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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훨 간다

시리즈 : 옛날옛적에 [35]

권정생 저 | 국민서관 | 2003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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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장에서 듣고 온 이야기를 흥겹게 들려준다. 황새가 ‘성큼성큼’ 걷다가 우렁이를 ‘콕’ 집어 먹길래, “예끼 이놈!” 했더니 도망갔다는 이야기. 하필 그 때 들어온 도둑도 “예끼 이놈!” 하는 이야기 소리에 지레 겁을 먹고 도망가는데…. “성큼성큼 걷는다.” “기웃기웃 살핀다.” “콕 집어먹는다.” 같이 짧고 단순한 말이 이어진 이야기와, 그 이야기가 엉뚱하게 전해지는 과정이 재미있다. 해학적인 표정과 몸짓을 잘 살린 그림, 생생한 흉내말은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한층 높여줄 것이다. 줄거리 이야기를 좋아하는 할머니는 늘 할아버지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달라고 조른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이야기라는 건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 하루는 할머니에게 등을 떠밀린 할아버지가 무명 한 필로 이야기 한 자리를 바꾸려고 장에 나가지만, 이야기로 무명 한 필을 사겠다는 사람은 없다.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할아버지는 이야기 한 자리를 팔겠다는 농부를 만난다. 하지만 농부는 막상 떠오르는 이야기가 없다. 그 때 마침 건너편 논에 황새 한 마리가 ‘훨훨’ 내려와 앉는다. 농부는 옳거니 싶어, “훨훨 온다.” 한다. 할아버지도 어렵게 구한 이야기를 외우려고 따라한다. “훨훨 온다.” 황새가 ‘성큼성큼’ 걸으면, “성큼성큼 걷는다.”, 황새가 먹이를 찾아 기웃기웃 살피면, “기웃기웃 살핀다.” 황새가 논바닥 우렁이를 ‘콕’ 집어 먹자, 농부가 “예끼, 이놈!”하고 할아버지도 “예끼, 이놈!” 했더니, 놀란 황새는 ‘훨훨’ 날아간다. 그러자 “훨훨 간다.”하고 이야기 한 자리가 끝난다. 서둘러 돌아온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할아버지가 “훨훨 온다.” 하면 잊어버릴세라 할머니도 큰 소리로 “훨훨 온다.” 한다. 그 때 마침 들어온 도둑이 ‘성큼성큼’ 걷다가, 이 소리를 듣는다. 무슨 소리인가 ‘기웃기웃’ 살피다가 누룽지 하나를 ‘콕’ 집어먹는데, 하필 그 때 방안에서 “예끼 이놈!” 소리가 들리자 꽁지 빠지게 달아났다는 옛이야기. 이 책의 특징 .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흉내말 움직임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은 다양한 흉내말이 있어 책 읽는 즐거움을 한층 더해준다. ‘훨훨 (온다)’, ‘성큼성큼 (걷는다)’, ‘기웃기웃 (살핀다)’, ‘콕 (집어먹는다)’ 같이 간결하고 아귀가 딱 맞는 입말은 눈으로 읽어도 재미있지만 소리 내어 읽으면 흥겹다. 다양한 흉내말에서 우리말의 풍성함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에서 이야기 하나는 ‘이야기 한 자리’라고 한다. ‘자리’는 사람들이 지위의 높낮이 없이 벌이는 판, 또는 넉넉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기도 하다. 옛사람들이 이야기를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 인물들의 해학적인 표정과 동작 배경을 과감하게 생각하교 인물의 표정과 몸짓을 살린 그림은 익살과 장난기가 흠뻑 묻어난다. 특히 황새가 하는 짓을 그대로 흉내 내는 농부와 할아버지, 이야기를 조르는 할머니와 뜸을 들이는 할아버지의 표정과 몸짓은 독자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 이야기의 본질을 보여주는 옛이야기 이 옛이야기는 우스개 이야기로도 읽히지만 꼼꼼히 보면 ‘이야기’의 여러 측면을 잘 말하고 있다. 주인공들(할아버지/ 할머니)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고 말하고 싶어 한다. 이야기를 할 때는 마주 앉아 말하고 듣는다(농부/ 할아버지). 이야기를 말하고 듣는 사람들은 평등한 관계이고, 함께 즐긴다. 이야기를 듣는 입장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된다(도둑). 낱낱으로 흩어져 있던 것이 말의 흐름으로 엮이고, 듣는 이에 따라 얼마든지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 것, 이것이 ‘이야기’의 본질이다. 시대마다 옛이야기를 다르게 읽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 오랫동안 사랑받은 《훨훨 날아간다》를 새로 쓰고 그린 책 10여 년 전(92년)에 처음 펴내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그림책을 다시 쓰고 그려, 큼지막한 판형에 정갈하게 꾸몄다. 군더더기 없는 글과 그림은 이 이야기가 가진 맛을 새로운 시대의 독자들에게 잘 전달할 것이다.

저자 소개

본명은 권경수. 1937년 일제 강점기 일본 도쿄 빈민가에서 가난한 노무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광복 후 경상북도 청송으로 귀국했다. 가난 때문에 재봉기 상회 점원, 나무 장수, 고구마 장수 등을 하며 객지를 떠돌던 그는 5년 뒤인 1957년 경상북도 안동 일직면 조탑리에 들어왔다. 그때 나이가 18세였다. 이후 22세 때에 지병인 결핵 때문에 집을 나갔다가, 1966년에 다시 정착하여 1982년까지 마을 교회 종지기로 살았다. 동화 작가로서 많은 인세를 받아 왔지만, 1983년 이후 직접 지은 5평짜리 오두막집에서 강아지와 둘이서 사는 검소한 삶을 실천하며 살다가 2007년 5월 17일 지병이 악화되어 대구 가톨릭대학교에서 70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자신이 쓴 모든 책은 주로 어린이들이 사서 읽은 것이니 거기서 나오는 인세를 어린이에게 되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유언을 남겼으며, 2009년 3월 그의 유산과 인세를 기금으로 하여 남북한과 분쟁지역 어린이 등을 돕기 위한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이 설립되었다. 기독교 신자인 권정생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자연과 생명, 어린이, 이웃 그리고 무고하게 고난 받는 이들에 대한 사랑을 작품의 주요 주제로 다뤄왔다. 1969년 단편동화 《강아지 똥》을 발표하여 월간 《기독교교육》의 제1회 아동문학상을 받으며 동화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하였다. 197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무명저고리와 엄마》가 당선되었고, 1975년 제1회 한국아동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는 동화집 《강아지똥》, 《사과나무밭 달님》, 《하느님의 눈물》 등과 소년 소설 《몽실언니》, 《점득이네》, 《한티재 하늘》,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 《무명저고리와 엄마》 등이 있다. 그리고 시집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산문집 《오물덩이처럼 뒹굴면서》, 《우리들의 하느님》등이 있다.

책 속에서

할아버지는 빨간코 농부아저씨와 마주 앉았어요.
그 때, 건너편 논에 커다란 황새 한 마리가 훨훨 날아와 앉았어요.
그러자 빨간코 농부아저씨가 무릎을 치며 말했어요.
“훨훨 온다.”
할아버지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똑같이 따라했어요.

논바닥에 날아와 앉은 황새가
성큼성큼 걸었어요.
“성큼성큼 걷는다.”
“성큼성큼 걷는다.”

몇 걸음 걷던 황새가
이리저리 기웃기웃 살폈어요.
“기웃기웃 살핀다.”
“기웃기웃 살핀다.”

그 때 마침, 할아버지네 집 담 너머에서
시커먼 그림자 하나가 훌쩍 넘어 들어왔어요. 도둑이었어요.
할아버지는 큰 소리로 낮에 빨간코 농부아저씨가 들려 준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훨훨 온다.”
할머니도 큰 소리로 따라했어요.
“훨훨 온다.”

그 소리에 깜짝 놀란 도둑이 부엌으로
성킁성큼 숨어 들어갔어요.
“성큼성큼 걷는다.”
“성큼성큼 걷는다.”

도둑은 가슴을 두근거리며
부엌 안을 기웃기웃 살폈어요.
그러자 방 안에서 또
“기웃기웃 살핀다.”
“기웃기웃 살핀다.”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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