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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7425370 / 312쪽 152 x 223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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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8]
우습다. 나 브리게는 스물여덟 살이나 되었는데, 아무도 나에 대해 아는 사람도 없이 여기 내 작은 방 구석에 앉아 있다. 여기에 앉아 있는데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아닌 이 존재가 생각하기 시작한다. 회색빛 파리의 오후에 6층 방에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사람이 현실적이고 중요한 것을 한번도 보지 못하고 인식하지도 그리고 말해 보지도 못한 일이 가능할까라고. 인간이 보고 생각하고 글로 쓰기에 수천 년의 시간 여유를 갖고 있었으나 이 수천 년을 마치 학생이 버터를 바른 빵과 사과를 먹는 학교의 휴식 시간처럼 흘려보내는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그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인간은 많은 발명과 진보, 문화, 종교 그리고 세계에 대한 예지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표면에 머물러 있는 게 가능할까? 약간의 가치가 있는 이 표면조차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밋밋한 천을 씌워서 그것이 마치 여름 휴가철 응접실 가구처럼 보이는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그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중략...)
이 모든 인간들이 결코 있지도 않았던 지나간 일을 정말 정확하게 안다는 게 있을 수 있을까? 모든 현실의 일들이 아무 의미도 없고, 그들의 인생은 마치 텅 빈 방에 있는 시계처럼, 어떤 것과도 연관 없이 그저 흘러가 버리는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그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중략...)
이런 불안한 생각을 가졌던 사람은 아무라도, 하지 못한 일 중에서 무엇인가를 조금이라도 하기 시작해야 한다. 아무라도 좋다. 전혀 적임자가 아니라도 좋다. 이 젊고 보잘것없는 외국인 브리게는 6층 방에 앉아서 낮이나 밤이나 글을 써야만 할 것이다. 그래, 그는 써야만 한다. 그것이 그의 종말이 되기도 할 것이다.(p.35-37)
제1부
제2부
작품 해설
작가 연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