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책오늘의책
  • 미디어 & 기관 추천책미디어 & 기관 추천책
  • 문학상수상작문학상수상작
  • 이럴때이런책이럴때이런책

용서의 나라

2018년 2월 8일 오늘의 책

용서의 나라

토르디스 엘바, 톰 스트레인저 | 책세상 | 2017.12

분류 : 시/에세이/기행

정가
$32.00
판매가
$17.60 (45%↓)
적립금
$0.35 (2%P)

★★★ 테드 강연 415만 뷰 ★★★ ★★★ 22개 언어로 강연 번역 ★★★ ★★★ 2017 런던 도서전 화제작 ★★★ ★★★ 전 세계 11개국 계약 ★★★ 성폭력 생존자와 가해자가 함께 16년 전 강간의 진실을 증언하다! “강한 사람만이 용서할 수 있고, 용서해야만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2016년 10월, 샌프란시스코 테드 강연장은 그 어느 때보다 열띠면서도 고요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성폭력 생존자 여성과 가해자 남성이 함께 단상에...

상세보기 >

용서는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얼마 전에 영화 <신과 함께>를 봤다. 한국의 사후세계 ‘저승’이라는 독특한 배경과 매력적인 ‘저승차사’들이 인상적이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영화 말미에 나온 염라대왕의 대사였다.
'이승에서 진심으로 용서를 받은 죄에 대해서 저승은 더 이상 묻지 않는다.'
진심 어린 용서를 받는 것이 깐깐하다 못해 촘촘한 저승법을 통과할 정도라면 얼마나 받기 힘든 것일까.

스마트폰으로 이런저런 것들을 둘러보던 날이었다. 그리고 발견했던 카드 뉴스. 성폭행 피해자와 가해자가 TED에 나와서 강연을 했다는 것이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유튜브를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분위기는 고요했다. 'Our story of rape and reconciliation'이란 제목이었는데 차분하면서도 확고한 어조로 그들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들의 이야기는 이렇다. 1996년 아이슬란드의 겨울. 열여섯 소녀는 남자친구이자 교환학생으로 유학 온 열여덟 살 호주 소년에게 강간을 당한다. 그리고 다음날 그녀는 소년에게 버림받는다. 그 후로 섭식 장애, 알코올 의존, 자해 등 그녀는 자기 자신을 벼랑 끝으로 내몬다. 어느 황량한 오후에 연인과 싸운 후 흐느끼며 카페에 들어가 낙서를 하면서 마음을 진정시키던 그녀는, 자기 자신이 한 낙서를 보게 된다. 놀랍게도 '나는 용서하고 싶어'라는 문장이 그녀를 마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1996년 겨울 이후로 모든 것을 망가지게 한 그 남자를 용서한다니! 그리고 그녀는 자신을 강간했던 남자에게 편지를 보낸다. 무시나 부정이 아닌 후회와 참회로 가득한 답장에 놀란다. 그 후로 8년간 300여 통의 서신을 주고받는다. 그들은 사건의 매듭을 풀고자 직접 대면하기로 결심한다. 2013년 봄, 각자 살고 있는 아이슬란드와 오스트레일리아의 중간 지점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만나기로 한다. 강간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성범죄율이 가장 높은 나라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일주일 동안 그들은 케이프타운을 둘러보며 서로를 치유하며 용서와 화해를 하게 된다. 이 책은 그 둘의 일주일간의 기록이다.

"네가 날 눕힌 자리에서는 바로 눈앞에 시계가 보여서 똑똑히 봤어. 형광 시계여서 캄캄해도 보였어. 나는 머리는 활짝 깼는데 몸은 여전히 꼼짝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뒤척이지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했어. 할 수 있는 거라곤 일이 끝날 때까지 일분일초를 세는 것 밖에 없었어."
창밖에서 바람이 처참하게 울부짖고 있었다.
"두 시간은 7200초야." 내가 덧붙였다. (189쪽)

그 7200초는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몸과 마음이 찢어지는 고통을 무력하게 받아들였다. 사건 이후로 그녀는 누구와도 안정된 관계를 맺기 어려웠다. 그리고 섭식 장애, 알코올 의존, 자해까지. 토르디스는 스스로를 성폭행 피해자라고 말하지 않는다. 성폭행 생존자라고 말한다. 가해자가 성폭행 후 피해자를 죽이는 경우를 보면 이 표현은 피해자라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의미가 있다. 그리고 피해자라고 하는 건 과거에 발이 묶이는 것이지만 생존자라고 하면 현재와 미래를 염두에 두는 것이니까. 그녀는 자신을 가두고 있던 새장의 열쇠를 발견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아이슬란드에서 케이프타운까지 왔음에도 톰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웠다. '지금은 안전해.' 푸른 눈은 그대로지만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걸 애써 생각해내야 했다.

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녀가 저렇게 흔들려 보이는데, 대체 어떻게 우리가 이번 주에 이야기를 해나갈 수 있을까? 걱정을 하다 보니 나를 묶고 있던 무겁고 오래된 사슬이 다시 나타나 둔중한 쇳소리를 내며 나와 그날 밤 사건 사이의 간격을 팽팽하게 조여왔다.
순식간에 나 자신이 혐오스러워졌다. (89쪽)

그는 열여덟 살 때 저지른 일을 애써 부인하며 살아왔다. 좋은 집에서 반듯한 교육을 받으며 자란 그는 1966년의 사건을 자신이 그런 사악한 짓을 저질렀을 리 없다는 거짓된 믿음으로 덮어버렸다. 그러나 때때로 그녀가, 아이슬란드가, 그날의 장소인 웨스트먼 제도가 생각날 때면 '강간범'이라는 꼬리표가 그의 발목을 붙잡고 심연 속으로 그를 끌어당겼다. 하지만 그는 용기를 냈고 결심했다. 강간범, 위선사, 가해자라는 딱지가 표면에 올라올지라도 그 용기가 스스로를 비난하는 어떤 활동보다 더 강력한 힘을 내기를 바랐다. 그리고 옳은 편에 서고 싶었다.

"자기 행동을 진심으로 후회하면서 최선을 다해 보상하려고 애쓰는 사람들 이야기를 읽으면 넌 어떻게 해? 가만 앉아서 그들을 비판해? '와, 저런 쓰레기 같은 인간이 있나'라고 생각해?"
"아니, 그러지는 않아."
"바로 그거야. 반대로 말해보자. 실수를 진심으로 후회하는 사람이 두 번째 기회를 얻을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그래, 그렇게 생각해."
"그럼 네가 그 사람이 되어봐." (141쪽)

그는 진심으로 후회했다. 그렇기에 그녀도 그를 (그나마) 용서할 수 있었다. 대개의 성폭행이라고 하면 끔찍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피해자와 뻔뻔하게 변명을 하거나 큰 소리로 부인하는 가해자만이 떠올랐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그것이 알고 싶다> ‘소라넷’편이 떠올랐다. 술 취한 여성들을 집단으로 강간하고도 그녀들이 강간당한 의식이 없기에 자신은 강간범이 아니라고 했던 남자들. 그것이 오늘의 현실이었다.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했던 사람들. 그리고 영화 <한공주>. 강간 생존자였던 여성이 힘들게 살고 있는 반면 가해자들은 오늘도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 그중에 몇몇은 결혼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톰 스트레인저의 후회와 참회는 (당연한 것임에도) 대단해 보이기까지 한다. 꼬마들끼리 작게 투닥거려도 우리는 '미안해'와 '괜찮아'를 가르친다. 그런데 더 큰 잘못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변명을 일삼는 이들의 의식 구조는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걸까.

네가 나한테 한 짓을 스스로 용서하려면 평생이 걸릴지도 몰라. 그건 네가 알아서 할 문제이니,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구애받지 말고 필요한 만큼 충분히 시간을 갖길 바라. 하지만 내가 오르는 산은 네 것과 달라. 그리고 난 정상에 아주 가까이 와 있어. (47~48쪽)

그녀는 트라우마가 자신을 집어삼키기 않도록 하기 위해 용서를 해야 했다. 용서를 하기 위해 만난 톰이지만 때때로 그에게 날이 서 있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피하지 않았다. 자기 안으로 숨으려 드는 그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대등하게 맞선다.

"사람들이 선생님께 한 짓을 용서할 수 있으세요?"
해괴한 질문도 다 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가 잠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내가 이제껏 들어본 것 가운데 가장 진심 어린, 천진한 웃음소리를 터뜨렸다. 그의 폐부 깊숙한 곳에서 폭포처럼 흘러나오는 웃음소리가 내게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물론이죠."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가 말했다. "우리는 다 용서했어요. 그래야만 다음으로 나갈 수 있으니까요." (278쪽)

로벤섬에서 오랫동안 갖은 핍박을 받은 죄수였던 가이드가 그들에게 건네준 단순하지만 강력한 진리에서 해답을 찾는다. 진심으로 톰을 용서한 토르디스. 그녀는 마음에 평화가 깃들고 가슴에서 무거운 짐이 치워졌다. 그리고 그도 자유를 가질 수 있었다. 용서란 그런 것인가보다. 이제 그들은 강간 반대 시위(slut Walk-옷차림이 강간을 초래한다는 편견에 저항하고자 참가자들이 노출 수위가 높은 옷을 입고 시위에 참여한다)를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다닌다. 가이드의 말처럼 용서는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너는 성장하고 사랑하고 도전하다가 길도 잃겠지만 다시금 길을 찾아서 언제나 그래왔듯 또 다른 미치광이 목적지를 향해 떠날 거야. 그건 변함이 없을 거야. 절대로.' (409쪽)



오늘의 책을 리뷰한 'babuworld '님은?
1월의 참 좋은 리뷰')



"2월의 리뷰어에 도전하세요!"


오늘의 책 메일링 서비스

오늘의 책을 친구에게 추천하기

싸이월드 공감 미투데이로 보내기 요즘으로 보내기

덧글 [ 0 ]

등록하기

오늘의 책 전체보기

이전이전

2 0 2 6 1 0

다음다음

2026년 10월 오늘의 책 입니다.

GO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28

29

30

1


일상의 유토피아

2


평생 월급을 만드는 저수지 투자법

3


그곳에 아이는 없었다

4


슬픈 행성

5


은둔

6


한국 교회 트렌드 2027

7


루미너스

8


그리고 다시, 우리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1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