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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사물들

2013년 5월 6일 오늘의 책

철학자의 사물들

장석주 | 동녘 | 2013.04

분류 : 인문/교양/철학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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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우리 시대 다독가 장석주의 신작! 철학자의 사물들 일상의 사물들 속에 인생의 지혜가 숨어 있다! 철학의 통찰력과 문학의 상상력이 만나 펼치는 생각의 향연 이 책은 우리 일상에서 흔하게 마주하는 서른 개의 사물을 각기 서른 명의 철학자(사상가)의 ‘생각’과 절묘하게 연결시킨 철학에세이다. 세탁기-헤겔, 진공청소기-스피노자, 담배-프로이트, 선글라스-니체, 비누-장 보드리야르, 가죽소파-사르트르, 거울-라캉, 책-움베르토 에코, 냉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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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과 사람과 삶

 

밖으로 나를 내지 않고 안으로 무엇 하나 들이지 않은 채 작은 집 작은 방 그 안에 나 홀로. 항상 바라마지 않고 실제로도 종종 그리하는 가운데. 잠시라도 사람에게서 떨어져 사람이라고는 나 하나밖에 없는 임의로 구축된 세상에 자발적으로 처해. 그 어떤 말도 행동도 굳이. 척 하고 체 할 필요 없이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혹은 하지 않고 싶은 그대로. 비로소 괜찮아진 듯하고 사실은 안 괜찮은 것이. 그 상태를 인식하고 응시하며 바로 거기로부터 이 삶을 생각해보건대. 공간은 언제나 사물과 함께이고 나는 여전히 그것과 관계되어 있어. 그 중 하나의 사물을 집어 나와의 사이를 묻고자 한 건데.

 

그 사물인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종이의 여러 묶음으로 두께를 갖고 입체로 변신하여, 물성 物性을 갖는다. (…) 책은 표지, 속표지, 차례, 본문으로 이루어진 구조를 가진 형태이고, 그 자체로 시간과 공간을 품은 작은 우주이다. (…) 제 안에 흐르고, 유동하고, 확장하는 역동성을 품은 말랑말랑한 사물-도구이다. (…) “오늘날 책은 바로 우리의 노인이다. 우리는 미처 고려하지 않지만, 문맹인 사람(또는 문맹은 아니지만 책을 읽지 않는 사람)과 비교해 볼 때 우리가 더 풍요로운 이유는, 그 사람은 단지 자신의 삶만 살아가고 또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우리는 아주 많은 삶들을 살았다는 데 있다.”(움베르트 에코, 《책으로 천년을 사는 방법》) 누구나 책을 통해 더 많은 시간, 더 많은 삶을 살 수 있다.” (167-169쪽)

 

그러니까 나는 《철학자의 사물들》을 통해 ‘우리 시대 다독가 장석주’의 삶을 살고 또 그 삶이 살아낸 수많은 철학자들의 “더 많은 시간, 더 많은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사물과 더불어 유유자적한 사유와 철학을 즐긴 흔적”인 것이어서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여러 사물들의 이모저모를 뜯어보고 그 철학적 의미들을 반추하는 동안” 나 또한 이 책의 저자 장석주처럼 나의 내면의 본성을 비추고 “그것의 선택과 체험 시간으로 이루어진 문화에 대해 말을 하”는 신용카드, 휴대전화, 세탁기, 거울, 침대, 텔레비전, 냉장고, 시계, 우산 등 언제고 나를 홀로 두지 않는 사물들에게서 “삶과 죽음, 주체와 타자, 꿈과 기대, 욕망과 무의식, 기호와 교환 따위에 대해 묻고 대답”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책을 읽고 이 글을 쓰며 이 모든 시간들에 함께 존재하던 또 다른 사물에 대해 말을 하자면 “침대는 나태와 잡념들이 번성하는 장소다. 무엇보다도 잠과 휴식을 위한 사물인 침대는 수평을 유지한다. 직립인류인 우리는 침대의 수평성을 아무 이견 없이 받아들이고 척추를 수평으로 유지한다. 우리는 잠시 존재의 여행을 멈추고 존재의 하중을 침대에게 맡긴다. 마침내, 나는, 쉰다. 세계의 유일성과 지속가능성을 전적으로 믿고 있듯이 나는 침대에 대해 어떤 의심도 품지 않는다. 침대는 전 존재의 비밀과 공허를 지탱하는 그 무엇이다. 우리는 거기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깨어날 것이다. 우리는 그것에서 존재라는 짐, 노동이라는 수고, 혹은 존재에 불가피하게 달라붙는 피로들을 의탁한다.” (130쪽)

 

사물은 과연 그것과 관계된 사람과 삶을 비추는 거울이어서 그 거울이 말하는 지금의 모양을 직시하고 나니 그 모든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그러니까 여태껏 작은 집 작은 방 그 안에 홀로 존재라는 짐을 침대에 과도하게 의탁한 채로 나태와 잡념들만을 지나치게 번성시켜온 것이라면 이제는 분명 다른 관계 다른 선택으로 이 삶을 이끌어가야 함을.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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