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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끝에서 맴도는 이름

2016년 4월 7일 오늘의 책

혀끝에서 맴도는 이름

파스칼 키냐르 | 문학과지성사 | 2005.05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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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___ 『혀끝에서 맴도는 이름』은 2003년 발간된 『떠도는 그림자들』(2002년 프랑스 공쿠르 상 수상작) 이후 2년 만에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되는 키냐르의 동화 같은 소설, 에세이 같은 동화이다. ___ 150쪽이 채 안 되는 비교적 짧은 분량의,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이 작은 책은, 일찍이 2003년 번역자 송의경씨가 키냐르를 만나러 프랑스에 갔을 때, 작가 자신이 “가장 아끼는 장르인 동화에 자신의 내밀한 고백을 담은 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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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글


나는 오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발견'했다.

이 얇은 책은 세 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이야기는 「혀끝에서 맴도는 이름」이라는 동화를 쓰게 된 배경을 다룬 「아이슬란드의 혹한」이고, 두 번째 이야기는 「혀끝에서 맴도는 이름」이며, 세 번째는 언어를 잃었던 기억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 경험을 담은 「메두사에 관한 소론」이다. 이 세 가지의 이야기는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도 각각 독립성을 가진다. 세 편이 모여 책 한 권이 동화가 되고, 에세이가 되고, 시론이 된다. 

내용 중에서 작가는 아이슬란드에서 지옥과도 같은 혹한을 경험하고 돌아온 후 어떤 만남과 부탁을 계기로 동화 한 편을 쓰게 된다. 지옥을 경험한 후에 한 편의 동화를 완성한다는 이야기는 동화의 주인공인 ‘죈느’가 단 하나의 이름을 찾기 위해 세 번이나 지옥을 다녀온다는 설정을 단단하게 안고 전달력을 극대화한다. 그 후에 덧붙인 언어의 상실이라는 개인적 경험에 대한 고백과, 거기서 얻어낸 글쓰기에 대한 깊은 사유는 이야기 전체를 하나의 시론으로 만든다. 이렇게 놀라운 글의 형식은 본 적이 없다.

나는 말의 힘을 믿으며 말의 결핍에 대해서도 안다. 모든 수식어는 꾸며지는 대상(명사)을 부정한다.
'아주 귀여운 강아지'라고 말을 했을 때 '아주'는 '귀여운'이라는 말이 가지는 결핍을 긍정하고, '귀여운'은 '강아지'라는 말이 '강아지'를 온전히 표현할 수 없음을 긍정한다. 언어는 이토록 허술하고 빈궁하다. 그렇기에 작가는 자신이 이미 알고 있던 그 무언가를, 이름으로 온전히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것의 이름을 소리 내어 말하기 위해 몇 번이고 지옥에 다녀와야 했다.


인간은 말하기 때문에 기억한다. 그러나 언어로 구성된 기억은 거짓이다. 혹은 기억을 되짚는 언어는 거짓이다. 그러니 아래에 적는 나의 개인적 단상 또한 결과적으로는 거짓이다. 마찬가지로 '거짓이다'앞에 붙인 '결과적으로'는 '거짓'이라는 것을 부정하고 싶기 때문에 쓴 것이다. 할 수 있는 한 가장 솔직하게 쓸 것이므로.

어
린 시절 나는 빨리 입이 트였고, 누구보다 빨리 글을 읽었다. 유치원에서 친구들에게 유창한 솜씨로 동화책을 읽어 주던 기억이 난다. 통지표에는 늘 '언어 구사력이 뛰어나다, 말을 조리 있게 잘한다'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이 말을 들은 친구는 '지금은 왜 그래'라고 반문했다. 지금의 나는 말을 잘 못한다. 오래 곱씹어 생각하던 것에 대해서는 잘 말할 수 있지만, 갑작스런 질문에는 당황한다. 임기응변에 약하다. 나는 자주 할 말을 잃고 멍, 해지거나 말을 더듬는다.
초등학교 때는 활발한 성격으로 반장, 부반장 등 학급 임원도 몇 번 했으나 중학교 때부터 나는 아주 조용한 아이가 되었다. 말보다 글자를 좋아하게 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다이어리에, 연결되지 않는 낱말들을 아무렇게나 적는 행위에 심취했다. 나아가 하나의 어구를, 문장을, 한 바닥의 글씨 덩어리들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도 말을 잘 못하고 예전보다 훨씬 퇴화되었다. 이에 대해 책은 모든 것들의 이름이 혀끝에 맴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단어는 그것을 읽는 어떤 전사자들에게보다 그것을 쓴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것이다'
나는 퇴화를 자랑스럽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정디디'님은?

일기쓰는 블로그 말이 아닌 은유 주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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