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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문 안에서

2013년 3월 6일 오늘의 책

유리문 안에서

나쓰메 소세키 | 문학의숲 | 2008.03

분류 : 시/에세이/기행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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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작은 나와 넓은 세상 사이에 있는 유리문 유리문으로 된 서재 안에서 병으로 바깥출입을 못한 채 삶과 죽음, 세상에 대해 사유한 일본문학의 별 나쓰메 소세키의 자유롭고도 고독한 내면 풍경 소세키 최후의 산문집 는 나쓰메 소세키가 세상을 떠나기 일 년 전(1915년) 아사히 신문에 연재한 산문을 모은 것으로, 만년에 이른 작가의 인간관과 인생관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생을 마감하기 1년 전 신년 연하장에 ‘죽을지도 모른다’고 쓸 만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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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범위

 

유리문이 있는 집을 상상한다. 내가 안을 엿보듯 집의 주인도 밖을 내다볼 수 있을 것이다. 양쪽 어느 곳에서든 창의 저편을 내다보게끔 생긴 것이 유리문이다. 또한 밖에 있는 이와 안에 있는 이의 영역을 구분 짓는 경계다. 이것과 관계는 닮은 구석이 있다. 너와 나의 관계, 혹은 나와 나의 관계. 저마다의 좁은 방 유리문 안에 너와 나는 나뉘어 있고, 나도 나의 속을 모르고, 볼 수 있어도 통하지 않는다. 유리문의 가능성은 정말 이것이 다일까?

 

  게다가 나는 작년 연말부터 감기에 걸려 거의 바깥출입을 하지 못한 채 날마다 이 유리문 안에만 앉아 있었기 때문에 세상 돌아가0는 모양을 까맣게 모른다. (…) 그러나 내 머리는 가끔 움직인다. 기분도 다소는 변한다. 아무리 좁은 세계라 하더라도 그 나름대로 사건은 일어난다. 그리고 자그마한 나와 넓은 세상 사이를 격리시키고 있는 이 유리문 안으로 이따금 사람이 들어온다. (8쪽)

 

그의 산문집 《유리문 안에서》의 도입이다. 말년에 몸이 쇠약하여 출입을 삼가던 나쓰메 소세키의 집 서재에는 방문하는 객(客)이 많았다고 한다. 서재를 이루는 창으로 묘사되는 유리문은 안에서 당시 그를 찾아든 객과의 담소, 그들의 이야기에 속마음을 비추어 보았던 일, 자신의 불우한 유년 시절을 회상하는 일, 그때부터 지금껏 살아온 생사의 무게를 가늠하는 일이 행해졌다. 예컨대 그는 스스로의 불행으로 죽음을 각오하고 이를 고백한 여자와의 만남 등을 담담히 기록하고 있다.

 

  (…) 길 모퉁이 쪽에 이르자 여자가 가벼운 목례를 하며 “선생님께 배웅을 받다니 너무 과분합니다.”라고 말했다. “과분할 게 뭐 있습니까. 똑같은 인간인 것을”, 내가 대답했다.
  다음 길모퉁이에서 여자는 또 “선생님께 배웅을 받다니 영광입니다.” 하고 말했다. 나는 진지하게 “정말 영광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여자가 간단히, 그러나 또렷하게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말에 힘을 주었다.
  “그렇다면 죽지 말고 살아 주십시오.”
  여자가 이 말을 어떻게 해석했는지는 모른다. 나는 그러고 나서 백 미터쯤 더 갔다가 다시 집 쪽으로 되돌아왔다. (30쪽)

 

여자의 삶에서 그는 자신이 “이 절망의 끝에 서 있는 사람의 고통을 그냥 방관할 수밖에 없는 입장”(29쪽)임을 구분하면서도 살아내는 일을 “이미 삶 속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신을 인정하고 또 그 삶 속에서 호흡하고 있는 타인을 인정하는 이상, 서로의 근본 도리는 아무리 괴롭고 아무리 추하더라도 이 삶 위에 놓여 있다고 보”(32쪽)고자 한다. 이때에 유리문은 일종의 벽인 동시에 타인 혹은 과거 자신의 삶이 현재 삶으로 미쳐 오는 문에 가깝다. “반신반의하는 눈으로 물끄러미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34쪽)았다지만, 사실 나쓰메 소세키는 이 닫혀 있는 영역이 서로를 향해 열어지는 일을 믿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나는 유리문을 열어젖히고 조용한 봄 햇살에 감싸여 망연히 이 원고를 끝낸다.”(150쪽)라는 책의 말미를 읽으며 넘겨짚어 본다.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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