시 찾아 “안타까운 시간의 파편들로 조합된 듯한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옛날과 조금도 다름없게 복원시키려는 듯 어루만”지기도 하지만, 그 안타까운 몸짓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미 “이러다 어느 날 (……) 아무렇지 않게 헤어지”게 되리라는 사실을 예감한다.(「이별전후사의 재인식」) 그것은 20세기가 끝나가는 동안 느꼈던 ‘불안해’에서 현재의 “이상한 ‘행복해’”로 건너오는 사이, “마침내 그녀와 그의 기억이 거의 다 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오래오래 타오를 것이라 믿었던 무언가가 잠깐 불꽃을 피웠다가 사그라드는 모습을 응시하는 작가의 시선에선 회한만이 아닌 어떤 순정마저 느껴진다.
붙잡을 수 없었던 떠나간 사랑과 그 마음과 함께 사라진 옛 시간들. 김도연 소설의 인물들은 기억과 꿈을 통해 이 모든 것들을 한자리로 불러모은다. 그리고 그것은 곧 고독한 존재를 견디게 하는 힘이 된다.
꾸꾸루꾸꾸 빨로마……『21세기문학』 2005년 가을
떡―병점댁의 긴 하루……『문학들』 2008년 봄
메밀꽃 질 무렵……문장 웹진 2006년 6월
바람자루 속에서……『현대문학』 2009년 2월
북대……『좋은소설』 2007년 여름
사람 살려!……『현대문학』 2007년 6월
이별전후사의 재인식―그녀와 그의 연평해전, 그리고 즐거운 트위스트……『문학동네』 2008년 봄
저 언덕으로 건너가네……『시에』 2006년 가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