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5일 오늘의 책
파트릭 모디아노 | 문학동네 | 2014.10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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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파트릭 모디아노의 공쿠르상 수상작이자 대표 걸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어두운 기억의 거리를 헤매는 한 남자의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 여정 ...
‘나’는 기억 상실자다. 지난 8년간 ‘C. M. 위트 흥신소’에서 ‘기 롤랑’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았다. 몇 시간 전 그 흥신소가 묻을 닫았다. 함께 일하던 ‘위트’, ‘나’에게 기 롤랑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그는 고향으로 떠났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기 롤랑’이 아닌 나를 알지 못한다. 진짜 내 이름이 뭔지, 어떤 이름으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소멸한 과거, 잃어버린 삶의 흔적”, 그 안에서 ‘나’는, 도대체 나는 누구라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날 저녁 어느 카페의 테라스에서 나는 한낱 환한 실루엣에 지나지 않았다.” (9쪽)
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기억 상실자인 한 남자가 자신의 과거를 추적해 가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는 그가 어떤 사람을 찾아가 그의 기억을 묻고, 그 기억으로 다시 또 다른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의 반복이다. 한 사람의 삶에는 또 다른 사람의 삶의 일부가 겹쳐져 있고, 그 삶들은 기억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렇게 한 사람의 삶이 그가 과거에 맺어온 관계들 안에서 조각난 기억으로 흩어져 존재한다.
그런데 그 기억이란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끝내는 그 사람의 죽음과 함께 영원히 사라져버리고 만다. 어딘가에 남겨져 있을 과거의 주소와 전화번호, 사진 등의 기록은 단지 그 사람의 한때를 증명할 뿐, 인생 전체를 드러내 보여주진 못한다. 그러므로 모든 삶의 흔적은 결국 무(無)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기억이, 과거가, 그러므로 삶이 도처에서 지워져가고 있다.
“기이한 사람들. 지나가면서 기껏해야 쉬 지워져버리는 연기밖에 남기지 못하는 그 사람들. 위트와 나는 종종 흔적마저 사라져버린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서로 나누곤 했다. 그들은 어느 날 무(無)로부터 문득 나타났다가 반짝 빛을 발한 다음 다시 무로 돌아가버린다. 미(美)의 여왕들, 멋쟁이 바람둥이들, 나비들. 그들 대부분은 심지어 살아 있는 동안에도 결코 단단해지지 못할 수증기만큼의 밀도조차 지니지 못했다.” (75쪽)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그곳은 잃어버린 과거를 찾는 ‘나’의 마지막 목적지다. 하지만 그가 그곳에 제대로 당도할지라도 원하는 과거는 결국 찾아지지 않을 것이다. 이는 기억 상실자인 그가 아닌 그 누구라도 마찬가지다. 온전한 과거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며, 매순간 스러져가는 과거를 붙잡아둘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실패가 예정된 이 소설의 서사는 그 추적의 과정을 통해 모든 삶의 흔적은 그저 문득 나타났다가 사라져버리는 찰나에 지나지 않음을 드러낸다.
“한 어린 소녀가 황혼녘에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해변에서 돌아온다. 그 아이는 아무것도 아닌 일로, 계속해서 더 놀고 싶었기 때문에 울고 있다. 그 소녀는 멀어져간다. 그녀는 벌써 길모퉁이를 돌아갔다. 그런데 우리들의 삶 또한 그 어린아이의 슬픔과 마찬가지로 저녁 속으로 빨리 지워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262쪽)
시간 안에 사는 모든 존재의 슬픔, 고독 그러나 아름다움이 그곳,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에 있다는 사실을 찾아내고 소설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마치 그걸 찾기 위해 지금껏 달려온 것처럼.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