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9일 오늘의 책
나태주 | 밥북 | 2018.02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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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는 세상에 보내는 러브레터./지향 없는 하소연이며 고백./늘상 외롭고 애달프다./나의 시는 바람이 써주는 시./꽃이 대신 써주고 새들이 대신 써주는 시./그래서 다시금 외롭고 애달프지만은 아니하다.” (책머리에서) 시인은 바람이 되었다가, 꽃이 되고, 어느 날은 새가 되어 세상을 향한 러브레터를 써 내려간다. 시어는 차분하고 간결하지만, 그 안에는 따뜻하고 진한 진심이 담겨있다. 우리는 나태주 시인의 시 안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찾고,...
손에 남은 것이라고는 손금 사이로 피가 맺히도록 남겨진 손톱자국뿐인 날들의 끝에 그 모든 것들이 내 탓인 것만 같은 오늘이 있었다. 어딘지도 모르고 달려온 길에 맥없이 쏟아져 내린 뒤 보이는 보잘 것 없는 이것이 비로소 내 인생일지도 모를 일이라는 회의만 반복할 때쯤, 이 시집을 만났다. 곁에 피어나는 꽃 한 송이 보지 못하는 어린 나 대신, 나태주 시인은 그렇게 많은 것들을 사랑했나 보다.
꽃을 들고 있지는 않았지만
네가 꽃이었고
바람이 불지 않았지만
네가 바람이었다
-「호수 1」중에서
본디 시란 감정이 넘치는 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기곤 했다. 행간의 의미를 읽기에는 짧은 생각이 아쉬웠고 운율을 살리기 위한 시간은 사치스럽지 않나 하는 의문들 탓이다. 그러니 시는 특별한 사람이 특별한 순간에, 세상에 하나뿐인 당신을 위해서 써야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치부했건만, 이 책의 후반부의 편지와도 같은 시들을 읽고 있자면 마음 하나가 시가 되는구나 싶다.
봄이 오기도 전에
꽃이 피었다
…
눈 속에서도 붉은 심장을
내다 걸었다
-「동백」 중에서
나태주 시인의 신작 『그 곳에 네가 먼저 있었다』는 그의 담담한 어투로 투박한 사랑을 표현해 나간다. 대단한 위로가 아닐지라도, 당신 그 자체로 괜찮으니 손에 힘을 좀 빼보렴 하는 편지이자 조언이다. 그렇게 무너져 내려 보이는 작은 꽃, 누군가가 떨어뜨린 장갑 한 짝을 바라보는 것도 결국 사랑 그 자체라는 포옹이다.
사람들은 죽으려고
뛰어내리지만
꽃들은 살려고
뛰어내린다.
-「벼랑」
그러니 이 시집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바라보는 시간도 잊은 메마른 새벽에 가만가만히 일상을 바라볼 시간을 선사한다. 어지러운 삽화도 없이 맑은 시어들을 읽어내리는 새벽에 어느새 잠들어 있을 나를 발견하게 될 테니.
그런 날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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